Reader RAW novel - Chapter 274
274
제 274화
272.
‘조심하시길.’
응축 마법진을 이용한 대폭발은 아무리 육체가 강해진 헤르타나라고 해도 위험했다.
모인 마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이내 목적지인 중앙 광장에 도착한 마로스는 재빨리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마나 응축 마법진으로 모은 마나를 관리하는 마법진이었다.
마로스는 관리 마법진의 테두리를 따라 움직이며 테두리에 박혀 있는 마나석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마나석을 제거하지는 않았다.
바로 폭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거한 마나석은 절반 정도였다.
‘이 정도면…….’
마로스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빠르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마로스는 두 번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곳에는 에코르니와 몇몇 마족들이 있었다.
“연락은?”
마로스는 에코르니에게 물었다.
“동쪽 성문으로 다들 가고 있을 겁니다.”
에코르니가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쾅!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마로스는 폭음이 들린 곳을 보았다.
‘시작됐군.’
응축된 마나의 폭발이 분명했다.
이제 빠르게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바로 가지.”
마로스는 에코르니와 마족들에게 말하며 앞장서 동쪽 성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쪽 성문으로 향하며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이 속속 합류했다.
성문에 도착했을 때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족들이 모였다.
마로스는 앞장서 성문을 빠져나와 금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이 따랐다.
“엇! 키라드 녀석들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로스와 키라드 파벌은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아밀레타 파벌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도 압도적으로 많았고 상급 마족의 수가 너무나 차이 났다.
포위망은 그대로 박살이 났고 마로스와 키라드 파벌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 정도면…….’
쉬지 않고 움직이던 마로스는 주변 지형을 확인하고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로 돌아 작은 점이 된 아스케니온을 보았다.
아스케니온에서는 쉴 새 없이 빛의 기둥이 소환되고 있었다.
‘이제 끝이군.’
마나 폭발로 인해 소환되는 빛의 기둥.
소환되는 수를 보아하니 이제 곧 끝이 날 것 같았다.
마로스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콰아…….
앞서 일어난 폭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매우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폭발로 인한 빛 때문에 눈을 찌푸릴 정도였다.
‘엄청난 파괴력이야.’
마로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정도 폭발이면…….’
* * *
“독의 사슬!”
수혁이 시전한 독의 사슬은 엄청난 속도로 헤르타나에게 날아갔다.
독의 사슬은 속도가 느려진 헤르타나를 금방 따라잡았고 이어 헤르타나의 보호막에 작렬했다.
스아악!
보호막은 여태껏 그래 왔듯 독의 사슬을 흡수하며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투명해지는 속도를 보니 몇 번만 더 마법을 날리면 보호막이 사라질 것 같았다.
“파이어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 다크 스피어!”
수혁은 연달아 헤르타나에게 마법을 날렸다.
“…….”
연중에게 달려가던 헤르타나는 위험을 느꼈는지 수혁의 마법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움직였다.
물론 느려진 이동 속도 때문에 전처럼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3개를 날리면 1개 정도가 보호막에 흡수되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포이즌 볼.”
수혁은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하며 생각했다.
‘가깝지만 않았어도.’
아직 범위 마법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헤르타나와 연중과의 거리가 가까워 범위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수혁이야 패시브 ‘대마도사’로 자신의 마법에서 자유롭지만 연중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수호의 영역 쓰고 죽일까?’
수호의 영역을 시전하면 무적 상태가 된다.
연중 역시 수혁의 마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추격도 그냥 잔존 세력 쫓는 것 같은데.’
마지막 퀘스트 ‘추격’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헤르타나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도망친 잔존 세력을 잡는 퀘스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 어차피 현신도 끝나는데.’
이제 곧 스킬 ‘현신’의 지속 시간인 2분이 끝난다.
수혁은 결심했다.
“연중아!”
그리고 연중을 불렀다.
뿌우우우우우우우
하지만 이어 울려 퍼지는 소리에 수혁은 말을 할 수 없었다.
‘퇴각 신호?’
퇴각을 알리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왜?’
갑자기 왜 퇴각 신호를 보낸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쾅!!!!
쾅!!!!
“……?”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나가 요동칩니다.] [과도한 마나의 흐름에 의해 마법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과도한 마나의 흐름에 의해 마나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과도한 마나의 흐름 때문에 3분 동안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어?’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당황했다.
‘뭔 개소리야?’
당황해서 절로 욕이 나올 정도로 메시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마법 공격력 20% 감소는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20% 감소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마나가 회복되지 않는 것도 상관없다.
마나 소모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스킬을 쓸 마나는 충분히 있었다.
문제는 마지막 메시지.
‘3분이나?’
바로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마법사란 직업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면 특히나 쓸모가 없는 직업이었다.
전사나 도적 계열의 직업들은 무기라도 휘두르지 마법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팡이를 든 초보자라고 할 수 있었다.
‘마나가 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쾅! 쾅…….
가까운 곳에서, 먼 곳에서 쉬지 않고 폭음이 들려왔다.
수혁은 폭음을 들으며 헤르타나를 보았다.
헤르타나가 실실 웃고 있었다.
스아악…….
그리고 수혁을 둘러싸고 있던 빛의 갑옷, 방패가 사라졌다.
현신의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다.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스킬도 쓸 수 없고 수혁을 지켜줄 스킬 ‘현신’도 끝났다.
만에 하나 지금 헤르타나가 공격을 해 온다면?
꼼짝없는 죽음이었다.
-수혁 : 연중아, 혹시 지금 수호의 영역 가능해?
수혁은 헤르타나를 주시하며 연중에게 물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연중 : 아니, 봉인됐어.
그러나 혹시는 혹시였다.
“인간!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헤르타나가 외쳤다.
그리고 헤르타나의 몸에서 지독히도 검은 마기가 넘실넘실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
수혁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막을 강화해?’
헤르타나의 마기는 보호막으로 흘러들어 갔고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던 보호막이 다시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헤르타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게 짙어졌다.
‘왜?’
분명 달려들 것이라고,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헤르타나는 방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쾅! 쾅!
‘설마 이 폭발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헤르타나가 방어에 치중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발 때문임이 분명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저래?”
헤르타나에 의해 건물로 날아갔던 연중이 다가와서 물었다.
“폭발 때문인 것 같은데? 후퇴 신호도 그렇고.”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아까 전 울려 퍼진 후퇴 신호를 떠올렸다.
“쫓아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할까?”
“일단 빠지자.”
연중의 말에 수혁이 답했다.
후퇴 신호도 왔고 폭발이 일어나는 게 심상치 않았다.
더구나 헤르타나가 방어에 치중하는 것을 보니 심히 불길했다.
“그래.”
연중의 답을 들으며 수혁은 유령 마차를 소환했다.
그리고 바로 조수석에 올라갔다.
“……?”
조수석에 앉은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연중이 올라오지 않고 멍하니 도시 중앙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도시 중앙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여태껏 나타난 빛의 기둥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빛의 기둥을.
거기다 빛의 기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연중아!”
수혁은 다급히 외쳤다.
“어!”
정신을 차린 연중이 기수석에 올라왔다.
그리고 빠르게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 5초도 지나지 않아 연중은 마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빛의 기둥 때문이었다.
“……다 막힌 것 같은데?”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 본 연중이 말했다.
빛의 기둥 아니, 빛의 장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직 3분 안 됐지?”
수혁이 물었다.
“응.”
연중의 답에 수혁은 뒤를 보았다.
헤르타나의 검은 보호막과 코앞까지 다가온 빛의 기둥이 보였다.
빛의 기둥이 헤르타나의 보호막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빠르게 수혁과 연중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포션은 빨 수 있으니까 최대한 버텨보자.”
수혁은 다가오는 빛의 기둥을 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포션을 꺼냈다.
“응!”
연중 역시 포션을 꺼냈고 이내 빛의 기둥이 수혁과 연중을 집어삼켰다.
생명력을 주시하며 포션 복용을 준비하던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죽음에 이르는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칭호 ‘반신의 길’ 효과가 발동됩니다.] [1분 동안 무적 상태에 빠집니다.]* * *
‘끄윽…….’
헤르타나는 이를 악물었다.
엄청난 압력이 전신을 압박했다.
압력에서 육체를 지켜주던 보호막은 진즉 사라졌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만 같았다.
물론 이 압력이 계속될 때의 이야기였다.
이제 곧 압력이 사라질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30초면 사라질 것이고 30초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흐흣.’
이를 악문 채 헤르타나는 웃었다.
‘이 정도면…….’
도시는 물론 도시 밖까지 영향을 미치는 폭발이었다.
살아남을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내 압력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헤르타나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압력이 완전히 사라지자 헤르타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압력을 버티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헤르타나는 히죽 웃었다.
도시 하나를 잃었지만 최악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들을 죽였다.
이제 곧 마로스가 돌아올 것이고 정비를 한 뒤 아밀레타 파벌을 끝장내면 된다.
모든 게 다 끝난 것이다.
“어? 3분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때였다.
“……?”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헤르타나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힐.”
헤르타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
그리고 헤르타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곳에는 인간 마법사가 있었다.
마왕이 된 헤르타나 역시 죽음의 문턱을 넘어갈 뻔했다.
그런데 인간의 육체로 그 폭발을 어찌 버틴 것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순간 헤르타나는 인간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역시.”
그리고 이어진 인간의 목소리에 생각으로 가득 찼던 헤르타나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헬 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