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73
273
제 273화
271.
스킬 ‘현신’은 연중이 컨트롤할 수 있는 빛으로 이루어진 방어구를 수호 대상에게 소환하는 스킬이었다.
수혁의 몸 위로 빛으로 이루어진 갑옷과 방패가 나타났다.
연중은 방패를 들어 정면을 막았다.
그러자 땅을 바라보고 있던 빛의 방패 역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위로 헤르타나의 주먹이 작렬했다.
쾅!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빛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방어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방패에는 실금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
헤르타나는 방패의 방어력에 놀랐는지 움찔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헤르타나는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헤르타나가 다시 나타난 곳은 수혁의 왼쪽이었다.
연중은 헤르타나가 나타난 방향으로 방패를 돌렸다.
하지만 헤르타나가 한 박자 빨랐다.
후웅!
헤르타나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수혁에게 작렬했다.
정확히는 수혁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갑옷에 작렬했다.
쾅!
다시 한 번 폭음이 울려 퍼졌다.
방패와 마찬가지로 갑옷 역시 실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좋았어.’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스킬 ‘현신’의 방어력은 어마어마했다.
틈이 있는 것도 아니니 헤르타나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플레임.”
수혁은 당황스러움에 멈칫한 헤르타나에게 플레임을 시전했다.
스악
그러나 플레임이 나타나기도 전에 헤르타나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역시.’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마왕이 되기 전에도 플레임을 피했던 헤르타나였다.
더 강해진 지금 피하지 못할 리 없었다.
“파이어 스톰, 파이어 필드, 포이즌 스톰.”
플레임도 피하는 헤르타나를 단일 마법으로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범위 마법은 어떨까?
“어둠의 장막, 윈드 스톰, 포이즌 포그.”
수많은 범위 마법들이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수혁아, 왼쪽!”
연중이 외쳤다.
범위 마법을 시전하던 수혁은 연중의 외침에 재빨리 왼쪽을 보았다.
“……?”
왼쪽 공간을 장악하고 있던 포이즌 스톰이 작아지고 있었다.
이내 포이즌 스톰이 완전히 사라지고 수혁은 헤르타나를 볼 수 있었다.
헤르타나의 몸 주위에는 반투명한 검은색 보호막이 생성되어 있었다.
수혁은 헤르타나를 보며 생각했다.
‘아스만의 영역을 선포 안 한 이유가 이거였나…….’
헤르타나가 아스만의 영역을 선포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더 이상 헤르타나는 육체파가 아니었다.
하기야 마왕이 되었는데 육체만 쓰는 것도 이상했다.
‘근데 왜 안 다가오지?’
수혁은 의아했다.
헤르타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 것일까?
‘설마 현신 때문에?’
현재 수혁은 빛의 갑옷과 방패에 둘러싸여 있었고 헤르타나는 방패와 갑옷을 뚫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중아!”
무슨 이유든 상관없다.
이 기회를 놓칠 수혁이 아니었다.
“평화의 방패!”
수혁은 헤르타나를 주시하며 외쳤다.
평화의 방패로 기절에 빠트린 뒤 수혁은 마법을 연달아 날려 보호막을 없앨 생각이었다.
“보호의 방패, 평화의 방패!”
연중은 수혁의 외침에 보호의 방패를 시전하고 이어 광역 스턴 스킬 ‘평화의 방패’를 시전하며 땅을 찍었다.
스킬 ‘현신’을 시전 중이었기에 이번에는 연중의 방패가 아닌 빛의 방패에서 황금빛 파동이 퍼져 나갔다.
수혁은 헤르타나를 주시했다.
그리고 황금빛 파동이 헤르타나의 검은 보호막과 마주한 순간 수혁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황금빛 파동이 검은 보호막에 그대로 흡수됐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었다.
‘포이즌 스톰도 저런 식으로…….’
디스펠 당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포이즌 스톰 역시 보호막에 흡수를 당한 것 같았다.
‘무한정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호막이 처음보다 더 투명해졌다는 점이었다.
“독의 늪, 독의 가시.”
수혁은 독의 늪과 독의 가시를 시전했다.
스아악…….
헤르타나의 발밑에 독의 늪이 나타났다.
독의 늪은 등장과 동시에 보호막에 흡수되어 작아지기 시작했고 독의 가시들 역시 등장과 동시에 보호막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계속해서 수혁의 마법이 시전되었고, 보호막이 거의 투명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헤르타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악!
자리에서 사라진 헤르타나가 다시 나타난 곳.
“연중아, 뒤!”
그곳은 바로 연중의 뒤였다.
연중을 먼저 처리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
수혁의 외침에 연중은 재빨리 뒤로 돌았다.
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헤르타나의 주먹이 더 빨랐다.
반 정도 돌았을 때 헤르타나의 주먹이 연중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쾅!
굉음과 함께 연중이 쭉 날아갔고.
쾅!
건물에 부딪히며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물론 수호자가 되고 전설 등급 방어구로 방어력을 대폭 높인 연중은 마왕이 된 헤르타나의 공격에도 죽지 않았다.
그러나 수혁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미리 흡기부터 방해할걸.’
흡기 특성이 발동된 것인지 희미해졌던 검은 보호막이 다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어둠의 별.”
수혁은 범위 내 적의 회복 효과를 반감시키는 어둠 속성 마법 ‘어둠의 별’을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수혁의 머리 위에서 검은색 구체가 나타나더니 하늘로 올라가 주변에 검은색 구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공격 마법만 흡수하는 건가?’
수혁은 헤르타나의 보호막을 보며 생각했다.
혹시나 ‘어둠의 별’ 역시 흡수당하지 않을까 했는데 어둠의 별은 꾸역꾸역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제 흡기는 해결됐고.’
더 이상 흡기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속도가 문제인데…….’
물론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헤르타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래서는 헤르타나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가 없다.
‘그래, 흡수하는 건 공격 마법뿐이니까.’
생각을 마친 수혁은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환상 결계!”
수혁이 가장 먼저 시전한 마법은 환상 속성 마법 중 주변 지형 환경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는 ‘환상 결계’였다.
“설원!”
환상 결계를 시전한 수혁은 연계 스킬 ‘설원’을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주변에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물론 환상이기에 아무런 데미지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혁이 환상 결계와 설원을 시전한 이유.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그것은 바로 데미지를 주지는 못해도 이동 속도 감소라는 디버프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직 수혁의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어둠의 늪!”
범위 내 모든 이들의 이동 속도를 대폭 하락시키는 어둠 속성 스킬 ‘어둠의 늪’.
스아악
수혁의 발밑을 시작으로 주변 대지가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마법이 시전되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던 헤르타나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왔다.
헤르타나는 연중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수혁은 헤르타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독의 사슬!”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 * *
“크라노손 님!”
천막 안으로 상급 마족 루빌이 들어왔다.
“……?”
크라노손은 루빌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빌의 표정에 당혹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큰일입니다.”
“무슨 큰일?”
“명하신 대로 좌표 교란 마법진을 설치하다가…….”
루빌은 크라노손에게 명령을 받았다.
키라드 파벌 마족들이 아스케니온에서 워프로 도망을 치지 못하게 좌표 교란 마법진을 만드는 일이었다.
“마나 응축 마법진을 발견했습니다.”
“……?”
크라노손은 루빌의 말에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게 왜?”
마나 응축 마법진은 말 그대로 주변에 있는 마나를 모아주는 마법진이었다.
성벽에 각인된 방어 마법진, 오염된 물이나 공기를 정화해주는 정화 마법진 등을 유지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중급 이상의 마족들이 마기를 수련할 때에도 쓰인다.
쓰임새가 아주 많아 도시는 물론이고 작은 마을에도 만드는 마법진이 바로 마나 응축 마법진이었다.
즉, 도시인 아스케니온에 마나 응축 마법진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왜 큰일이 났다는 것일까?
“그게…….”
루빌은 크라노손의 말에 말끝을 흐리고는 이내 난감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도시 전체인 것 같습니다.”
“……?”
크라노손은 루빌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시 전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뜻을 깨달은 크라노손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설마 마법진의 범위가 도시 전체라고?”
“예.”
“…….”
크라노손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미친 녀석들.’
절로 욕이 나왔다.
마나가 한곳에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위험 역시 따라온다.
그래서 마나 응축 마법진을 만들 때에는 주변의 마나 상태와 범위를 잘 확인해 만들어야 한다.
근데 마나 응축 마법진의 범위가 도시 전체라니?
잘못되면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었다.
“확실한 거야?”
크라노손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기 힘들었다.
“예, 확실합니다.”
루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도 위험합니다.”
만약 아스케니온의 마나 응축 마법진이 잘못되어 폭발이 일어난다면?
멀리 떨어진 이곳 역시 폭발에 휘말릴 것이다.
‘철수해야겠군.’
크라노손은 루빌의 말에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죽는다.
그럴 수는 없다.
‘끙…….’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이 후퇴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지가 않았다.
특히나 헤르타나가 마음에 걸렸다.
“카이온!”
이내 생각을 마친 크라노손이 외쳤다.
크라노손의 외침에 천막 밖에 있던 카이온이 들어왔다.
“지금 당장 퇴각 신호를 보내.”
“……예?”
카이온은 크라노손의 명령에 반문했다.
“당장.”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크라노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카이온은 크라노손의 말에 답하며 재빨리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뿌우우우우우!
퇴각 신호가 울려 퍼졌다.
* * *
멀리서 헤르타나와 인간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마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인간들은 강했다.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타나는 인간들을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엄청난 마력이군.’
인간 마법사가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준비해.”
전투를 지켜보던 마로스는 에코르니에게 말했다.
“헤르타나 님은…….”
에코르니가 말끝을 흐렸다.
“헤르타나 님의 명이다.”
마로스는 에코르니의 말에 답하며 아까 헤르타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만에 하나 내가 인간들을 바로 제압하지 못하면 도시에서 멀리 떠나. 당장.
-응축 마법진.
-왜? 애초에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거라고 하지 않았나?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내 몸 안에 있는 녀석이 날 지켜 주겠지.
회상을 마친 마로스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목적지로 달려가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