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5
35
제35화
고민 끝에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바로 사냥이었다. 독서를 하기에는 도서관으로 가는 이동 시간도 그렇고 너무나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사냥을 하기로 결정한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
경험치 : 0%
생명력 : 3040
마나 : 36620
포만감 : 72%
힘 : 14
민첩 : 15
체력 : 58
지혜 : 1831
마법사로 전직 후 단 한 번의 사냥도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아직도 수혁의 레벨은 10에 머물러 있었다.
‘남쪽 가서 들개 잡기에는 레벨이 너무 적당하고.’
남쪽 초보자 사냥터에는 토끼와 들개가 있다. 들개가 12레벨까지는 사냥하기 좋다고 하지만 수혁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12레벨까지 잡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인데 안전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수혁이었다.
‘서쪽 아니면 동쪽 사냥터인데…….’
서쪽과 동쪽 사냥터. 더 이상 초보자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곳이었다. 남쪽 초보자 사냥터의 상위 사냥터로 여우, 늑대, 곰이 돌아다니며 10 레벨 이상 30 레벨 이하 유저들이 사냥을 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가까운 곳이 동쪽이니까.’
독의 마탑은 중앙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었다. 즉, 동쪽 사냥터가 가까웠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동쪽 사냥터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파티 구합니다! 치유 법사에요! 20레벨이구요! 힐 3개 배웠어요!”
“전기 법사랑 곰 사냥 가실 물법 구합니다! 아이스 포그 배우신 분 환영!”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적지 동쪽 사냥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쪽 사냥터 입구에는 많은 유저들이 파티, 파티원을 구하고 있었다. 물론 수혁은 파티나 파티원을 구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대로 지나쳤다.
입구에서 조금 멀어지자 여우와 여우를 사냥하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혁은 사냥하는 유저들과 사냥당하는 여우를 보며 생각했다.
‘이러면 30초에 5마리도 어렵겠는데?’
유저들이 많아 그런 것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일까? 여우의 수가 상당히 적었다. 30초에 5마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려울 것 같았다. 쿨타임이 문제가 아니었다. 쿨타임을 걱정하고 있던 수혁은 괜한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바로 그때였다.
“와, 저거 독의 마탑 로브 아니야?”
“독 마법사인가?”
“허, 어떻게 독을 할 생각을…….”
“여우 잡다가 접는 거 아니야?”
“야, 아무리 그래도 여우는 잡겠지. 늑대부터 문제지!”
“킥킥킥.”
근처에서 여우를 사냥 후 휴식하고 있던 유저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수혁은 유저들의 중얼거림이 자신에 대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현재 수혁은 독의 마탑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만남과 동시에 파비앙이 입으라고 주었던 독의 마탑 로브.
“매직 미사일.”
수혁은 전방에서 어슬렁거리는 여우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스악
매직 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이내 여우에게 작렬했다. 작렬한 순간 여우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수혁은 오랜만에 드랍 창을 볼 수 있었다.
-여우 가죽
드랍 된 아이템은 여우 가죽 한 장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습득을 한 뒤 중얼거렸던 유저들을 보았다.
“…….”
“…….”
한 방에 죽은 여우 때문일까? 수혁을 대상으로 낄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유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수혁과 여우 시체를 번갈아 쳐다 볼 뿐이었다. 그런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수혁은 피식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올랐으려나.’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여우를 잡아 경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경험치를 확인한 수혁은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1%?’
0%였던 수혁의 경험치는 1%가 되어 있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 캐릭터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확인했다. 하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5배라고?’
수혁이 걸음을 멈춘 이유, 캐릭터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연 이유. 그것은 바로 경험치가 1%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반 직업을 가지고 있는 10레벨의 유저가 홀로 여우를 사냥한다면? 5%가 오른다. 혼자서 20마리를 잡으면 11레벨로 레벨이 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특수 직업이 경험치를 많이 필요로 한다지만 5배는 너무 하잖아!’
특수 직업은 일반 직업에 비해 레벨을 올리는데 더 많은 경험치를 요구한다. 하지만 5배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직업이 10레벨에서 11레벨이 되기 위해서 20마리를 잡아야 된다. 그런데 수혁의 경우 그 5배인 100마리를 잡아야 된다.
“이런 미친.”
절로 욕이 나왔다. 100마리라니?
‘아니야, 그 정도로 좋은 직업이라는 거니까.’
하지만 곧 수혁은 합리화를 시작했다. 특수 직업끼리도 레벨 업에 필요한 필요 경험치가 다르다. 성능이 좋은 직업일수록 더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마도사의 후예는 무려 일반 직업의 5배나 되는 경험치가 필요했다. 그 말은 그만큼 좋은 직업이라는 뜻이 된다.
‘거기다 한 방이잖아?’
마법 한 방이면 죽는다. 즉, 100마리를 잡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른 일반 직업의 유저들이 20마리를 잡는 것보다 더 빨리 잡을 수도 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전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좀 더 들어가서 늑대를 잡아 볼까?’
조금만 더 가면 늑대가 나오기 시작한다. 늑대는 여우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준다. 늑대를 잡는다면 100마리를 잡지 않아도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경쟁도 없잖아.’
거기다 경쟁 역시 없었다. 경험치를 더 주는 늑대지만 늑대를 잡는 유저는 많지 않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거나 주변에 있는 동료를 부르는 늑대를 잡을 바에 차라리 파티를 이뤄 곰을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늑대도 한 방일 테니까.’
수혁의 지혜는 어마어마하다. 여우가 한 방에 죽었듯 늑대 역시 한방에 죽을 것이다. 어차피 한 방인 데다가 경쟁도 없어 끊임없이 사냥이 가능한 늑대.
‘그래.’
수혁은 늑대를 잡기로 결정을 내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냥 곰을 잡으러 갈까?’
지금 지혜라면 곰 역시 한 방이 나올 것이다. 곰은 늑대보다 경험치도 경험치고 아이템 역시 꽤나 값나가는 것을 드랍한다. 차라리 곰을 잡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경쟁도 경쟁이지만 귀찮아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조금 생각을 한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곰은 경쟁이 어마어마하다. 늑대를 잡을 유저들 대부분이 곰을 잡으러 가니 당연했다.
그렇게 유저들이 많은 상황에서 홀로 곰을 쓰러트린다? 그것도 한 방에? 유저들이 들러붙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차라리 경쟁 없고 귀찮은 상황이 찾아오지 않을 늑대를 잡는 게 나았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37.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수혁은 가는 길에 틈틈이 여우들을 죽였다.
‘이건 얼마나 받을 수 있으려나.’
여우들을 죽이며 습득한 여우 가죽. 과연 여우 가죽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토끼 가죽처럼 장당 1골드도 되지 않을까?
‘연중이가 준 돈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아직 연중에게 받은 골드는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여태껏 수혁이 책만 읽었기 때문에 유지가 된 것이지 앞으로는 골드가 모자라 허덕일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스킬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구매해야 될 아이템들이 무수히 많지 않던가?
저벅!
그렇게 여우를 죽이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이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아우?
-아아우!
드디어 도착이었다. 늑대 두 마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혁은 검을 들었다.
토끼, 들개, 여우와 달리 늑대는 선공 몬스터였다. 수혁은 두 늑대가 자신을 인식하기 전에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파이어 볼.”
수혁은 우선 파이어 볼을 시전했다. 목표는 오른쪽에 있는 늑대였다.
스악
파이어 볼이 생성되었고 날아감과 동시에 수혁은 재차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이미 파이어 볼을 오른쪽 늑대에게 보냈다. 당연히 매직 미사일의 목적지는 왼쪽 늑대였다.
-아우.
-아우우우!
파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음에도 아직 늑대들은 수혁을 인식하지 못했다.
쾅!
이내 파이어 볼이 오른쪽 늑대에게 작렬했다.
-아우?
그때가 되어서야 왼쪽 늑대가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매직 미사일이 도착했다.
쾅!
매직 미사일에 공격당한 늑대는 앞서 파이어 볼에 죽은 늑대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았다.
‘역시.’
파이어 볼이나 매직 미사일이나 늑대는 한 방이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늑대들이 드랍 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늑대 가죽 2장
-늑대 앞발
-늑대 송곳니
오른쪽 늑대가 죽었을 때만 하더라도 드랍 창에는 늑대 가죽밖에 없었는데 왼쪽 늑대가 죽은 순간 가죽이 한 장 늘고 앞발과 송곳니가 생겨났다.
‘노가다의 시작은 늑대부터라는 게 이거 때문이구나?’
드랍 창에 나와 있는 늑대 앞발과 늑대 송곳니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판게아의 유저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 가장 단순하며 기초적인 방법이 잡템 판매였다. 유저들에게 잡템 판매의 시작은 늑대부터라는 말이 돌고 있었는데 어째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토끼, 들개, 여우는 좋은 아이템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잡템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늑대 역시 좋은 아이템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토끼, 들개, 여우와 달리 잡템이 많이 나온다.
즉, 판매할 게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그 가치가 턱없이 낮긴 하지만.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했다. 그리고 캐릭터 창을 열며 주변을 살폈다.
‘유저 하나 안 보이냐.’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유저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늑대가 사냥하기 귀찮은 몬스터라 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보았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
경험치 : 15%
생명력 : 3040
마나 : 36620
포만감 : 72%
힘 : 14
민첩 : 15
체력 : 58
지혜 : 1831
늑대를 잡기 전 수혁의 경험치는 12%.
‘2마리를 잡았는데 15%?’
2마리를 잡은 지금 15%가 되어 있었다.
‘마리당 1.5%인 거네?’
0.5% 차이지만 배율로 친다면 1.5배였다.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여우보다 개체가 더 많은 늑대가 아니던가?
바로 그때였다.
-아우!
수혁의 귓가에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뒤였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고 뒤로 돌아섰다.
-아우!!
늑대 한 마리가 수혁을 응시하고 있었다. 응시하며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내뱉는 늑대. 그런 늑대를 보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유저들이 늑대를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저 울음소리였다. 근처에 있는 다른 늑대들을 불러 모으는 울음소리.
‘몇 마리나 오려나.’
과연 저 울음소리에 늑대가 몇 마리나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