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68
368
제 368화
366.
무랑은 파사의 말에 생각했다.
‘어떻게?’
파사는 몽츄와 달리 장난을 칠 성격이 아니었다.
생명이 느껴졌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 진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귀계에 생명을 가진 존재가 나타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무랑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확인을 해봐야겠어.’
솔라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다가는 소멸될 것이다.
정보를 주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줘야 한다.
거기다 아직 솔라리에게 약속받은 하루가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결정을 내린 무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리 붙여 놨다고 했지?”
그리고 파사에게 물었다.
“그렇수. 직접 확인해보실 생각이요?”
파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도대체 어떤 녀석들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알겠수, 그럼 먼저 가 있겠수!”
파사는 바로 포탈을 통해 자신의 동굴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랑 역시 파사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검은 호수에 도착했다고 하우.”
다른 도깨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파사가 말했다.
“그래?”
“바로 열겠수.”
파사는 무랑의 말에 답하며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호수와 연결된 포탈이 생성됐다.
포탈이 생성되자마자 무랑은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검은 호수에 도착한 무랑은 주변을 확인했다.
저 멀리 용이 하나 보였다.
‘생명!’
그리고 오랜만에 생명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이승의 존재가.’
무랑의 머릿속에 의문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설마 문이 열렸나?’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형님!”
파사가 방망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외침에 정신을 차린 무랑은 고개를 들었고 전방에서 날아오는 바람과 파사가 만든 방어막을 볼 수 있었다.
쩌적!
바람이 방어막에 작렬했다.
그리고 동시에 금이 쩌저적 나타났다.
‘……!’
파사가 만든 방어막이었다.
방어막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다른 용들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파사의 방어막에 금이라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대로 맞았다면…….’
만약 파사가 방어막을 만들지 않았다면?
무랑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보통이 아니다.’
생명을 가지고 귀계에 있는 것부터가 보통이 아니었지만 파괴력을 직접 겪어보니 보통 용이 아닌 것 같았다.
“빠지자.”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확인을 위해 온 것이었다.
무랑은 파사에게 말하며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포탈이 나타났고 무랑은 재빨리 포탈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이어 파사가 들어왔다.
파사가 들어 온 순간.
스아악…….
포탈이 사라졌다.
닫지도 않았는데 사라졌다는 것은 포탈에 큰 힘이 작용했음을 의미했고 그 큰 힘은 파사의 보호막을 파괴할 뻔했던 바람이 분명했다.
방어막에 금을 만들고 포탈을 파괴할 정도의 바람.
‘이 정도라면…….’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야.’
하지만 무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용의 힘은 강력했다.
그러나 강력하다 하더라도 솔라리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솔라리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 * *
[검은 호수에 입장하셨습니다.]-아빠.
풍이 불렀다.
“응?”
-계속 따라오는 애들이 있는데 그냥 둘까요?
“계속 따라와?”
-네, 아까부터 계속 따라오고 있어요.
수혁은 풍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누구지?’
미행을 하고 있는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도대체 누가 미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생겼어?”
수혁은 풍에게 물었다.
그러자 풍이 답했다.
-머리에 뿔이 나 있어요. 근데 제각기 달라요. 어떤 애들은 뿔이 두 개, 어떤 애들은 뿔이 한 개. 아, 그리고 방망이를 하나씩 들고 있어요.
풍의 설명을 듣고 수혁은 누가 미행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도깨비.’
뿔이 난 귀신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방망이까지 들고 있다?
그렇다면 도깨비뿐이다.
‘근데 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깨비는 호전적인 종족이었다.
만약 싸움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미행이 아니라 이미 공격을 해왔을 것이었다.
‘이야기를 해 볼까?’
미행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모든 도깨비들의 왕 무랑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불 도깨비 왕 파사가 나타났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났다.
‘왕?’
수혁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수혁은 두 도깨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큰 거야?’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곳임에도 확실히 보였다.
체구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행한 이유가 보스를 불러오려고 했던 건가?’
아직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었지만 호전적인 도깨비들이 미행만 한 것은 자신들의 보스를 부르기 위해서가 확실했다.
-죽여도 돼요?
풍이 물었다.
‘도깨비들의 왕이면…….’
수혁은 풍의 물음에 생각했다.
‘초귀겠지?’
도깨비는 중귀부터 초귀까지 성장하는 존재들이었다.
모든 도깨비들의 왕인 무랑은 물론 불의 도깨비 왕 파사 역시 초귀일 것이었다.
그리고 초귀라면 잡아야 한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풍에게 말했다.
“어.”
수혁의 답에 풍은 비행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바로 바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역시 바람의 길이 가장 강력한 스킬인가 보네.’
레벨이 올라 새로운 스킬들이 생겨났는데도 바람의 길을 사용하는 풍이었다.
얼마 뒤 바람을 다 모은 풍이 바람을 뿜어냈다.
‘근데 초귀도 한 방이 나려나?’
상귀였던 천귀왕 포르셉은 한 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바람의 길을 마주할 무랑과 파사는 초귀였다.
더구나 하늘을 나는 대신 방어력이 약한 천귀들과 달리 도깨비들은 방어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포르셉을 잡을 때보다 성장을 한 풍이었지만 한 방에 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혁의 예상은 정확했다.
방어막이 나타났고 바람의 길은 방어막에 금을 쩍쩍 만들어 내고 사라졌다.
‘막을 파괴 못 할 정도야?’
수혁은 조금 놀랐다.
죽이지는 못해도 피해를 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
풍 역시 당황했는지 의아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무랑과 파사가 포탈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
갑작스레 사라진 무랑과 파사에 수혁은 멍하니 포탈을 보았다.
‘……도망?’
설마 도망을 간 것일까?
스악! 스악! 스악!
포탈이 있던 자리에 폭풍이 나타났다.
풍이 만들어 낸 폭풍이었다.
폭풍은 포탈을 급습했고 이내 포탈이 사라졌다.
-죄송해요. 아빠.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풍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시무룩함이 가득 느껴졌다.
“아니야, 다음에 잡으면 되지.”
수혁은 풍의 말에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뒤에 있는 도깨비들은 어떻게 할까요?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기운을 차렸는지 풍이 활기찬 목소리로 물었다.
수혁은 풍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냅두는 게 좋으려나?’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도깨비들은 계속해서 미행을 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위치가 전달될 것이고 조만간 다시 왕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
생각을 마친 수혁은 풍에게 답했다.
“냅두고 가자!”
-네, 아빠!
풍은 수혁의 말에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 * *
“브리니스? 요즘 무슨 일 있어?”
어둠의 마탑장 케피르가 물었다.
“아니요.”
브리니스는 케피르의 물음에 어색한 웃음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색한 웃음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케피르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브리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무슨 일 있구나? 나한테 말해 줄 수 없는 이야기야?”
“…….”
브리니스는 말없이 바닥을 바라보았다.
케피르는 브리니스를 보며 생각했다.
‘무슨 일일까…….’
활발의 대명사인 브리니스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큰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일단 자리를 피해줘야겠다.’
케피르는 축 처진 브리니스의 분위기를 보며 이만 자리를 피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놀러 올게.”
“네…… 다음에 봬요!”
바닥을 보고 있던 브리니스는 케피르의 말에 다시 한 번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케피르는 브리니스의 인사를 받으며 방에서 나갔다.
“하아…….”
브리니스는 케피르가 나가자마자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일까?’
얼마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마탑장님.”
노크와 함께 코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단 님이 오셨습니다.”
“…….”
코단이 왔다는 말에 순간 브리니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이어 굳은 표정을 푼 브리니스가 말했다.
“모셔.”
브리니스의 말에 문이 열리며 코단이 들어왔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브리니스가 물었다.
“무슨 일이죠?”
“에리미, 이야기 들었다. 상심이 크겠구나.”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요.”
브리니스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아아, 미안, 미안.”
코단은 차갑디차가운 브리니스의 목소리에 흠칫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요?”
“……아직 못 들은 거야?”
“…….”
브리니스는 코단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단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수혁과 클레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코단은 브리니스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알고 있었군.’
하기야 클레인의 죽음을 전했는데 죽인 자가 수혁이라는 것을 전하지 않았을 리 없다.
‘벌써 푹 빠진 건가?’
코단은 브리니스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인 자다.
아무리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아버지를 죽인 자인데 착잡해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
이내 브리니스가 입을 열었다.
“확실한 게 아니니까요.”
수혁이 죽였다.
“아소멜은 수혁이 아버…… 아니, 클레인을 죽였다고 했지만 아닐 수 있잖아요.”
하지만 수혁이 죽였다는 것은 추측일 뿐 확실한 게 아니었다.
“보면 알 수 있겠죠.”
만약 수혁이 클레인을 죽였다면?
보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브리니스는 말끝을 흐렸다.
말끝을 흐리는 브리니스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검은 호수?”
솔라리가 반문했다.
“어, 검은 호수!”
“검은 호수가 어디지?”
“그때 네가 수룡을 죽였던 곳!”
“아아, 그곳.”
기억이 난 솔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랑은 솔라리를 보며 고민했다.
‘말해야 하나?’
이번에 찾은 용은 여태 찾았던 용들과 다르다.
생명이 있었다.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할까 고민이 됐다.
‘그래, 눈이 없는 애도 아니고 보는 순간 알겠지.’
무랑은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난 안 따라가도 되지?”
“…….”
솔라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따라오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던 무랑은 속으로 안도하며 방망이를 휘둘렀다.
포탈이 생겼고 솔라리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검은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