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70
370
제 370화
368.
수혁의 표정이 굳어진 이유.
스아악…….
헬 파이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대상이 없어질 때까지 끝없이 타오르는 헬 파이어.
하지만 대상인 솔라리는 죽지 않았다.
즉, 헬 파이어는 솔라리에 의해 없어진 게 분명했다.
‘하기야…….’
상급 발록들에게도 사라졌던 헬 파이어다.
그때보다 파괴력이 훨씬 늘어나긴 했지만 솔라리 역시 상급 발록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
“플레임.”
수혁은 헬 파이어와 비슷한 하위 마법 ‘플레임’을 시전했다.
스악! 스아악…….
플레임이 나타났지만 등장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네 녀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솔라리가 외쳤다.
더 이상 솔라리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지 않았다.
분노와 고통이 가득 묻어 있었다.
솔라리가 검을 휘둘렀다.
지지지직!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보호막과 맞닿은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과 보호막에 금이 가는 것을.
‘공격력이 장난 아니네.’
수혁은 뒤쪽으로 블링크를 시전했다.
지지지직!
그러나 도착함과 동시에 솔라리의 검이 움직였고 다시 공간이 일그러지며 보호막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쿨이 없는 건가?
벌써 연속으로 세 번째였다.
쿨타임이 짧은 것인지 아니면 쿨타임이 없는 대신 최대 사용 횟수가 있는 것인지 확인을 위해 수혁은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움직일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졌다.
[공간이 왜곡되었습니다.] [이동 속도가 10% 감소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모든 공격력이 10% 감소합니다.] [전체 생명력이 10% 감소합니다.]그리고 이내 보호막이 파괴되며 각종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디버프가 무슨.’
이동 속도부터 방어력, 공격력, 생명력까지 모든 것이 다 감소했다.
수혁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보호막이 분쇄됐다.
단순히 디버프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
그리고 생명력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어느새 생명력이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다.
“힐!”
수혁은 재빨리 힐을 시전해 떨어진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쭉쭉 떨어지던 생명력이 단숨에 가득 차올랐다.
“슬로우 힐, 패스트 힐.”
수혁은 이어 치유 속성 마법들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을 잡을 때에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치유 마법들을 사용하게 되다니?
‘너무 쉽게 생각했나.’
귀계는 마계나 천계와 달리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단 하나뿐이었다.
하나뿐인 귀계의 다섯 정점 중 하나를 너무 쉽게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로우 힐, 패스트 힐 등 여러 치유 마법 덕분에 생명력은 떨어짐과 동시에 차올랐고 생명력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을 한 수혁은 다시 솔라리를 보았다.
어째서인지 솔라리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환상 결계, 설원.”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수혁은 우선 솔라리의 이동 속도를 감소시켰다.
“독의 사슬.”
그리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 * *
‘인간의 육체로 왜곡을 버텨?’
솔라리는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공간 왜곡은 매우 위험한 기술이었다.
인간의 육체로는 절대로 버티지 못할 기술이 바로 공간 왜곡이었다.
그런데 인간 사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공간 왜곡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마법사로 보이는데…….’
인간이라도 구룡천마 같은 육체 계열의 강자라면 이해가 됐을 것이다.
구룡천마의 육체라면 공간 왜곡에도 크게 피해를 입지 않을 테니.
하지만 사내는 마법사였다.
마법사의 육체는 결코 강하지 않다.
‘아니지, 이승의 문을 넘어올 정도라면…….’
솔라리는 먼 옛날 공간을 왜곡해 다른 차원과 연결된 포탈을 만들었었다.
하지만 포탈에 진입한 순간 버틸 수 없는 압력이 느껴졌고 결국 탈출을 포기했다.
마법사라 하더라도 차원을 넘어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육체가 단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마법의 힘이든 아니든.
바로 그때였다.
사내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차디찬 눈발이 휘날리는 설원이었다.
이어 사내의 머리 위에서 보랏빛 사슬이 나타나 날아왔다.
앞서 사내가 사용한 마법들을 생각하면 결코 얕봐서는 안 될 것이다.
솔라리는 검을 휘둘러 다시 한 번 공간을 왜곡했다.
그리고 사슬이 왜곡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앞으로 다섯 번.’
공간 왜곡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왜곡을 하는 데 들어가는 힘은 솔라리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으로 왜곡할 수 있는 횟수는 다섯 번.
무리를 한다고 해도 일곱 번이 한계였다.
‘이제부터 아껴야겠어.’
상황을 보아 공간 왜곡은 사내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
반대로 사내의 공격을 막기에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왜곡을 공격하는데 쓸 필요가 없다.
휙! 후웅!
솔라리는 검에 기운을 실어 휘둘렀다.
그리고 검에 실은 기운이 궤적을 따라 사내에게 날아갔다.
그 순간 사내의 머리 위에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솔라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또.’
이내 빛의 구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솔라리는 바로 앞 공간을 왜곡시켰다.
이미 한 번 당해 빛의 위력을 알고 있는 솔라리였다.
검막으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니, 검막뿐만이 아니라 솔라리가 사용 가능한 기술 중 왜곡을 제외하고는 빛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스아악!
빛이 왜곡된 공간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라리는 고민했다.
사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 *
‘미치겠네.’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거 진짜 횟수 제한 없나?’
검기를 날리기에 이제 왜곡을 사용 못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파멸의 빛을 시전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솔라리는 공간을 왜곡시켜 파멸의 빛을 상쇄했다.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거야?’
공간이 왜곡되어 있는 동안은 솔라리를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좌표 마법들이 있긴 했지만 가장 강한 좌표 마법인 헬 파이어도 잘 먹히지 않았다.
‘그냥 무한히 난사하다 보면 맞으려나?’
수혁이 개방한 속성은 7개였다.
퀘스트도 거의 완료하여 수많은 마법을 습득한 상태였다.
여태까지는 사용할 일이 없어 사용하지 않은 것일 뿐.
마나가 모자란 것도 아니고 시전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한히 마법들을 난사하다 보면 결국 솔라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수혁은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윈드 스톰, 파이어 스톰, 포이즌 스톰.”
수혁은 우선 솔라리가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주변 공간을 장악했다.
“독룡 소환.”
[독룡 소환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그리고 독룡을 소환했다.
왜곡을 통해 끊임없이 마법을 흡수하는 솔라리.
그러나 독룡 역시 끊임없이 독을 뿜어낸다.
공간이 왜곡되어 있는 시간보다 독룡이 소환되어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즉, 힘을 뺄 수 있을 것이다.
스아악!
마법진에서 독룡이 튀어나와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솔라리가 슬레이어 상태에 돌입합니다.] [솔라리가 본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솔라리의 모든 방어력이 100% 증가합니다.] [솔라리의 모든 공격력이 100% 증가합니다.] [솔라리의 이동 속도가 100% 증가합니다.]메시지가 나타났다.
“……!”
수혁은 메시지를 본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10%, 20%가 증가했어도 놀랐을 텐데 100%나 증가했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수혁은 솔라리를 보았다.
“……?”
그리고 솔라리를 본 수혁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솔라리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솔라리의 두 눈이 뒤집혀 있었다.
‘내 쪽이 아닌 것 같은데?’
거기다 방향이 이상했다.
솔라리가 다가오는 방향은 수혁이 아닌 수혁의 머리 위.
‘독룡?’
독룡 쪽이었다.
수혁은 생각했다.
‘설마 용이 나타나면 슬레이어 버프를 받는 건가?’
독룡이 나타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고 솔라리는 독룡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용이 근처에 있을 경우 얻는 특수 버프인 것 같았다.
‘이거 더 약해진 것 같은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슬레이어 버프로 인해 방어력, 공격력, 이동 속도가 100% 상승했다.
그럼에도 수혁이 약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솔라리가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이성이 있었을 때에는 왜곡을 통해 수혁의 마법을 전부 막아냈다.
하지만 본성에 따라 움직이는 지금은 마법을 막지 않았다.
온몸으로 수혁의 마법을 맞아가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맞지 않아서 잡지 못했던 것이다.
방어력이 100% 상승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슬레이어 솔라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
‘역시.’
메시지를 본 수혁은 솔라리를 보았다.
열심히 독룡에게 다가가던 솔라리가 허공에 누워 있었다.
스아악!
이내 솔라리가 있던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솔라리의 시체를 흡수했다.
시체가 왜곡된 공간으로 빨려들어 가고 드랍 창이 나타났다.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 * *
“…….”
온새미로는 멍하니 앞을 보았다.
저 멀리 인간과 솔라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당연히 솔라리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다.
그런데 전투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간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것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의한 우세.
이내 솔라리가 공격을 시작했고 기세는 솔라리에게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이 공격을 시작했고 솔라리는 막는 데 급급했다.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인간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온새미로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인간이 솔라리를 이기면…….”
원래 온새미로의 목적은 솔라리가 용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니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을 보아하니 인간이 솔라리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부탁을 들어줄까?”
바로 그때였다.
“어?”
인간의 머리 위로 용이 나타났다.
“이, 이러면!”
온새미로는 당황했다.
솔라리는 용을 본 순간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엄청나게 강해진다.
공격, 방어, 속도 모든 방면에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온새미로는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인간은 죽을 것이다.
거기다 용이 나타났다.
솔라리는 오니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온새미로는 당황했다.
“소, 솔라리가 죽었어?”
독룡에게 달려가던 솔라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뿐만이 아니다.
솔라리에게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온새미로는 멍하니 인간과 솔라리를 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온새미로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인간이라면……!”
인간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
솔라리처럼 소멸당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소멸하고 말 것이었다.
결심을 한 온새미로는 다시 인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