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94
394
제 394화
392.
서류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소멜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어졌다.
마지막 서류까지 다 읽은 아소멜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수혁만 빼면 다 좋은데…….”
코레몬드의 암살도 성공적이었고 라만 왕국의 지부 정리도 완벽히 흘러가고 있었으며 드래고니아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도 전부 준비가 되었고 크라누스에서 행하는 일들도 차곡차곡 잘 진행되고 있는 등 완벽했다.
현재 암당이 벌이고 있거나 관련이 있는 일들 중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 것은 수혁에 대한 일뿐이었다.
아소멜은 따로 빼두었던 수혁의 서류를 보며 생각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수혁을 처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홀로 수십의 리치들을 상대했고 하프 블러드의 본부도 단신으로 박살을 냈으며 하위 서열이긴 했지만 흑월대원들 역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극독도 소용이 없었다.
‘설마 마스터와 같은……?’
문득 든 생각에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아니, 0에 가까운 게 아니라 0이다.
만약 수혁이 토피앙 크라스와 같았다면 토피앙 크라스가 느끼지 못했을 리 없다.
“라만 왕국 계속 주시할까요?”
기로스가 물었다.
“아니.”
수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주시를 하다 꼬리를 잡힐 수 있어.”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굳이 주시를 하다가 꼬리를 잡힐 수 있다.
이럴 때는 완벽히 손을 떼는 것이 나았다.
거기다 이미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라만 왕국으로 향했다.
굳이 직접 주시를 하지 않아도 정보는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기로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구를 하나 가지고 와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를 주입하고 얼마 뒤.
-그래, 어떻게 됐지?
코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소멜은 코단의 물음에 바로 답했다.
“잘 끝났습니다.”
-다행이야, 이번에도 일이 틀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
코단의 말에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 좀팽이 녀석.’
몇 년이고 우려먹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몇 년이면 다행이다.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이 일을 들먹일 게 확실했다.
-마탑에서는?
“아직 연락이 안 왔습니다.”
-아직도?
“예, 마탑장 회의 아닙니까?”
아소멜은 말을 마친 뒤 코단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코웃음을 쳤다.
마탑장 회의는 마탑장들만 참여를 할 수 있다.
즉, 회의 내용을 알려면 브리니스의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크흠.
아소멜의 말뜻을 이해한 것일까, 수정구에서 헛기침이 들려왔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헛기침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옆쪽에서 빛이 보였고 아소멜은 고개를 돌렸다.
브리니스와 연결된 수정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왔네요.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소멜은 코단과의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바로 수정구를 가지고 와 마나를 주입했다.
“끝났나?”
-예, 상황은 예상했던 대로예요.
“로스탱은 누가 맡기로 했지?”
-독의 마탑이요.
“……독의 마탑?”
-네.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로스탱을 맡는 마탑이 어떤 마탑이냐에 따라 계획이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중 독의 마탑은 최악이었다.
당연하게도 수혁 때문이었다.
여태껏 수많은 계획들이 수혁에 의해 철저히 망가졌다.
덕분에 완벽하다고 불리던 암당의 이름값이 대폭 추락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브리니스가 물었다.
“뭘?”
-로스탱과 독의 마탑이요.
“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숨자고 하면 또 난리를 칠 텐데.’
굳이 지하 감옥 습격에 로스탱의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흑월대의 힘을 빌려도 됐다.
오히려 흑월대의 힘을 빌렸더라면 더욱 깔끔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로스탱의 힘을 빌린 것은 마탑의 몰락이 목표인 로스탱의 수장 하비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로스탱은 독의 마탑과 붙을 상황이 아니다.
수혁이란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즉, 독의 마탑의 시야에서 숨어야 하는데 숨자고 말하면 하비는 난리를 칠 것이다.
어째서 숨어야 하냐고.
자신은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현재 지하 감옥 습격으로 인해 대폭 자신감이 상승한 하비라면 분명 이리 말할 것이다.
-둘을 붙이실 생각은 아니죠?
생각에 잠겨 있던 아소멜은 브리니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 아!’
그리고 이내 브리니스가 말한 ‘둘’이 누구인지 떠올린 아소멜은 입을 열었다.
“수혁과 하비?”
-네.
브리니스의 답에 아소멜은 생각했다.
‘그래, 하비라면…….’
마나를 부정하는 하비는 마법사들의 천적이었다.
고위 마법사일수록 몸에 담은 마나가 많기에 마나를 부정하는 데 소모되는 육체의 힘 역시 커지지만 크라스의 도움으로 육체가 매우 강력해진 하비였다.
예전이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육체가 강해진 지금은 마탑장들의 마나도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하비는 강해졌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를 부정하는 데 필요한 육체의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마나를 제한하는 아티팩트를 사용한다면 단숨에 죽일 수 없다는 것.
두 가지 약점이 존재했다.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수혁을 죽이는 데 하비의 힘을 빌릴까 했지만 수혁의 위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마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질 않아 포기했다.
도박을 하기에는 하비의 목숨값이 너무나 높았기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혁의 목숨값 역시 전과 달리 엄청나게 높아졌다.
충분히 도박을 해 볼 만했다.
‘만약 수혁이 마나에 제한을 둔다면…….’
마탑에서는 하비의 존재를 알고 있다.
수혁에게 마나를 제한하는 아티팩트를 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하비의 힘으로 수혁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흑월대를 다시 한번……?’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비는 얼마 없는 수혁의 마나를 전부 부정할 것이고 그때 흑월대를 투입한다면?
완벽했다.
-설마 둘을 붙일 생각이에요?
말이 없는 아소멜에 브리니스가 재차 물었다.
“생각 중이야. 근데 왜? 설마…….”
아소멜은 말끝을 흐렸다. 브리니스는 수혁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클레인이 죽기 전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는 거야?”
아소멜은 브리니스에게 물었다.
여전히 수혁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답을 들어야 했다.
만약 브리니스가 여전히 수혁을 마음에 담고 있다면?
큰 변수가 된다.
계획이 아주 크게 틀어질 수 있다.
-…….
브리니스는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바로 ‘아니’라는 답이 나오길 바랐던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모르겠어요.
이내 브리니스가 답했다.
‘허.’
아소멜은 브리니스의 답에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미쳤어.’
차마 생각을 내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아버지를 죽인 자였다.
아소멜은 브리니스가 이해되지 않았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일단 아소멜은 말끝을 흐렸다.
수혁과 하비를 붙일 계획을 실행시킨다 해도 브리니스에게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기에.
“일단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연락 줘.”
아소멜은 브리니스와의 대화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그 말 믿고 있을게요.
“……그래.”
이내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독의 마탑에서 로스탱을…….’
그리고 아소멜은 다시 생각했다.
‘하비와 수혁…….’
* * *
“……예? 그러면 저희만 로스탱을 맡는 겁니까?”
케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고 위험한 로스탱을 독의 마탑 혼자서 맡았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다 겁쟁이들이니까.”
파비앙은 별일 아니라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바로 지부를 치실 생각이십니까?”
케일이 물었다.
이미 독의 마탑에서는 로스탱의 지부 하나를 발견했다.
“아니.”
파비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치기에는 너무 아깝지.”
로스탱은 철저한 점조직이었다.
지금 알아낸 지부가 몸통 지부도 아니고 공격해봤자 나오는 게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지부를 친다면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 수 있다.
“그리 급하게 생각할 것 없어.”
파비앙은 말했다.
“천천히 한다고 해도 압박받는 일은 없을 테니까.”
현재 독의 마탑의 위상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많은 일들을 주도해서 진행했고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압박을 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로스탱을 상대하길 꺼려하던 마탑장들이다.
오히려 압박을 할 수 있는 것은 파비앙이었다.
“아아, 맞다.”
파비앙은 탄성을 내뱉었다.
케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파비앙이 이어 말했다.
“수혁이는 이번 일에서 제외야.”
천천히 일을 진행할 정도로 이번 일은 위험했다.
특히나 로스탱의 수장 하비의 위험성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내 뒤를 이을 아이야. 내가 잘못되면 잘못됐지 수혁이가 다쳐서는 안 돼.”
드래곤도 잡을 정도로 강한 수혁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하비의 능력은 고위 마법사일수록 피해를 많이 받기 때문이었다.
수혁이라면 독의 마탑을 지금보다 더욱더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수혁이 다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연락하지 마.”
“……알겠습니다.”
* * *
“흐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이거 참.”
마탑 지하 감옥이 습격을 당한 지 벌써 7일이 지났다.
그러나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독의 마탑에서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로스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마탑들은 라만 왕국과 연계하여 암당 아니, 암당이 만들어 낸 가짜 조직 ‘배그’의 지부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수혁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그냥 쭉 마계 도서관에 있을 생각인 건가?”
수혁은 습격을 당한 날 마탑에 갔었다.
퀘스트를 받아 수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수혁은 12마계로 넘어갔고 이후 단 한 번도 중간계에 가지 않았다.
그저 12마계 도서관들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지금 지혜가…….”
장경우는 수혁의 캐릭터 정보를 확인했다.
“……이야.”
정보를 확인한 장경우는 감탄을 내뱉었다.
수혁의 지혜를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책을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 읽을 수 있는 거지?”
장경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책만 읽는 것이.
수혁의 캐릭터 정보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냥왕과 연중의 정보가 나타났다.
“아직 5개뿐인가.”
연중과 사냥왕은 현재 12마계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현재 파괴된 루브스는 5개.
앞으로 15개를 더 파괴해야 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금방금방 시간의 돌을 찾아 퀘스트를 진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루브스타 때문인가.”
루브스를 지키는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 때문이 분명했다.
“하기야 좀 단단하게 만들긴 했지.”
루브스타는 공격력이 높진 않지만 방어력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생명력 역시 높았다.
“이 속도면 한 달 걸리려나?”
장경우는 계산을 해보았다.
“아니지, 더 걸릴 수도 있겠어.”
최소 한 달이었다.
“수혁이 돕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