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00
400
제 400화
398.
파비앙은 우괴를 주시하며 생각했다.
‘강하다.’
느껴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로는…….’
거기다 현재 파비앙은 하비를 상대하기 위해 마나를 봉인해 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상태라 해도 승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대인데 반지를 착용한 지금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다.
바로 그때 우괴가 팔을 들었다.
스아악!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망치가 튀어나왔다.
“자자, 갑니다!”
망치를 잡은 우괴는 활짝 웃으며 외쳤다.
스악!
그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비앙은 우괴가 사라지자마자 회복된 마나를 모두 보호막에 주입했다.
주입함과 동시에 뒤쪽에서 우괴가 나타나 망치를 휘둘렀다.
쿵!
“큭!”
보호막이 크게 흔들렸고 몸 내부를 강타하는 압박에 파비앙은 신음을 내뱉었다.
파비앙은 우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일단 주변에 독을 뿌렸다.
“아아, 이런 건 나한테 안 통해요.”
그러나 우괴는 독이 뿌려졌음에도 피하지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쿵! 쿵!
망치질이 이어졌고.
쩡!
곧 보호막에 금이 나타났다.
파비앙은 이를 악문 채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보호막이 깨질 것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 마나로는 뭘 할 수가 없는데.’
그러나 이용 가능한 마나가 너무나 적었다.
‘반지를 뺄 수도 없고.’
반지를 빼면 마나 수급이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하비 때문에 반지를 뺄 수가 없었다.
“독 그림자.”
보호막이 깨지기 직전.
파비앙은 모아둔 마나를 전부 사용해 얼마 전 만들어낸 마법 ‘독 그림자’를 시전했다.
스악
그러자 파비앙의 몸에서 수많은 독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파비앙은 독에 몸을 숨겼다.
“아…….”
마나가 담겨 한층 더 강력해졌기 때문일까?
방금 전 파비앙이 뿌린 독을 신경 쓰지 않았던 우괴가 탄성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귀찮게 하네.”
그리고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나도 가고 싶은데.”
그리고 이어 망토를 휘둘렀다.
그러자 일정 공간에 퍼져 있던 독이 그대로 사라졌다.
‘공간을?’
파비앙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독의 사슬과 주변에 퍼트렸던 독을 없앤 것인지 알게 됐다.
우괴는 공간을 다루고 있었다.
‘이런 자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로스탱에 대해 수없이 조사를 했다.
그러나 우괴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중요한 것은 우괴의 망토가 휘둘러질 때마다 사라지는 독들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몸을 숨겨주고 있는 독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스윽
파비앙은 반지를 잡았다.
그리고 하비를 보았다.
파비앙이 독 그림자를 사용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 그리고 하비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위해서였다.
하비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지금이면.’
반지를 뺀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파비앙은 반지를 뺐다.
그리고 그 순간 반지에 봉인되어 있던 마나들이 풀려났다.
파비앙은 우선 보호막에 마나를 주입했다.
금이 가 있기도 했고 하비가 마나를 부정하기 전 최대한 마나를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주입하자 보호막의 금이 사라졌다.
보호막을 다시 단단하게 만든 파비앙은 우괴를 보며 생각했다.
‘하비, 먼저 처리한다.’
우괴는 현재 독을 없애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금이라면 하비를 쉽게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나를 느끼는 순간 우괴가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포이즌 볼.”
생각을 마친 파비앙은 하비에게 포이즌 볼을 시전했다.
스악!
속도에 신경을 썼고 거리도 가까워 포이즌 볼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하비에게 작렬했다.
스아악!
그러나 그 순간 하비의 몸에 흑색 막이 나타났다.
파비앙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막?’
하비는 마나의 저주를 받은 몸으로 그 어떤 아티팩트도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웬 보호막이란 말인가?
‘아니, 보호막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
하비가 마나를 부정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순한 보호막이 아닌 것 같았다.
“아아, 귀찮게 발악을 하네.”
짜증이 가득한 우괴의 목소리에 파비앙은 다시 우괴를 보았다.
“또 만들기 힘든데.”
그리고 파비앙은 망토를 크게 휘두르는 우괴를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망토가 찢어지며 파비앙의 몸을 숨겨주고 있던 독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괴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기운 역시 거대해졌다.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압도적인 기운에 파비앙은 침을 꼴깍 삼키며 우괴를 향해 각종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스톰, 포이즌 클라우드.”
그리고 중간중간 흑색 막에 보호를 받고 있는 하비에게도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흑색 막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우괴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독 마법으로는 안 되는 걸까?’
우괴도 그렇고 흑색 막도 그렇고 독에 특화된 느낌이었다.
“윈드 커터, 윈드 스피어, 파이어 월, 파이어 스피어.”
독의 마탑장이라고 해서 독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비앙은 바람 마법과 불 마법 역시 꽤나 다뤘다.
‘……아니군.’
하지만 바람 마법과 불 마법에도 흑색 막은 변화가 없었다.
우괴의 몸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고 흑색 막은 실금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이내 우괴의 몸이 성장을 멈췄다.
처음과 비교해 족히 3배는 거대해져 있었다.
“하아.”
그리고 우괴는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역시 이 상태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좋단 말이야.”
혼잣말을 마친 우괴가 히죽 웃었다.
그리고 파비앙에게 말했다.
“아아, 이제 끝내죠.”
스악!
말을 마친 우괴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우괴가 다시 나타난 곳은 파비앙 앞이었다.
휙! 쾅! 쩡!
우괴가 망치를 휘둘렀고 보호막에 작렬했다.
전과 달리 단 한 번의 망치질에 무수히 많은 실금이 나타났다.
몸이 커진 만큼 파괴력 역시 늘어난 게 분명했다.
“블링크, 포이즌 스타.”
파비앙은 블링크를 시전해 뒤로 이동하며 반격했다.
독으로 만들어진 구체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우괴를 향해 독 덩어리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독 덩어리가 우괴의 몸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악
독 덩어리에 맞기에는 우괴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다.
블링크로 멀어진 거리를 우괴는 단숨에 좁혔고 다시 망치를 휘둘렀다.
쩌저적!
이내 보호막이 파괴됐다.
고작 단 두 번의 망치질에.
털썩
보호막에 마나를 주입하던 중 파괴가 되는 바람에 마나가 역류했고 파비앙은 몸의 통제권을 잃고 쓰러졌다.
파비앙은 역류하는 마나를 가라앉히기 위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로 앞에 서 있는 우괴를 보았다.
‘어이가 없군.’
화려한 죽음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파비앙은 허탈했다.
‘수혁이가 잘해주겠지.’
혹시나 잘못될까 봐 데려오지 않았다.
아주 올바른 선택이었다.
만약 수혁을 데려왔다면?
지금의 자신처럼 허무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수혁이를 능가할 녀석은 없으니.’
독의 대회에 다른 마탑장들이 참가한다고 해도 걱정 없다.
이미 수혁은 독 마법에 관해서 파비앙을 뛰어넘었다.
독의 마탑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마탑의 마탑장들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해도 수혁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독의 마탑장 자리는 수혁의 것이 될 것이고 수혁은 그 어떤 때보다 강한 독의 마탑을 만들어 줄 것이었다.
“잘 가요!”
우괴는 히죽 웃으며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파비앙은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
우괴가 움찔하더니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우괴가 있던 땅에서 보랏빛 창이 솟아올랐다.
스악!
그리고 파비앙의 옆으로 한 사내가 나타났다.
눈을 감고 있던 파비앙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떴고 사내를 보았다.
“라……스칼……님……!”
사내는 바로 라스칼이었다.
얼마 전 라스칼이 찾아왔었다.
일족의 일로 수혁의 힘이 필요해졌다는 부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스탱에 대한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수혁에게 연락을 할 수 없던 파비앙은 라스칼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됐다.’
파비앙은 안심했다.
죽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죽음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우괴였다.
“이 녀석들…….”
하지만 이어진 라스칼의 말에 파비앙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담할 수 없어. 나머지 녀석들도 강해.”
“……!”
라스칼은 일반 드래곤이 아니다.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었다.
라스칼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이 녀석들?’
거기다 라스칼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놈’이 아닌 ‘녀석들’이었다.
하나가 아닌 것이다.
“……드래곤?”
우괴는 라스칼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드래곤이 함께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말끝을 흐린 우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그리고는 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것 참 난감하군.”
끄덕임을 멈춘 우괴가 씨익 웃었다.
솔직히 말해 전혀 난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곳에는 우괴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드래곤이라도 압도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바로 그때였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라스칼이 팔을 휘저었다.
“……!”
우괴는 라스칼의 말과 이어 느껴지는 기운에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곧장 라스칼을 향해 망치를 던졌다.
스악!
하지만 망치가 도착하기도 전 라스칼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라스칼이 있던 자리에 망치가 떨어졌고 굉음과 함께 크레이터가 나타났다.
“아아…….”
우괴는 표정을 구긴 채 탄성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스아악
바로 그때 하비를 감싸고 있던 흑색 막이 사라졌다.
“어떻게 됐습니까?”
“아아, 드래곤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도망을 갔어요.”
“……드래곤이요?”
“네.”
하비의 반문에 답을 한 우괴는 라스칼과 파비앙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크아악!”
“으억!”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휙!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우괴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사라진 것은 둘 뿐이었다.
“잠시 놀다 올게요. 다시 들어가 있어요.”
휙!
우괴가 손가락을 휘저었다.
스악!
그러자 하비의 몸에 다시 흑색 막이 생겨났다.
흑색 막을 만든 우괴는 비명이 들려오는 곳으로 움직였다.
* * *
“…….”
케일은 말없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파비앙을 바라보았다.
이번 로스탱 본부 습격 작전은 완벽한 실패였다.
파비앙이 쓰러졌고 작전에 참여한 수많은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 죽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렇다고 로스탱을 와해시킨 것도 아니다.
함께 돌아온 라스칼의 말에 따르면 하비는 죽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파비앙은 의식을 잃었고 수많은 마법사가 죽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수혁 님께 연락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수혁이었다.
바로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에 잠겨 있던 케일은 방에서 나왔다.
노크를 한 이는 파비앙의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 독의 마탑의 비밀 공간을 관리하는 1등급 마법사 포르테스였다.
“무슨 일이지?”
“탑에 수혁 님이 오셨다고 합니다.”
“……수혁 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