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75
475
제 475화
473.
“어떻게 할까요?”
기로스가 물었다.
“후…….”
한숨을 내뱉으며 스트레스를 가라앉힌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했다.
“어떻게 하긴 그냥 지켜봐야지.”
어차피 먹이로 던진 곳들이었다.
수혁이 함께한다고 해서 특별히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정리당하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잘됐어.”
아소멜이 중얼거렸다.
수혁이 함께한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키룬에서의 작업을 더욱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기적으로 보고 올려줘.”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했다.
“예.”
기로스는 아소멜에게 답한 뒤 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기로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수혁에 대한 보고를 하러 갔다 온 그 잠깐 사이에 서류가 한가득 늘어나 있었다.
기로스는 책상에 앉아 새로 온 서류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읽던 기로스는 인상을 구겼다.
‘그사이에 또?’
수혁의 행적, 그리고 수혁에 의해 정리된 곳들의 정보가 쓰여 있었다.
‘역시 엄청나.’
속도를 보니 예상대로 며칠 안에 전부 정리될 것 같았다.
‘태클을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아소멜은 그냥 지켜보라고 했다.
그러나 기로스가 보기에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문제는 태클을 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수혁은 페이드 제국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을 움직이자니 황제가 있어 소용이 없었다.
거기다 귀족들을 움직이면 먹이를 준 의미가 없어진다.
‘지켜볼 수밖에 없나.’
아소멜의 말대로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끼이익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헛, 계셨습니까.”
디보링은 기로스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기로스는 디보링의 손에 들린 서류들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기로스의 느낌은 정확했다.
“제국에서 온 정보입니다.”
디보링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기로스는 바로 서류를 확인했다.
“……후.”
한숨이 나왔다.
아소멜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 * *
“전부 옮겼습니다. 마저 정리할까요?”
“내버려 둬. 나중에 정리한다. 지금 당장 넘어가야 해.”
베르벳은 수하의 질문에 답을 한 뒤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며 베르벳은 수혁을 떠올렸다.
‘너무 빠르셔.’
현재 수혁은 제국 내 암당과 관련된 곳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이드씬에서는 수혁이 정리한 곳의 뒷정리를 돕고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 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따라갈 수가 없을 줄이야.’
바로 수혁의 정리 속도였다.
페이드씬에서 하는 것은 내부 정리뿐이었다.
정보를 옮기고 건물을 정리하는 것.
그러나 수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완벽히 뒷정리를 할 수 없었다.
정보만 옮기고 바로바로 넘어가야 했다.
아니, 정보만 옮기고 넘어가는 데에도 수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정말…….’
베르벳은 미소를 지었다.
따라갈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얼마 뒤 베르벳은 수혁을 만날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베르벳은 고개를 숙이며 수혁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은 베르빅 상단에 갈 생각입니다.”
“정리 후 바로 가겠습니다.”
“옙.”
베르벳의 답을 들은 수혁이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그리고 베르벳은 수하들에게 외쳤다.
“시작해!”
베르벳의 외침에 페이드씬의 조직원들은 건물로 진입했다.
* * *
로일은 제국 내 암당의 지부나 관련된 자들을 전부 정리할 생각이다.
로일을 도와 제국 내 암당의 지부, 관련자들을 전부 처리하라!
[라보다스 지부 : O] [오리겐티파냐 지부 : O] [아르마 상단 : O] [코이브 정보 길드 : O].
.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 다 돌 수 있겠는데?’
처음에는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곳을 돌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정리 속도는 빨랐고 오늘이 끝나기 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속도라면 오늘이 끝나기 훨씬 전에 끝날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러고 보니.’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스크롤을 쭉 내렸다.
그리고 가장 하단에 위치한 퀘스트를 확인했다.
???
퀘스트 보상 : ???
아직 조건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퀘스트가 많아 잊고 있었다.
조건이 완료되지 않아 물음표만 나와 있는 퀘스트 ‘암당’.
‘이건 도대체 조건이 뭐지?’
수혁은 퀘스트 ‘암당’을 보며 생각했다.
조건이 무엇이기에 활성화가 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암당이랑 관련된 건 분명한데.’
퀘스트 명이 ‘암당’인 것을 보면 암당과 관련된 게 분명했다.
지부도 습격했고 암당의 간부도 잡는 등 이미 암당과 수없이 부딪힌 수혁이다.
암당의 수장인 아소멜도 만났다.
그럼에도 퀘스트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퀘스트가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암당’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안으로 진입했다.
[퀘스트 ‘베르빅 상단’이 생성되었습니다.]수혁은 퀘스트 ‘베르빅 상단’을 확인했다.
역시나 처치 퀘스트였다.
“누구십니까?”
바로 그때 상단 소속 NPC가 다가와 물었다.
퀘스트를 보고 있던 수혁은 NPC의 물음에 답했다.
“매직 미사일.”
* * *
“…….”
파비앙은 아무런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렉에게 키룬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파비앙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해의 정이라…….’
어째서 암당이 키룬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해상 왕국 로쿤이 암당에 협력한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됐다.
생물의 크기를 극대화하는 아티팩트 ‘심해의 정’.
암당과 로쿤 왕국, 파르빌 상단이 키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심해의 정 때문임이 분명했다.
물론 심해의 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키룬에는 고대 주술사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아티팩트들이 있다.
심해의 정이 아니더라도 키룬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했다.
‘바로 준비해야겠어.’
파비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암당은 괴물들의 죽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고대 주술사들의 아티팩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방에서 나온 파비앙은 케일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얼마 뒤 케일의 방에 도착한 파비앙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탑장님? 여긴 어쩐 일로…….”
업무를 보고 있던 케일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파비앙을 반겼다.
“조사대를 꾸려야겠어.”
파비앙은 자리에 앉으며 케일에게 말했다.
“조사대요?”
케일이 반문했다.
“그래, 조사대.”
“설마 키룬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환상의 마탑과 함께할 거야. 책임자는 나와 오렉. 둘.”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오렉 님과 같이 가시는 겁니까?”
그리고 케일은 놀란 목소리로 재차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비앙과 오렉은 마탑의 대표 앙숙이었다.
두 앙숙이 힘을 합쳐 조사를 한다?
그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그래, 같이 갈 거야.”
“알겠습니다. 인원은 얼마나 뽑으면 되겠습니까?”
“30, 전부 1등급 이상으로. 키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냥 유적 탐사라고 말하고 뽑아.”
“예, 내일까지 뽑아놓겠습니다.”
“그리고 수혁이한테 연락해줘. 이야기할 게 있다고.”
“알겠습니다.”
* * *
“…….”
로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볼 뿐이었다.
수혁을 보던 로일은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로일의 표정에 흥분이 가득 나타났다.
수혁에게 부탁했다.
제국 내 암당과 관련된 모든 곳을 정리해달라는.
그런데 수혁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모든 곳을 정리해줬다.
물론 제국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제국의 힘은 약하지 않다.
기사단을 동원한다면 수혁이 했던 일을 똑같이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국가와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로일은 생각했다.
역사에 남지는 않겠지만 역사에 남아도 무방할 정도로 수혁과 친분을 맺은 일은 신의 한 수라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로일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수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다른 곳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수혁이 정리한 곳들은 전부 제국 내 자리 잡고 있는 곳들이었다.
일리인 공국, 라만 왕국 등 다른 국가에도 암당과 연관된 곳들이 있었다.
그곳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사신을 보냈습니다.”
수혁의 물음에 로일이 답했다.
제국 내 자리 잡고 있는 곳들은 로일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국에 있는 곳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마음대로 했다가는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
절차를 지켜야 했다.
“그렇군요.”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혁은 인사를 한 뒤 집무실에서 나왔다.
집무실에서 나온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황궁 도서관에나 가볼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없다.
파비앙도 그렇고 로일도 그렇고 전부 기다림이 필요했다.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황궁 도서관이었다.
이내 황궁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크기를 확인했다.
과연 황궁 도서관답게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크기 확인을 마친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미 황제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수혁이었다.
페이드 제국 내에서 수혁이 들어가지 못할 도서관은 단 하나!
황족 도서관뿐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황제의 증표를 꺼내 사서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수많은 책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상당수가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면 되겠는데.’
천마서고의 그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책이 많았다.
수혁은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는지, 유색 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엄청나구나.’
역시나 예상대로 책은 엄청나게 많았다.
꾸준히 새로운 책들이 들어오는 천마서고보다 더 있는 것 같았다.
‘어디부터 읽을까.’
수혁은 어떤 책장부터 정복을 할지 고민했다.
행복한 고민이었고 고민은 빠르게 끝났다.
수혁은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얀빛을 뿜어내는 책들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책을 펼치기 전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가지고 온 책들을 전부 읽고도 책을 더 가져와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