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7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79화
119. 도망친 자들(2)
세 번째 고대 마력 집약체를 얻긴 했지만 당연히 모든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고로 그때 테르미온 공작에게 선물받은 고서라든가, 혹은 황실 비고에서 꺼내 온 고서도 아직 모두 해독하진 못했다.
거기서 알아낸 단편적인 사실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실들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일기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대부분 전문적인 용어를 동반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일기장은 아주 잘 읽힌다.
“왕국 멸망 후 100일…… 우리는 마침내 모두가 이동할 만한 마력을 긁어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도망친 자들이다.
고대 마법 왕국, 아르카나가 멸망한 후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 자들.
하지만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끌어모아 발동시킨 텔레포테이션 마법은 이들을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럼 플랫폼도 없이 그냥 이동했다는 건데.”
역시 고대 마법 왕국답다.
현시대의 텔레포트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출발지점이든, 도착지점이든.
스크롤도 마찬가지.
스크롤이 일종의 출발 플랫폼 역할을 하고, 그 스크롤을 찢어서 도착하는 곳에도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 존재한다.
“텔레포트에는 플랫폼이 필수구나.”
“응. 없어도 이동 자체는 가능한데, 너무 불안정해서 잘못하면 온몸이 분해되는 거지. 분해된 몸들이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내 살벌한 말에 레일라가 헙, 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큰누나 말에 따르면 텔레포트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여 단숨에 뛰어넘는 것이라, 플랫폼 없이 이동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조차 없이 바로 텔레포트를 시전한 것이다.
고대 마법 왕국의 사람들답게.
심지어, 이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도록.
물론…….
“하필이면 와도 여기로 왔구나.”
참 운 없게도, 눈 폭풍이 몰아닥치는 이곳 아탈리아 섬으로 오게 된 것.
바다에 안 빠진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다음은 뭐라고 적혀 있어, 데인?”
“그리고 헤맸대. 하루에 몇 명씩 죽어 나가면서. 그러다 이 동굴을 발견했고, 여기서 머무르게 된 거야.”
사실상의 감옥.
지금도 실력 좋은 선장과 좋은 배 없이는 이곳에 올 엄두도, 빠져나갈 엄두도 안 나는데-
간신히 텔레포트할 마력을 끌어모은 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다시 텔레포트는 못 했나?”
“못했나 봐.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필요할 텐데, 이미 계속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이기도 했고.”
결국 이들은 헤매다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고, 이곳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물자로 버텼는데…….
“그러다 배신자가 나왔군.”
“배신자?”
“이 사람들에겐 사명이 있었나 봐. ‘목걸이’를 언급하는 걸 봐선…….”
그래.
성 아이마르가 가져왔고, 내가 가지게 되었으며, 이제는 고대 마력 집약체가 되어 내 몸속에 자리 잡은 그것.
“이걸 지키는 게 사명이었구나.”
그렇다면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 왜 그 목걸이를 지키고 있었는지, 왕국이 왜 멸망했는지, 이들의 신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은 것 외에는 모두 추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알았다.
이 고대 마력 집약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아르카나가 멸망하며 세계 각지에 퍼지게 되었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명을 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네보단’으로 간 자들은 살아남았을까. 그곳은 풍요롭진 않아도, 이곳만큼은 춥지 않을 것이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네보단’이라는 지역이다.
“네보단?”
어니스트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어디서 들었는데…… 가서 찾아봐야 정확하겠지만, 네보단이라면 드레니크 어딘가의 옛 지명이라 들었어.”
“그래?”
드레니크라.
그리운 곳이지.
비록 전장이긴 해도 난 그곳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죽었으니까.
“그럼 언젠가 가야 할 곳이 하나 더 정해졌네.”
“……진심이야 데인?”
레일라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못 갈 거 있어?”
드레니크.
당연히 못 갈 것도 없다.
정치적 관점을 고려하면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 도련님인 나는 가선 안 되는 곳이긴 하다만-
그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위장을 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방문하든.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데인은 그냥 매번 운이 좋았던 거 아닐까?”
“프리실라 선생님, 저도 약간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세상에 선생님, 드레니크로 가신다뇨…… 전쟁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프리실라와 도리안의 말에도 난 웃기만 했다.
오히려 기대된다.
그래, 융성했던 왕국의 유산인데 이 나라에만 퍼져 있을 리 없지.
안 그래도 잘됐다.
조금은 그립긴 했었거든.
전장이 그리운 건 아니지만, 그냥 전생의 내가 나고 자란 땅의 내음이.
“근데 드레니크에 뭐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거기는 마법공학 대신 기계공학이 주류가 된 곳이라던데.”
그래, 어니스트는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치? 궁금하지?”
“응. 엄청. 기계장치들도 보고 싶고, 거기에 뭐 있는지도 보고 싶어! 이럴 게 아니라, 돌아가는 대로 드레니크어를 배워야겠는데?”
생각해 보니 당연하게도 이곳과 드레니크의 언어는 다르다. 일부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말이 안 통한다.
그런고로 나는 드레니크에 갔을 때 언어적인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셈.
심지어 전장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난 덕에, 드레니크 각 지방에서만 쓰이는 단어나 뉘앙스 같은 것도 잘 안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사람들은 결국 배신자 한 명 때문에 죽었어.”
“우리가 여기 오기 전 발견한 그 유해 말이야?”
“그래, 그 사람.”
일기장에 따르면, 그 사람이 목걸이를 들고 도망쳤으며 도망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부수고 나온 문에 마법을 걸었다고 한다.
“너무 끔찍해…….”
레일라는 입을 막았다.
그럴 만하다.
결국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은 이곳 이 자리에서 탈출도 못 한 채 아사했다는 이야기니까.
웃기게도, 배신한 녀석 역시 죽었다.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동굴도 다 못 빠져 나가고.
“대충 추측해 보자면…… ‘사명’이라 말하는 건 결국 아르카나의 마력을 담은 목걸이를 어떻게 한다는 거 아닐까. 이 고대 마력 집약체를 지키든, 아니면 어디로 가져가든.”
뭐가 됐든 목적은 잘 모른다.
이건 아주 단편적인 내용들만 적힌 일기장이니까.
일기장이라는 건 본래 쓰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자신이 잘 아는 사실을 구태여 적진 않는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출신이 아르카나라는 것, ‘사명’을 띠고 왔다는 것, 고대 마력 집약체 중 하나는 드레니크의 ‘네보단’ 지역에 있다는 것.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때문에 우리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일단 유품을 거두고 유해를 수습하자.”
프리실라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인 말대로 하자. 이대로 두고 가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으니까. 적어도, 신의 품으로는 돌려 보내 줘야지.”
이럴 때 보면 진짜 신성학부 같단 말이지.
* * *
유해를 수습하며 몇 가지 사실들을 더 알 수 있었다.
유해는 총 40여 구.
그중 신분이 꽤 높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입은 옷의 양식과 무늬, 재질로 추측한 사실이다.
슥, 슥.
어니스트는 녀석답게 이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심지어 채색까지 하고 있었다.
“여기도 있네요, 데인 선생님.”
그리고 또 하나는 이들이 모두 특수한 통신 기기를 사용했다는 것.
신기하게도 지금 것보다 훨씬 작다.
손목에 착용하는 형태인 것 같은데, 큰누나가 개발한 ‘컴팩트 수정구’보다 훨씬 작고 가벼웠다.
이때의 마법은 정말 엄청났었구나.
“큰누나 가져다주면 좋아하겠는데.”
너무 오래되어 작동이 어렵지만, 큰누나라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오, 이건 뭐야? 신기하게 생겼는데.”
그리고 이 당시에만 쓰인 각종 도구와 물건들까지.
원래 주인들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어쩌겠나.
좋은 데 감사히 써야지.
아마 당시 생활상과 마법 수준을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알아낸다 하더라도 공개하는 건 다른 문제겠지만.
“발명품이 쏟아지겠는걸?”
“그러게.”
큰누나의 능력이라면 이런 물건들의 원리와 구조를 분석해서 신제품에 적용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지.
여하튼 유품 수습을 마치고, 유해를 한데 모은 우리는 동굴의 땅을 파고 그 안에 유해들을 묻었다.
이후, 다시 땅을 덮은 뒤 그 위에 작은 비석을 세웠다.
내 아르카니움제 검으로 적당한 바위를 다듬고, 어니스트가 글씨를 새겼다.
-아르카나의 탈출자들, 여기 잠들다.
“이걸로 됐다.”
그리고 우리는 동굴의 공간을 나선 뒤, 문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둔 채로 떠났다.
프리실라의 말 때문이었다.
“영혼이 빠져나갈 구석은 있어야지. 이렇게 해 놓고 문으로 막아 놓으면 이 사람들은 평생 여기 있는 거잖아.”
“신성학부에서 그렇게 말해?”
“아니. 그냥 내 생각.”
난 프리실라의 반응에 피식거렸다.
단어 선택이 좀 거칠긴 해도 뭐 어떤가.
성직자다운 따스함을 갖췄는데.
“그래도 언데드로 안 만난 거라 다행이다. 그랬으면 대가리를 그냥 아주…….”
방금 한 말 취소다.
“아.”
이런 가운데 우리는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가다 예의 그 ‘배신자’를 발견하였다.
목걸이를 들고 도망친 자.
물론 이유는 잘 모른다.
어쩌면, ‘배신자’는 일기를 쓴 사람만의 입장일지도 모르고.
뭐, 사실 이런 걸 고려하기보다는…….
프리실라는 그저 이 사람을 하나의 유해로 대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도 묻어주자.”
그렇기에 우리는 프리실라의 의견에 따라 이 유해도 수습해 주었다.
비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돌무덤을 만들어 준 것이다.
“프리실라 선생님의 마음은 너무 따뜻한 것 같습니다.”
도리안의 말에 프리실라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인다.
귀가 살짝 빨개진 게.
추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
“이제 가자.”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
지금 섬에 도착한 지 이틀 차인데, 칼리코 선장이 돌아올 때까지는 아직 하루 정도가 남았다.
바로 신호탄을 쏴도 되겠지만, 그러기엔 은근히 아쉽단 말이지.
“데인, 혹시 어딘가에 유적이 있진 않을까? 아니면 사람이 살고 있거나!”
이 말은 한 녀석은 당연히 어니스트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당연히 지친 기색을 내보였다.
“탐험 중독자에…… 절대 안 지치는 사람…….”
“이게 고행이지 고행이 따로 있겠어…….”
“선생님들…… 왜 사서 고생을…….”
뭐, 말은 다들 저렇게 해도…….
“그래도 뭐, 아주 춥진 않으니까. 나도 궁금하긴 하다. 여기는 진짜 밝혀진 게 별로 없는 땅이잖아.”
“쉬엄쉬엄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섬이 아주 넓은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선생님들, 저는 오늘 제 주먹의 약함을 느꼈습니다. 이 추위를 견뎌내서 절 단련시키겠습니다.”
그래.
이렇게 다들 탐험 중독자가 되어 가는 거지.
“그럼 가보자. 뭐가 있을지.”
하루 정도, 마음 편하게 탐험 한번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