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1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14화
144. 말했잖아
나는 가급적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리고 한 번 세운 계획은 되도록 수행한다.
중간에 변수가 있다면 변경도 하지만, 적어도 이미 세운 계획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이번도 그렇다.
-데인, 내 말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거라.
“감사해요, 아버지.”
-아니다. 잘 생각했다. 그런 녀석들은…… 이 아버지도 용서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는 내 계획에 동의해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도 마찬가지.
누나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내 이름으로, 그리고 가문의 이름으로 검술학부의 다섯 녀석을 정식으로 고발한 것.
고발장을 쓰는 데엔 레일라가 도움을 주었다.
또한, 레일라를 포함한 동아리원 전원이 서명자로 참여해 주었다.
그 결과, 교수 정례회의가 소집되었고…….
곧 재판이 열릴 것이다.
아카데미 정식 재판이.
“데인! 어니스트가 깨어났어.”
그리고, 어니스트도 깨어났다.
“……데인.”
급히 찾아간 아카데미 병동 1인실.
어니스트는 힘겹게 눈을 뜬 상태였다. 외상은 모두 치유했고, 대신전의 사제들이 달라붙고 의사들까지 동원된 끝에 내부 출혈도 거의 잡아냈다.
하지만 힘이 없는 건 여전할 테다.
“괜찮아?”
“……머리가 좀 흔들리네. 그래도 나 살아 있다. 그치?”
“그러게.”
난 의연한 녀석을 보며 피식거렸다.
이전이었으면 의연하긴커녕 충격을 받아 말도 못 했을 텐데.
역시 많이 단단해졌다.
“나…… 처음에는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말이야. 아라벨라 누나가 선물한 활을 빼앗기니까 뒤늦게 용기가 나더라고.”
어니스트는 그러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검술학부 놈들을 족치는 과정에서 이미 다 들은 이야기였지만, 당사자의 입으로 들으니 사뭇 달랐다.
“대단한데. 활을 쐈어?”
“응. 브론은 못 맞췄지만, 두 발이나 맞췄어. 세 번째는 빗나갔지만.”
그런 상황에서 활을 펼치고 시위를 건 다음 세 발이나 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안 그래도 계속 맞고 있어 힘도 없었을 텐데.
“이제 더 이상 걔들이 두렵지 않아. 원래는 그때까지만 해도, 떠올리기만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그랬는데…… 이젠 좀 편해.”
어니스트는 정말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
극복해 낸 것이다.
내 말대로.
하지만, 내 미안함은 채 가시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신용 무기라도 하나 줄걸.”
“무슨 소리야. 제때 와서 구해 줬잖아.”
“그건 그래.”
어니스트는 낄낄거렸다.
회복은 거의 다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걔들은 데인이 반쯤 죽여 놨으려나?”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건드렸어. 못 움직이게만 하고, 교수님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카데미 경비대에 인도해 버렸지.”
“……정말?”
“응.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려고.”
어니스트는 내 말에 흠칫하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이어서 지금까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어니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때문에…….”
“너는 잘못한 거 없어.”
잘못이 있다면, 이런 선한 어니스트를 그렇게까지 폭행하고 억지로 포션을 먹여 회복시킨 뒤 폭행하길 반복한 녀석들이지.
특히, 그 브론 사우어란 녀석.
그 녀석은 아마 평생토록 곱게 못 죽을 것이다.
“재판이 열리면 증언해야 해. 괜찮겠어?”
“응. 괜찮아.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으니까.”
어니스트는 굳은 결심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그래, 이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데인 네가 하는 거라면 맞는 일일 거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 녀석들한테 얻어맞으면서 장난감 취급이나 받았을 테니까.”
어니스트는 세상 편안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나는 놈들을 정식 재판에 세우고, 규칙에 의거하여 이 아카데미 밖으로 내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제국 어디서도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쓰러진 어니스트를 본 순간부터 세운 계획이었다.
쿵쿵.
그때였다.
“이렇게 약속 없이 들어오시면…….”
“비키시오. 어디 감히!”
문 밖에서 소란이 들리는가 싶더니, 별안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두 남자가 들어섰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하인이 아니라 귀족이다.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허,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멀쩡하군. 안 그런가, 데린저 백작?“
“그렇소, 사우어 백작.”
주동자 브론 사우어의 아버지, 사우어 백작과 가해자 중 한 명인 엘라드 데린저의 아버지, 데린저 백작이다.
“사우어 백작님, 데린저 백작님! 이곳은 병동입니다. 환자가 있는 곳이라구요!”
“어허! 어디 감히 목소리를 높여! 물러나지 못할까!”
병동 직원이 다급하게 말렸지만 권위로 찍어누르는 모습에 웃음도 안 나왔다.
두 백작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넌 뭐 하는 녀석인데 예조차 갖추지 않는 것이냐?”
“데인 소그레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이자 여기 있는 어니스트 딜런의 친구입니다.”
“……!”
“……네가 그…… 고발장을 작성한…….”
순간 흠칫하며 놀란 모습이었다. 눈에는 묘한 증오심과 분노도 엿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우어 백작은 헛기침하며 위엄 넘치려 애쓰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흠. 나와 여기 있는 데린저 백작이 지금 어니스트라는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 주겠나?”
“사과하기 위해 대리인을 보내지 않고 직접 온 만큼, 자리를 비켜 주면 좋겠구나.”
이 양반들 보게.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거렸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뭐라고?”
“자식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오신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놈이…….”
사우어 백작이 성큼,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내 눈을 마주한 순간 흠칫하는가 싶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의 그 고발 탓에 지금 우리가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왔다는 거, 모르느냐?”
“그게 왜 제 탓입니까?”
“그야 당사자들끼리 잘 이야기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제삼자인 네가 키웠으니까!”
데린저 백작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데인 소그레스. 친구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분노하는 마음은 십분 공감하나, 원래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건 보다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지.”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들이다.
“2시간 가까이 폭행하면서 기절하면 포션을 먹이고, 다시 폭행하는 걸 반복했으면서 ‘부드러운 해결’을 바라셨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애들 싸움…….”
“그럼 묻겠습니다, 사우어 백작님. 브론이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사우어 백작은 결국 화를 내는 쪽을 택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자제라고 그래도 대접을 해 주려 했더니 건방지기 이를 데 없구나.”
지금 화를 내선 안 될 입장인데도 말이다.
“내, 오늘은 내 자식의 잘못을 다그치고 뉘우치며 사과하러 왔다만, 네 그 태도는 문제를 삼아야겠다. 내 소그레스 백작에게 기별을 넣어야겠다.”
“그러십시오.”
“뭐라고?”
“그렇게 하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얼마든지요.”
“……이놈이 진짜.”
그때 데린저 백작이 사우어 백작을 제지했다.
“큼. 이 녀석의 건방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사우어 백작.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사과’를 마쳐야 한다는 겁니다.”
“크흠. 그렇지. 큼큼. 이보게, 어니스트 딜런. 괜찮은가? 그래도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니 다행이군. 그래, 포션 몇 번이면 다 나을 상처였는데 뭘 이렇게 크게 일을 벌여서 사람을 오가게 만들고…….”
사과가 무슨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처럼 구는 모습에 코웃음도 안 나왔지만, 이번엔 어니스트가 나서주었다.
“두 분 다 나가 주세요. 전 사과받을 생각 없어요.”
순간 두 백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과는 당사자에게 먼저 받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브론과 엘라드, 그리고 나머지 애들한테 사과받지 못했어요.”
“그, 그건 지금 그 아이들이 조사를 받고 있어서…….”
“정말 사과하고 싶었다면, 조사 중에라도 편지를 써서 저에게 전해달라고 했겠죠.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걸요.”
어니스트는 뿌듯하게도 더없이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나가 주세요. 저에겐 안정이 필요해요.”
“우, 우리가 사과하겠대도!”
“아비 된 도리로서 이렇게 찾아왔는데 축객령이라니! 너무하구나!”
어니스트는 결국 싸늘한 분노를 터뜨렸다.
“정말 너무한 쪽이 누군지 모르시나요?”
결정은 났다.
나는 뒤쪽에서 여전히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병동 직원에게 말했다.
“경비대를 불러 주세요. 지금 바로.”
“아, 알겠습니다.”
두 백작이 어쩔 줄 모르고 방방 뛰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됐다.
와서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뭔가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생겼겠지만…….
이 둘은 그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그뿐이다.
그런데, 경비대보다 먼저 온 사람 두 명이 있었다.
“배, 백작님. 가문으로부터 급보입니다.”
“백작님! 지금 가문에서 통신이 날아왔는데, 바로 받아 보셔야겠습니다!”
바로 두 백작의 하인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정말 급한 일입니다. 꼭 바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먼저 사우어 백작은 눈살을 찌푸리다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인이 귀엣말로 소곤거렸다.
“작년에 취득한 에메랄드 광산과 관련하여 황실 측에서 조사를…….”
“무어라!”
“그…… 취득 과정에 있었던 일을 두고…….”
“이런 제기랄…….”
귀엣말이지만 확대된 내 기감에는 다 들린다.
시작됐군.
그리고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역시 시드레인이라니까.
그리고 한 명 더.
-백작님. 급합니다. 지금 바로 복귀해 주셔야 합니다.
“무슨 말이지? 알아듣게 이야기하도록.”
-재작년 유적 발굴에서…… 신고하지 않고 따로 빼 두어서 판매한 품목 있지 않습니까.
“……!”
-완벽하게 숨긴 줄 알았는데…… 황실 세무당국에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망할…….”
아예 대놓고 들려 나는 그제야 피식거릴 수 있었다.
“자제분들 변호하러 오셨는데, 바로 돌아들 가셔야겠군요.”
그리고 타이밍 좋게 도착한 경비대.
“여기입니다. 병실에 멋대로 들어오셔서 다짜고짜…….”
“두 분, 당장 나와 주십시오.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끌어내겠습니다.”
경비대장의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두 백작은 사색이 되어 다급하게 뛰어 나갔으니까.
물론 저건 시작에 불과하다.
쾅.
문이 닫히고, 경비대들까지 돌아간 뒤 어니스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재미있는 일.”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
그나저나…….
사흘밖에 안 됐는데, 역시 시드레인이다.
맡겨만 두라더니, 어디 의뢰했는진 몰라도 일 처리가 아주 확실하다.
황실 측 반응도 빨라서 좋다.
아마 시드레인이 익명의 투서를 넣었을 텐데, 에드워드가 아주 잘 처리한 모양.
실적이 필요한 에드워드에게도 좋은 일일 테니까.
“말했잖아. 제국 어디에도 발 못 붙이게 만들어주겠다고.”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나머지 세 가문을 포함하여, 다섯 가문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무너질 것이다.
철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