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6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62화
169. 밀림의 주술사(3)
적합자.
그 한마디에 세상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진다.
들리는 거라곤 나무성이 맹렬하게 타며 나는 소리뿐.
그래서 오히려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이곳 밀림.
“……저, 적합자?”
당황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온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나무성이 절반쯤 탔을 때였다.
가래가 끓는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간단히 답했다.
“이러면 증명되겠나?”
나는 마력을 끌어올린 뒤, 사방으로 방사시켰다.
그러자 내 마력에 반응한 주술사와 그 사도들의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어…… 어머니의 주술인가?”
“내, 내 힘이!”
아마 처음 겪는 일일 테다.
자신들의 마력이 의지와 관계없이 요동치는 것일 테니.
그나저나 이 정도로 강력한 끌림이라니.
이 고대 마력이라는 녀석은 아무래도 욕심이 많은 모양이다.
마치 나처럼.
“그만! 그만해라!”
놈, 그러니까 주술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녀석의 마력도 요동치긴 매한가지.
아마, 다급해졌을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고대 마력 집약체를 흡수한 게 아니라 단지 흘러나오는 힘을 이용할 뿐이니.
잘못하면 죄다 빼앗겨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할 테니까.
난 피식거리며 마력을 거두었다.
그러자 아우성이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동요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정말…… 저 사람이 적합자야?”
“방금 이 공포는…….”
그리고 ‘어머니’는 무척이나 당황한 것 같았다.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아마 나의 존재가 지금 자신의 권위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증거로 지금 사도들은 어머니가 아닌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네가 찾던 ‘적합자’가 나타났으니, 그 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면 좋겠는데.”
“…….”
도통 말이 없다.
그래, 이렇게 나타날 줄은 몰랐겠지.
원래대로였으면 아이들 중 한 명이 적합자가 되길 원했을 테고, 그 아이를 앞세워 자신 역시 그 힘을 누렸을 테니까.
“……너는 이방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방인을 더 이상 들일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나온 대답이 저거다.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그럼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면 되겠군.”
명분이 없으면, 명분을 만들면 그만이다.
“근데 그거 아나? 앞으로 ‘제물’을 받아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뭐라고?”
이 사회는 ‘제물’로 유지된다.
언젠가 적합자가 나올 것이란 희망으로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 ‘제물’이 끊긴다면?
이들은 평생토록 이렇게 살아가야만 한다.
난 지금 이들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린 것이다.
뭐, 진짜로 제국 황실이나 이곳을 다스리는 귀족에게 말해 더 이상 제물을 바치지 못하도록 하는 건 차후의 문제.
일단 고대 마력 집약체를 내 것으로 만들면, 이 사회도 와해될 테니까.
“뭘 원하는 것이냐……!”
“간단해. 적합자니까. 내가 그 힘을 가져 보려고.”
“넘길 수는 없다! 이건…… 이건…… 내가 평생을 찾아 헤맨 힘이야! 나를 다시 되돌려 줄…….”
거기까지 말한 어머니란 작자는 입을 헙, 하고 다물었다.
되돌려 준다라.
별도의 목적은 저기 있는 건가?
“뭐, 생떼 같은 애들 부모랑 생이별시켜서 이렇게 만드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르타케,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를 잃고, 아이는 부모와 이별한다.
심지어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부터가 전생에선 전쟁고아 출신이었다.
그래서, 가족을 이루길 그토록 바랐던 거고.
“그러니 얌전히 넘기고 조용히 사라지든, 아니면 저항하다 처절하게 비명에 사라지든.”
여기서 한 번 더 흔들 필요가 있다.
나는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려 방사시켰다.
“어차피 여기서 힘만 조금 주면 너희들 마력 정도야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 있거든.”
사방에서 들려오는 마른침 넘기는 소리.
동요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내 앞에 있는 두 사도 녀석을 포함해서.
“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놈들은 덤빌 수 없다.
저 ‘어머니’라는 자를 포함해서.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마법사들을 한꺼번에 보는 건 처음인걸.
만약 ‘어머니’가 힘을 포기하면, 저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마을로 돌아가나?
그거야 뭐 신경 쓸 것도 아니고 신경 써야 한다고 해도 나중의 일.
“말했잖아. 적합자라고.”
“…….”
결국 ‘어머니’는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내 자식들아, 길을 열거라.”
양팔을 펼치더니 마치 신이라도 된 것인 양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하는 주술사.
“우리가 마침내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구나.”
아까보다 더한 동요가 일었다.
“어머니, 하지만! 저자는 이방인입니다!”
“이방인이 어찌하여 우리의 왕국을 세운다는 말입니까!”
“그럼 저자가 바로 우리의 왕국에서 왕 노릇을 하는 겁니까?”
온갖 반발들이 이어졌지만, 손을 들자 잠시 잠잠해졌고 그 틈에 엄숙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걱정 말거라. 왕국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난 속으로 피식거렸다.
믿는 구석이 있다 이거지.
“데인,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저 안으로 가는 거, 맞는 선택일까?”
“최고의 선택이지.”
“……최고의 선택이라고?”
난 걱정 가득한 알투르의 표정을 보며 피식거렸다.
“죄다 부수고 얻는 것보다는 훨씬 평화적이잖아?”
“그야 그렇긴 한데…… 하기야, 너니까. 그래서, 우리도 같이 가는 거지?”
“당연하지.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난 알투르와 제나에게 슬쩍 말했다.
“낌새가 느껴지면, 망설이지 말고 뭐든 해.”
지금 저 ‘사도’라는 녀석들은 고대 마력 집약체의 힘을 빌려 쓰고 있다. 정확히는 어머니를 통해 건너건너 말이지.
하지만 근본은 마법사다.
고대 마력 집약체가 없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수련된 마법사인 이상,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있기야 하지만 이 둘, 지금 뭐라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다.
“활약할 기회가 생기는 거야.”
“활약할 기회…… 좋아.”
“나 실전 체질인가?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난 신이 난 둘을 보며 피식거렸다.
누가 보면 못 싸워서 안달 난 녀석들처럼 보이니 이거 원.
“날 따라오도록, 이방인이자 적합자이기도 한 이여.”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목소리.
좋아.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볼까.
* * *
주술사, 그리고 ‘어머니’라 불리며 지난 10년 동안 밀림 마을에서 아이들을 바치라 명한 그녀는 생각했다.
‘침착해야 한다. 이놈이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지만…… 이건 절호의 기회다.’
당황스럽긴 하다.
마법에 재능을 지닌 그 많은 아이들을 낱낱이 살피고도 나오지 않았던 적합자라니.
심지어, 저 멀리 제국 수도에서 온 적합자라니.
하지만 이건 기회다.
적합자가 온 이상, 이 녀석을 제압하고 그 힘을 온전히 활용할 방법을 찾을 절호의 기회.
‘나는 이 연구를 이어 가야 한다.’
평생의 연구이자 필생의 과제.
현재 자신의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 놀라운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수명을 연장시키고, 연구를 이어 갈 의무가 있었다.
‘스승님…… 이제야 저에게 빛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런 생각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신줏단지 모시듯, 자신의 ‘아들딸’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은 힘을 보관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밀림 깊숙한 곳.
잘됐다.
그곳이라면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얼마나 걸어야 하지?”
그때 들려오는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거의…… 다 왔다.”
힘.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온 이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힘.
그 힘은 바로…….
“저기, 나무 안이다.”
밀림 안쪽.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고목 안쪽에 있었다.
“호오…….”
“우와…….”
상황도 잊고 알투르와 제나가 감탄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나무였다.
어림짐작해도 사람 백여 명이 두르고 있어야 할 만큼 엄청난 두께.
끝이 가늠되지 않는 높이.
“호화스러운 보관 장소로군.”
“그 힘을 제어하고 가두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적합자여…….”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안내한 고목 안쪽엔 각종 마법진과 장치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이걸…… 다 어떻게 만든 거야?”
그리고 알투르는 그 광경을 마주하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일개 마법사 하나가 이 많은 것들을 다 해냈다고? 이건 마탑 차원에서 조성해야 할 환경이다.
“왜 그래, 알투르?”
“그냥…… 세상은 넓다 싶어서.”
제나의 물음에 대한 알투르의 감탄은 진짜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걸 위해 아이들을 부모들과 생이별시켰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데인. 어때?”
“뭐, 볼 만하네.”
“……그게 끝이야?”
“응.”
반면 데인은 큰누나의 연구실을 걸핏하면 드나들고, 관련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던지라 딱히 별다른 감흥을 보이진 않았다.
중요한 건-
저기, 중앙에 있는 금속형 구체다.
저 안에 고대 마력 집약체가 있다.
어떤 장치와 마법을 걸어 두었는지 그 힘이 미약하게 느껴졌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걸로 네 개째.
하지만, 여기까지 무척이나 순순히 안내받았다.
심지어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그렇다는 건…….
철컹!
“역시나.”
함정이 있다는 소리다.
데인은 고개를 돌렸고, 방금 자신들이 들어 온 고목의 입구가 닫혔음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집약체가 든 금속 구체 앞에 솟아나는 물리적인 벽.
“데, 데인?”
“우리…… 갇힌 거야?”
둘의 당황스러운 음성에 데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
“……이렇게 태평해도 되는 거야?”
둘은 아직 이 동아리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레일라, 어니스트, 프리실라였으면 보이지 않았을 반응을 보여 데인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적합자여…… 지금 그곳은 나의 통제 아래 있는 영역이다…….
그때 셋, 아니 카르나스를 포함해 넷이 갇힌 공간에 울려 퍼지는 마력이 담긴 목소리.
-살아서 나가고 싶다면 협력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와 네 친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아마 누군가의 침입에 대비해 이런 장치들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는데?”
데인이 태평하게 이야기하자 둘은 아예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갇힌 공간은 한 명이 있어도 답답할 만큼 좁은 공간이기 때문.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지?’
알투르는 태연자약한 데인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불안을 최대한 가라앉히려 애썼다.
데인 정도 되는 녀석이 그냥 ‘갇혀 준’거라면, 그 이유가 다 있을 것이다.
제나는 아예 이걸 넘어 데인을 완벽히 신뢰 중이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때 데인이 물었다.
“원하는 게 뭐지?”
-태연한 척하는구나…… 하지만 곧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니까 협력하라는 게 뭐냐고 묻잖아.”
한편,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는 주름 가득한 입가를 말아 올렸다.
역시 어린 녀석이다.
‘적합자’라기에 긴장했는데, 이렇게 간단히 걸려 버릴 줄이야.
뭐, 따지고 보면 저 함정에 안 걸릴 녀석이 몇이나 되나 싶다.
설마 이런 고목 안에 이렇게 침입자를 막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을 줄은 몰랐을 테니.
‘이제 놈의 힘을 흡수할 일만 남았군.’
이곳, 고목에는 저 강철 구체 안의 ‘힘’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까지 모조리 흡수해 환원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녀석이 저기서 힘을 쓰는 순간 고스란히 흡수되는 것.
또한, 저곳에는 마력의 배열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도 되어 있다.
즉, 마법사들은 절대 힘을 쓸 수 없는 것.
이후 힘이 빠진 놈을 제압한 뒤, ‘적합자’에 대한 것만 알아낸다면…….
‘스승님의, 나의 연구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이제는 얼굴조차 흐릿한 자신의 스승.
이제는 자신의 염원이 된 그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다니.
흥분에 몸이 떨린다.
그녀가 곧바로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
“네 마력을 발생시켜라…… 지속적으로…….”
-마력을 발생시키라고?
“그래. 어떤 식으로든……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쿨럭. 마법을 쓰려 하면 오히려 마력이 뒤틀릴 테니…….”
-아니, 그게 아니지. 너, 역시 마법사였군. 이곳 사람이 아니었어. ‘주술’이라는 단어 대신에 ‘마법’이나 ‘마력’이란 단어를 방금 사용했잖아?
“…….”
솔직히, 당황했다.
이렇게 바로 눈치챌 줄이야.
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살아서 나갈 걱정이나 하거라, 적합자여.”
의문을 일축한 그녀가 지시했다.
“자아…… 이제 마력을 발생시켜라.”
-그러지.
그녀는 곧 데인이 쓰러지고, 옆에 있는 친구들도 쓰러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력을 쓰면 쓸수록 지쳐갈 테니.
하지만 그녀는 잘 몰랐다.
데인이 가진 힘이,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걸.
“이, 이게 무슨…….”
고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데인이 마력을 발생시킨 직후였다.
쿠쿠쿵…….
어마어마한 진동.
지켜본 바, 데인은 특별히 무언가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이건 단순히…….
마력의 ‘발생’만으로 일어나는 일.
“어, 어떻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오래갈 수 없었다.
쿠쿠쿵!
“억!”
아까보다 더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고, 그녀가 쓰러진 사이-
펑, 퍼펑!
진동에 따라 고목 안에 있던 고정밀 마력 장치들이 하나둘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아, 안 돼!”
마침내 마력을 환원시키는 장치마저 터져 나가며 그녀의 계획은 한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마력을 재배열하는 걸 방해하고 있는데도 무시한 채 데인이 마력을 발생시킨 결과였다.
또한, 그 결과로…….
철컹!
고목의 문이 열렸으며, 구체까지 향하는 길을 막았던 벽도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고맙다, 주술사.
그 말을 끝으로, 데인은 발생시키던 마력을 단숨에 거두고 구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너무도 가볍게 구체를 들어 올려 뚜껑을 열었다.
웅웅웅!
이제야 주인을 만났다는 듯, 안쪽에서 진동하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녹빛의 구체.
네 번째 마력 집약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