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6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63화
169. 밀림의 주술사(4)
‘그 연구만 완성되면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은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었나요?’
‘진리란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길이지.’
어머니, 주술사님.
그런 이름으로 불렸던, 그러나 한때 ‘애나벨’이라 불렸던 늙은이는 문득 스승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스승의 죽음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돈이 되지 않는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안탈리온 마탑의 지원이 끊기고 성과에 따라 퇴출이 결정되었다.
‘그깟 돈이야 얼마든지 벌 수 있지.’
이후 스승은 돈을 구하겠다며 도박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 못했다.
돈 때문에 연구하던 스승은 돈 때문에 죽었다.
이후 애나벨도 덩달아 추락했다.
마법사들의 세계는 스승만 잘 만나면 얼마든지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애나벨이 딱 후자였다.
스승을 잘못 두어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야기.
그래서일까.
역설적으로, 애나벨은 그렇기에 스승의 연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건 이를 증명하는 길뿐.
그러기를 수십 년.
별다른 성과도, 어떤 진전도 없이 온몸이 점점 늙수그레해져 방랑을 시작할 무렵-
‘이거라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곳, 밀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마주했다.
밀림의 전설이라며, 남부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하게 떠도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게 결정적이었던 것.
하지만 그 힘은 온전히 허락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힘이나 포집해서 사용할 뿐.
그마저도 엄청났지만, 애나벨은 결국 ‘적합자’를 찾기로 했다.
자신을 도와 이 연구를 완성하고, 비로소 자신의 꼭두각시가 되어 줄 아이들.
‘이제부터 나를 어머니라 부르거라.’
그 뒤로는 10년에 걸친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매해 아이들을 바치고, 그 아이들은 애나벨의 자녀로 세뇌되어 이곳에서 사회를 이루었다.
그러다-
한 소년이 찾아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적합자’가.
그런데…….
자신의 상상 이상이었다.
‘적합’한 걸 뛰어넘어, 자신을 그대로 무력화시키고…….
지금.
“이럴 수는 없어…….”
자신이 평생토록 바라보던 걸 홀라당 흡수해 버렸다.
흔적도 없이.
웅웅웅웅!
소년, 데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녹색의 빛.
“아아…….”
저것을 얼마나 원했던가.
저 힘으로 연구를 완성시키길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데 그 힘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에게 힘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짝사랑하는 이에게 선심이라도 쓰듯, 주변에 흘린 부스러기만 주워 먹도록 했을 뿐.
스으으으…….
그리고 이제 그 힘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것인 줄 알았던 그 힘이 마침내 자신이 찾던 ‘적합자’를 받아들인 것이다.
쿠쿵!
그리고 자신이 알던 고목, 자신의 진정한 ‘나무성’은 더 이상 없었다.
안에 설치한 모든 것들이 무너지거나 망가졌고, 설치한 이유였던 힘은 소년이 가져가 버렸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내 몸이…….”
그때 애나벨은 마치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구체의 힘으로 지탱하던 낡아빠진 육신.
그것이 마침내 이별을 고하는 듯했다.
“이럴 수는 없다…….”
애나벨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그건 발악에 가까웠다.
같은 마법사로서, 마력이 흩어지는 그 모습에 알투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볼 정도.
“마력 붕괴다.”
마력 붕괴.
과하게 마력을 사용하거나, 마력이 완전히 다하거나, 혹은 여타 이유로 서클이 무너지는 것.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언제 바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구(老軀)를 고대 마력 집약체의 힘으로 유지하던 애나벨.
“저대로 두어도 그냥 죽는다, 데인.”
“알아.”
그 최후는 처참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차라리, 스스로 목을 찔러 죽는 게 낫다고.
서클이 붕괴되며 느껴지는 신체적 고통은 물론,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마력을 모두 잃는 정신적인 고통.
“끄으윽…….”
애나벨은 결국 다시 쓰러졌다.
프리실라가 와도 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다.
섭리에 따른 서클의 붕괴는 결코 막을 수 없으니까.
신이 온다고 해도.
“내, 내 연구…… 내 연구를…….”
애나벨은 남은 힘을 쥐어짜 외쳤다.
연구.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건 자신의 오랜 꿈, 아니 오랜 집착이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게 만들 집착.
애나벨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데인에게 외쳤다.
“고목…… 안쪽…… 반지로 만들어진 내 아공간에…… 연구 자료가……! 코드는…….”
거기까지였다.
코드를 끝까지 말한 애나벨의 고개가 꺾였다.
숨이 다한 것이다.
“알맞은 최후군.”
데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애나벨의 시신 앞으로 다가갔다.
어쩐지, 손과 얼굴의 주름이 더 깊게 파인 것 같았다.
그런 한편으로는…….
파괴된 일곱 개의 서클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클 일곱 개.
애나벨 역시 상당한 재능이었을 테다.
물론 동정은 가지 않는다.
적합자를 찾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짓들을 벌였으니까.
“뭐, 적합자를 찾았더라도…… 본인이 그 힘을 가지는 건 아니었을 테고.”
그렇다 한들, 결국 애나벨은 적합자가 흡수한 힘에 기생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뭔지 모를 연구를 위해.
“아까 연구라고 했던 것 같은데, 데인. 찾아볼까?”
“그러자.”
알투르의 말에 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어 염동력을 발휘했다.
곧바로 알투르도 합세했고, 뒤흔들려 엉망이 되었던 고목 내부가 금세 말끔해졌다.
“후아.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정말.”
마력이라곤 거의 없는 그리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지금까지 봤던 일들을 기사로 쓸 생각에 신이 난 것 같았다.
“안쪽이라 했었지.”
아공간 반지.
그 안에 연구가 담겨 있다고 했었다.
반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거군.”
죽기 전 불러준 코드 덕에 아공간은 곧바로 열렸다.
데인은 생각했다.
과연, 애나벨은 왜 마법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연구를 이렇게까지 해서 넘기려 했을까.
완성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인가.
스륵.
데인은 아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 늘어놓았다.
그리고 서류들을 살피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 * *
사도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방금 그자는 무엇일까.
무엇인데 자신들의 힘을 통제할 수 있고, 어떤 존재이기에 어머니가 ‘적합자’라 부르며 얼핏 두려워하는 모습까지 보인 걸까.
“우리…… 이대로 기다려도 괜찮은 걸까?”
“어머니를 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사도들 사이의 동요.
이런 가운데, 데인이 포로로 잡았던 여자 사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어머니가, 저기서 잘못된다면?
‘그럼…… 자유를 얻는 건가?’
그녀만이 이런 생각을 지닌 게 아니다.
몇몇도 비슷했다.
이 지긋지긋한 갇힌 삶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길.
다만, ‘어머니’의 힘에 종속되어 그럴 수 없었을 뿐.
사실 주술이야 아무래도 좋고, 지금과 같은 힘이 없어도 좋으니 그저 나가고 싶었다.
이곳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탁, 타닥…….
그녀는 불타는 ‘나무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른 사도들에게 다가갔다.
시선이 잠시 쏠렸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만약 어머니가…… 잘못되면. 우리는 이곳을 나가야 해.”
“나간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더 이상 이런 곳에서 갇혀 살다 늙어 죽을 수 없어. 어차피 우리 마을에서도 매한가지였겠지만…… 그래도 그곳에서는 나갈 수 있었어. 원한다면.”
“지금 어머니를 배신하자는 거야?”
사방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배신이 아니야. 우리의 살길을 찾자는 거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왕국이 기다리잖아!”
“그 왕국이 도대체 뭔데? 우리끼리 살다 죽는 거? 그게 마을과 다를 바가 없잖아!”
모두가 외면하던 일이다.
그냥 지금까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아왔고, ‘어머니’를 등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애써 외면했을 뿐.
그녀가 처음으로 그 진실을 직시하며 모두에게 외친 것이다.
“왕국이 만들어진다 해도 그건 그냥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던 것과 다르지 않아.”
“…….”
“생각해 봐. 우리는 고작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가 태어난 곳을 두고 여기서 자라났어. ‘어머니’는 그걸 두고 우리가 ‘선택받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
어머니, 애나벨은 마을 사람들에게 제물로 바칠 거라 말하며 아이들을 요구했다.
그렇게 이곳에 온 아이들은 결론적으로는 ‘제물’이 되었다.
적합자를 찾기 위한 시행착오의 제물이라 해야 할까.
실제로 죽은 건 아니지만, 이건 죽은 삶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적합자’에서 탈락하여, 갇힌 채 살아가야 한다고?
그러다 정말 ‘적합자’가 나타난다면…….
자신들은 무엇이 될까?
“적합자는 이미 나타났어. 제국에서 온 저 소년 말이야.”
“이방인이잖아.”
“그래, 이방인이지. 어차피 우리도 이방인이야.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고, 우릴 받아주지도 않을 거야. 그냥 우리는…… 둘 중 하나야. 여기서 그대로 늙어 죽거나,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가거나.”
단, 이 모든 건 ‘어머니’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
‘어머니’가 살아 있는 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사실 아까 그녀가 데인에게 부탁하려던 게 바로 이거였다.
어떻게 되든, 자신을 이곳에서 나가게 해 달라.
“그러니까, 난 나갈 거야.”
“그렇다 해도…… 어머니가 막을 거야.”
실은 그 제국에서 온 이들을 본 순간 느꼈다.
자신들과 다른 의복, 냄새, 머리 모양, 그 외 모든 것들까지.
세상 밖이 궁금했다.
“그렇다 해도 이제 상관없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쿠쿵…….
소년 일행과 ‘어머니’가 향한 곳에서 강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지진이 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렬한 진동.
나무 위의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하늘로 날아가고, 사도들이 휘청였다.
“무, 무슨 일이지?”
그들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힘이…….”
“히, 힘이 사라지고 있어!”
자신들의 심장을 둘러싸고 있던, ‘어머니’가 빌려준 힘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이 구역 주변을 둘러싼 마력장도 동시다발적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직감했다.
‘어머니’는 죽었다고.
그럼에도, 그들은 애나벨처럼 죽지 않았다.
애나벨은 육신이 너무 노쇠한 나머지 그 힘을 통해 지탱한 것이고, 이들은 본래 마법사.
힘을 덧대 강해지긴 했지만, 이들은 젊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덧댄 걸 벗겨낸다고 죽거나 기존의 서클이 사라지진 않는다.
“힘이 사라졌다…….”
마침내 완전히 사라진 힘.
그런데 왜일까.
방금 사도 한 명이 역설해서일까.
묘한 해방감이 다른 사도들을 휘감고 있었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벗어던진 이 기분.
이제는 다른 종류의 동요와 혼란이 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해답은-
저벅, 저벅.
지금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저 소년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지금 더 강력한 힘을 풍기는 저 소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