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여름휴가 (2)
“다음에 또 보자.”
“그래, 잘 가.”
“수정아, 안녕.”
수정이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섰다.
건장한 두 명의 경호원들이 서 있었는데 검은색 그랜저의 차문을 열어주었다.
수정이가 차에 타자 옆자리와 조수석에 각각 앉았다.
그제야 운전기사가 차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검은색 그랜저를 멍한 표정으로 친구들이 쳐다보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보다 못했는데 이제는 300억대의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강남역 부근에 위치해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렌체에서 거하게 친구들에게 식사대접을 하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건장한 두 명의 경호원들이 경호를 해주고 검은색 그랜저를 타고 가다니 부러웠다.
옆자리에 앉은 경호원이 수정이를 힐끔거렸다.
그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달리는 차의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수정이는 배도 부르고 그동안 숨기고 있던 사실들을 다 알려주었기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잘했어. 잘한 거야.’
언제까지 숨길 수도 없고 어차피 밝혀질 사실이기에 속 시원했다.
만약 숨기고 있던 사실들이 우연이라도 밝혀진다면 난처해졌을 거였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오늘 숨기고 있던 사실들을 다 밝힌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했다고 판단되었다.
“이사님, 어디로 갈까요?”
“강남 최고 백화점으로 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친구 분들을 만나고 식사하신 후에 생각이 많으신 거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요.”
수정이와 경호원들이 타고 있던 검은색 그랜저가 강남을 가로질러 달렸다.
강남 최고 백화점이 보이자 속도를 줄이더니 1층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서 정지했다.
재빨리 조수석에 타고 있던 경호원이 내리더니 차문을 열어주었다.
수정이와 경호원이 내리더니 강남 최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운전기사가 검은색 그랜저를 다시 움직여 주차장의 빈자리에 주차하고는 대기했다.
수정이가 손에 들고 있는 신상 명품 핸드백은 동수가 귀국하면서 미국 뉴욕의 소호거리에 있는 매장에서 구입한 것들 중에 하나였다.
아직 대한민국에는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었기에 명품매장에도 진열이 되지 않았다.
수정이는 자주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기에 그 사실응ㄹ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서 식사하고 시간이 남아서 온 것이기에 간단하게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서 화장품을 구입할 생각이었다.
다양한 화장품들이 있었지만 프랑스 화장품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들어가서 진열되어 있는 각종 색조 화장품들을 살펴보았다.
검은색 핸드백을 손에 걸치고 화장품 매장들을 지나가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3명의 여자 중에 오른쪽의 장미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눈에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는 수정이를 발견했다.
“어머, 너는 수정이 아니니.”
“·······”
수정이가 장미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보고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앙숙이라 할 수 있는 윤승아였다.
같은 여고를 나왔지만 수정이는 K대를 윤승아는 H대에 들어갔다고 알고 있었다.
서로 다른 대학이기에 만나거나 부딪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우연히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원래 수정이는 백화점에 잘 다니지 않았기에 부자가 되지 않았다면 마주치지도 않았을 거였다.
이제 수정이가 엄청난 자산가가 되었기에 우연이라도 이렇게 마주쳤다.
윤승아는 얼굴이나 몸매 등 외모와 공부 등 모든 면에서 수정이를 이기지 못하였다.
다만 집안이 30억대의 부자였고 강남의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수정이보다 앞서는 점이었다.
‘흥, 잘 걸렸어.’
윤승아가 수정이의 아래위를 기분 나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일산에 사는 애가 강남까지는 무슨 일이니?”
“왜라니, 나는 강남 최고 백화점에 오면 안 되는 거니?”
당당하게 반격하자 순간 당황했다.
평소의 수정이라면 기가 죽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여성 정장도 세련되고 고급이고 처음 보는 명품 핸드백이었다.
K대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대생 차림이 아니었다.
윤승아의 친구들이 호기심에 수정이와 번갈아 보았다.
“수정아, 가짜 루이 핸드백을 가지고 다니다니 쪽팔린다.”
“·······”
어제도 루이 매장에 들렀기에 수정이가 들고 있는 신상 루이 핸드백은 보지 못했다.
진짜라면 300만 원 이상일 테니 일산에 살고 있는 수정이의 능력으로 들고 다닐 수 없는 거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가짜로 생각했다.
곁에 친구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오늘 작정하고 수정이를 깎아내리고 짓밟아 버리고 싶어졌다.
“수정아, 분수껏 놀아.”
“흥,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너는 변한 게 없구나.”
“뭐라고?”
“윤승아, 너야 말로 분수껏 놀아. 가짜라니 안목이 그것밖에 안 되니?”
“이, 이게?”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아. 그만 가.”
수정이의 말에 윤승아가 분한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곧 싸움이 벌어질 거 같아서 재빨리 건장한 2명의 경호원들이 수정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 그래도 윤승아가 수정이에게 달려들려고 했는데 한발 늦고 말았다.
“당신들 뭐예요?”
“경호원입니다.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윤승아와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수정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는데 건장한 두 명의 경호원들까지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경호원들 중에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희들이 지켜보니 무례하게도 신상 루이 핸드백을 가짜라고 하더군요.”
“가짜니까 가짜라고 한 거예요. 알지도 못하면서.”
“알지도 못한 것은 당신입니다. 이사님의 오빠가 며칠 전에 뉴욕 소호거리에 있는 루이 매장에서 8천 달러를 주고 구입한 겁니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진짜입니다.”
환율이 현재 1달러에 500원이었다.
8천 달러면 400만 원이나 되었다.
대기업 사원의 초임 월급이 평균 60만 원이기에 6개월 이상 월급이었다.
엄청난 고가의 핸드백이었다.
그런 핸드백을 수정이가 가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수정아, 너 술집에 다니니?”
“윤승아, 너는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그럼 말이 안 되잖아. 서울 강남도 아니고 일산에 사는 네가 어떻게 400만 원짜리 루이 핸드백을 가지고 다닐 수가 있니?”
“정말 착각도 가지가지 하네. 자꾸 일산에 산다고 하는데 아니거든. 나도 강남의 압구정동에 살아.”
“뭐? 네가?”
윤승아가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조용히 지켜보던 경호원이 한마디 했다.
“이 아가씨. 정말 못됐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함부로 깎아내리려고 하다니 말이야. 이사님은 압구정동 미래 아파트에 삽니다.”
“아저씨, 자꾸 이사님이라고 하다니 얘 K대 생이에요.”
“그건 맞지만 지금은 휴학하고 은하수 투자회사의 재무이사로 계십니다.”
“예? 뭐라고요? 은하수 투자회사 재무이사?”
윤승아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수정이와 경호원을 번갈아보았다.
아무리 진실을 말하더라도 윤승아가 믿지 않을 거 같았다.
수정이가 핸드백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어서 윤승아에게 보여주었다.
“잘 봐. 뒷면에 보면 주소 나와 있지.”
수정이가 주민등록증의 앞면부터 보여주었기에 수정이의 주민등록증이 확실했다.
그리고 뒷면까지 보여주자 주소 란에는 분명히 압구정동 미래 아파트로 표시되어 있었다.
너무나 명백한 증거라서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었다.
“이, 이게?”
“너 같은 얘 때문에 엉뚱하게 오해받기는 싫어서 보여주는 거야.”
수정이가 이번에는 명품 루이 핸드백의 안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포켓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미국 뉴욕의 소호거리에 있는 루이 매장에서 구입한 영수증이었다.
이것을 윤승아에게 보여주었다.
전부 영어로 되어 있었지만 루이 마크도 있고 루이 매장의 영수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금액이 8천 달러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윤승아의 콧대를 박살내 버리려고 은하수 투자회사의 사원증도 꺼내었다.
목에 걸 수 있도록 목걸이 형태의 사원증이었다.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수정이의 말이 신빙성이 있었다.
무시하고 우기려고 했었던 윤승아가 위기에 빠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친구들까지 윤승아의 말보다는 수정이의 증거들을 보았기에 믿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윤승아가 강남의 세이브 아파트에 살고는 있었지만 압구정동의 미래 아파트가 평수도 크고 요즘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져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싸움구경을 하였다.
윤승아는 더 있다가 무슨 개망신을 당할지 몰라서 눈치를 보다가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당황한 친구들도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기에 뒤따라갔다.
도망치는 윤승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수정이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피어났다.
굳이 뒤쫓아 가서 따지기는 싫었다.
화장품 매장의 여직원들이 수정이가 들고 있는 신상 루이 명품 핸드백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윤승아가 가짜라고 해서 처음에는 속으로 살짝 수정이를 아래로 보면서 비웃었다.
그랬는데 진짜라는 것을 알고는 핸드백이 확 달라져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수정이는 진열되어 있는 각종 색조 화장품들을 살펴보고는 10개나 골랐다.
명품 루이 신상 핸드백에서 레드 색상의 장지갑을 꺼내었는데 이것도 명품 루이였다.
장지갑을 펼치더니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꺼내었다.
지켜보던 여직원이 재빨리 볼펜을 내밀었다.
볼펜을 받아서 자기앞수표의 뒷면에 이서를 하고는 주민등록증과 함께 내밀었다.
여직원이 확인을 해보고는 신속하게 포장하고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다른 동료 여직원은 영수증과 잔액을 수정이에게 내밀었기에 그걸 받았다.
“수고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수정이가 쇼핑백을 들고 다른 매장으로 이동했다.
오늘 앙숙인 윤승아를 만났지만 속 시원하게 콧대를 무너뜨렸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가진 자의 여유인가? 앞으로는 절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어디에서 만나더라도 기가 죽지 않고 얼마든지 상대해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윤승아가 훨씬 잘 살았기에 눈치를 보았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기에 그걸 생각하면 흐뭇하고 자신감으로 충만해졌다.
하이힐을 신은 수정이의 발걸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작전주의 세력들이 은밀히 주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유한 전자의 규모가 적당해서 작전주로 활용하기에는 좋았다.
조사와 분석까지 마쳤기에 은밀히 작전을 세우고 계획대로 주가를 조절하면서 끌어 올리고 있었기에 현재는 9700원이나 되었다.
작전주의 세력들이 나설 때만 하더라도 1500원이었다.
은밀히 조금씩 주식들을 매수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쩌면 1만 원을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작전주의 세력들은 그 전에 매도하여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보유하고 있는 유한 전자의 주식들을 전부 매도한다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작전주의 세력들이 과감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주식시장에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부동산 투자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출하고 있었다.
어쨌든 주식시장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활성화가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였다.
“허엇, 주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작전주의 세력들이 깜짝 놀랐다.
곧 보유하고 있던 유한 전자의 주식들을 매도할 생각인데 느닷없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제법 많은 물량이 매도하려고 나온 모양이었다.
“이런 젠장.”
“무슨 일인지 당장 전화해서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작전주의 세력들이 증권사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역시나 누군가 보유하고 있던 유한 전자 주식을 매물로 내어놓은 거였다.
이들이 당황하는 동안에 동수는 씨익 웃고 있었다.
유한 전자 주식이 1200원 할 때 30억 원을 투자하여 매수를 했었다.
현재가가 9700원이었는데 동수는 9600원에 매도했다.
어렵지 않게 매도 처리가 되었다.
입금된 것이 240억 원이었는데 원금 30억 원을 제하더라도 21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수료와 세금을 제하면 조금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20개 종목에 각각 2억 원씩 40억 원을 매수하는데 투자를 했었는데 이들 주식들도 제법 올랐지만 매도를 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더 오를 주식들이기에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은하수 투자회사에서도 동수의 지시로 50개 종목에 1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며칠에 한 번씩 지시를 받고 매도를 하였는데 제법 수익이 났다.
다시 새로운 종목으로 매수를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각 증권회사들에 조금씩 은하수 투자회사의 소문이 나고 있었다.
투자하는 종목마다 오르거나 매도하여 수익을 올리니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