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소개팅 (2)
“수정아, 잘 먹었어.”
“선물 고마워.”
“천만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각선으로 두 테이블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두 명의 남자들도 일어나더니 다가왔다.
한 명은 박은혜가 마음에 들어서 전화번호를 물어보려는 것이고, 옆의 친구는 수정이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어느새 앞을 건장한 4명의 경호원들이 가로막았다.
수정이의 친구들은 수정이의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지만 접근하던 남자들은 당황했다.
수정이의 4명의 경호원들은 눈빛이 날카롭고 건장해서 이들이 함부로 덤빌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경호원 한명으로도 이들 두 명을 가볍게 제압할 실력자들이었다.
“이사님에게 접근하다니 무슨 일입니까?”
“호감이 있어서 전화번호라도 물어보려고 하는데 그러는 당신들은 뭡니까?”
“이사님의 경호원들입니다.”
“······”
“······”
수정이가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손짓했다.
그러자 경호원이 나직하게 경고했다.
“이사님께서 당신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시니 물러나시죠.”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
“······”
경호원들의 경고에 둘은 제대로 반발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었다.
경호원을 4명이나 데리고 다니는 수정이인데 이들과는 신분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양반 집안과 쌍놈 집안의 신분 차이가 아니라 재력에서 오는 차이를 의미했다.
보통 가정과 상류층, 혹은 재벌가는 누가 보더라도 큰 차이이니 말이다.
부잣집 여대생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정이가 한차례 남자들을 살펴보더니 흥미를 잃고는 고개를 돌려 친구들과 함께 계산대로 걸어갔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정이가 핸드백에서 레드 색상의 강렬한 명품 루이 장지갑을 꺼내더니 식비를 계산했다.
영수증과 잔돈을 받고는 장기갑에 넣더니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렌체 출입문으로 나왔더니 검은색 그랜저 두 대가 대기해 있었다.
경호원들이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리던 비는 이미 그쳤기에 우산을 펼치지 않아도 되었다.
경호원이 차문을 열어주자 수정이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차에 탔다.
경호원들이 나누어 타더니 차문을 닫고 출발했다.
그제야 수정이의 친구들이 주차되어 있는 흰색 승용차로 다가갔다.
박은혜의 승용차였기에 운전석에 앉고 친구들은 조수석과 뒷좌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출발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나온 두 명의 남자들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얼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대생들이라서 한번 말을 걸어보려고 했었는데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이 함부로 말을 걸고 할 수 있는 미녀들이 아니었던 거였다.
박은혜만 하더라도 승용차가 있을 만큼 부잣집 딸이었다.
특히 수정이는 4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있고 검은색 그랜저 두 대에 나누어 타고 가는 것을 보았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가의 딸로 보였다.
집안이 제법 잘 산다고 하더라도 4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 이상, 즉 상류층이나 재벌가의 딸이 분명했다.
“겁도 없이 꼬셔보려고 하다니 잘못 판단했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여자들이 아니었어.”
“큰일 날 뻔했어.”
“개망신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다.”
두 명의 남자들이 뒤돌아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이틀 뒤에 친구 박은혜에게 전화가 왔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서 수정이가 약속장소로 나가 보았다.
퓨전 초밥집이었는데 박은혜와 사귀는 남자 친구, 그리고 남자 친구의 사촌 여동생이 모여앉아 초밥을 먹고 있었다.
“은혜야.”
“어, 수정아.”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우연히 만난 거처럼 아는 체를 했다.
박은혜의 남자 친구와 사촌 여동생이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박은혜가 나서서 수정이를 인사시켜 주었다.
“안녕하세요.”
“예, 처음 뵙겠습니다.”
‘호오, 실물이 훨씬 청순하고 예쁘면서도 귀여운데?’
수정이가 알 수 있도록 박은혜가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의 사촌 여동생에 관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이름은 박수진이고 올해 삼성여고를 졸업하고 양재동에 위치한 예술 전문 양재 예술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나이는 20살이며 신장은 16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호리해서 46킬로그램이었다.
얼굴은 청순하면서도 예쁘고 귀여웠다.
당장 신인 탤런트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였다.
가슴은 C컵으로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커서 쳐지거나 무겁지도 않았다.
보통 A컵 가슴이 많았기에 C컵 가슴이면 작은 것도 아니고 보기 좋고 풍만한 가슴이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아직 노래는 들어보지 않았지만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이니 기회가 되면 노래를 들어보고 싶었다.
어쨌든 대화를 나누어보고 겉으로 보기에는 매력적이라서 오빠와 소개팅을 하더라도 좋을 거 같았다.
자연스럽게 박은혜와 수정이가 눈을 마주치면서 살짝 머리를 끄떡였다.
합격이니 소개팅을 하자는 의미였다.
살짝 긴장했었던 박은혜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고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모두들 맛있게 배불리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정이가 식비를 계산하고는 밖으로 나와 곧장 헤어지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남역 인근이기에 마침 수정이의 눈에 가라오케 간판이 보였다.
5층짜리 신축 상가 건물이었는데 지하에 가라오케가 있었다.
사실 이 5층짜리 신축 상가 건물은 동수 소유였다.
얼마 전에 보유하고 있던 부지를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신축 공사를 하여 한 달 전에 완공했다.
수정이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와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세련된 건물 외형이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가게들이 임대 받아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수정이는 일행들과 함께 지하의 가라오케로 들어갔다.
박수진은 가수 지망생이라고 하였으니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궁금했다.
박수진이 20살이기에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얼마든지 가라오케 출입이 가능했다.
아직 가라오케는 들어 가보지 못했기에 오늘이 처음이었다.
수정이는 항상 4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을 박은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남자 친구와 사촌 여동생 박수진이 모르게 해야 했다.
수정이도 눈치가 있었기에 사전에 경호원들에게 그걸 설명하고 주지시켜 놓았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가라오케에 뒤따라 들어왔지만 룸에는 들어가지 않고 한쪽에 조용히 대기했다.
맥주와 안주 몇 가지를 주문한 후에 박은혜부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두곡을 불렀더니 한층 분위기가 끌어 올랐다.
그제야 마이크를 박수진에게 넘겼다.
가수 지망생인 박수진이기에 거부하지 않고 박 성신의 최신 발라드 히트곡부터 부르기 시작했다.
‘호오, 생각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데?’
박수진이 예쁘고 몸매가 좋아서 과연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랬는데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어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은하수 기획사에 추천을 하고 오빠와도 소개팅을 해주는 것이 좋겠어.’
완전히 수정이의 눈에 합격이었다.
수정이와 박은혜는 자연스럽게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머리를 끄떡였다.
서로 친한 친구이기에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눈빛으로도 대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남자 친구는 사촌 여동생 박수진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며 박수를 쳤다.
보글보글!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맛있게 끓는 전골냄비가 식탁 가운데에 놓이자 동수가 씨익 웃었다.
가사 도우미들이 있어서 가사 일들이나 청소, 빨래, 정리정돈, 요리까지 다 맡긴다.
그 덕분에 어머니는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가끔씩 동수나 수정이를 위해 요리를 하기는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라 할 수 있었다.
동수가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미리 전화를 하였더니 가사 도우미들과 함께 대형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와서 손질하고 요리를 만들었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 김치찌개라서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잘 구운 스팸과 계란 프라이 5개가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아들, 먹어봐.”
“예, 잘 먹겠습니다.”
“엄마, 나도 잘 먹을게요.”
김이 모락 피어나는 쌀밥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절로 머리가 끄떡여질 정도로 맛있었다.
“어머니, 맛있습니다.”
“그래?”
“네, 예전에 먹던 바로 그 맛입니다.”
“한동안 음식을 만들지 않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다.”
평소에 고급요리를 즐기는 동수이기만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 제일 편하고 맛있고 좋았다.
수정이도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어머니도 숟가락을 들어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국물을 떠먹어 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자신이 끓인 것이지만 맛이 좋았다.
파김치와 배추김치도 있었는데 곁들여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뚝딱 밥 한 그릇을 다 비우자 어머니가 재빨리 가사 도우미에게 손짓했다.
압력솥에서 밥을 담아서 가져와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질 좋은 이천 쌀에 제대로 밥을 지었기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동수가 너무 맛있게 먹자 지켜보던 가사 도우미들까지 침을 삼켰다.
“오빠, 맛있지?”
“그래. 너무 맛있다.”
보통은 동수가 밥을 한 그릇 먹는데 오늘은 무려 3그릇이나 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정이도 맛있었기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어머니와 수정이, 동수가 거실로 이동하여 소파에 앉았다.
가사 도우미가 준비한 과일과 전자동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온 것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오빠, 소개팅 한번 해라.”
“소개팅?”
커피를 마시던 동수가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도 포크로 사과를 찍어서 베어 물다가 살짝 놀라면서 수정을 쳐다보았다.
“그래 소개팅.”
“갑자기 소개팅이라니 당황스럽다.”
“그래도 한번 해봐. 오빠 마음에 쏙 들 거야.”
수정이의 말을 듣고 있던 어머니가 한마디 했다.
“어떤 아가씨니?”
“내 친구 박은혜의 남자 친구의 사촌 여동생인데 가수 지망생이야. 20살이고 올해 양재동의 양재 예술대학에 입학했어.”
“오빠와 6살 차이면 딱 좋네.”
“그러니까. 이름은 박수진이고 165센티미터에 46킬로그램으로 몸매도 좋아. 내가 봒는데 청순하고 예쁘고 귀엽고 딱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수정이의 말대로라면 동수의 이상형에 가까웠다.
그런데 박수진이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았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진이 없었다.
동수는 전생에서 가수 박수진을 좋아했는데 이상형에 가까운 미녀였다.
수정이의 말대로 청순하면서 예쁘고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가수이기에 노래도 잘 불렀지만 나중에는 연기에도 도전을 하여 제법 인기를 누렸었다.
그렇지만 아빠가 운영하던 중소기업과 엄마의 식당이 IMF로 무너졌다.
부모가 동시에 사업에 실패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서둘러 지인의 소개로 재벌 3세와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은퇴했다.
제법 유명한 재벌 3세였기에 연예 프로에서도 보도가 되었었다.
박수진을 좋아했었던 많은 남자 팬들이 크게 상심했었다.
어쨌든 결혼하여 잘 사는가 했더니 불과 2년 만에 이혼을 했다.
무성한 루머와 각종 소문들이 넘쳐났었다.
그렇지만 제대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재벌 3세가 바람을 피우고 마약도 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자살로 비극적인 삶이 끝이 났다.
많은 팬들이 안타까워했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 이후에 동수는 다른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이상형도 바뀌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좋아했었고 이상형이던 여자가 바로 박수진이었다.
‘설마 전생의 그 박수진은 아니겠지? 이름만 같을 거야.’
수년 후에 자살한 박수진의 전 남편인 재벌 3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더니 몇 개월 후에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었다.
나중에는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지만 구설수에 오르는 짓을 자꾸 저질렀다.
재혼하여 잘 사는가 싶더니 부인을 폭행하여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면서 평소 행실에 관한 것들이 드러났다.
문제가 정말 많은 놈이었다.
자살한 박수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만약 자살한 박수진의 부모가 사업 실패를 하지 않았더라면 문제가 많은 재벌 3세와 결혼하지는 않았을 거였다.
어쩌면 그럼 이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살도 하지 않았을 거였다.
어쨌든 그 재벌 3세는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구설수도 많았지만 잘 먹고 잘 살았다.
집안도 좋고 재력도 엄청나서 전자회사의 부사장에도 올랐었다.
이상하게 전혀 상관이 없는 전생의 박수진이 떠올랐기에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잡생각으로 생각하고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