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54
제54화 은하수 커피 (2)
동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흐음, 여기는 손님이 거의 없군요.”
“예, 어쩌다보니 이렇습니다.”
“원두커피가 좋고 직접 로스팅도 하시죠?”
“예, 그렇습니다.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은 로스터리 카페이니까 말입니다.”
로스터리 카페는 커피 생두를 직접 볶는 로스팅 작업을 거쳐 원두로 만들어서 그것을 갈아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말한다.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보다 훨씬 커피 기술자라 할 수 있었다.
커피에 대한 열정 없이는 로스터리 카페를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손님이 없어서 제대로 운영이 되기는 하는 겁니까?”
동수가 턱수염의 바리스타의 핵심적인 약점을 건드렸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화를 내지는 않았다.
“으음, 커피가 좋아서 이탈리아까지 가서 12년 동안 커피에 대하여 배우고 귀국했는데 먹고 살아야 하다 보니 배운 게 커피다 보니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열었는데 생각한 만큼 장사가 잘되지는 않는군요.”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10개월째인데 계속 이렇게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 올해 안으로 문을 닫을 거 같습니다.”
오늘 이곳에 처음방문한 손님, 즉 동수이지만 이상하게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커피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는 거 같습니다.”
“흐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인정하기 쉽지 않는데 너무 쉽게 인정을 하는군요.”
“사실이니까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이는데 나의 제안을 들어보겠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시죠?”
“나의 제안은 간단합니다. 장사도 되지 않는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접고 내가 당신을 영입하고 싶습니다.”
진지한 동수의 말에 장난 같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는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닫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배운 것이 커피 밖에 없어서 다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처음 보는 손님이 제안을 하더니 자신을 영입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 부근에 있는 10층짜리 큐브 빌딩이라고 아십니까? 최근에 신축을 했는데 말입니다.”
“큐브 빌딩이라면?”
턱수염의 바리스타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빌딩 외관이 마치 큐브처럼 독특하게 생겼기에 한번 보면 잘 잊지 못할 텐데 모르겠습니까?”
“아,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요.”
빨강과 파랑, 녹색, 흰색, 골드까지 5가지 색상에 큐브처럼 장식되어 있어서 아주 독특한 모습의 빌딩이다.
최근에 신축 공사를 끝내고 완공되었다.
“내가 최근에 자본금 500억 원으로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큐브 빌딩을 신축하여 사옥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허엇, 자본금 500억 원으로 커피 회사를 설립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신 같은 인재를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준비가 갖추어지면 강남구에 은하수 커피전문점 10개와 서초구에 10개, 동작구에 5개, 송파구에 5개해서 모두 30개를 동시에 만들어서 영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으음, 커피전문점을 30개나 동시에 만든다고요?”
“물론입니다. 아직 한국은 원두커피가 대중화되지 않아서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다만 그때까지 놀고 있을 수는 없기에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진행을 해야 하지요.”
“으음, 커피전문점 30개를 만들어 운영하는데 그게 무리하게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나만의 여러 가지 전략이 있기에 그것들을 도입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동수의 자신감에 찬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500억 원짜리 커피 회사를 설립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10층짜리 큐브 빌딩을 신축하여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니 정말 대단했다.
‘재벌 2세나 3세인가?’
동수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경호원들을 10명이나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예사롭지는 않았다.
사기꾼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신이 가진 것이 없고 곧 문을 닫을 만큼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뜯어 먹을 것도 없었다.
커피가 좋아서 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으며 아직 결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귀는 여자 친구는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었다.
“혹시나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거나 아니면 재벌 2세나 3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으음, 그럼 어떻게 500억 원짜리 커피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그런 엄청난 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리죠. 어떻습니까?”
“흐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많이는 드릴 수 없고 이번 주 금요일 오후까지는 답변을 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런데 나에 대하여 전혀 모르실 텐데 말입니다.”
“조금 불쾌하실 수 있는데 영입해야 할 사람 같아서 뒷조사를 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심정호씨!”
“으음, 저에게 제안을 하고 영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럴 거 같은 생각이 문득 들기는 했었습니다.”
“내가 영입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은 결정하는데 유리하도록 영입 조건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에 들어오시면 이사로 임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연봉은 3억 원입니다.”
“예? 연봉이 3억 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대형 로스터기를 이용하여 질 좋은 원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주 임무가 될 겁니다. 일종의 커피 회사의 공장장이라 할 수 있지요.”
“으음, 원두를 생산하는데 제가 필요할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이사는 몰랐습니다.”
“저는 능력이 있다면 대우는 확실하게 해드립니다. 대형 로스터기는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하여 설치할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커피 기술이 발달한 이탈리아가 최고이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영입 제안을 받아 들여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윽!
동수가 자신의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다.
심정호가 동수의 명함을 받아서 보았더니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 사장 김동수라고 되어 있었다.
회사 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동수는 사실 보유하고 있는 회사마다 명함을 만들었기에 다양한 명함들이 있었다.
오늘은 심정호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이기에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 사장 명함을 준 거였다.
어차피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은 장사가 되지 않아서 곧 문을 닫을 거였다.
그런 만큼 동수의 영입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연봉 3억 원에 이사 직급을 주고 공장장처럼 대형 로스터기를 이용하여 원두를 대량생산하는 임무였기에 마음에도 들었다.
동수가 제안을 하고 이틀 뒤에 심정호가 전화하여 함께 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영입이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행이었다.
심정호도 망해가는 베네치아 커피전문점을 언제까지 계속 유지할 수가 없었기에 현명한 결정이었다.
경력직 간부들은 헤드헌터 업체의 도움으로 영입을 하였으며 사무직원들이나 생산직 사원들은 신문 공고를 통하여 모집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파르치니 사에서 직수입한 대형 로스터기를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의 사옥인 큐브 빌딩 지하에 설치했다.
파르치니 사에서 보내준 기술자들 덕분에 손쉽게 설치하고 점검까지 끝마쳤다.
심정호가 잘 아는 로스터기였기에 작동법이나 어떻게 해야 좋은 원두로 로스팅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것과는 별개로 강남구에 은하수 커피전문점 10개와 서초구에 10개, 동작구에 5개, 송파구에 5개해서 모두 30개를 만들려고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다방은 섹시한 미모의 아가씨들이 중요하지만 은하수 커피전문점은 위치와 실내 인테리어가 아주 중요했다.
동수가 직접 나서서 지시하여 대로변에 있는 상가 건물의 1층과 2층을 임대받았다.
실내 인테리어도 아주 중요하기에 밖에서 안을 다 볼 수 있는 통유리로 바꾸고 편안하게 앉아서 수다를 떨 수도 있도록 소파와 티 테이블로 설치했다.
전체적으로 밝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은하수 커피전문점이 동수가 생각하는 데로 위치를 잡고 실내 인테리어까지 갖추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것만 하더라도 지금의 1991년도에는 앞서가는 인테리어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동수는 만족하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기존의 다방이나 커피전문점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도입했다.
그것은 바로 디저트와 각종 커피용품들이었다.
헤드헌터 업체에 의뢰를 하였더니 마침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디저트를 배운 파티셰 한 영진이 있어서 면접을 보고는 바로 영입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과제빵사로 통하지만 사실 파티셰는 케이크를 비롯하여 빵과 과자, 초콜릿을 만드는 전문가를 이르는 말이다.
프랑스 유학을 하면서 제대로 배운 파티셰이기에 동수의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은하수 커피전문점에 납품하여 판매를 할 것이기에 보조 제빵사를 10명이나 지원해 주기로 했다.
동수의 제안으로 수제 초콜릿과 각종 디저트를 만들도록 하였고 직접 보고 맛도 보면서 평가를 한 후에 통과한 것들은 은하수 커피전문점에서 진열하여 판매할 거였다.
워낙 철저한 동수였기에 모든 일들이 착착 진행되었다.
놀라울 정도의 추진력이었다.
“수진씨가 이번에도 광고를 맡아줘야겠어.”
“예? 어떤 광고인데요?”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은하수 커피전문점의 광고야.”
“어머, 그래요?”
“광고모델 비는 1억 원을 줄게. 대신 1년 전속모델이야.”
“알았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하여 박수진이 동수의 제안으로 은하수 커피전문점 광고를 찍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각 방송국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선보였다.
그리고 은하수 커피전문점 30개도 모든 공사를 마치고 직원들을 실전처럼 리허설까지 하여 합격하자 안심이 되었다.
드디어 토요일 오전 10시가 되자 청소까지 마친 은하수 커피전문점 30개가 동시에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박수진의 TV 광고 덕분인지 호기심에 젊은 여성들이 들어와 주문하여 커피를 사 먹었다.
실내 인테리어를 잘 해놓았기에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테이크아웃까지 할 수 있어서 사가지고 커피를 마실 수도 있었다.
아직 아메리카노 커피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커피 음료, 즉 커피에 우유나 설탕을 넣은 카푸치노나 카페라떼 같은 것이 인기였다.
수제 초콜릿과 각종 디저트도 예쁘고 깜찍해서 인기였다.
머그잔과 각종 커피 잔, 커피용품들까지 진열되어 있어서 구입해가는 사람이 의외로 제법 있었다.
“생각보다는 손님들도 제법 되는군.”
동수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은하수 커피전문점 30개 중에 무작위로 한곳을 선택하여 방문하여 커피를 구입하여 마셔보고는 만족해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매장의 각종 일들을 보조하고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린다.
그렇기에 커피의 향과 맛이 좋았다.
점심시간에 식사하고 은하수 커피전문점으로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다가 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손님들이 넘쳐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남구와 서초구, 동작구, 송파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매출은 예상보다 높았다.
“은하수 커피전문점으로 와라.”
“아, 거기 분위기 좋던데?”
“그러니까 약속장소로 잡기에는 좋아.”
“알았다.”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서 만남의 장소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커피 생두의 수급도 원활해졌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커피 산지를 많이 가보았던 심정호이기에 커피 도매상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에티오피아에도 커피 도매상을 알고 있었는데 심정호와 여러 번 거래한 적이 있었다.
국제전화까지 하여 커피 생두를 대량으로 직수입했다.
질 좋은 에티오피아 커피 생두를 이용하여 대형 로스터기로 로스팅하여 최상의 품질의 원두를 생산해 내었다.
이런 원두를 이용하여 은하수 커피전문점에서 내리니 커피의 향과 맛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은하수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후후후, 크게 적자만 나지 않더라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군.”
동수는 예상외로 은하수 커피전문점의 매출이 좋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양재동에 10층짜리 빌딩 사옥까지 마련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려고 장사가 잘되는 위치가 좋은 곳으로 30곳을 선택하여 은하수 커피전문점을 만들었다.
2천 년대가 되기 전까지는 확장을 생각하지 않을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였다.
아무리 미래에 성공하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1991년이기에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동수가 넘쳐날 정도로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거였다.
어쨌든 생각했던 것보다는 장사가 잘 되어서 안심이 되었다.
은하수 커피전문점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 대기업에서도 너도나도 진출할 거였다.
지금은 지켜보는 수준이었으며 그것을 모를 동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