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56
제56화 뉴욕 데이트 (1)
동수가 갤럭시 투자회사에 출근했다.
여비서 캐서린이 동수가 좋아하는 스타워크 커피를 직접 타서 가져왔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천만에요. 사장님.”
캐서린이 사장실을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 로드리게즈가 사장실로 찾아왔다.
보고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양손으로는 부족해 카트에 올려서 가져왔다.
“사장님,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요.”
“승인을 해주셔야 하는 서류들이 많습니다.”
“흐음, 서류들을 보니 두렵군요.”
“대부분 사장님의 지시를 받고 추진하는 일들이라서 승인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들입니다.”
동수와 부사장 로드리게즈가 마주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그제야 동수가 서류들을 집무책상에 올려놓고 검토를 시작했다.
부사장 로드리게즈의 말대로 대부분 동수가 이미 지시하여 추진 중인 일들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사장인 동수의 승인, 즉 사인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처리해야 했다.
빠르게 읽고 살펴보면서 사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
“휴우, 아슬아슬하게 다 처리했군.”
결재 판에 서류들을 차곡차곡 올렸다.
의자에서 일어난 동수가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재킷을 걸치고 사장실을 나왔다.
여비서 캐서린에게 승인한 서류들을 가져가라고 하고는 경호원들과 함께 퇴근했다.
보통은 곧장 거주지로 가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모처럼 출국하여 뉴욕으로 왔기에 맨해튼에서 스테이크로 유명한 빅 스테이크 하우스로 향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은 곳이다.
동수는 오전에 예약을 해놓았기에 여유가 있었다.
경호원들과 함께 예약석으로 안내를 받고 앉아서 스페셜 빅 스테이크로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초대형 티본스테이크와 빵과 수프, 샐러드까지 차려졌다.
대형 접시에 담겨져 나온 초대형 티본스테이크는 1.5킬로그램 정도 되어 보였다.
사실 동수 혼자서 다 먹기에는 많았다.
그렇지만 동수 혼자가 아니라 건장한 경호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기에 남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경호원들의 티본스테이크도 비슷한 크기였지만 말이다.
“흐음, 역시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육즙이 많아서 아주 맛있군.”
스테이크로 유명한 레스토랑이기에 확실히 맛이 좋았다.
티본스테이크도 좋은 등급을 사용하기에 부드러웠다.
동수의 백인 경호원들도 모처럼 뉴욕 맨해튼의 빅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는 것이기에 아주 좋아했다.
동수는 왼쪽의 의자에 앉아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한기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어때, 괜찮아?”
“예, 아주 맛있습니다.”
“확실히 한국보다 크지?”
“예, 미국 사람기준으로 양을 정하는 거 같습니다.”
“맞아.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지.”
동수는 결코 서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면서 느긋하게 티본스테이크를 즐겼다.
평소에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티본스테이크를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레드 와인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동수 자신만 마시는 것은 눈치가 보일 거 같았다.
경호를 해야 할 경호원들은 식사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근무 중이기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
‘후후후, 굳이 나 혼자서 레드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지.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말이야.’
레드 와인 대신에 콜라를 주문하였기에 이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톡 쏘는 콜라는 언제 마셔도 아는 맛이라서 좋았다.
“사장님, 수진씨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스케줄이 있고 해서 장기간 미국에 머물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그래도 멀리 떨어져 있고 장기간 못 만나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게 신경이 쓰이는군.”
“바쁜 스케줄은 처리하고 나서 미국으로 오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도 생각을 했었어. 조만간 기회를 봐서 미국으로 오라고 할 생각이야.”
“잘 생각했습니다. 뉴욕에서 함께 데이트도 하고 하면 좋을 겁니다.”
“고맙다. 그렇게 말해줘서. 정작 너는 여자 친구도 없는데 말이야.”
“사실 경호하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주변인으로 찾아봐야지요.”
“주변인?”
“예, 비서실 여직원들이 예쁘고 몸매가 좋으니 말입니다.”
“설마 캐서린 비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
“뭐야? 그럼 캐서린 비서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야?”
“으음, 어쩌다보니 관심이 생겼습니다.”
갤럭시 투자회사의 캐서린 비서는 금발에 아름다운 미녀이며 가슴 풍만하고 힙 업에 몸매도 아주 좋았다.
어지간한 남자들은 다 좋아할 그런 매력적인 금발 미녀이다.
친구 한기가 금발의 백인 미녀 캐서린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스윽! 슥슥!
나이프로 티본스테이크의 뼈에 붙은 살코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어 입에 넣고 씹으면서 한기를 쳐다보았다.
유능하고 눈치도 빠르고 일을 잘해서 동수의 마음에 쏙 드는 캐서린 여비서였다.
그런 그녀와 한기를 연결하니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캐서린 비서는 뉴욕대학교의 경영대를 나온 재원인데 쉽지 않을 텐데?”
“그렇기는 하지만 매력적이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데 학벌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건 그렇지만 만약에 캐서린 비서와 사귄다고 하더라도 일 년의 절반 정도는 서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괜찮겠어?”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동수가 미국 뉴욕과 한국 서울을 왕래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미처 이것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애를 하는데 가장 걸림돌이라고 하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거였다.
“꼭 사귀고 싶다면 나는 말리지는 않겠어.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서로 연결해주는 것은 할 수 없어.”
“반대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고맙습니다.”
“갤럭시 투자회사의 직원들 중에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캐서린 비서를 좋아하는데 자신 있어?”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용기를 내어서 사귀자고 해볼 겁니다. 거절하면 어쩔 수 없고 말입니다.”
한기의 말에 동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어떻게 보면 한기가 좀 무모해 보이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는 것이 대단했다.
마음에 드는 미녀에게 제대로 말을 걸지도 못하는 남자도 많다.
그런 것에 비한다면 한기는 최소한 용기를 내어서 시도를 해본다는 거였다.
양재동의 소고기국밥집 흑우에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가 식사를 하러 왔다.
푸짐한 소고기국밥에 수육까지 차려져 있었다.
“정말 오늘 오는 거야?”
“예, 그렇다고 합니다.”
“호오, 박수진을 오늘 볼 수 있겠군.”
윤현식 상무는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박수진을 만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알아보니 스케줄이 엄청 많아서 정신없이 바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2개에서 최대 3개 정도의 행사에 출연을 하기는 하지만 야간업소에는 일체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태양전자의 광고를 제안하였지만 거절당했다.
간혹 엄마가 운영하는 소고기국밥집 흑우에 와서 식사를 하거나 서빙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진에 사인까지 한 것을 코팅하여 벽에 붙여 놓은 것도 있었다.
오늘 박수진이 나타나면 윤현식 상무를 좋게 보고 있는 박수진의 엄마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했다.
그렇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박수진이 타고 있는 승합차가 양재동의 흑우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수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
-지금 혹시 양재동의 흑우로 가고 있습니까?-
“예,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차를 돌리세요.-
“예? 왜 그러세요?”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가 흑우에 있습니다. 수진씨를 만나려고 말입니다.-
“어머, 그래요?”
-예, 당장 차를 돌리세요.-
“알았어요.”
박수진이 옆에 앉은 코디네이터에게 말했고 다시 그녀가 운전기사에게 말하여 승합차를 돌려 은하수 기획사로 향했다.
동수가 평소에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에 관하여 안 좋게 말을 해놓았기에 박수진도 조심하고 있었다.
전화 통화를 비롯하여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윤현식 상무가 의도적으로 엄마가 운영하는 흑우에 찾아와서 식사를 하면서 박수진을 만나려고 한다는 것도 동수가 말해주었기에 알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아빠가 전자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만월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태양전자에 납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사실도 몰랐었는데 동수가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윤현식 상무가 압력을 행사하여 어떻게 하든 박수진에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것도 말이다.
이기적이고 집요한 성격에 자신보다 아래의 사람을 짓밟고 갑질을 한다는 것도 동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동수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재벌 3세이다 보니 부모는 호의적이며 어떻게 하든 박수진과 연결하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항상 박수진 편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동수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는 나름 조사를 해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놀랍게도 박수진의 부모들 중에 아빠는 친아빠이지만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었다.
아빠에게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여자가 있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었다.
박수진이 태어난 지 겨우 2년도 지나지 않아 중매로 지금의 엄마와 결혼을 하여 키우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였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에는 부모가 아주 살갑지 않아서 무뚝뚝한 성격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런 숨겨진 비밀이 있었던 거였다.
동수의 전생에서 박수진이 자살한 이후에 각종 소문이 떠돌다가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것을 동수가 기억하고 있었는데 뒷조사를 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박수진의 부모는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었다.
친구나 남들에게 이런 사실을 말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속앓이를 했었다.
동수가 곁에서 조언을 해주면서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동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야 동수가 은하수 기획사와 계약을 하였을 때 계약금을 비롯하여 앞으로 들어올 수익금 등을 부모에게 다 주지 말고 박수진 자신의 은행 통장을 만들어서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고 했었다.
가수로 데뷔하고 히트곡이 나오면서 정산한 수익금이 입금된 것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박수진은 자신의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니 힘이 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빠와 엄마가 박수진의 수익에 관하여 관심을 가졌다.
자꾸 물어보고 하기에 알아서 한다고 하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상하게 알려줘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제 와서야 동수의 제안대로 한 것이 현명하고 잘했다고 생각했다.
박수진은 미성년자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성인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들을 자신이 알아서 해도 되었다.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돈은 빌려주지도 쓰지도 않았다.
자꾸 눈치를 준다면 독립하여 혼자 살 생각도 있었다.
당장 집을 나오더라도 동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에델바이스 오피스텔도 있었기에 그곳에서 지내도 되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박수진 자신의 통장에 들어 있는 돈도 상당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고 순진한 박수진이었는데 동수의 도움으로 빠르게 세상의 실체를 알아갔다.
코디네이터와 로드 매니저, 은하수 기획사의 직원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 동수 오빠가 보고 싶어.’
미국 뉴욕으로 떠난 지 2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
이번 주에는 스케줄이 다 잡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소화를 해야 했다.
‘다음 주에는 스케줄을 잡지 말라고 해야겠어.’
시간을 내어서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서 동수를 만날 생각이었다.
옆에 앉은 코디네이터가 고개를 돌려 박수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생각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인데 말해봐.”
“나 사장님 보고 싶어요.”
“그건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없는데 어쩌지?”
“나도 알아요. 부사장님께 말하여 다음 주 스케줄은 잡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혹시 미국 가려는 거야?”
“예, 사장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안 되겠어요.”
은하수 기획사에 도착하자 박수진이 부사장을 만나 다음 주 스케줄을 잡지 말라고 했다.
미국에 있는 사장님을 만나러 간다고 했기에 부사장도 말리지 못하였다.
박수진은 소속가수이기는 하지만 사장님의 애인이기에 부사장도 눈치를 봐야 했다.
평소에도 동수가 부사장에게 지시하여 언제든 박수진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되도록 다 들어주라고 했었다.
동수가 박수진을 얼마나 아끼는지 야간업소 출연을 아예 하지도 못하게 했다.
행사나 방송국의 쇼프로그램도 무리하게 잡지 못하도록 했기에 스케줄에 여유가 있었다.
다른 기획사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박수진은 사장 동수 덕분에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따지거나 말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