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도발 (4)
동수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윤현식 상무를 쳐다보았다.
그게 이상하게 거슬렸다.
“박수진씨를 태양전자의 모델로 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말이오.”
“분명하게 거절을 했을 텐데 이상하군요.”
“그때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이오.”
“새로운 제안이라도 가져왔다는 거요?”
“물론이오. 태양전자의 모델로 3억 원을 제시하기로 했소.”
“호오, 신인 가수에게 너무 크게 지르는 거 아니오?”
“박수진씨는 충분히 매력이 있기에 태양전자의 모델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말이오.”
윤현식 상무가 박수진에게 흑심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것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져오더라도 거절할 생각이다.
그런 동수의 마음을 모르기에 윤현식 상무가 동수를 이길 수가 없는 거였다.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소.”
“거절? 3억 원을 제시하는데 거절한다는 말이오?”
“그렇소. 거절이오.”
“으음, 거절하다니 놀랍군요. 은하수 기획사의 사장이라면 3억 원을 제시하는데 거절하면 안 되는 거 아니오?”
“다른 사람이라면 거절하지 않겠지만 윤현식 상무 당신이기에 거절하는 거요.”
“뭐라고?”
윤현식 상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동수를 쳐다보았다.
윤현식 자신이기에 제안을 거절한다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말이오. 윤현식 상무 당신이 많은 미녀들을 데리고 문란하게 노는 것을 잘 알고 있소.”
“·······”
“그런 사람에게 박수진과 가까이 할 수도 있게 만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소?”
“내가 박수진을 어떻게 하기라도 한다는 말이오?”
“물론이오. 고양이가 생선을 눈앞에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겠소? 냉큼 잡아먹을 거 같은데 말이오.”
“이자가 감히?”
동수의 직설적인 말이 모욕적으로 느껴졌기에 발끈했다.
곁에서 듣고만 있던 김 대리조차 화가 날 정도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기에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당신이 아무리 더러운 수작을 부리더라도 어려울 거요.”
“흥, 내가 무슨 수작을 부렸다고 하는 거지?”
“그건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헛소리하지 마라.”
“과연 헛소리일까? 어설픈 미행은 이제 그만 두는 게 어때?”
“·······”
“·······”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동수가 박수진의 미행까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박수진을 미행하는 자들은 프로들이기에 결코 어설프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켰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늘 이후부터 계속 미행을 하다가는 작살을 내버릴 거야.”
“으음, 나를 이렇게까지 경계하다니 이유를 모르겠군.”
“정말 그것을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야?”
“몰라서 물어보는 거다. 나 같은 재벌 3세와 친해서 나쁠 것이 없을 텐데 말이야.”
“집요하고 이기적이며 자신의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고 하는 너의 괴상한 성격을 가진 놈과 내가 왜 친해져야 하는 거지.”
“재벌 3세이니까.”
“미친놈,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하는군. 너는 재벌 3세이지만 나는 이미 재벌이야.”
“·······”
동수의 당당한 말에 윤현식 상무가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미 뒷조사를 통하여 동수가 엄청난 재력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현식 상무가 재벌 3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후계자나 재벌 자체는 아니었다.
일개 태양그룹이라는 재벌가의 자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동수는 이미 7개의 은하수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사장이었다.
7개 은하수 회사들의 자본금만 3천억 원이나 되고 회사 보유금까지 포함하면 1조 원도 넘었다.
여기에 동수의 개인재산을 파악한 것만 하더라도 1조 원이 넘었기에 회사까지 합하면 무려 2조 원이 넘었다.
그러니 재벌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윤현식 상무가 태양그룹의 재벌가 자식이기는 하지만 비교하여도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김동수 사장은 아직 27살에 불과한데 몇 년 만에 자신의 손으로 7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윤현식 상무는 태양그룹의 재벌가 자식이었기에 금 수저로 태양전자의 대리로 입사하여 지금은 상무로 일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비교해도 아직은 무리였다.
‘나에게 도발을 하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놈이야.’
그동안 어려움 없이 성장한 윤현식 상무이기에 아주 강력한 라이벌 같은 동수가 등장하자 당혹스러웠다.
모든 능력이 비교가 되었다.
“흐흐흐, 이렇게 나온다면 이제부터는 나와 당신은 적이야.”
“후후후, 멍청한 놈.”
“감히 나를 멍청한 놈이라고 했나?”
“그래. 나는 처음부터 너를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뭐라고?”
예상하지 못한 동수의 말에 윤현식 상무가 깜짝 놀랐다.
너무나 충격적인 동수의 말이었다.
“으음, 처음부터 나를 적으로 생각했었다니 왜지?”
“그것을 정말 모르는 거야?”
“모르겠다. 말을 해봐라.”
“태양그룹이라는 재벌가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인성을 갖추지 못하고 능력도 떨어지는 놈이 욕심은 많고 이기적이고 자기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하고 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렇다고 나를 처음부터 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연하지. 결정적인 것은 말이야. 나의 여자를 감히 흑심을 품고 가지려고 수작을 부린다는 거야.”
“뭐라고?”
윤현식 상무는 순간 동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여자에게 흑심을 품고 가지려고 수작을 부린다니 말이다.
하지만 곁에 서 있던 김 대리는 동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허엇, 그럼?’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윤현식 상무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동수를 쳐다보았다.
“그, 그럼 박수진이 너의 여자?”
“그걸 이제야 알았나?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동수의 폭탄 같은 엄청난 말에 충격을 받은 윤현식 상무가 순간 비틀거렸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말이었다.
이제야 윤현식 상무는 이상하게 박수진을 만나려고 하거나 엮으려고 해도 되지 않았던 것이 중간에 동수가 방해를 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비밀로 했었던 일이었는데 동수는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윤현식 상무를 보고는 공개해버린 거였다.
당연히 윤현식 상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동수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매력적인 박수진이기에 접근하여 데리고 놀려고 했었는데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였다니 배신감도 생겼다.
“큭큭큭,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놀랍군.”
“이제라도 알았으니 더 이상 수진에게 접근하거나 수작을 부리지 마라.”
“그건 싫은데?”
“싫다고?”
“물론이지.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으니까 말이야.”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군. 나는 너에게 분명히 경고를 줬다. 그럼에도 앞으로 수진에게 접근하거나 수작을 부린다면 내가 널 날려 버릴 거야.”
동수의 단호한 말에 김 대리가 흠칫했다.
윤현식 상무는 심한 모욕감에 분노하느라 동수가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 자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동수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눈동자를 움직여 김 대리를 쏘아보았다.
‘으으, 무서워.’
김 대리는 마치 천적을 만난 거처럼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자신이 쥐라면 상대, 즉 동수는 독수리였다.
그동안 숨긴 사실까지도 공개했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경고였다.
그걸 김 대리는 제대로 인식을 했다.
그렇지만 윤현식 상무는 아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룩한 동수의 엄청난 능력을 뒷조사를 통하여 알게 되었기에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 자인지도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미국에 투자이민도 했다고 하니 좀 더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겠군.’
김 대리는 그동안 김동수 사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되었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어서 회사를 설립하여 좀 잘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상무님,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으음, 두고 보자.”
윤현식 상무가 동수를 노려보다가 김 대리와 함께 출입구로 나갔다.
동수는 윤현식 상무에게 도발을 하였고 박수진이 자신의 여자라는 것까지 밝혔다.
상당히 큰 충격을 받고 돌아갔다.
동수가 씨익 웃으면서 박수진을 향해 걸어갔다.
짝짝짝짝!
사진작가와 보조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수진의 사진촬영이 드디어 끝이 났다.
이제 이틀 뒤에 있을 은하수 커피 주식회사의 TV광고 촬영을 하면 되었다.
모처럼 하는 사진촬영이었지만 즐겁고 재미도 있었다.
“수고했어.”
“고마워요.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기다려요.”
“알았어.”
박수진이 코디네이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원피스로 갈아입은 박수진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뭐 먹고 싶어?”
“생선초밥?”
“좋아. 청담동의 동경 스시로 가면 되겠군.”
“동경 스시?”
“나도 한번 가본 곳인데 주방장의 생선초밥 솜씨가 좋아.”
“그래요? 가요.”
동수 일행과 박수진 일행이 차를 나누어 타고 청담동의 동경 스시로 이동했다.
3층짜리 목조건물 같은 건물외관이 인상적이며 동시에 20대를 주차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동경 스시로 들어가 보니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일본식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여직원들도 일본식 복장을 하고 있었다.
주방장 특선으로 주문을 했다.
“사진촬영을 하고 있어서 잘 보지 못했는데 누구였어요?”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였어.”
“예? 윤 상무가 무슨 일로 찾아온 거죠?”
“그거야 수진씨를 보려고 찾아왔지.”
“나를요? 아직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는데요?”
“그걸 그자도 알고 있어. 다만 태양전자의 모델로 계약하려고 3억 원을 제시하겠다고 하였지만 목적은 다른 것에 있었지.”
“다른 목적이라니 무슨 뜻이에요?”
“놈이 그동안 해온 수법을 보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야. 가까워지면 노리개로 생각하여 마음껏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거지.”
“어머, 그 정도예요?”
“재벌 3세이기에 그동안 많은 여자들을 손쉽게 끌어당겨서 실컷 데리고 놀다가 버린 놈이야. 임신을 하거나 여자가 조금이라도 허튼 욕심을 부린다면 조직폭력배 같은 자들을 이용하여 처리하지.”
“······”
동수의 말이 그냥 하는 농담이 아니었다.
직설적이라서 바로 이해가 되었다.
박수진이 생각해보니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는 재벌 3세이니 모든 여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이 좋은 남자였다.
그렇기에 허영과 욕심에 붙었다가 나중에는 버려지는 거였다.
여자가 허영이나 욕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들면 접근하여 교묘하게 쓰러뜨린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접근하여 공략을 하니 버티거나 할 수도 없었다.
박수진의 생각에도 윤현식 상무가 부모에게 접근한 것을 알고 있었다.
동수가 곁에서 박수진 자신을 지켜주었기에 윤현식 상무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였다.
“그동안 사귀는 것을 비공개로 하였지만 놈에게 공개해 버렸어.”
“어머, 공개했다고요?”
“그래. 놈이 깜짝 놀라더군.”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을 테니 놀라는 것이 당연하죠.”
“나도 그런 의도로 놈에게 충격을 주었지. 놈이 어쩔 줄 모르더군.”
“안 그래도 나도 우리가 사귀는 것이 밝혀져서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으면 했어요.”
“아무리 우리가 사귀는 것을 밝혀도 놈은 쉽게 물러나지 않아. 오히려 더 집요하게 수작을 부릴 거야.”
“설마요?”
“놈의 집착이 얼마나 지독한지 수진씨는 몰라.”
동수의 말에 박수진이 머리를 끄떡였다.
상식선에서 생각을 하면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윤현식 상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가졌다.
그런 자가 쉽게 물러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전생에서 박수진과는 결혼까지 하였다.
그런 운명으로 엮여 있는데 동수가 중간에 나타나서 먼저 가로채 버렸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에 물러나지는 않을 거였다.
결국 윤현식 상무를 철저히 짓밟아 버려야 해결이 나는 일이었다.
동수는 박수진과 소개팅을 하여 사귀게 되면서 운명의 정적인 윤현식 상무를 상대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이제는 결코 물러날 수 없었기에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박수진의 부모가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지만 뚫고 나갈 생각이다.
윤현식 상무의 음모와 수작에도 넘어가지 않을 거였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생선초밥이 접시에 담겨져 놓였다.
박수진이 젓가락으로 광어초밥을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동수가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자신도 광어초밥을 먹었다.
주위에 있던 일행들도 생선초밥을 먹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비싸기는 하지만 생선초밥이 맛있기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