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독룡의 둥지(5)
“뀨옥─.”
한참 마나를 빨아들이던 녀석은 드디어 만족했는지. 작은 트림을 하며 현우의 팔뚝에서 송곳니를 뽑았다.
‘조금 커진 것 같은데.’
현우의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녀석은 마나를 흡수하기 전과 비교해서 약간이지만 몸집이 커져 있었다.
만약 매일 이렇게 마나를 먹인다면. 조만간 현우가 기억하고 있는 그 모습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진짜 귀엽다.”
주건우가 조심스럽게 이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턱에 닿자 녀석이 눈이 스르르 반쯤 감겼다.
손길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이제 막 부화해서 그런가. 이무기라기 보단 새끼 뱀 같은 느낌이야. 사람도 잘 따르는 것 같고.”
확실히 주건우의 말대로였다.
일반적인 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끈해야 할 이마에 한 쌍의 작은 사슴뿔이 돋아나 있다는 점일까.
전체적으로 파충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귀엽다고 할 수밖에 없는 외견이었다.
그리고 그건······.
류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귀엽군요.”
류한나가 눈을 빛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무기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자칫 물릴 위험도 있겠지만, 상대는 류한나다. 아무리 심해 봤자 고작 생채기 정도겠지.
하지만 이무기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쉬익─.”
탁, 하고 류한나의 손을 꼬리로 쳐내고.
마치 부모에게 숨는 새끼 동물 마냥. 빠르게 현우의 팔을 휘감아 오른 것이었다.
주건우 때와는 정반대의 반응.
아마 주건우의 마나 형질이 현우와 비슷했기 때문에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경계하는 듯한 이무기의 눈빛.
웬만하면 표정이 변하는 법이 없는 그녀가. 누가 봐도 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만지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네.”
“너무 귀, 귀여워서 무심코 손을 뻗었을 뿐입니다. 다른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류한나는 미련이 떨어지는 눈으로 이무기를 바라봤다. 그녀의 취향에 대해서까진 모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다시 한 번 손을 뻗어보는 류한나.
“그래도 한 번만······.”
“쉭─!”
그녀의 손이 다가오자마자.
이무기는 위협하는 소리를 흘렸다.
녀석은 이제 현우의 팔을 타고오르다 못해. 마치 목도리처럼 목을 휘감고 류한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가리는 것 같소.”
“······굳이 말해주시지 않아도 압니다.”
눈치 없는 서민욱의 한마디에 류한나는 째릿 그를 노려보았다.
“하하, 영물이라 어쩔 수 없지.”
본인이 생각해도 무심한 소리였다 싶었는지. 서민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그는 흘끔 이무기를 바라봤다.
“저 영물의 이름은 생각해둔 것이 있소?”
“이름이라······.”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부화시키는 것만 생각했지. 이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줄 고민까지는 아직 해보지 않았다.
‘애초에 회귀 전엔 적이기도 했고.’
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이무기는 샤오 가문의 손에 들어갔어야 했다.
현우는 녀석들의 본가에서 이 녀석의 성체와 사투를 벌였고. 직접 그의 손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다시 생각해도 성가신 상대였다.
그런 강적이 막상 손에 들어왔지만. 뭔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애초에 크기와 힘부터가 현우가 상대했던 이무기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하나 지어주면 되겠군. 아무리 그래도 영물인데. 이거나 저거로 막 부르긴 조금 그렇지 않소.”
“으음······.”
이름을 지어보는 건 처음이다.
이런 고민을 갑자기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서민욱의 말대로 이름 정도는 지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주덕춘.”
현우의 말에 서민욱이 눈을 깜빡였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그, 그게 이름이오?”
“예.”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이름을 하루 종일 고민하는 성격도 아니다. 이런 고민일수록 깊어지기 전에 빠르게 끝내는 게 좋다.
“이름은 덕춘이. 거기에 천무일가의 성씨인 ‘주’씨를 더해서 주덕춘입니다. 나름 복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감도 괜찮지 않습니까?”
“주, 주덕춘······.”
서민욱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본인이 부화시킨 영물이니. 딱히 그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건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그렇지?”
현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서민욱은 순간 머리가 지끈 아파져 오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천무그룹 일가는 전부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네 이름은 오늘부터 주덕춘이다.”
“쉬익─?”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이무기.
아니, 주덕춘······.
‘끄응, 입이 근질근질하군!’
서민욱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슬쩍 옆을 보니. 권준성 역시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묘한 표정으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우리 대원들도 슬슬 정신을 차렸고. 이제 게이트 밖으로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보스 소재는 원하신다면 협회 쪽 회수원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보상의 분배는······.”
류한나가 슬쩍 끼어들었다.
보스 공략이 대부분 현우의 힘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서민욱과 권준성 또한 어쨌든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주긴 했다.
그들의 기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소.”
서민욱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쪽도 공략에 참여하긴 했지만. 기여도를 생각한다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겠지. 내가 책임지고 소재를 손실 없이 전부 천무그룹에 전달하도록 하겠소.”
깔끔한 포기 선언.
드래곤의 소재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욕심을 부려볼 법도 하지만. 목숨까지 구해진 마당에 그건 너무 배은망덕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민욱은 그런 성격이 못되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회수팀은 천무그룹에서 보낼 겁니다. 협회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천무그룹이 굳이 그쪽 인원을 빌려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음, 알겠소.”
이내 서민욱은 현우를 돌아봤다.
그는 성큼 걸어 현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진심으로 고개를 깊게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번에 나와 대원들의 목숨을 구해준 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소. 약속한 대로 은혜는 반드시 잊지 않을 거요.”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니!”
가당치도 않다는 듯.
그는 펄쩍 뛰며 현우의 말을 부정했다.
“과장없이 그대는 영웅이오.”
서민욱의 눈빛은 진지했다.
“선발대원들의 목숨만 구한 게 아니라. 게이트를 클리어했으니. 구룡산 일대 주민들의 중독 증세도 사라질 거요. 그들 모두의 목숨을 구한 것이나 다름없소.”
이렇게 띄워 주니 오히려 어색했다.
현우는 대답 대신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조만간 다시 볼 일이 있으면 좋겠소. 아, 물론 이런 자리가 아니라. 더 좋은 자리에서 말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민욱은 현우의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
현우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생각했다.
어차피 조만간 그를 다시 볼 일은 반드시 생길 것이다.
‘더 좋은 자리인진 모르겠지만.’
샤오 가문의 본가를 공략하기에 앞서.
국내에 설립될 제약 공장을 파괴하기 위한 명분을 바로 협회 소속 고위 헌터인 그의 손을 빌려 만들어낼 생각이니까.
***
본가로 귀환하자마자.
현우를 맞이한 건 주영미였다.
“조부님께서는요?”
“잠시 중국으로 떠나셨단다.”
“중국엔 왜······.”
현우는 질문을 삼켰다.
그 이유가 너무 명확하게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분명 현우가 벌인 일 때문일 것이다.
‘샤오 가문의 별장을 박살 내고. 차남까지 그대로 사살해버렸으니. 명분을 떠나 조부님이 직접 담판을 지을 필요는 있겠지.’
그러나 걱정이나 반성은 없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은 그쪽이고. 현우로서는 마침 기회가 되었기에 싹다 제거했을 뿐이었으니까.
주양태 회장도 분명.
현우의 설명에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게 있다면······.
‘이번 방문 때 녀석들이 원래 계획보다 일찍 암수를 뻗을 수도 있다. 교활한 샤오 가문에겐 더 일찍 기회가 주어진 셈이니까.’
현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물론, 대놓고 주양태 회장을 습격하진 못하리라. 나이가 꽤 들긴 했지만. 주양태 회장은 아직 상당히 정정하다.
샤오 가문의 본가라곤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홀로 녀석들의 절반 이상은 쓸어버리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위험한 모험을 녀석들이 시도할 리가 없다.
“아쉽네요.”
“아쉽다니?”
주영미의 물음에 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샤오 가문의 본가 정도면 볼 게 참 많을 텐데. 아직까진 해외라곤 크노스 경매에 다녀와 본 게 전부라서요.”
“······그랬구나.”
주영미는 슬쩍 입술을 핥았다.
솔직히 그녀로서는 주양태 회장이 현우를 데려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데.
샤오 가문의 본가에 주현우를 풀어놓는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으니까.
‘이 아이의 목줄을 쥘 수는 없어.’
이번 일로 확실하게 느꼈다.
현우가 차남 샤오 윤을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솔직히 손발이 떨릴 정도로 경악했다. 자칫 샤오 가문과 전쟁으로 번지면 그녀의 책임 또한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최소한.
눈에 닿는 곳에 두고 관찰하는 편이 낫다.
주건우를 그의 공략팀에 보낸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적어도 주건우와 붙어 다니는 이상. 현우가 주영미의 시선 밖으로 나가긴 어려울 테니까.
“드래곤을 잡았다고 들었단다.”
“아, 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처음으로 사냥한 드래곤이 흑룡 케르카톤이었지.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었어. 현우 너 같은 인재가 한 명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주영미는 추억에 잠긴 눈으로 중얼거렸다.
“참, 네가 본가에 도착하기 전에 회수팀을 보냈으니. 내일쯤이면 회수가 전부 끝날 거란다.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해주렴.”
류한나를 통해서 전해주어도 됐을 텐데.
굳이 이렇게 직접 현우를 찾아와서. 차까지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꺼낼 정도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조부님이 부재중이라. 이것저것 신경 쓰실 일이 많아지셨을 텐데. 괜히 고모님께 폐를 끼치는 것 같네요.”
“어머, 폐라니. 전혀 그렇지 않단다.”
주영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현우는 그 표정에 조금 놀랐다.
최근 주건우를 공략팀에 받아들인 이후로. 주영미의 태도가 많이 유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위화감이 들긴 했지만.
좋은 관계를 구축해서 나쁠 건 없겠지.
“더구나 이제 넌 건우와 한 팀이잖니. 내가 따로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거야. 항상 건우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 그렇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단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영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무슨 대단한 부탁이라도 있는 걸까. 현우는 조용히 그녀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이번에 회수될 소재 말이다.”
“······네.”
그게 목적이었나.
현우는 주영미를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드래곤 하트를 누구보다 먼저 매입하고 싶다는 이가 있었단다.”
“소식이 굉장히 빠른 사람인가 보네요.”
드래곤 하트.
간단히 말해 드래곤의 심장이다.
드래곤의 생전 특성이 담겨 있는 강대한 힘의 원천. 헌터로 따지면 코어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독룡 노페이탄의 드래곤 하트엔······.
아마 독과 관련된 권능이 담겨 있겠지.
드래곤이라는 마족 자체가 워낙 드물게 나타나는 탓에. 드래곤 하트는 굉장히 희귀한 소재로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 지금의 현우에겐 크게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다.
샤오 가문처럼 독을 다루는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미 노페이탄의 정수를 흡수한 이무기라는 영물을 손에 넣었음은 물론. 독에 대한 면역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게 누구죠?”
“오수진.”
그 이름을 듣자마자.
현우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른바 천무그룹의 적마녀.
국내에 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사로. 그녀가 다루는 화염 마법의 위력은 전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수준이었다.
자타공인 마법의 천재이자.
그녀를 아는 모두가 괴짜라고 이야기하는 개성 넘치는 인간. 그리고 현우 역시, 이미 데뷔전 당시에 오수진과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 여자가 내게 직접 이야기하더구나. 그걸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돈에 미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 물건의 값은 확실하게 쳐주겠지.”
오수진의 속내는 짐작하기 어렵다.
워낙 개성이 넘치는 인물이기도 하고. 천무그룹 내에선 주양태 회장, 그리고 장남인 주진석 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인간이기도 했다.
‘뭐, 나는 알지만.’
그녀가 드래곤 하트를 찾는 이유.
그건 바로 자신이 사용할 스태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오수진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법사지만.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그녀를 감당할 수 있는 스태프가 없었다. 그야말로 대포 탄환을 억지로 화승총에 쑤셔 넣고 발사하는 꼴.
서울 방어전 당시에도.
그런 단점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난 지팡이를 억지로 사용하면서. 마족을 향해 마법이 되지 못한 마나 덩어리들을 난사하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한다.
만약 그때······.
그녀의 전력을 견뎌낼 스태프가 있었다면. 서울 방어전의 전황은 조금 더 유리하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쓰읍, 현우는 숨을 삼켰다.
‘성격은 조금 껄끄럽지만.’
그래도 사용처가 없는 드래곤 하트.
그걸 그녀에게 내주고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그중에서도 당장 필요한 것은 하나.
아직 2성에 불과한 창천신공의 코어 수를 단숨에 분열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신화 등급 아티팩트.
만약 협상만 잘한다면.
드래곤 하트를 거래하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그걸 받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생각이 있다면 이야기를 전해주마.”
“그럼······.”
현우가 입을 여는 순간.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허공에서 한 묘령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마녀 오수진.
현우는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수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우의 감각으론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나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볼 줄은 몰랐는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는 이 자리에 존재했던 걸지도 모른다.
“안녕?”
요염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오수진.
그녀는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붉은색 쥘부채를 촤르륵 펼쳤다. 금색으로 화려하게 수 놓인 불꽃 문양이 현우의 시야를 가렸다.
“다시 봐도 잘생겼네.”
턱끝을 쓰다듬는 묘한 손길.
현우의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