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사막 투기장(3)
강철검후.
솔직히 그다지 훌륭한 별호라곤 생각되진 않았지만. 사실 안젤라 록펠러라는 사람을 나타내기엔 그만한 별호도 없었다.
그녀의 주 무기는 거대한 대검.
그러나 그녀가 구사하는 검술은 평범한 검사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아니, 사실 검술이라고 칭하기엔 모호한 기술이기도 했다.
록펠러 가문의 권능은 근력 강화.
단순하고 특별할 것 없는 권능처럼 보이지만. 그 수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이야기는 완벽히 달라지게 된다.
“후후, 이 대검을 알아보시겠어요?”
안젤라 록펠러는 본인의 키보다 훨씬 커다란 대검을 어깨에 둘러맸다. 눈으로 견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육중한 질량의 편린을 느낄 수 있었다.
“···현철중검.”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보다 세 배는 비싸다는 순수한 현철로 이루어진 무기. 록펠러를 아는 사람 중에서 그 무기의 정체 또한 모르는 이는 없었다.
“맞아요.”
안젤라 록펠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이 이후 발견된 물질 중에서도 가장 마나 전도율이 뛰어난 것은 물론. 현존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부피 대비 가장 큰 질량을 가진 광석이죠.”
“맞으면 아프겠군요.”
“그냥 아픈 걸로 끝나면 다행이겠네요.”
지금까지 그녀의 대전 상대는 전부 팔이나 다리가 간신히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박살 났다. 그것도 그나마 살초를 사용하지 않고 봐준 결과였으니.
그녀가 진심으로 휘두르는 일격이라면···.
SS급 헌터 쯤은 가볍게 절명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자, 피해보세욧!”
육중한 패력(覇力)이 담긴 일검.
피하라는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기세는 회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매서웠다.
부웅─!
현철중검이 목전까지 날아들었을 때.
현우는 빠르게 지면을 박찼다. 본인이 피하라고 말했으니. 한 번 정도는 받아넘기지 않고 피해 줄 생각이었다.
‘받아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록펠러 가문을 상대해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살펴본 그녀의 힘은 정면으로 부딪치기엔 약간 부담스러웠다.
“놓치지 않아요!”
현우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안젤라 록펠러는 바로 허리를 틀었다. 말도 안 되는 힘으로 현철중검이 궤도를 틀었다.
기술이나 기교따윈 없었다.
압도적인 힘과 패력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게 바로 록펠러라는 가문의 성향이었다.
‘···음!’
가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단지 검의 궤도를 힘으로 비틀어 내뻗었을 뿐인데. 현철중검에 깃든 질량과 안젤라 록펠러 본인의 근력이 이상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현우의 신체가 당겨진다.
마치 공간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그녀가 새롭게 현철중검을 휘두르는 궤도를 향해 몸이 끌려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황급히 지면에 발을 박아넣는다.
끌려가던 몸이 그 자리에 정지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진 않았다. 현우는 자세를 낮추며 안젤라 록펠러를 향해 뛰어들었다.
주먹이 닿을 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현철중검의 궤도가 다시 바뀐다.
이번에 현우는 피하지 않았다. 정확히 읽은 궤도를 향해 창뢰를 담은 주먹을 내뻗었다. 푸른 번개에 휘감긴 주먹이 현철중검의 검신을 때렸다.
“···!”
안젤라 록펠러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었다. 단지 창뢰와 함께 쾌속으로 뻗어낸 그냥 주먹질이었다. 하지만 일격에 담긴 위력은 현철중검의 궤도를 흔들기엔 충분했다.
안젤라 록펠러는 이를 악물며 다시 현철중검을 잡아당겼다. 압도적인 질량으로 빛마저 흡수하는 어두운 검신 위로 짙은 회색빛을 품은 검강이 내달렸다.
“으아아아!”
그녀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록펠러 가문이 자랑하는 패력을 담아. 현철중검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그녀의 괴력이 압도적인 질량의 난무를 만들어냈다.
속도가 부족하다면 힘으로 채우면 된다.
과연 록펠러 가문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공간마저 찢어버릴 듯한 난무 속에서.
현우는 차분히 보법을 밟으며 종잇장 하나 차이로 현철중검을 피했다. 그녀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힘 하나는 미쳤군.’
세계 헌터협회에서 SSS급이나 SS급 사이의 위계를 구체적으로 나누는 기준을 따로 만들어 어깨에 않았으니.
결국은 지금까지 현우가 상대해봤던 이들을 기준으로 안젤라 록펠러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생에서 가장 강했던 상대를 한 명만 꼽으라면 단연 샤오 가문의 권마, 샤오 랑이겠지.’
동방무패로 불렸던 사내.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강 비교하자면···.
지금의 안젤라 록펠러는 지난 샤오 가문과 전쟁 당시. 심각한 내상을 입고 본래 실력의 삼 할 정도만을 사용하던 권마와 대등한 합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엇비슷한 수준.
그러나 다 죽어가던 권마보다는 안젤라 록펠러가 훨씬 까다롭다. 움직임도 자유롭고 마나를 운용하는 기도도 막힘이 없으니.
그 점에서 가산점을 줘야겠지.
‘까다롭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현우 또한 샤오 가문과의 혈겁 이후.
적지 않은 성장을 경험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난무 속에서 현우는 확신을 가지고 전진했다.
무거운 검강이 귓가를 스쳤다.
분명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찢어졌는지 뜨끈한 감각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하고 무식하다.
그러나 단단하고 굳건했다.
마치 바위 같은 상대.
하지만 바위도 벼락을 만나면 부서진다.
‘지금.’
파지직!
현우의 두 다리에 푸른 뇌전이 휘감겼다. 창뢰의 힘이 현우의 각력에 막대한 쾌속을 부여한다.
그저 쾌(快)로는 부족하다.
방패를 뚫을 수 없는 창이라면 아무리 빨라도 무의미할 뿐. 안젤라 록펠러가 휘두르는 패력을 뚫고 그녀에게 닿을 만한 힘도 필요하다.
눈앞으로 현철중검이 치닫는다.
‘꿰뚫어 부순다.’
벽력(霹靂).
현우의 전신이 푸른 뇌전과 함께 앞으로 쏘아졌다. 안젤라 록펠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기교는 싣지 않았다.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우레보다 먼저 내리꽂히는 번개처럼.
현우의 신체가 공간을 내달렸다. 일순 주위의 풍경이 잡아당긴 것처럼 길게 늘어졌다.
길게 늘어진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직 현우 뿐이었다.
시간이 멎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신속.
인피니티 코어에서 뿜어지는 무한한 마나가 푸른 뇌전으로 화해 공간과 시간을 잡아 늘인다.
청천벽력(靑天霹靂).
현우의 신체와 의식이 푸른 섬광을 품은 뇌전으로 화한다. 거칠고 뜨거운 번개불꽃이 되어 모든 것을 찢으며 길을 연다.
꽈앙! 현우가 내지른 주먹이 허공을 때린다. 우레가 폭발하며 안젤라 록펠러의 짙은 회색 강기를 터트린다.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
안젤라 록펠러가 경악했다.
그러나 난무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검강이 박살 나 흩어졌다곤 해도. 현철중검은 존재 자체만으로 위력적이다. 그리고 현우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부순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무조건 된다. 현우는 과감히 주먹에 힘을 더하며 밀었다. 서늘한 현철중검의 표면이 일순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꽈아앙! 귓전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안젤라 록펠러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뜨겁게 달아오른 전신에 한기를 일주시키며 현우는 천천히 주먹을 회수했다.
‘됐다.’
세상 어떤 무구보다 단단한 현철중검이···.
파편이 되어 지면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어찌나 강한 충격이었는지. 자루를 쥐고 있던 안젤라 록펠러의 손바닥이 터져 피가 뚝뚝 지면으로 떨어졌다.
“아···.”
망연자실한 표정.
안젤라 록펠러의 손이 파르르 떨리며 쥐고 있던 검자루를 떨어뜨렸다.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더 해볼 겁니까?”
“···졌어요.”
고개를 떨구는 그녀.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라이트닝 펀치!””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
도전자 결정전을 승리로 끝낸 후.
“그러니까···.”
다시 돌아온 호텔의 개인실.
현우는 핸드폰을 고쳐쥐며 반댓손으론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통화 상대는 지금 천무그룹 본가에 있는 류한나였다.
“달리 수상한 점은 없단 거죠?”
“블랙 가문과 연결점은요?”
[마찬가지로 전혀 없습니다. 10년 전쯤에 샤오 가문의 헌터로 활동한 기록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고작 A급 헌터 였다고 하더군요.]“···샤오 가문이라.”
무려 10년 전의 기록이다.
거기까지 찾아봤다면 정말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챔피언 타이틀전은 하루 뒤.
앞으로 한 경기만 치르면 천생의 바주라가 손에 들어온다. 그러나 마음 놓고 내일을 기다리기엔 뭔가 찜찜했다.
‘···나단 오스틴.’
수상한 점이 없어서 더 수상하다.
영물인 덕춘이가 녀석을 괜히 경계하진 않았을 테니. 분명 녀석을 의심할 만한 구석은 충분했다.
‘설마 이미 시체가 된 건 아니겠지?’
그렇다기엔 꽤 멀쩡해 보였는데.
네크로맨서가 움직이는 시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일단은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아, 도련님.]“네?”
[그러고보니 지금 네옴에 계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이번에 혜성처럼 사막 투기장에 등장한 신인. 라이트닝 펀치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현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라이트닝 펀치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다.
오늘 도전자 결정전이 끝난 이후. 가면을 쓴 현우에 대한 별호가 완전하게 ‘라이트닝 펀치’로 굳어져 버렸으니까.
류한나에겐 사막 투기장이 열리는 네옴에 방문한다는 이야기만 해두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함이었다.
직접 참가했다는 사실은 모르니.
설마 라이트닝 펀치가 현우 본인이라는 사실 또한 전혀 모르고 물어본 것일 테지.
“···알고 있긴 한데요.”
[아, 실은 주건우 도련님께서 라이트닝 펀치라는 헌터에게 푹 빠지신 모양입니다. 가능하다면 그의 사인을 꼭 받아와 달라고 도련님께 전해달라 하시더군요.]“건우 그 녀석이 그랬단 말이죠.”
현우는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만약 주건우가 눈앞에 있었다면. 진심으로 정수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었다.
[그리고···.]류한나가 스피커 너머에서 헛기침했다.
[그를 천무그룹 본가로 초대해보라는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안젤라 록펠러를 꺾었던 무용이 그분의 흥미를 자극한 것 같습니다.]류한나가 회장이라 부를 사람은 한 명뿐.
“···조부님께서 말입니까?”
[예.]“아니, 그분이 사막 투기장에 관심을 둘 만한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본가에 없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실은···.]류한나는 머뭇거리며 운을 띄웠다.
대충 들어보니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가막힌 이야기였다.
“아니 그러니까···.”
현우는 허,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조부님께선 제가 사막 투기장에 출전한다고 착각하셔서. 지금까지 진행된 투기장 경기를 전부 챙겨보셨단 말입니까?”
[회장님께서 주현우 님께는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도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는 건 반드시 함구해주셔야 합니다.]“일단은 알겠어요.”
현우는 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래도 묘하게 기분은 좋았다.
‘라이트닝 펀치’가 주양태 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
‘조부님이 라이트닝 펀치의 정체를 알게 되시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조금은 궁금해지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나중의 일.
지금은 네크로맨서와 나단 오스틴.
두 녀석에 대한 의문부터 확실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했다.
류한나와 통화를 끝낸 후로도. 조금 더 고민을 이어가던 현우는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냥 붙어보면 알겠군.’
나단 오스틴이 네크로맨서가 조종하는 시체라면. 녀석의 마나에서 흑마법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네크로맨서의 추적은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이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리 내키진 않지만.’
천무그룹의 적마법사 오수진.
그 여자의 도움을 좀 받으면 되겠지.
성격이야 유별난 인간이긴 하나.
마법사로서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현우가 아는 그녀라면 시체에 남은 마법의 흔적을 통해. 네크로맨서를 역으로 추적하는 정도는 가능할 테니까.
“···좋아.”
나단 오스틴.
소거법대로라면 녀석이 네크로맨서가 소유한 언데드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여기서 확실하게 꼬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
다음 날.
섬검 나단 오스틴.
스코틀랜드 출신의 SSS급 헌터로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하는 검사.
그리고 지금까지 사막 투기장의 챔피언 타이틀을 다섯 시즌 동안이나 완벽하게 방어한 실력자.
남들보다 창백한 안색 때문일까.
얼굴을 가로지른 흉터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그가.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케이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카일리 가문의 무명객···.”
현우와 다섯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고 현우를 바라봤다.
“아니, 이제는 라이트닝 펀치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사막 투기장에 출전한 보람이 있겠군. 단숨에 아주 유명해졌어.”
“···수다는 경기가 끝나고 떨지?”
라이트닝 펀치.
솔직히 이제는 그만 듣고 싶은 별호였다.
“음, 확실히 그편이 낫겠군.”
고개를 끄덕인 나단 오스틴.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검을 빼 들었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가 검을 두 손에 든것 만으로도 그의 별호인 섬검을 연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단 오스틴은 관중석으론 조금의 신경도 쏟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현우를 향해 있었다.
“자신 있냐?”
“솔직히 없긴 하네.”
“그럼 기권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기권하면 이대로 보내줄 생각인가?”
나단 오스틴이 물었다.
약간 비굴한 느낌이 있는 질문이었지만. 현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녀석을 이 자리에서 멀쩡하게 돌려 보낼 생각은 없다.
“글쎄.”
까딱 고개를 기울인 현우.
나단 오스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에게 살기가 느껴지네.”
“죽일 생각이니까.”
“···만약 내가 자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면 어떻겠나. 이번 경기의 승리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말이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현우는 혀를 찼다.
“거래는 나한테 없는 걸 제안하는 거야.”
“으음.”
“그리고 거래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뒤에 숨기고 있는 정체 정도는 까고 제안해야지. 그게 상대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싶은데.”
“···.”
나단 오스틴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군.”
“이제부터 재미없어질 텐데.”
“설마 교황청의 광신도인가?”
지금까지 잘 숨기고 있었으나.
그는 현우의 이야기에 동요했던 건지. 숨기고 있던 기운을 미약하게 드러냈다. 현우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교황청 녀석들이 카일리 가문과 협력할 줄은 몰랐는데. 이것 참 일이 굉장히 곤란하게 되었군.”
녀석의 마나엔···.
도저히 살아 있는 인간의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운. 짙고 끈적한 사기(死氣)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