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84
84화 페이스 체인저(2)
“···.”
페이스 체인저는 침묵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그의 머릿속에선 만감이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또한 머릿속만 복잡한 상황도 아니었다.
머리털이 바짝 곤두섰다.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서늘한 감각.
페이스 체인저는 정말 오랜만에 전신에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움직임을 놓쳤다.’
정체를 간파당한 것도 놀랍지만.
자신의 시야에서 일순 사라졌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곤 하나. 그건 그로 하여금 주현우를 더욱 경계하도록 만드는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정곡을 찔렀나. 말이 없군.”
어느새 주현우는 검은 권갑으로 뒤덮인 손을 그의 어깨에 살포시 올려놓고 있었다. 어깨에서 느껴지던 서늘한 감촉의 정체가 바로 그것인 모양이었다.
다행히 페이스 체인저는 그가 지금 처한 상황조차 객관적으로 판단 못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오!”
그는 짐짓 기겁하는 척 외쳤다.
이와카미 가문의 중역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무녀를 제외하면 최고 존엄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위협을 가한다니.
어지간한 확신이 아니고서야.
천무그룹의 혈족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아무리 천무그룹의 3세라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오. 설마, 우리 이와카미와 전쟁이라도 벌여보겠다는 심산인 거요?”
“그럴 리가.”
“그럼 대체 왜 이런 무례한 짓을!”
타카유키는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굴욕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할 법한 반응.
그러나 현우에겐 아니었다.
“당연히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는 이미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다. 너는 진짜 이와카미 가문의 칸누시. 이와카미 타카유키가 아니니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궤변을···.”
“증거를 보인다면 궤변이 아니게 되겠지.”
“···증거?”
타카유키···.
페이스 체인저는 헛웃음을 흘렸다.
증거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진짜 이와카미 타카유키는 머리털 하나 남지 않게 처리했다.
직접 계획을 실행한 자신이 증거를 찾는다고 해도. 티끌 하나 찾아내지 못할 게 확실했다.
설령 과거 행적을 전부 역으로 계산했다고 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가 진짜 이와카미 타카유키가 아닌. 페이스 체인저라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 따위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증거가 있지.”
현우는 자신만만했다.
그 모습에 페이스 체인저는 기묘한 불안을 느꼈다.
“그래, 증거가 있다면 대보시오! 만약 내가 배신자라는 그 엉터리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내 얼마든지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그러나 페이스 체인저는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서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도 우스운 일. 어차피 억측이 운 좋게도 맞아 떨어진 상황에 불과할 테니.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치기 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밀어 붙이고. 상황을 모면하면 그만이다. 적어도 현우가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 페이스 체인저가 죽으면 ‘카피캣’ 스킬도 해제된다던데. 결백하다면 죽음으로 증명해보면 되겠군.”
“···뭐라?”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
그러나 절대 빈말이나 협박은 아니었다.
현우는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런, 무식한···.’
페이스 체인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확신한 건지는 몰라도.
지금 그는 이와카미 타카유키다.
이와카미 가문에서 두 번째 가는 권력을 가진 칸누시. 그런데 가문의 중역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자신을 죽여서 의혹을 증명하겠다니.
“뒤,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
현우는 씩 웃었다.
뒷감당을 해야 할 일 따윈 생기지 않는다.
녀석은 페이스 체인저가 맞다.
타나토스를 통한 검증은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녀석의 정체를 이 자리에서 이와카미 가문의 중역들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뿐.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와카미 가문과 천무그룹.
두 가문에게 블랙 가문이라는 공통의 적이 생긴다면. 가문연합을 만들기가 더욱 쉬워질 테니 말이다.
또한···.
말이야 죽인다고 했지만.
현우는 이 자리에서 녀석을 정말로 죽여서 증명할 생각은 없었다. 지레 겁을 먹게 만들면 사실을 실토할지 한 번 시험해 본 것뿐이었다.
진짜 방법은 따로 있었다.
‘녀석의 카피캣 스킬은 일반적인 역용술과 궤를 달리하는 기술이다.’
역용술의 경우.
안면 근육과 혈류를 마나로 통제해. 전혀 다른 얼굴로 변형 시키는 스킬이다. 그러니 마나의 흐름을 끊으면 자연히 본래 얼굴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
하지만 카피캣 스킬은 다르다.
그건 페이스 체인저 만의 고유 스킬로. 상대의 외형뿐만 아니라. 마나연공법과 권능까지 흉내내는 마법과 유사한 고등한 스킬.
‘피에르 나반코프의 역용술을 파훼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론 안 되겠지만···.’
압도적인 힘은 방법을 만든다.
현우는 여기서 오직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바로, 무한한 마나를 활용하여. 녀석의 기혈을 제압하고 상시 발동 중인 스킬을 취소해버리는 것.
그리고 현우는 즉시.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실패의 가능성은 없다.
녀석의 어깨에 닿은 손을 통해. 현우는 마나를 쏟아 부었다.
마나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선.
마나량의 절대 격차가 최소 두 배 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조건 따윈 현우에게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친놈이!’
페이스 체인저.
녀석은 기겁하며 현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도망을 선택해야 했다.
이미 손에 잡힌 시점부터.
녀석이 맞이할 결말은 정해진 셈이었다.
“으, 어어억!”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광경은 여러 의미로 좌중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천무그룹 혈족이 이와카미 가문의 칸누시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은 둘째 치더라도···.
이와카미 가문에서도 나름의 상위 실력자 반열에 위치한. 타카유키를 오직 마나만으로 제압한다니.
현우의 비밀을 모르는 이들에겐.
지금 이 광경은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예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허억···!”
“타, 타카유키님!”
뒤늦게 벌떡 일어난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현우를 향해 출수하지 못했다.
직후 타카유키에게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를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자, 보시죠.”
카피캣 스킬은 해제됐다.
이와카미 타카유키···.
방금 전까지 노인의 모습이었던 그의 신체가 꾸물꾸물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다 늙은 노인 대신 비쩍 마르고 창백한 사내가. 방금 전까지 타카유키가 있던 자리에 나타났다.
***
페이스 체인저.
녀석이 스르륵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단지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광경이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중얼거리는 목소리.
녀석이 퀭한 붉은 눈으로 현우를 노려봤다.
“애써 계획한 것들이 무너졌군.”
“그래, 한 순간에 말이지.”
그러나···.
“흐흐···.”
정작 녀석은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분명 진짜 정체를 간파당하고 계획이 모두 틀어진 상황일 텐데.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건.
녀석이 그냥 미쳐버렸거나. 뭔가 더 미리 안배해둔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
여기선 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군.’
이미 그 정도는 예상했다.
이와카미 가문에 혈겁을 일으킨 놈이니. 분명 무언가 안전장치를 준비해 놓았겠지.
그리고 바로 그게···.
전생에서 녀석이 혈겁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장의 한 수였을 테고.
거기까진 미처 대처하지 못했던 이와카미 미코를 비롯. 이와카미 가문은 속수무책으로 녀석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현우의 추측은 바로 맞아 떨어졌다.
“계획이 제대로 망가지긴 했지만. 여기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지.”
녀석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빠르게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다올로스의 피리다.”
피리라고 하기엔 괴상한 모양.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기하학적 형태의 빛나는 금속. 그건 파편이나 다름없게 보였지만.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여기 있는 녀석 중에 절반은, 내 섭혼술로 조종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지. 지속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겠지만···.”
“겁박으로 목숨을 구해보겠다는 건가요.”
이와카미 미코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신체 주위에서 마나가 위협적으로 일렁였다. 과연 가문을 이끌어가는 무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순한 힘이었다.
“글쎄, 아무리 부족하다고 해도. 최소한 현재 이와카미 가문에 있는 이들 중의 절반은 학살하기 충분할 테지.”
“···허세를!”
“그럼 헛소리로 치부하고 혈족의 피바다 속에서 후회하거나. 아니면 이대로 나를 놓아주거나. 선택은 이와카미 미코 당신에게 맡기도록 하지.”
큭큭, 웃으며 한 발 뒤로 물러나는 페이스 체인저. 그 가운데 현우는 잠시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마스터.]타나토스가 귓가에 속삭였다.
[저건 세계급 유물 중 하나입니다. 만약 사용하게 된다면, 인간과 마족을 가리지 않고 주위의 모든 생명체를 일시적으로 정신 착란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과연···.
현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블랙 가문이 손에 넣은 두 가지 신물.
그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 눈앞에 나타난 상황이란 이야기였다. 마침 저 아티팩트는 현우의 기억 속에 있는 물건이었다.
다올로스의 피리.
블랙 가문이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직전. 북유럽에서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녀석들이 사용했던 아티팩트 중에 하나.
‘저 신물의 맹점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대처법 역시.
당장 적용 가능한 것이 있었다.
계산을 마친 현우의 행동은 빨랐다.
마나를 끌어올리며 지면을 박찬 현우. 살짝 벌어졌던 둘 사이의 공간이 순식간에 접은 것처럼 좁혀졌다.
“내 경고를 헛들었군!”
페이스 체인저 또한 빠르게 반응했다.
녀석은 바로 다올로스의 피리에 마나를 불어넣었고. 피리의 형체를 이루고 있던 기하학적인 금속들이 섬광처럼 밝은 빛과 함께 공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에겐 애석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어?”
분명 신물의 효과는 발동했다.
페이스 체인저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한 가지 위화감에 대해 깨달았다.
고요하다.
마치 주위 공간의 소리가 아예 삭제된 것처럼. 귓가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쿠르스의 고리.
바로 데뷔전 직전에 주아라와의 대련에서 받아냈던. 반지 형태의 D등급 아티팩트가 발휘한 주변을 완벽한 무음 상태로 만드는 효과였다.
다올로스의 피리.
그 맹점은 아티팩트의 공명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정신붕괴 효과가 제대로 발동 된다는 점이었다.
‘때로는···.’
D등급의 아티팩트라도.
활용하기에 따라선 이렇게 완벽해진다.
“흡!”
그리고 의외의 상황은 페이스 체인저에게 노골적이고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어냈다. 현우는 녀석에게 뛰어든 속도를 활용해 주먹을 날렸다.
콰직!
녀석의 안면에 현우의 주먹이 정타로 꽂혀 들어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의의 일격에도 녀석이 다올로스의 피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걸까.
그러니 한 방 더.
현우는 재차 상체를 비틀며 녀석의 턱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번엔 제대로 권능을 운용한 일격.
꽈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우레불꽃이 폭사했다. 페이스 체인저의 몸이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다다미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으으!”
밀려드는 격통.
그러나 페이스 체인저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얻어맞은 덕분에 거리는 벌어졌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블랙 가문의 사흉으로 불리는 실력자인 만큼. 두 번의 공격을 허용했지만. 그 정도론 쓰러지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다리는 멀쩡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예상을 한참 벗어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겐 한 가지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필사의 도주.
“···허.”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등을 돌려 튀는 페이스 체인저.
현우는 이와카미 가문의 결계를 맨몸으로 뚫고 도주하는, 녀석의 뒤통수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주현우···!’
페이스 체인저의 눈에 핏발이 섰다.
당장에라도 뒤를 돌아 저 녀석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은 충동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어금니를 부서져라 악물었고.
들끓는 살기와 충동을 가까스로 잠재웠다.
지금은 이 자리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유리하다. 그래야 얼마든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을 테니.
‘아직 방법은 있다.’
비교적 쉬운 방법은 실패다.
그러나 조금 어려운 길은 남아 있다.
이와카미 가문.
전체를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처음 목표한 세계수의 묘목만큼은 반드시 가지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것을 망친 천무그룹의 주현우.
‘조만간 다시 볼 날이 있을 거다.’
다음엔 반드시 목숨을 거두겠다 다짐하며.
페이스 체인저는 그의 얼굴을 뇌리에 확실하게 박아 넣었다.
***
“비겁한 놈이···!”
이와카미 미코.
그녀가 분통을 터트렸다.
눈앞에서 가문의 배신자를 놓치다니.
한 발 늦게 추격자를 붙였지만. 필사의 도주를 펼치는 페이스 체인저를 따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그녀와 페이스 체인저 모두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예···?”
미코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일부러 보내준 겁니다.”
“···고의라고요?”
“이곳에서 녀석과 제대로 싸움을 벌이면. 분명히 이와카미 가문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나올 테니까요.”
애초에 현우는 녀석을 놓치지 않았다.
이와카미 미코, 그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현우는 녀석이 모르는 사이 단단하게 채워놓은 목줄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녀석을 다시 잡을 겁니다.”
녀석은 이 자리에서 벗어났을 지언정.
아직 현우의 손아귀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고 계시죠.”
현우는 빙긋 웃었다.
“타나토스.”
[네, 마스터.]허공에 떠오른 검은 구체.
타나토스의 홀로그램에게 현우는 물었다.
“녀석의 위치는?”
빨리도 도망치는군.
현우는 픽, 웃음을 흘리며 미코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계승제가 시작되기 전에 놈을 깔끔하게 처리해드리겠다고요.”
약속한 것은 지킨다.
그리고 목표로 삼은 것은 반드시 이룬다.
이렇듯 현우는 이미 모든 변수를 내다보고 한 발 앞서 행동하고 있었다.
‘덕분에 두 마리의 토끼를 손에 넣게 됐다.’
잡초는 아무리 베어도 다시 자란다.
확실히 제거하려면 그 뿌리를 찾아 제대로 죽여 놓아야 하는 법.
“지금 바로 녀석을 추격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엔 페이스 체인저를 확실히 끝내도록 하죠.”
***
그런데···.
막상 페이스 체인저의 동선을 추적해 도착한 곳에서. 현우는 뜻밖의 인물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낯익은 얼굴이군.’
직접 마주친 적은 고작 한 번.
샤오 가문이 멸문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열린 가문 회의에 참석했던 일곱 가주 중에 하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현우는 저 녀석의 얼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렉세이 로마노프.’
로마노프 가문의 전 가주.
그리고 지난번 러시아 첼랴빈스크 근처. 미공략 던전이었던 아르카임에서 놓친 블랙 가문의 협력자.
페이스 체인저.
그리고 알렉세이 로마노프.
거기에 신물 ‘다올로스의 피리’까지.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토끼였군.”
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가. 현우의 손 안에 저절로 굴러 들어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