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Life After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평양 지부 설립
정령들로부터 평양을 탈환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날래날래 움직이라우!”
리철준은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꾼들을 독촉했다. 평양은 지금 재건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양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난민들이 계속 찾아오면서, 도시의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였고, 많으면 수십 명일 때도 있었다. 다들 꼬질꼬질하고 비쩍 마른 모습으로 평양을 찾아왔다.
도시로 들어온 난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사내가 한 말이 뜬말이 아니었구나!”
“아이고 장군님! 감사합네다! 감사합네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리철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새로 온 인민들을 신경 쓰느라 며칠간 한숨도 못 잤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리철준 동지! 저건 어떻게 합네까?”
“리동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리철준 동지! 잠깐 와보시라요!”
사람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리철준부터 찾았다. 그는 평양 탈환작전을 주도해 인민들을 해방한 영웅.
-이라고 북한에는 알려져 있었다.
리철준이 고개를 들어 무너진 최고사령부를 바라봤다.
‘…위원장 동지는 죽었다.’
이미 그 시체까지 확인했다. 다른 고위관료들도 대부분 사망했다.
현재 북한은 정치권력이 공백인 상태. 하지만 그 공백은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았다.
“리철준 동지!”
“리철준 동지!”
새로운 권력이 자연스럽게 리철준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으니까.
평양 탈환작전을 성공시킨 인민의 해방자!
바위를 부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인!
화염거인, 황금거인, 은색 마귀를 마음대로 부리는 절대자!
지도자를 신격화하는데 익숙한 북한 인민들에게, 리철준은 하늘이 내린 새로운 지도자였다.
자신을 향하는 인민들의 시선에 담긴 감정을 리철준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리철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실상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디.’
리철준이 했다고 알려진 위업은 전부 임대인이 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인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리철준이 공을 가로챈 것은 아니었다. 대인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을 뿐.
“어이! 리철준이!”
저 멀리서 대인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뒤로, 대인이 구해온 난민 수십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대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도시 밖으로 나가서 난민들을 구해왔다.
“이 사람들. 오는 길에 보여서 데려왔어.”
항상 말은 저렇게 하지만, 대인이 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걸 리철준은 알고 있었다.
“기래···. 기렇구나.”
무심한 척하지만 따듯하게 전해져오는 대인의 마음에, 리철준은 울컥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가 대인을 덥석 끌어안았다.
“대인 동무! 고맙다!”
“자식이 징그럽게 왜 이래? ···너 우냐?”
대인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마정석 광산 위치를 확인하고 오는 길이었다. 광산 안에 난민들이 숨어 있어서 데려온 것뿐이었다.
대인의 난민구출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해봤자 리철준은 믿지 않았다. 그는 이미 대인을 국가의 은인으로 여겼다.
‘남조선 동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인만이 아니었다. 남조선에서 온 동무들은 열과 성을 다해 평양 재건을 돕고 있었다.
쿵! 쿵! 쿵!
공사현장의 중심에서는 왕구호가 중장비 수십 대가 할 일을 혼자서 너끈히 해냈고 있었고,
“환자는 이쪽으로 오세요!”
“몬스터는 저희가 해체할게요. 먹을 수 있는 부위랑 재료부위랑 나눌게요.”
“11시 방향에 몬스터무리 발견. 난민들이 쫓기고 있습니다. 인민초인 3소대가 가주세요.”
7팀의 의료팀, 장비제작팀, 촬영팀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 도시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 바깥에서는,
화르르르륵!
꼬맹이 화염 거인이 도시 주변의 몬스터를 소탕하고 있었다.
WH-7팀의 활약은 평양 인민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조선 동무들!”
“정말 고맙습네다!”
“이것 좀 드셔보시라요!”
어느새 그들은 서로를 동무라 부르며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고작 일주일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리철준은 이 기적같은 변화를 감격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다시 대인을 향했다.
“대인 동무. 내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갔어.”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오늘 베푼 은혜는 몇 배로 받아 낼 거다.”
리철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동무. 내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기런 말 안 해도 된다.”
“진짜야 인마. 평양만 재건되면 몇 배로 받아낼 거라니까?”
“하하하하!”
“참나. 이 사람들이나 데려가.”
대인이 데려온 난민들을 리철준에게 인수하고 돌아섰다.
그때였다.
“저어···.”
광산에서부터 대인을 따라온 사내아이가 대인에게 오더니, 품에서 불쑥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삶은 감자였다. 소년은 손때가 잔뜩 타서 더러워진 감자를 보물처럼 대인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드, 드시라요.”
“나 먹으라고? 배고플 텐데 너 먹지?”
소년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우리 오마니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네다.”
소년의 뒤로, 창백한 인상의 여자가 보였다. 여자도 대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광산 안에 있던 몇 명의 부상자. 대인은 포션을 써서 그들을 치료했었다.
“드릴 것이, 이것 밖에 없어서···”
감자를 든 소년이 대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비쩍 마른 손이 떨리고 있었다.
“······.”
대인은 손을 뻗어 감자를 집었다. 그리고 한입에 넣고 으적으적 씹었다.
감자는 차갑고 퍽퍽했다. 때에 절여 있어서 간은 짭짤했지만, 결코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으적으적.
‘이런 건 또 오랜만에 먹네.’
대인은 퍼스트게이트 직후의 서울을 생각했다. 지금의 평양보다 더 최악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대인은 부모님을 잃었다.
꿀꺽.
감자를 다 삼킨 대인이 비쩍 마른 소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 먹었다. 어머니한테도 그렇게 전해드리고.”
“예!”
소년은 밝아진 얼굴로 대답하고 돌아섰다.
저쪽에서 리철준이 흐뭇한 얼굴로 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놈.’
대인은 작게 투덜거리며 도시 밖으로 나왔다.
평양은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보였다.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들은 힘을 모아 숙소를 짓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재밌는 이야기라도 하는지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임대인 동무! 어데 갑네까?”
그들은 대인이 지나가면 반갑게 인사했다.
대인이 이룬 업적은 대부분 리철준의 것이 돼 있었지만, 대인도 평양 탈환을 도운 큰 은인이었다.
대인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도시 밖으로 나왔다.
그가 남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날 오후,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수십 대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보내온 원조 물자 차량이었다.
물자를 가득 채운 트럭 10대를 가운데 두고, 길드차량 여러 대가 앞뒤에서 호위하고 있었다.
“형님-!!”
그 위로 한 시루떡이 날개짓을 하며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대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왔네.”
일주일 전, 대인은 시루떡에게 천마 석상을 들려서 길드로 보냈다. 평양 탈환 소식을 전하고, 최대한 빨리 원조 물자를 보내달라는 전갈을 보낸 것이다.
“남조선에서 원조 물자가 왔다고?”
소식을 전해들은 리철준이 황급히 뛰어나왔다.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차량들이 멈춰 섰다.
잠시 후 선두 차량에서, 화이트 하우스 길드의 2팀장 방우혁과 백영희가 내렸다.
방우혁은 백창수가 가장 신뢰하는 팀장이었다. 사적으로도 백창수와 의형제나 마찬가지였다.
평양을 본 방우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 정말로 평양을 탈환했군.”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해도 그는 반신반의했다. 워낙 대단한 일을 많이 벌인 임대인이라지만, 이런 일까지 해낼 줄이야.
‘이러다 통일까지 해버리는 것 아닌가 모르겠군.’
왠지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철준과 방우혁이 악수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방우혁입니다.”
“반갑습네다. 리철준입네다.”
“방팀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자네는 항상 날 놀라게 하는군. ”
평양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번거로운 절차는 모두 생략했다. 그들은 곧바로 관저로 이동했다.
“팀장님, 아니 부대표님.”
대인이 옆을 돌아보자, 백영희가 궁금한 게 많은 얼굴로 다가와 속삭였다.
“지금 이곳 상황 좀 자세히 알려 주세요. 민재씨한테 듣긴 했는데···.”
대인은 백영희에게 이곳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최근까지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입을 못 다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럼 팀장님이 평양을 구한 거네요?”
“인민의 영웅 리철준이 구했죠. 나는 옆에서 거들어 준 그림인 거고.”
겸손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야 더 좋은 ‘그림’이 나오기에 하는 말이었다.
아무리 대인이 평양을 구했다고 해도 그는 남한 사람이었다. 그가 영웅이 되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고마워하면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외부에서 보기에는 남한 병력이 평양을 점령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나중에라도 그런 꼬투리를 잡힐 순 없지.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게 명성도 아니고.’
대인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만 잔뜩 하고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는 최대한 현실적인 이득도 취할 생각이었다.
“정부에서는 아직 모르죠?”
백영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부도 다른 길드도 아직 아무도 몰라요. 원조 물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나눠 구입했고, 출발할 때도 여러 팀으로 나눠서 했어요.”
대인이 씩 웃었다. 이럴 때의 백영희는 꽤 믿을 만했다.
“수고했어요.”
정부와 다른 길드들이 이곳 일을 알게 되는 건, 화이트하우스가 이곳에서 물밑 거래를 다 끝낸 이후가 될 것이다.
대인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여기에 지부 하나 세웁시다.”
백영희의 눈도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계약서도 이미 가져왔어요.”
***
회담장 안에는 양측의 수뇌부가 마주 앉았다.
“도시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될 때까지는, 우리 길드에서 계속 원조할 생각이야.”
“동무···!”
대인은 또 덥석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리철준을 밀어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주겠다는 게 아냐. 거래를 제안하는 거지.”
“···거래?”
그제야 리철준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북한에 있는 마정석 광산. 거기서 나오는 마정석을 우리가 독점으로 거래하고 싶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마정석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북한은 질 좋은 마정석이 나오는 광산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퍼스트게이트 당시 여러 차원이 뒤섞이며 생긴 것이었다.
대인이 원하는 건, 그 광산의 독점 거래권이었다.
“가격을 후려칠 생각은 없어.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할 거야.”
리철준은 비로소 이 자리가 단순한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드러났다.
대인이 계속 말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거고.”
북한에도 결코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어차피 현재 북한의 기술로는 마정석을 가공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많은 인민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일자리 늘어나면 경제가 빠르게 활성화될 테고, 그 돈으로 국가 재건을 앞당길 수 있다.
‘나쁘지 않다.’
리철준은 머리가 나쁜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특수부대 공작원 출신이었고, 충분한 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섣불리 대답할 수는 없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니?”
대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쉽게도 이번 원조가 끝이겠지. 우리도 곧 돌아가야 할 테고. 개인적으로는 돕고 싶지만···. 나도 겨우 월급쟁이라 마음대로 행동할 순 없거든.”
순간 방우혁과 백영희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대인을 바라봤지만, 대인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우리가 돌아가면 남한에 공식적으로 이곳 소식이 전해질 거야. 그럼 양국의 사절단이 오가겠지. 근데 그거 알아? 사절단보다 더 빨리 올 놈들이 있어.”
“누구?”
대인은 일부러 뜸을 들였다 말했다.
“···한국의 초인 길드들. 뭐 먹을게 없나 하고 승냥이 떼처럼 몰려들겠지. 만만해 보이면 물어뜯을 지도 모르고. 그들이 우리처럼 호의적일 거라곤 생각하지 마.”
“······.”
리철준의 안색이 나빠졌다.
이미 대인과 7팀의 실력을 본 그였기에, 한국 초인들은 다 그렇게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초인들이 몰려오면···.’
리철준의 불길한 상상이 최악을 향해 치달을 때, 대인이 다시 말했다.
“그것도 우리가 막아줄 수 있어.”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방우혁이 대인의 말을 받았다.
“리철준님. 화이트하우스는 한국 최강의 길드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있는 한, 그 어떤 길드도 평양을 위협할 수 없습니다.”
방우혁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남자였다.
실제로 WH-2팀은 길드에서도 손꼽히게 강한 팀이었다. 게다가 인원도 최근에 보강해서 20명이나 되었다.
7팀이 서울로 돌아가더라도, 충분히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우리 길드에도 다시없을 기회다.’
마정석 광산의 독점 거래는 길드에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북한에 안정적인 유통망이 연결된다는 의미는, 훗날 육로를 통해서 중국이나 러시아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방우혁의 다짐이 그의 형형한 눈빛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백창수에게 이번 거래의 전권을 위임받았고, 어떻게든 성사시킬 생각이었다.
“향후 3년간 식량과 의료품을 무상으로 원조하겠습니다.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길드. 장담컨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3년···.”
리철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평양은 외부의 원조 없이는 당장 며칠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때 내밀어준 손을 거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하지만 역시···.
리철준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저는 일개 군인에 불과합네다. 이런 큰일을 정하는 건 위원장 동지께서···.”
이미 예상했던 대답. 대인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원장. 네가 하면 되잖아.”
“마, 말 조심하라!”
드르륵!
리철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반응을 보면서 대인은 확신했다.
‘역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네.’
리철준은 일주일 동안 인민의 영웅 소리를 들었다.
그런 그의 마음속에, 권력을 잡고 싶다는 마음이 깃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대인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위원장은 죽었고, 대부분의 권력자들도 죽었어.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해.”
“···지방에 군벌을 이룬 장군들이 남아 있다.”
“평양을 빼앗겼을 때 가장 먼저 도망친 놈들? 너 그놈들한테 평양을 내줄 거야?”
으득!
리철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되찾은 평양인데.
피 한 방울 안 흘린 개잡놈들이 권력을 잡도록 한단 말인가!
‘아무 자격도 없는 간나새끼들에게 인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대인은 그의 표정을 읽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
대인의 입장에서도 리철준이 북한 정권을 장악하는 게 더 좋았다.
리철준은 적당히 인간미 있고, 적당히 권력욕도 있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그는 대인에게 마음에 빚이 있었다. 대인이 세운 공을 자신이 가로챘다는 미안함. 그 부채감은 대인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대인은 그것을 충분히 활용했다.
“잘 생각해. 무엇보다 인민을 위해 뭐가 최선인지 생각해야지.”
“인민을 위해···.”
리철준은 주위를 둘러봤다. 자리에 모인 동지들은 조용히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한마디만 하면, 그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때였다. 회담장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한 사내가 뛰어들어왔다.
“리철준 동지! 큰일 났습네다!”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이니?”
“밖에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습네다!”
“뭐?”
모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