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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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내려올 때(2)
“아들! 잘 지냈느냐?”
반가움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어머니를 보자 마음이 울컥했다. 그녀가 얼마나 나를 보고 싶어 했는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물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이런 순간에는 어머니의 괄괄한 성격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세상 모든 어머니와 같아지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는 말없이 나를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셨다.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반응은 달랐지만 두 분의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나는 한 번도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다. 물론 부모들은 많이 만나보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해본 것이기에 정확히 그 심정이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나를 향한 걱정이 내가 부모를 걱정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임을 짐작할 뿐이다.
“강호의 정세가 어지럽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걱정하지 마라. 이 아비도 강호인이다.”
“네, 아버지.”
마교가 공식적으로 부활하고 나서, 나는 진에게 명령을 내려 산동지역의 세작들 숫자를 크게 늘였다. 특히 벽씨검문이나 송가장과 관련해서 주위에 그 어떤 작은 변화나 움직임이 있으면 즉각 내게 보고가 날아들
것이다.
두 분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지난 이야기를 해드렸다. 물론 배후세력들과 싸웠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작은 상단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정보를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정확한 규모를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부모님은 크게 놀랐다.
그 공로를 공수찬에게 돌렸다. 갈수록 그의 재능이 특출하다고. 덕분에 자금적인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했다.
“혹시 돈 필요하십니까? 싼 이자에 빌려드리겠습니다.”
“에끼, 이놈아!”
내 농담에 아버지가 껄껄 웃으셨다.
어머니가 유쾌한 분위기에 장난을 더했다.
“배고프지? 우리 아들도 왔는데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소맷자락을 걷어붙이며 주방으로 나서려는 것을 아버지와 내가 몸을 던져서 말렸다.
어쨌든 이 사실을 밝힌 덕분에 이제 외부에 있던 연락소를 집 내부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너무 즐거웠다.
늦도록 부모님과 함께하면서 나는 또다시 내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체를 드러내는 적들이 너무나 강했기에, 원래는 걱정되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강호의 논리로 해석했을 터이니. 더 강해져야만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강박증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노력해야겠지.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삶이니까.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해선 안 된다.
예전의 내가 강호만을 살아갔다면, 이젠 강호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그것은 내 경우고 지금 미친 듯이 강호에 빠져 강호를 살아가는 이가 있었다.
바로 광두였다.
부모님과의 식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광두의 거처를 찾아갔다.
광두는 연무장에서 늦도록 수련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옆에 서서 조용히 그를 지켜보았다.
광두는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광두는 무공에 재능을 타고났다. 거기에 노력이 더해지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벽을 만나기 전이었기에, 광두는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 걸어갔다.
항상 실없는 소리만 하던 광두였는데, 수련에 몰두하는 지금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휴.”
수련을 마친 광두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돌아선 광두가 나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오셨다는 말씀 들었어요.”
도련니이이이임, 하고 달려오던 그였는데 뜻밖에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저야 맨날 같죠. 늦었는데 주무세요.”
요 녀석 봐라? 네가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래, 쉬어라.”
내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서로 다른 쪽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모퉁이를 돌려고 하던 바로 그 순간!
“멈춰요!”
내가 돌아서니 저만치 멀리서 광두가 입을 삐죽 내밀고 서 있었다.
“너무해요! 그렇다고 정말 가다니요!”
“뭐가 너무해?”
“사람을 그렇게 걱정하게 만들었으면 이 정도 응석은 받아줘야지요.”
“하하하.”
어디 이 정도만 받아주겠느냐?
성큼성큼 다가가서 광두를 와락 껴안았다. 광두가 놀라 벗어나려고 했다.
“저 땀 많이 흘렸어요!”
“괜찮다.”
나는 광두를 진심으로 안아주었다.
내가 어찌 너를 소홀해 대하겠느냐? 새로운 내 시작에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터인데.
광두 역시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도했다.
포옹을 풀고 나서 광두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난 네가 날 잊은 줄 알았지.”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이라고요!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하신다고 연락도 없으셨어요?”
“미안하다. 이제부터 함께하자.”
내가 함께하자는 말을 하자 광두가 움찔했다.
“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무림맹주 암살도 막으려 했고, 총군사의 목숨을 구했지. 앞으로 새 맹주 뽑는 일에도 관여해야 하고. 부활한 마교와도 싸워야지…… 이제 좀 안심이다. 네가 함께 할 테니까.”
광두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사람 관계가 그렇더라고요. 만날 붙어 있으면 상대의 소중함을 모르게 되더라고요. 떨어져 있어봐야 관계도 깊어지고, 상대에게 더 잘하고.”
내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함께 하자는 말은 농담이었다. 아직은 광두를 집에 둘 생각이다.
소검대의 관휘가 잘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렸기에, 광두가 분명 큰 의지가 될 것이다. 또한 검문을 위해서도 광두가 필요했다.
“나중에 부를 때까지 집 잘 지켜라!”
“걱정 마십시오!”
아마 누구보다 나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광두일 것이다. 하지만 광두는 애써 무리한 요구나 부탁을 하지 않는다. 내가 광두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고, 또한 좋아하는 이유였다.
돌아서 걸어가는 내가 대문 쪽을 향하자 뒤에서 광두가 물었다.
“한데 어디 가세요? 이 밤에?”
“잠시 다녀올 때가 있다.”
사실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따로 있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말이다.
* * *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던 송화린이 결국 밖으로 나왔다.
옆방에서 잠든 수란을 깨우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해서 나왔다. 이제 그녀의 무공실력은 수란을 훨씬 앞섰기에 기척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마치 어딘가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란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집 뒤쪽에 있는 들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벽리단이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따라 별들이 너무나 총총했다.
“왔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벽리단이 말했다.
송화린은 정말 깜짝 놀랐다. 설마 이곳에 그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탓이다.
“대체 언제 온 거야?”
“오늘 도착했어.”
“여긴?”
“일각쯤 됐어.”
“왜 나를 찾아오지 않고?”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그렇다고 여기에서…….”
순간 그녀가 흠칫 놀랐다.
“설마? 이거 미친 소리 같지만…… 혹시 나를 이곳으로 부른 거야?”
정말 미친 소리다. 자신의 방에서 이곳은 정말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 있는 사람을 기파를 보내서 불러낸다는 것은, 정말 최고의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벽리단이 대답 대신 물었다.
“그 동안 얼마나 늘었는지 실력 한번 볼까?”
송화린이 피식 웃었다.
‘분위기도 모르는 남자 같으니라고. 오랜만에 만나서 칼부터 뽑자고?’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에게 무공을 배웠기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다는.
“좋아.”
그녀가 벽리단 앞에 서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벽리단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수련했던 그녀였다.
송화린은 신중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한차례 진화검술의 초식이 끝나자, 벽리단은 검술에 대한 평가 대신 다른 제안을 했다.
“이번에는 함께해보자.”
“함께?”
“그래.”
벽리단이 송화린과 함께 진화검술을 펼쳤다.
“내 신경 쓰지 말고 해.”
두 사람의 동작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마치 그림자가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뒤에서 벽리단이 똑같이 움직였다.
초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자 벽리단이 말했다.
“한 번 더!”
다시 두 사람이 초식을 구사했다.
벽리단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앞서는 송화린을 위해서 똑같이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송화린을 이끌었다.
움직임의 속도가 달라진 것을 보고, 눈치 빠른 송화린이 이번에는 자신이 그림자가 되었다.
달랐다. 자신이 생각했던 속도와도 달랐고, 보폭의 간격이 달랐고, 검의 각도가 달랐다. 만약 그냥 봤다면 몰랐을 것 같았는데, 나란히 서서 초식을 구사하니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초식에 신경 써야 했기에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움직임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 그녀로서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번 더!”
반복이 거듭될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었다.
벽리단과 똑같은 동작을 하면서 그녀는 어떤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무공이 제대로 교정되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 행동의 일치는 묘한 정서적인 교감으로까지 이어졌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벽리단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와 똑같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그녀의 마음을 휘저었다.
벽리단은 그렇게 세 번을 더 연속하더니, 이번에는 다른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내공을 최대한 넣고서!”
그녀는 깜짝 놀랐다. 내공을 최대한 사용하면 위력이 크게 달라지면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벽리단은 초식을 시작했다.
그녀도 함께 검을 휘둘렀다. 앞서도 달랐지만 이젠 검에서 나는 소리가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검에서도 저런 힘찬 소리가 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걱정이 말 그대로 걱정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해보지 않은 것을 쉽게 단정하지 말자.’
그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무공수련을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내용이기도 했다.
초식을 끝마치자 주위에는 똑같은 두 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
그것을 내려다보던 송화린의 얼굴에 부끄러움과 동시에 어떤 격정이 피어올랐다.
하나는 아이가 만들어낸 흔적 같았고, 다른 하나는 어른이, 그것도 강호인이 만든 흔적 같았다.
벽리단이 남긴 흔적은 깊고 정확했으며 깔끔했다.
반면 자신의 것은 얕고 바르지 않았다.
지금껏 그녀 자신은 제대로 초식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비교해보니 아니었다.
단지 내공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얼마나 초식을 정확히 사용하느냐의 차이였다. 자신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눈으로 보여준 것이다.
송화린이 벽리단을 쳐다보았다.
“고마워.”
“고맙긴. 좀 쉬자.”
“그래.”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밤하늘에서 별들이 어찌나 많은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술도 마시고, 수련도 하고. 지난 여러 일들을 함께하면서 그들 사이에 서먹함은 없었다.
다만 송화린에게 아쉬움은 있었다.
“차라리 우리 사이가…….”
그녀가 말을 하다가 말았다.
뒷말을 벽리단이 대신했다.
“약혼한 사이가 아니었으면 좋았겠다고?”
송화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다면, 자신이 파혼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언제나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자신이 내뱉은 파혼선언이었다. 당시 벽리단이 정말 용서하기 어려운 주사를 부렸다지만, 파혼이란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난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데.”
생각지 못한 말에 송화린이 벽리단을 돌아보았다.
벽리단도 그녀를 보며 말했다.
“좋잖아. 혼인할 수도 있고, 파혼할 수도 있고. 우린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는 상황에 서 있잖아.”
그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었다.
‘우리 상황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바로 그때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앗, 유성이야!”
저 멀리 유성 하나가 꼬리를 매달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벽리단은 소원을 비는 대신 그녀를 쳐다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간.
벽리단의 얼굴이 천천히 송화린의 얼굴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