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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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내려올 때(1)
무림맹에서 전격적으로 마봉기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강호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죽음도 죽음이었지만 그 이유가 마인들의 공격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무림맹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마철군이었다.
“아버지!”
주철룡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접한 그였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 것처럼 행동했다.
연기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한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 어흐흐흑.”
그가 너무나 슬퍼했기에 모두들 고개를 떨어뜨렸다.
맹주전에는 각 조직의 수장들과 중요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단주와 부단주, 대주와 부대주들이었다. 훈련을 나간 천궁단주 종천락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급하게 돌아와 있었다.
나도 갈사량과 함께 책임군사의 직위로 함께 있었다.
“아버지!”
마철군은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나는 저 눈물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궁금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배신한 미안함의 눈물인지.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배후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었다. 사람의 운명은, 특히 강호인의 운명은 한 번의 선택이 그 마지막을 결정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도 그런 경우다.
주철룡이 나서서 그에게 말했다.
“슬퍼만 할 때가 아닙니다. 나아가 복수를 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머지 조직들의 수장들은 모두들 같은 목소리를 냈다. 마봉기의 죽음에 의혹이 많았지만, 이미 그들 대부분이 주철룡에게 포섭된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의혹을 밝히는 것보다는 복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철룡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한시 빨리 새 맹주를 뽑아야 합니다!”
그의 시선이 마철군을 향했다. 명백한 의도가 담긴 행동이었다. 아직 다른 마봉기의 자식들은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철기당주 옥당추가 재빨리 말했다.
“마문주를 맹주로 추대합시다!”
다른 후계자들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말이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말 역시 결국은 주철룡의 말임을.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자신이 가장 선두에 나서서 마봉기를 추대했다. 이번 역시 자신이 나서면 천도문과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옥당추를 대신 내세우려는 것이다. 지난번 일 이후 옥당추는 주철룡과 확실한 한편이 된 듯 보였다.
주철룡과 옥당추.
내가 맹주 시절에는 충성을 다 바쳤던 인물들이었다. 이렇게 그들의 변심을 눈앞에서 지켜보자 분노보단 씁쓸함이 앞섰다.
천궁단주 종천락도 이곳에 있었다. 비상훈련을 핑계로 맹을 빠져나갔었지만, 맹주가 죽었는데 외부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힐끗 갈사량을 쳐다보았다. 지난번 일로 그의 두 눈에는 호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앞으로 그는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다.
주철룡이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총군사께서는 한시 빨리 새 맹주선출을 위한 비상회합을 열어 주시오.”
아직 흑석의 죽음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갈사량을 대하는 것일까?
그는 정말이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혹은 모르는 것처럼 갈사량을 쳐다보았다.
“알겠습니다.”
갈사량이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무림맹의 중요 열 개 조직 중 우리 쪽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둘이었다. 천궁단과 맹호단.
반면 나머지 여덟 조직은 모두 저쪽 편이다.
이미 맹주선출권한은 그들이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 * *
장원의 마당에 일호와 칠호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일호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수하로 선택한 사람은 칠호였다.
“우리가 할 일은 뭡니까?”
칠호의 물음은 평소처럼 건조했다.
일호는 앞서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었기에, 그녀와의 관계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뭘 기대한 건가?’
내심 흘러나오는 자조적인 웃음을 감추며 일호 역시 평소의 어조로 말했다.
“조금 있으면 한 여인이 도착할 것이네. 이후 그녀를 호위하며 돕는 것이 우리 임무지.”
“네.”
일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넌지시 물었다.
“그날 누굴 만난다더니, 만났나?”
“네.”
“누군지 물어봐도 되나?”
그러자 칠호가 일호를 돌아보았다. 평소 그런 것을 전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물어보면 안 되는 사람인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하고선 그녀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감정 표현에 서툰 것은 그녀의 책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책임의 대부분은 자신에게 있었다. 칠호를 훈련시켰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
니까.
한참이 지났을 때, 칠호가 불쑥 말했다.
“정의각의 책임군사가 제게 만두를 사줬어요.”
“만두를?”
“네. 그때의 고마움은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일호가 깜짝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대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를 만났나?”
“네.”
“그래서?”
칠호가 다시 한 번 일호를 쳐다보았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일호도, 만두를 사줬다고 찾아가서 만나는 칠호도, 모두 서로에게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마차가 한 대 들어왔다.
대화를 멈추고 두 사람이 마차로 걸어갔다.
마차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내렸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그녀는 바로 임연정이었다.
가슴은 컸고 허리는 가늘었으며 다리는 곧고 길었다. 육감적인 몸매와는 반대되는 지적인 얼굴에 일호는 깜짝 놀랐다. 반면 칠호는 그녀를 예전 황금대연 임무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반가워요.”
임연정의 인사에 칠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임연정도 그녀를 기억했다.
“오, 그때의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당시 임연정이 칠호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조직에 거친 사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도 있다며 인사했었던 것이다.
“다시 만났으니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임연정이에요.”
“칠호입니다.”
“칠호? 다른 이름은 없나요? 예전 이름이라도?”
“없습니다.”
“규정상 말하지 않는 것인가요? 아니면 기억나지 않는 것인가요?”
칠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로 기억나지 않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임연정이 이번에는 일호를 쳐다보았다.
“일호입니다. 앞으로 맡기실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임연정이 앞서 칠호에게 했던 질문을 반복했다.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예전 이름?”
일호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칠호와는 반대로 기억하고는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의 나이로 볼 때, 아무래도 그 추측이 맞을 것이다.
임연정이 일호에게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아주 나쁜 사람이네요.”
그 말을 내뱉고는 임연정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칠호가 그 뒤를 따랐다.
일호는 잠시 마당에 서서 그녀가 사라진 건물을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 * *
그날 밤 임연정은 장원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살면서 후회해 본 적 있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칠호에게 물은 말이었다.
“없나요?”
한 번 더 물었을 때, 비로소 칠호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정말 떠오르는 후회가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회가 없다는 것은 자주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후회도 있는 법이니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혹은 이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녀에게는 그 어떤 후회의 기회조차 없었다. 그저 시키는 명령만 수행했었으니까.
“후회하시는 일이 있나요?”
“저야…… 많죠.”
임연정이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것을 후회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칠호 역시 굳이 묻지 않았다.
“저거 북극성이죠?”
임연정의 손끝에 북극성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렇게 크고 환했나요?”
그녀가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반면 칠호에게 북극성은 친구처럼 가까운 존재였다. 북극성뿐만 아니라 모든 별들이 그랬다. 칠흑처럼 어두운 깊은 산속에서 지옥 같은 훈련을 받을 때면, 오직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길을 찾곤 했으니까.
“사람들은 길을 잃으면 저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고 하지요?”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혹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나요?”
“아뇨.”
여전히 짤막하고 건조한 칠호의 대답에도 임연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불손함보다는 오히려 호감을 느꼈다. 적어도 아부를 떠는 사람은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까.
“저는 길눈이 어두워서 자주 길을 잃는답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칠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임무가 주어졌을 때는 곧잘 말이 나왔는데, 이런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이상하게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임연정이 다시 북극성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을 보니까 한 사람이 생각나네요. 그 사람도 당신처럼 이름이 없었지요.”
임연정이 떠올린 사람은 무명대협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을 살려주었다.
“그 사람이 불쑥불쑥 생각이 나요. 다 끝난 사람인데.”
밥을 먹다가도, 혹은 잠을 들기 직전에도.
칠호는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임연정에게 어떤 의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사람 있나요?”
칠호가 입을 열기 전에 임연정이 대답도 자신이 했다.
“없습니다.”
무뚝뚝한 어조로 칠호의 말투를 흉내를 낸 후 임연정이 물었다.
“이러려고 그랬죠?”
그러자 칠호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아뇨, 있습니다.”
임연정이 잠시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요즘 저도 한 명 생겼습니다.”
너무 진지한 칠호의 대답에 임연정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임연정은 그가 누군지 묻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깊은 대화였으니까. 이만큼이나마 마음을 터놓은 것도 오늘따라 더 유난히 밝은 저 별빛 때문일 테니까.
* * *
마교의 등장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강호는 바짝 얼어붙었다.
모든 문파들이 전쟁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끌어모았고 병장기를 사들였다. 내상약과 외상약을 대량으로 구입했고, 그 재료가 되는 약재들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것들의 값이 몇 배로 폭등했다.
그야말로 강호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어서 빨리 맹주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갈사량은 비상회합을 이끄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린 귀문둔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는 내가 배우는 쪽에 가까웠지만.
갈사량은 주로 진법을 설치하는 쪽을 익혔고, 나는 파훼하는 쪽에 관심을 가졌다. 어차피 내가 진법을 설치할 일은 없을 테고, 필요한 것은 진법에 빠졌을 때 빠져나가는 방법이었다.
여전히 나는 그들의 경계에서 벗어나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나이였다. 이십 대 초반의 나이. 아무리 숨겨둔 실력이 있어도,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두 번째 이유는 내 신분이 확실하다는 점이었다.
벽씨검문의 후계자.
세상에 어느 배후세력이 이렇게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 놓고 활약하겠는가?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와 비슷했는데, 언제나 갈사량과 함께 있어서였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함께 다니니, 의심을 피한 것이다. 이른바 허허실실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갈사량은 무림맹의 총군사였다. 그것도 천하진과 함께 사파와 마교를 박살낸 강호일통의 총군사.
오래전부터 대단한 고수를 양성했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천보명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소?”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이상하게도 그에 관한 정보가 찾아보기 어렵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괴도로 활약했다면 상당한 정보가 남아 있을 텐데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천소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성씨가 같아서 핏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
만약 관계가 있다면?
기행을 일삼던 전대 도둑과 당대의 이 마교의 부활은 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일까?
이들이 마철군을 맹주로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 때문에 저들이 열 좀 받았겠구려.”
“그랬겠지요. 하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으시오?”
“지금까지 저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반드시 마철군을 맹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마철군을 맹주로 삼으려면 비상회합이 정상적으로 열려야 합니다. 그 비상회합에는 제가 꼭 필요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저를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맹칙상 총군사가 있어야 했다. 만약 총군사가 없으면 다시 총군사를 뽑고 나서, 맹주를 뽑아야 했다.
자신을 살려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갈사량은 이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러니 저를 지켜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상회합에서 맹주는 언제 결정되오?”
“이변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진행하면 십 일 후면 마철군은 새 맹주로 뽑히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열흘간은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진 편하게 쉬십시오.”
갈사량은 확신했고 나는 갈사량의 판단을 믿었다. 음모에도 밀물과 썰물의 흐름이 있다. 그것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 갈사량이다.
내게 모처럼의 휴가가 주어졌다. 그것도 열흘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