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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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내려올 때(3)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부드러웠다. 정말 이렇게 부드러운 것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놀람이 만들어 낸 작은 열기와 함께 그녀가 깜짝 놀라 눈을 뜨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입술에 집중했다.
그녀의 떨림이 입술을 통해 전해져왔다.
이내 그녀가 눈을 감는 것이 느껴졌고, 우린 짧지만 감미로운 입맞춤에 빠져들었다.
아쉬운 입맞춤이 끝나고 내 입술이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눈을 뜨자 그녀도 눈을 떴다.
내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사실 의도한 입맞춤은 아니었다.
눈을 감은 채 기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갔던 것이다.
맙소사!
생각지 못한 행동에 나는 당황했다. 나도 나지만 그녀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었다.
그럼에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그녀를 봤을 때는 심장이 뛰지 않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란 생각만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행히 우린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밤하늘이 있었다.
잠시 후 내가 물었다.
“소원 뭐 빌었어?”
“……제대로 못 빌었어.”
“빌려던 소원이 뭐였는데?”
잠시 대답을 아끼던 그녀가 불쑥 말했다.
“강호의 평화?”
그녀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장난으로 넘기려고 했다. 내가 그녀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하하하.”
“왜 그렇게 크게 웃어?”
“웃기려고 한 말 아니었어?”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웃으니까 기분 나쁘잖아? 왜? 난 강호의 평화와 안 어울려?”
물론이다. 너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언제 한 번이라도 강호의 평화와 어울린 적이 있었던가?
“하하하. 아니야, 빌어도 돼.”
“피.”
송화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답지 않은 표정이 귀여웠다.
덕분에 어색함이 사라졌다.
나는 조금 전 입맞춤에 대해 뭐라 말하지 않았다. 계획적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실수도 아니었다.
현재의 내 감정이었고 행동이었다. 앞으로의 일은 앞으로의 내 감정에 맡겨 보려고 한다.
그녀와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잘되어서 행복해질 수도 있고,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겠지.
앞날을 모르기에 이렇게 우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 테니까.
어쨌든 괜히 소원을 비는 것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나 더 안 떨어지나?”
바로 그때 그녀가 말했다.
“한 번 더.”
“뭐?”
내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가 내게 입맞춤을 해왔다.
앞날을 모른다고? 우린 코앞의 일도 모른다.
앞서보다 더 깊고도 달콤한 입맞춤이,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 * *
마철군은 주인 잃은 맹주전에 홀로 서 있었다.
저 위로 태사의가 있었다.
비어 있는 그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마철군이 천천히 붉은 융단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윽고 그가 태사의 앞에 섰다.
얼마나 앉고 싶었던 자리였던가?
이제 곧 이 자리가 자신의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배후세력이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아버진 저들에게 희생당했지만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맹주가 되어 복수할 것이다.
그가 태사의에 막 앉으려던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축하해.”
깜짝 놀라 돌아보니 붉은 융단의 끝에 마령인이 서 있었다.
중원 각지에 있던 자식들이 속속 무림맹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령인이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다.
태사의에 앉으려 했던 행동이 수치스럽게 느껴져 마철군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령인이 붉은 융단을 따라 걸어오며 말했다.
“다들 형이 맹주가 된다고 생각하더군. 결국 대단하신 우리 형님이 이 강호를 먹는구나!”
자신을 죽이려 했던 마령인을 아버지 때문에 결국 풀어주어야 했다.
마철군은 짐작하고 있었다. 마령인이 배후세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고를 치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철군이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 마령인의 멱살을 잡았다.
“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나 있느냐?”
“무슨 짓?”
“너!”
마철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도 자유롭진 못했으니까.
마령인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눈빛으로 마철군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만큼이나 싫은 말이 마령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의외였어. 형이 이럴 줄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뭣이?”
마철군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장에 때려죽이고 싶다는 살심이 치밀었지만, 마령인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볼 때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정일 수도 있었고.
마령인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마령인이 싫었다. 잔머리나 굴리고 야비한 느낌만 주는 것이 아니었다. 마령인에게는 뭔지 모르게 기분 나쁜 느낌이 있었다. 지금 눈앞의 이 낯선 느낌도 그 기분 나쁜 느낌의 연장선
이었다.
자신의 그 느낌은 정확했다.
“망할 새끼!”
마철군이 거칠게 마령인을 밀었다.
저만치 떠밀린 마령인이 히죽 웃었다.
“형은 무림맹주 노릇 잘할 거야. 원래 다른 사람들 앞에 착한 척 잘하잖아?”
마철군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짙은 살기를 느꼈음에도 마령인은 가시 돋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저 자린 사람을 감춰주는 자리잖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누려. 그 목이나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지.”
말을 마친 마령인이 다시 돌아서 걸어갔다.
그가 저 멀리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마지막까지 조롱을 잊지 않았다.
“한데 아버지는 어떻게 죽인 거야?”
“이 미친 새끼가!”
마철군의 몸에서 참을 수 없는 살기가 폭사되었다.
마철군이 신경질적으로 돌아섰을 때, 마령인은 문을 열고 나간 후였다.
“빌어먹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뭐라도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마철군의 주먹은 앞에 놓인 태사의를 부수지 못했다.
* * *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송화린과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는 함께 수련했다. 어제와 같은 방식이었다. 함께 초식을 구사했다. 이제 몸이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였다.
수련을 마치고 송화린이 내게 말했다.
“내 검술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아.”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대단하고 중요하다. 단 이틀의 가르침이었지만 그녀는 분명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천하제일고수의 가르침이다.
“앞으로 더 달라질 거야.”
“또?”
“그것도 여러 번.”
그녀가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화검술을 대성하기만 해도 무공에 대해 더 욕심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말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테니까.
수련을 마치고는 저잣거리의 객잔에서 밥을 사먹었다.
호북에서는 먹지 못하는 산동요리를 잔뜩 시켰다. 수련으로 배가 고팠던 우리는 남김없이 다 먹어치워서 점소이를 놀라게 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예전에도 이렇게 함께 논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기분이 달랐다.
역시 입맞춤 때문일까?
그녀와 보내는 이 시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저녁에는 술도 한잔했다. 딱 기분 좋을 정도만 마셨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가 송가장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문 앞에서 나는 이별을 고했다.
“내일 일찍 돌아갈 거야.”
내게 주어진 열흘을 산동에서만 보낼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갈 곳이 있었다.
“즐거웠어.”
“나도.”
“조심해.”
“너도.”
나는 그렇게 돌아섰다.
그때 뒤에서 그녀가 말했다.
“어제 일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내가 그녀에게 돌아섰다.
“언제든 파혼해도 된다는 뜻이야.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녀는 내게 부담이 되기 싫은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너는 부담 돼?”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묻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만약 부담되었다면 두 번째 입맞춤도, 그리고 오늘의 이 하루도 없었을 테니까.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래.”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어찌될지 그냥 가보자.”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돌아섰다.
운명이 우릴 어디로 이끄는지는 가봐야 알 것이다. 그게 바로 운명이란 놈이 우릴 대하는 방식이니까.
* * *
산동을 떠나기 전에 광두에게 진법을 하나 전수했다.
지난번에 흑석을 가뒀던 바로 그 진법이었다. 설치가 간단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진법이었다.
“대단해 보이는 진법입니다.”
“최상급의 진법까진 아니더라도 급할 때 적들을 가둘 수 있을 거다.”
산동지역에 정보망을 집중했지만, 나는 이중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필요한 돈과 재료, 설치를 도울 사람은 따로 보내주마. 그를 도와서 진법을 설치하도록 해라. 집안의 중요지점에 설치하고. 다 끝나면 송소저를 만나서 송가장에도 설치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부분에 조언을 구하려면 종총관을 찾아가라. 아마 그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네, 도련님.”
혹시라도 위험에 빠지면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촌각의 차이로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될 테니까.
이 진법을 파훼하려면 일반 강호인은 쉽지 않았고, 진법을 파훼하는 전문가가 와야 한다.
그사이 내가 오거나, 혹은 위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위험합니까?”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다.”
광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집은 네게 맡기마.”
아직 무공이야 광두보다는 아버지나 서중이 더 강했다. 하지만 광두의 무공은 그다음이었다. 적은 내공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원래 저는 집안의 청소만 맡았었는데요.”
광두의 너스레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격이지. 앞으로 네가 상대해야 할 자들은 쓰레기들이니까.”
* * *
나는 무한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간 곳은 이 강호에서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바로 선학비술을 익혔던 바로 그 비동이었다.
한달음에 날아서 천문산을 올랐다. 정상에서 두루미의 꼬리 쪽을 향해 훌쩍 뛰어내렸다. 예전보다 더 가볍고 능숙한 몸놀림으로 꼬리 아래에 숨겨져 있는 입구로 날아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비동은 변함이 없었다.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집처럼, 비동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우선 선학비술을 남긴 고인이 묻힌 곳에 가서 정중히 절을 했다.
“그간 잘 계셨습니까? 물려주신 비술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서는 동굴을 깨끗이 치웠다.
정말이지 인생의 마지막은 이곳에서 끝내고 싶을 정도로 비동 내부는 안락했다.
청소를 마친 나는 동굴의 틈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 기분 좋다.”
이제 남은 시간은 혼자 있고 싶었다.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었다. 쉬는 것이야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철저히 혼자서 쉬고 싶었다. 그것이 굳이 이 비동을 찾은 이유였다.
물론 나라면 천무호심결로 운기조식할 때가 가장 큰 휴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체가 중심이 된 휴식이었다.
지금의 휴식은 달랐다.
그냥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다.
잠이 오면 몇 시진이나 내리 잤고, 배가 고프면 산에서 토끼며 노루를 잡아먹었다.
정말 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도 될까란 생각이 들만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벽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후 너무나 쉴 새 없이 달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이렇게라도 푹 쉴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이 정신건강이나 육체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물론 사람이 빈둥거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럴 때는 사색에 잠겼다.
근래 여러 강적들과의 실전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무공이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공수련에는 균형이 중요한 법이다. 실전을 겪었으면 그것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난 오랜만에 사색에 잠기며 무공을 정리했다.
선학비술이 거의 대성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제대로 된 싸움을 한 번만 더 하게 된다면 대성에 이르게 될 것 같았다. 대성을 이루고 난 다음이 중요할 것이다.
심검지경에 갈 수 있느냐 마느냐의 어떤 갈림길이 찾아오지 않을까?
막연히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모처럼 제대로 쉬었다.
더 길게 쉴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아쉬워야 또 다음 휴식이 값질 것이다.
비동에서 나와서 정상에 섰다.
잠시 바람 부는 그곳에 서서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했다.
“다음에 또 오마.”
말을 마친 내가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무섭도록 세차게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휴가는 끝났다. 이제 다시 놈들과 싸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