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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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서 눈물이 나면(2)
눈앞에 미로가 펼쳐져 있었다.
높은 담으로 이뤄진 미로는 너무나 복잡해서 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단지 길을 찾는 것이 전부면 그나마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지만, 이 미로는 흑암거해진의 내부였다. 이전에 아무것도 없던 텅 빈 곳이 미로진(迷路陣)으로 채워진 것이다.
미로를 헤매다 보면 사방에서 암기가 날아들었고, 바닥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렇다고 벽을 부술 수도 없었다. 벽을 공격해서 부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공격은 몇 배로 더 거세지기 때문이었다.
생문이 어딘지 아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운으로 생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느낌 좋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봄직 하다. 생문을 운으로 찾아낼 정도라면, 절벽 아래에서도 살아남아 천년하수오 밭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빠르게 미로를 빠져나갔다. 사방에서 나를 노리는 공격이 이어졌다. 나는 새삼 흑암거해진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로진을 통과하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그곳은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화염진(火焰陣)이다.
콰아아아악! 콰아앙!
땅바닥을 뚫고 용암이 터지듯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나는 몸을 날리며 불을 피했다. 멀리 떨어졌지만 온몸이 더운 열기에 휩싸였다.
다시 발밑이 진동했다. 느끼는 순간 몸을 날리지 않으면 늦다.
과연 몸을 피하는 순간, 내가 서 있던 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이곳 역시 생문을 발견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쳐서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다. 진법 안이지만 이 열기와 불은 진짜였으니까.
나는 불길 사이를 누비며 무공수련을 하고 있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수련과 비슷했다. 실수하면 죽는 수련, 왜 그런 위험한 수련을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수련을 밥 먹듯 하니까 진짜 고수가 되는 것이다.
상상으로 그려낸 가상의 적을 베어가며, 불길 공격을 피했다.
추혼수라검술은 과거의 경지를 모두 회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구성에 이른 선학비술의 대성을 이루는 일이었다. 딱 한 단계가 남아 있었다.
두 무공이 모두 대성에 이르고, 그곳이 어떤 식으로 합쳐질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는 전생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무학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무공 역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때가 많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될지는 직접 겪어봐야 알 것이다. 그저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충분히 몸을 움직이며 수련을 한 후에야 생문을 통해 화염진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앞서와 전혀 다른 장소가 나왔다.
이곳은 바닷가였다. 갈사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세 번째 진법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어떠셨습니까?”
“굳이 이곳까지 만들 필요가 있겠소? 그냥 쉬셔도 될 것 같소.”
갈사량이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주군 같은 적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었지만 갈사량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적을 과소평가해선 절대 안 된다.
“사마천에게는 아직 소식이 없소?”
“네. 하지만 그는 잘해낼 겁니다.”
갈사량의 확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수단을 강구한 후에 내보냈던 것이다.
“자기 목숨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자니까요.”
갈사량은 좀 더 작업을 하고 나오겠다고 해서, 먼저 진법을 나왔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광두가 방을 치우고 있었다.
“어, 벌써 오셨습니까? 진법 시험은 잘되었습니까?”
“그래, 잘되었다.”
“다행입니다.”
어제 광두와 같은 방에서 잤다. 언젠가부터 계속된 일이었는데, 그때마다 어색해하는 광두였다. 여전히 신분 차이를 의식했지만, 나는 이미 그를 혈육처럼 여기고 있었다.
“어제 송소저와 말씀은 잘 나누셨습니까?”
광두가 정작 묻고 싶었던 것은 진법 시험이 아니라 이것이었을 것이다.
광두의 질문에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긴. 잘 알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겠습니까?”
“이 지경이라니? 내가 뭘?”
“억울해하기에는 뭔가 미안한 마음이 있죠?”
순간 나는 곧장 대답을 못 했다.
칠호와 아무 일도 없었지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끈끈한 감정의 교류는 분명 있었다.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만남들이었지만, 그 감정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미안한 마음 없다.”
“네, 양심이 없으시겠죠.”
광두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 어제 자기와 함께 살자고 놀렸지만, 누구보다 송화린과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광두야.”
“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번 생애에서 사랑은 아주 나중 순위에 두었다. 한걸음 떨어져서 송화린을 대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내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새 부모에게 마음을 열고, 광두를 만나고, 백표와 갈사량을 얻고.
그 모든 관계들이 전생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엮어졌으니까. 어찌 사랑이라고 다르겠는가? 화석처럼 굳어 있던 내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솔직히 말하자 광두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도련님이 모르시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마는,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허튼 선택을 하진 않으실 거라는 것. 그러니 도련님을 믿으십시오. 저는 언제나 도련님 편입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시
든 저는 도련님을 지지하고 따를 겁니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면 또 어떻습니까? 사람이 실수하면서 사는 거죠. 우리 막살자고요! 이 여자, 저 여자 막 만나자고요! 도순이 너!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광두를 보며 웃었다. 나를 위해 해주는 말임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래, 네 말이 맞다.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추억이 필요하다.
그래, 이 운명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흐르는 물결을 따라 한번 흘러가 보는 거다.
* * *
눈을 가린 채 밀실로 들어온 사내는 사마천이었다.
눈가리개를 풀자 방에는 마양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모셔서 죄송합니다.”
“이해하네.”
천도문과는 오랜 인연을 맺어온 그였기에, 당연히 마양화를 잘 알고 있었다. 걸음마 할 때부터 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마천은 천도문의 큰 어른 대접을 받았다.
“뇌옥에 갇히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나오신 거죠?”
“갈사량이 나를 풀어주었네.”
“갈사량이?”
마양화가 흠칫 놀랐다.
“왜 그리 놀라느냐? 지금 나를 풀어줄 권력을 지닌 사람은 그밖에 없지 않느냐?”
“한데 왜 저를 찾은 겁니까?”
뇌옥에서 나온 사마천이 사람을 보내 은밀히 만나자고 한 것이다.
“갈사량이 내게 제안을 했네. 자네를 만나게 중재해달라고.”
“저를요? 왜죠?”
“마령인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더군. 그래서 자네의 도움을 받고 싶은 눈치였네.”
마령인과 다른 후계자들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연 갈사량은 내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구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자신과 마궁태가 마령인을 통해 천소선을 만났고, 갈사량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음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모든 것이 비밀리에 이뤄진 일이었는데.
마양화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잘하면 손쉽게 놈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마양화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며 한발 물러서는 척 했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를 만날 이유가 없잖아요? 령인이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말이에요.”
“자넨 령인이를 얼마나 믿나?”
솔직히 말하자면 단 일 할도 믿지 않았다. 살기 위해 그와 손을 잡았을 뿐이다.
“령인이가 철군이를 죽이려고 했던 일을 알고 있나?”
마양화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일전에 있었지.”
그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그 일은 이야기하지 않았겠지. 령인이는 자네들을 이용해 먹는 데 급급하니까.”
“그렇다고 제가 갈사량의 편을 들 수는 없는 일이지요.”
“왜 안 되나? 남보다 못한 혈육들인데?”
“숙부께선 갈사량에게 완전히 넘어갔군요.”
“나도 살아야 하니까. 이번 일을 성사시켜야 뇌옥에서 나올 수 있다네.”
사마천은 사정을 솔직히 밝혔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고백이었다.
“령인이가 왜 갈사량을 죽이려는 것 같나? 그의 적은 마철군인데. 그 똑똑한 녀석이 적의 적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일까?”
“그건…….”
마양화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마령인을 통해 살아남을 일만 급급해서 그 부분은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마령인은 지금 갈사량의 손을 빌려서 자네들을 제거해 버리려는 것이네.”
마양화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원래 모든 일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따지고 계산하는 데 익숙한 그녀였다. 사마천이 마궁태가 아닌 그녀를 먼저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갈사량을 한 번 만나볼 텐가?”
“좋아요, 대신 갈사량 혼자 나온다면요.”
“그건 어려운 일이네.”
“그럼 없었던 일로 하죠.”
“좋아, 그렇게 설득해 보지. 대신 자네도 혼자 나와야 하네. 공평하게 하기 위해 사방이 뚫린 곳에서 보도록 하지. 본단 서쪽에 있는 서야평(西野平)에서 보는 것은 어떤가?”
마양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흔쾌히 그 조건을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갈사량을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우릴 이간질하려나본데, 내가 그리 멍청한 년은 아니지.’
어차피 갈사량 한 명쯤은 혼자서도 제거할 수 있었다. 또 자신은 혼자 나갈 생각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수하들을 숨길 것이다.
대신 마궁태에게는 말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 기회는 자신을 찾아온 기회였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마양화는 멀리서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속된 장소에 갈사량이 혼자 서 있었다.
“혼자 나온 것이 확실합니다.”
마양화 뒤쪽으로 한 사내가 걸어오며 말했다. 사내는 애꾸였는데, 그가 바로 독안검 황종이었다.
곧이어 다른 방향에서 사내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바로 관외쌍부와 소백이검이었다. 하나같이 대단한 고수들로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고수들이었다.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보고에 마양화가 경직되었던 표정을 풀었다.
“그대들은 이곳에 있다가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나를 돕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들을 멀리 숨겨두고 마양화가 갈사량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 갈사량이 혼자 나와 있었다.
마양화는 하늘이 자신을 돕는다고 기뻐했다.
‘내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이곳에 혼자 나오진 않았겠지.’
마양화가 마음을 먹으면 갈사량을 죽일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명성이 대단하신 무림맹의 총군사님을 이런 곳에서 뵙게 되는군요.”
그녀의 말에 갈사량이 미소를 지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하오.”
“왜 저를 보자고 하셨지요?”
어차피 죽일 작정이지만 이유 정도는 들어보고 죽여도 될 것이다.
“그대와 손을 잡고 마령인을 없애고 싶어서요.”
“그게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우리가 서로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마양화는 살짝 갈등도 있었다. 사마천의 말처럼 이번 일이 정말 자신들을 죽이려 하는 의도라면, 갈사량을 죽여선 안 될 일이었다. 자신을 구해줄 동아줄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마양화는 그런 희박한 확률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타깝지만 내 손에 죽어야겠어요.’
그녀가 살심을 일으키던 바로 그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그쪽으로 달려왔다. 날렵한 움직임이 한눈에 봐도 보통 고수들이 아니었다. 단숨에 그곳에 도착한 그들은 바로 마궁태와 그의 수하들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마궁태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뒤를 따라온 무인들은 무정십객이었고 긴 창을 든 사람은 신비창이었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독안검과 관외쌍부, 소백이검도 그것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궁태를 보며 마양화가 다급히 말했다.
“오해하지 마라.”
“지금 이 상황에서 오해하지 말라니?”
“이자가 나를 보자고 해서 만나러 나온 것뿐이다.”
“내겐 알리지도 않고서 말이지.”
“그건…….”
마양화는 그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혼자 갈사량을 죽인 공을 독차지하려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갈사량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 뜻은 알아들은 것으로 알고 물러가겠소. 나중에 밖에서 봅시다.”
마궁태가 버럭 소리쳤다.
“누구 마음대로 물러간다는 말이냐?”
그때였다.
갈사량이 돌아서 한 걸음 걸어갔다. 다음 순간 갈사량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그들이 서 있던 곳은 이미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돌 하나만 움직이면 완성되게끔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궁태 일행이 등장했을 때, 갈사량은 자신의 발아래에 준비된 돌을 움직여서 진법을 완성시켰다.
이곳에 설치된 진법은 어렵거나 위험한 진법이 아니었다. 생로를 찾지 못하면 반 시진 정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야 하는 간단하고 쉬운 진법이었다.
나는 진법 밖에서 갈사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갈사량이 내게로 걸어와서 말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로도 없고, 불기둥도 없는 진법이었다.
하지만 흑암거해진보다 더 무서운 진법일 수도 있었다.
저 안에는 욕심과 오해와 불신이 가득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