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6
방출되고 재능폭발 16화
다음 날.
정우는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호텔 내에 있는 카페에는 이미 레이 먼시와 한 남자가 함께 있었다.
정우를 발견한 두 사람이 일어나 그를 반겼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가디언즈의 마이너리그팀을 총괄하는 팜 디렉터 레이 먼시입니다.”
“보좌하는 역할인 크리스 워드입니다.”
“한정우입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 경기는 잘 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영리한 투구였습니다. 패스트볼 구위도 좋았지만, 마지막에 던졌던 브레이킹볼이 인상적이더군요.”
“아직 완성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예. 분명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깔아놓은 복선 덕분에 타자가 미처 반응하지 못했어요. 그건 노리신 거겠죠?”
“예. 사실 제 주무기가 패스트볼이라 그걸 위주로 피칭을 해야 하기도 했고요.”
“하하! 그럴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한국의 프로그램에는 은퇴한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현재 신분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작년까지 프로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고 현재는 사설 아카데미에서 코치를 하고 있습니다.”
정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나이는 어려 보이시는데요.”
“27살입니다.”
“오~ 그러시군요. 그럼 혹시 군대는?”
“다녀왔습니다.”
마치 면접을 보는 거 같았다.
하지만 정우는 성실하게 답했다.
백승진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를 따로 보자고 한 건 관심이 생겼다는 뜻이야. 그러니 잘 만나봐.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관심을 가진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그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한 그가 본론을 꺼냈다.
“혹시 테스트를 받아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테스트요?”
“예. 육안으로 봤을 때 패스트볼의 구위가 괜찮았습니다. 피칭 메커니즘도 나쁘지 않더군요. 하지만 저희 쪽에서 원하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서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입단제의는 아니었다.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전날 던진 공은 10구가 채 되지 않았다.
그것만 보고 입단제의를 할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을 것이다.
“테스트를 통해 한정우 선수의 공에 대한 데이터와 피칭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트라이아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세미 트라이아웃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기회였다.
수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관계자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래서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당장 봐야 하는 겁니까?”
“이왕 미국에 오셨으니 바로 진행했으면 합니다만, 혹시 일정이 있으십니까?”
“이후 촬영 일정도 잡혀 있어서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당장 수락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촬영 일정도 그랬고 아카데미 역시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돌아가서 제가 일정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단순 테스트이니 편한 마음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예.”
레이 먼시와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 * *
정우가 레이와 만남을 가지는 사이.
파이어스의 관계자들은 한국과 화상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메이저리그에서 한정우에게 관심을 가져?”
-이번 미국원정의 미국 마지막 상대가 가디언즈의 트리플A 팀인 샤크스였습니다.
“본론을 이야기해! 본론을!!”
-아, 예. 샤크스와 동행한 팜 디렉터 레이 먼시가 한정우와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따로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확실한 거야?”
-예. 스태프와 친분이 있는 선수들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확실합니다.
“팜 디렉터면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거지?”
파이어스의 사장인 김대명의 말에 이지곤 단장이 입을 열었다.
“팀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가디언즈의 경우 마이너리그의 총괄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총괄이면 선수 영입이나 방출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는 건가?”
“상위 드래프트 픽의 선수들이 아니면 가능합니다.”
“젠장!”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진 남자가 한정우와 따로 독대를 했다.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입단 제의를 한 걸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최소한 테스트를 제의했을 겁니다.”
“그만큼 한정우의 피칭이 인상적이었단 소리잖아.”
-공을 많이 던진 게 아니라서 거기까지는…….
“그럼 팜 디렉터가 왜 따로 만나겠어?!”
-…….
화면 속의 직원이 입을 다물자 김대명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한정우의 현재 신분이 어떤 상태지?”
“자유계약 신분입니다.”
“우리가 기존에 제시할 조건은?”
“1군 출전을 약속할 계획이었습니다. 계약금으로 2억 정도를 주고 연봉은 7천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1군에서 뛴 경력이 없는 선수에게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CWS 우승팀을 잡아내고 150㎞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트리플A팀의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팜 디렉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억대 연봉으로 올리고 계약금도 5억 정도로 올려.”
“너무 과한 거 아닐까요?”
“1라운드 픽을 한 명 더 했다고 생각하면 돼. 올해 연봉을 줄였으니 그 정도 여력은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다년계약까지도 제안하도록.”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를 줘야 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도 그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예.”
“한국에 들어오면 자네가 직접 가서 만나도록 해.”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했다.
약간의 오해가 섞였지만, 정우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미국 일정을 끝내고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우의 일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그런 변화를 상담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방문했다.
“미국물 먹더니. 신수가 훤해졌네?”
오랜만에 만난 김중호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카데미의 한쪽에 방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처음보는 배경, 그리고 머리에 쓰는 거로 보이는 밴드와 패치들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예요?”
“모션캡처 센서야.”
“모션캡처요? 사장님 버튜버로 데뷔하시게요?”
“버튜……. 그게 뭐냐?”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이걸 왜 사신 거예요?”
“구단에 없었냐? 이걸로 선수의 자세 같은 걸 교정하는 거야. 프로그램까지 구매해서 이번에 큰돈 나갔다.”
“2군에는 이런 거 없었어요.”
“그래? 1군에는 대부분 있는 거 같던데. 어쨌든 이걸로 자세를 캡처해서 어디가 부족한지 찾아내서 교정할 수 있게 됐다.”
“오……. 나중에 해봐도 돼요?”
“그래. 그나저나 귀국하자마자 여자친구 만나러 안 가고 바로 가게로 나온 걸 보니까. 무슨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소연이는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리고 할 말 있는 거 맞아요. 다름이 아니라…….”
정우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했다.
그걸 모두 들은 김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디렉터가 직접 네 투구를 본 게 운이 좋았네. 그런데 그렇게까지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런가요?”
“승진이 형이 뭐라 말 안 하든?”
“백승진 선배님은 곧장 뉴욕에 다음 일정이 있다고 떠나셔서 잠깐밖에 대화를 못 나누었어요.”
“뭐라 하던데?”
“시간 내서 테스트는 한번 받아보는 게 좋다고요.”
“뭐, 나쁜 건 아니지. 만약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김중호의 말에 정우가 물었다.
“의미는 두지 말라는 건, 그냥 해본 말이라는 건가요?”
“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너 혹시 마이너리그에 선수가 몇 명인지 알아?”
“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팀당 마이너리거 보유 한계로 생각하면 18,000명이야.”
“그렇게 많아요?”
“응. 한 팀당 마이너리거 최대 150명을 보유할 수 있고 그들이 운영하는 마이너리그팀이 모두 120개니까. 이 정도 되지. 뭐, 실제 숫자는 더 적을 테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사실 이것도 줄어든 거다.
과거에는 120개 팀이 아니라 160개 팀을 운영했으니까.
하지만 김중호는 거기까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팜 디렉터의 눈에 들었고 그가 테스트를 제의했으니. 통과하면 특별취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곧 잊혀질 거야.”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럴 바에는 국내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지금 한국은 너에 대한 이야기로 꽤 시끄러워. 너도 알고 있지?”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지인들에게 들어보니 파이어스가 꽤 많이 깨진 거 같더라. 그리고 다른 구단들 역시 실무진들이 질책을 많이 당했고.”
“다른 구단도요?”
“네가 방출됐을 때 왜 내버려 뒀냐면서 말이야.”
그제야 이해됐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고 경쟁까지 붙었으니 네 몸값이 꽤 올랐어. 아마 억대 연봉까지는 무난하게 받지 않을까 싶다. 이후에는 네가 실전을 치르면서 너의 가치를 증명하면 되겠지.”
억대 연봉.
프로 생활을 할 당시 꿈만 꾸던 금액이다.
가끔 2군에 내려오던 1군 붙박이 선수들이 받던 연봉을 자신이 받을 수 있단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30대 초반까지는 국내에서 뛰어야 한다고 봐야겠지.”
잠시 고민하던 정우가 말했다.
“미국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실패하면 국내 구단과 협상을 하면 되겠군요.”
김중호가 씩 웃었다.
“약았네. 하지만 그게 정답이야. 다만, 미국에 가서 테스트를 받는 걸 최소한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로 미뤄라.”
“미루라고요?”
“어. 그사이에 미국에 좀 적응하자.”
적응이란 말에 정우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중호가 서랍에서 공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걸로 던져봐.”
“평범한 거 같은데. 뭐 다른 공인가요?”
“일단 던져봐.”
“예.”
고개를 끄덕인 정우가 간이마운드에 섰다.
“몸도 안 풀었는데. 전력으로 던지지 마라.”
“옙!”
평소의 70퍼센트 정도의 힘을 주어 공을 던졌다.
퍽!!
공을 던진 정우의 눈이 커졌다.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회전수나 구속 거기에 구위까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큰 차이를 보였다.
“이거 무슨 공이에요?”
“메이저리그 공인구.”
“아……!”
그제야 김중호가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공인구는 전혀 생각을 못 했네요.”
“들어보니 이번에 야구의 신에서 미국원정에 쓴 공도 한국 공인구였다면서.”
“예.”
“그래서 트리플A팀과도 그 정도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거다. 만약 미국 공인구를 썼으면 차이가 꽤 벌어졌을걸.”
정우는 자신이 던진 공을 주워 손을 꾹꾹 만졌다.
“실밥이 확실히 들어가 있네요. 거기에 미끄럽기까지 하니…….”
“손에 걸리는 느낌이 덜하지. 거기에 적응을 해야 테스트에서도 너의 본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김중호가 나중에 가라는 말을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선배님에게 또 도움을 받네요.”
“뭐, 가겠다는 놈 말릴 수도 없고. 이왕 가는 거 우리 가게에서 연습해서 나갔다고 소문나면 마케팅이라도 되지 않겠냐?”
자신이 부담 가질까 저런 말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오버하기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 김중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나저나 가기 전에 허락 맡을 사람도 있잖아.”
“예. 이번 주말에 이야기해 보려고요.”
“잘 이야기해.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면 아예 미국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예.”
“그래. 그럼 정리하자.”
“아, 조금 더 던져봐도 될까요?”
“안 쉬고?”
“예. 마침 공인구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던져보려고요.”
“그래라. 이왕 던질 거면 저기 헤드셋이랑 패치 붙이고 던져. 데이터 잘 뽑아낼 수 있나 확인 좀 하게.”
“옙!”
“그럼 가볍게 몸 좀 풀고 있어. 세팅해 줄게.”
“감사합니다!”
새로운 목표를 찾았으니 쉴 시간은 없었다.
정우는 다음 스텝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