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41
─당분간은 남자 구실도 못하겠지.
스티지안 아이.
최예장에게 하나의 공포를 주입한 은하는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한서현은 군말 없이 따라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대?” “…그러게. 나도 설마 저렇게까지 구질구질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
뒤를 돌아보니 최예장이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다.
은하는 그에게서 눈길을 돌리고는 한서현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나랑 약속한 거야.” “응? 뭐가?”
한창 최예장의 흉을 보던 한서현.
그러던 그녀가 키득거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눈살을 찌푸린 그녀가─.
“─놀이공원.”
“…….”
“조만간에 시간 비워놓으렴.”
“아하하…. 알잖아.” “뭘?”
그놈이 한서현에게 자꾸 아는 척을 하는 게 아니꼬워서.
그냥 홧김에 말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진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은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은하는 기어들어가듯─.
“─셋이서 갈까?” “미쳤니?”
“…….” “나하고 한 번, 하양이하고 한 번. 따로따로 가면 되는 거 아니니?”
“에이, 장난이었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원만한 양다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한쪽에 퍼주면, 다른 한쪽으로도 동등하게 퍼주어야 했다.
자칫 균형을 맞추지 못하였다가는 인간관계에 적신호가 오고 만다.
하….
노은하는 울고 싶었다.
반면 한서현은 기분이 좋은 듯한 눈치였다.
바로 그때─.
끼이익
스카이라운지의 문이 열렸다.
돌연 문소리를 들은 은하는 고개를 돌렸다.
“”””…….””””
모임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다.
“─미안. 우리가 늦었지? 오는데 길이 막히느라 늦었지 뭐야. 정말 미안해!”
또각또각 구두굽을 울리며.
한껏 치장한 여성이 새된 목소리로 주변에 말했다.
“쟤도 여기 올 줄이야….”
은하는 떨떠름해하며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여성이기는 했으나.
그는 그녀가 데려온 파트너를 보고 여성의 정체를 꿰뚫어볼 수 있었다.
한서현의 보충설명이 있기도 했고.
“단군일보의 홍예화야. 아무래도 단군그룹의 대표로 참석했나 보네.”
“홍예화….”
단군일보의 직계 홍예화.
하지만 그의 시선이 향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청년이었다.
온태양.
“”…….””
노은하가 그를 발견했을 때.
온태양 역시 그를 발견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뭐야?
쟤 지금 어딜 보는 거야?
은하는 온태양의 시선이 미묘하게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를 바라보는 것인가.
은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고.
…응?
이내 온태양의 시선이 한서현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서현 역시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온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이윽고─.
“─아무래도….”
“왜? 혹시 쟤 알아?”
천천히 입을 여는 한서현.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무언가 아는 눈치였다.
이에 그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쟤 나한테 반한 것 같은데?” “…엥?”
은하는 제 귀를 의심했다.
☆
고결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휴, 그래도 끝나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안 그러니, 태양아? 응? 태양아? 얘?”
“…….”
권력을 가진 자들의 모임.
아니, 언젠가 가질 자들의 모임.
같이 갈 파트너가 없다며 칭얼대던 홍예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동행한 온태양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
정재계의 직계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부류들.
여기에 온 이상 그는 자신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둘 작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느꼈고.
온태양은 노은하를 발견했다.
“태양아? 얘?”
역시나 하고.
노은하가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
실망은 없었고, 분노도 없었다.
어차피 그런 놈이란 걸 알았기에.
그래서 그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그의 옆에 있는 여성을, 필시 그의 약혼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다.
“와….”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품이 묻어나는 여성.
그림으로나 볼 것 같은, 마치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태, 태양아!? 얘! 어디 가니?”
발이 절로 움직여졌다.
온태양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한 번 손을 대고 싶었다.
온태양은 손을 뻗었다.
그런데─.
“─뭐야. 너 왜 그래?”
“아….”
별안간 뒤로 쑥 밀려나는 그녀.
온태양은 그녀가 깜짝 놀라하면서 뒤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갑자기 사람을 확 잡아당기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노은하….”
그녀를 너무 막 대하는 것 아닌가.
온태양은 그녀를 등 뒤로 감춰버린 노은하를 노려보았다.
그때, 노은하의 눈빛이 번뜩인 건 아주 찰나였다.
스티지안 아이
☆
온태양이 나한테 반한 것 같다.
한서현에게서 그 말을 들은 순간, 은하는 즉각적으로 손을 뻗었다.
머리보다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
재빨리 그녀를 등 뒤로 숨긴 그는 온태양을 노려보았다.
“─뭐야. 너 왜 그래?” “아….”
한서현을 등 뒤에 숨기자마자.
온태양이 안타깝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마음에 안 들어.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예장이 집적거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그래서 스티지안 아이를 사용하여 온태양에게 겁을 주기로 했다.
스티지안 아이
“─크윽…!”
“…역시 안 되나.”
“너, 너 지금 뭘….”
하지만 아주 잠시였을 뿐.
공포에 먹혀든 그는 한 쪽 다리를 바닥에 꿇다 금세 정신을 되찾았다.
무너지는 몸을 본능적으로 붙잡은 그가 비틀거리며 중얼거렸다.
“너 지금 나한테 뭘 한….” “아무것도 안 했어.” “뭐?”
“아무것도 안 했다고.”
기프트 .
정신을 공격하는 마법에 어느 정도 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새삼 그의 기프트의 효과를 확인한 은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무것도 안 했다는 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아!? 어서 말해!”
반면 온태양은 끈질기게 추궁했다.
그가 어떻게든 사과를 받겠다는 듯 은하의 팔을 거칠게 붙잡기도 했다.
“”””……!!””””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놀라며 숨을 삼키는 가운데에도.
그는 점점 언성을 높여갔다.
때마침─.
“─미안해. 태양이가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뭘 몰라서 그래.”
“…….”
노은하의 눈이 가늘어지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으려 할 때쯤.
단군일보의 직계 홍예화가 다가와 황급히 사과했다.
“예화 누나, 이거 놔봐. 이 녀석이 방금 나한테 이상한….”
“은하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니? 태양이 네가 착각한 거겠지. 아하하, 아까 오면서 피곤하다고 했었는데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
말 한마디가 칼이 되는 자리.
정재계의 사람들끼리 교류를 위해 모이는 자리라고 하지만 이 자리는 언제든 서로를 몰락시킬 수가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따라서 누군가를 추궁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몰락시키겠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태양아, 제발 가만히 있어.”
“큭….”
칼을 든 사람의 운명은 둘 중의 하나였다.
손에 쥔 그 칼로 상대를 죽이느냐.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칼에 당해 죽느냐.
그러나 온태양의 운명은 칼에 당해 죽는 사람으로 결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면 됐어.”
“고마워…. 태양이 너도, 어서.” “…….” “태양아, 제발….” “…미안하다. 내가 착각했다.”
객관적인 상황은 명확했다.
온태양은 노은하가 자신을 해하려 하였다고 주장했으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으니까.
허나 온태양이 노은하를 위협하듯, 그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서는 버럭 윽박지르는 것은 만인이 목격했다.
무엇보다도 온태양에게는 진실을 진실이라 말할 수 있는 힘이, 혹은 거짓마저 진실이라 날조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
“젠장….”
단순히 무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무력을 비롯한 재력 그리고 권력.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힘.
지금 그들이 밟고 있는 이 자리는 세상을 축소한 아주 작은 사회였다.
그중에서도 힘 있는 자들의 세상만 그대로 도려내 축소한 무법지대.
힘이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정의를 만드는 세상.
힘 앞에서 진실이란 무의미했다. 힘의 유무가 진실을 거짓으로, 또한 거짓을 진실로 날조하는 세상이다.
“─안녕.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나는 단군일보의 홍예화라고 해.”
그렇다면 온태양 그에게는 대관절 무엇이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럴 만한 무력도, 재력도,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객관적인 힘이란 재력, 단군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다는 거였다.
그가 홍예화의 파트너로서 모임에 참석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허나─.
“─태양이를 대신해서 내가 이렇게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단군그룹의 이름은 이제는 과거의 산물이 되었다.
약육강식의 세계.
재계 순위가 10위 밖으로 떨어진 단군그룹은 이제 약자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노은하는 어떠한가.
“─아뇨, 따지고 보면 저도 태도가 좋지 않았는걸요.”
라는 이름이 가진 무력.
그리고 각기 재계 2, 3, 4, 6위.
시리우스, 영원, 앨리스, 루미너스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 재력.
권력 또한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알 만한 사람들은 그가 얼마 전에 마나관리기구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곳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하고 있었으니까.
은하에게는 어쩌면 선녀와 친분을 맺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큭…!”
그러니 명확한 명분 없이.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쟤 뭐냐?”
“예화는 왜 저런 애를 데려왔대?”
“누군지는 몰라도 멍청한 놈이네. 하필 이런 시기에 노은하에게 정면 대항하려는 멍청이가 있다니….”
“쯧, 지금은 사려야 할 때인데….”
“내가 괜히 기분이 나빠지네. 지금 서현이 약혼자한테 시비 건 거야?”
“하양이 남친한테 그러면 안 되지. 진짜 눈치도 없네.”
“아까 유천이가 노은하는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자랑했는데, 이거 유천이 눈 밖에 나게 생겼네. 어떡하냐….”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무력, 권력, 재력은 제각기 이어져 있다.
이어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은 사회가 되듯.
세 가지 힘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세상을 형성하고 사회가 기능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노은하와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과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다시 그의 힘이 되어준다.
“”””…….””””
정작 노은하가 손에 쥔 건 무력뿐.
그러나 그와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힘을 쥐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이 작은 사회에서 힘이 있는 자는 온태양이 아니라 노은하다.
권력의 향방에는 민감한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말리려 하지 않았다.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저 은하의 등 뒤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
“젠장, 젠장, 젠장….”
온태양도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밟고 있는 이 자리가 자신에게 얼마나 불리한 세상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분하게도 은하에게 굽혔다.
하지만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눈에서는 증오심이 들끓었고.
입에서는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가만 보니까 안 되겠구나.”
그리고 그동안 은하의 등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한서현은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한서현이 은하의 손을 뿌리쳐서는 온태양의 앞으로 나선 것이다.
“넌 누구니?”
“…….”
짜증이 이는 기색으로.
한서현이 온태양에게 뇌까렸다.
그러자 온태양은 입을 다물었다.
온태양은 대답이 없었다.
“네가 누군지는 상관없어. 어차피 책임은 네가 아니라 널 여기 데려온 홍
예화에게 물으면─.”
─되는 거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홍예화에게 언짢은 의사를 표현하려던 때였다.
또각또각
구두굽을 울리는 소리.
사람들이 낮게 수군대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가운데.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당차게 모습을 드러냈다.
…오드 아이(Odd Eye).
단발을 한 여성이 키득거린다.
그녀의 두 눈은 서로 다른 색을 취하고 있었다.
왼쪽은 노랑, 오른쪽은 파랑.
오드 아이다.
“─왜 좋은 분위기 망치고 그래? 나까지 기분 X같게시리….”
“”””…….””””
정재계에 오드 아이를 지닌 여성은 한 명밖에 없었다.
은하는 한서현을 보호하는 자세로 그녀의 앞에 선 여성을 바라보았다.
“단군이 갈 데까지 떨어졌다더니 아무래도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네? 우리 또래 직계들은 참석하지 않고, 어디 조그만 신문사의 직계인 네가 대표로 참석하고 말이야. 아직까지 승계분쟁을 하고 있는다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기업하고 분리돼 있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신문사의 직계밖에 없다니….” “…오해인 너….” “단군 꼬라지 아주 자알 돌아간다.”
반쯤 몰락한 단군그룹을 대신해.
새로이 재계 서열 10위에 들어선 삼라그룹.
주력 사업부문은 항공, 해운, 통운, 에너지 개발 등등.
삼라그룹의 직계 오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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