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22
자신이 창설하는 클랜에 입단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해졌다고.
은하는 점심을 먹고 있던
서현에게 전했다.
“그러니?”
그러자 한서현은 입가를 닦고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말하기를─.
“─그럼 이번 주 안으로 날을 잡고 한 번 모이자고 연락해주렴.”
“이제부터 서로 한 식구가 될 테니 다 같이 얼굴을 보기는 해야겠지.” “그뿐이니. 앞으로 클랜을 어떻게 운영할 건지 사전 조율도 필요하고, 클랜 이름도 정해야 하지 않겠니.”
“그렇겠지.”
최근 한서현은 클랜을 창설하는데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처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빈 항목은 채워가고 있어도 정작 중요한 항목은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거점으로 활동하는 지역은 어디로 지정할 것인지.
클랜 회관은 어디에 세울 것인지.
클랜의 명칭 그리고 클랜을 만드는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
클랜원들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채우지 못하는 항목이었다.
무엇보다─.
“─누가 서브로드를 맡을 것이고, 누가 간부 자리에 앉을 것인지 함께 정해야 하지 않겠니?”
“그것도 그렇지. 우리 인원으로는 최소 2명을 서브로드로 임명해야만 하는 건가?”
“내가 봤을 때에는 클랜에서 만들 파티당 한 명씩 서브로드를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간부 자리는 그렇게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다들 창립 멤버나 다름없으니까 제한을 둘 필요가 없기는 하겠네.”
“그러니 사람들한테 전하도록 해.”
“뭐라고?”
그녀가 서류를 내밀며 하는 말에.
은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그녀가 다리를 꼬며 말하고.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서현 왈─.
“─간부로서 대우를 받고 싶다면 클랜에 투자하라고.” “뭐?”
“클랜은 네 돈으로 만드는 건데, 어떻게 간부 자리를 공짜로 가지려 그런다니?” “…….”
“서브로드도 마찬가지야.” “지금 애들 보고 돈을 내라고?”
“그야 당연한 거 아니니?”
은하는 얼떨떨해하며 되물었고.
한서현은 눈을 치뜨며 답했다.
그녀가 은하에게 명심하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딱딱 찍으며 말했다.
“친분으로 관직을 나눠줄 생각이면 클랜이 아니라 파티를 만들어야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신입이 들어오게 될 텐데 친분에 의지해서 클랜을 운영할 생각이었니?”
“…….”
“그러다 나중에 신입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저 사람들은 단지 너랑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창립 멤버로, 간부로, 서브로드로 대우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고. 그럼 클랜이 참 잘 돌아가겠다.”
한서현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은하는 그녀가 하는 말에 뭐라고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1푼이라도 좋아. 창립 멤버로서 대우를 받고 싶은 거면 조금이라도 투자를 하라고 해. 그만큼 지분을 챙겨줄 테니까.” “지분은 누구 지분으로 나가고?”
“투자금이 정확하게 모이면 구조를 새로 짜야겠지. 나는 최대 1%까지 나눠주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
“…알았어. 그건 너한테 맡길게.”
“그리고 앨리스그룹을 생각한다면, 멤버들 중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하양이를 서브로드로 임명하는 게 나을 거야.” “하긴, 그건 그러겠네. 서브로드는 그럼 하양이를 포함해서 최소 2명을 두는 게 낫겠다.”
은하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고.
이후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서는 이야기를 정리했다.
첫째, 창립 멤버로 대우 받겠다면 10원이라도 한 장 투자할 것.
둘째, 일정 금액 이상으로 투자한 창립 멤버를 간부로 임명해, 이후에 클랜의 대소사에 관여할 수가 있고 회의 발언권을 주겠다는 것.
셋째, 서브로드는 간부들 중에서 선출할 것이며, 선출된 서브로드는 지분 2%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이후에 서브로드에게는 의결권이 주어진다는 것.
“일단 이거면 되겠지?”
“자세한 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어서 사람들한테 돌려.”
이윽고 내용을 확인한 은하는 곧장 친구들, 아니, 클랜원들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
그날, 내용을 전달받은 클랜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다수가 급히 돈을 꾸기 시작하며 바쁘게 뛰어다녔다고 한다.
☆
말이야 10원 한 장이라 했지만.
실제로 10원을 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클랜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해.
이제부터 주가가 계속 오를 텐데, 지금 쌀 때 사지 않으면 대체 언제 사라고?
투자를 하고, 지분을 산다.
지금이야 보잘 것도 없는 지분은 미래에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되리라.
업계 사람들 대다수가 은하가 만들 클랜은 클랜 간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나.
누구보다 옆에서 은하를 지켜봐 온 친구들은 그들이 예측하는 미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오히려 승승장구하리라.
5년 안에 노은하는 증명하리라.
자신의 클랜을 S등급의 반열에다 올려놓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당연히도 창립 멤버로 있는 자신들은 미래에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필시, 건국 공신이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그가 만들 미래에 자신의 지분을 점하려 했다.
“─야, 할머니가 남겨준 돈은 지금 잘 보관하고 있지?”
이에 소식을 접한 사람들 중에서 진파랑이 제일 먼저 은하를 찾았다.
그가 우당탕거리며 2층으로 내려와 집에서 쉬고 있던 은하에게 말을 건 것이다.
“그 돈으로 네가 알아서 클랜에다 투자해줘.”
“엥?” “할머니가 챙겨주신 돈이야. 근데 어떻게 허투루 쓸 수 있겠냐?”
“그래서 클랜에 투자하겠다고?”
“당연하지.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네가 쫄딱 망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거든? 그런 만큼, 소중히 다뤄야 하는 할머니의 돈을 네 클랜에 투자하겠다는 거지.”
“…형, 뭐 나한테 복수를 꿈꾸거나 그러는 거 아니지?” “얘가 뭔 소리래?”
“요즘 은애랑 같이 보는 드라마에 비슷한 전개가 있어서….”
“드라마 좀 그만 봐라. 그러다가 김민지 되는 수가 있다?”
용건을 마치고.
진파랑은 후다닥 돌아갔다.
은하는 진파랑의 의견을 받아들여 할머니의 돈으로 클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딱, 클랜원들이 투자할 수가 있는 최대 금액만큼.
이후로 은하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노은아였다.
“당연히 투자해야지. 내가 그동안 레귤러스클랜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돈을 모았는데?”
“누나…. 이렇게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아. 클랜 만드는데 써. 나중에 그만큼 되돌려받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가 최대 금액만 받겠다 했더니.
그녀가 한사코 사양을 하며 그에게 월급 통장을 맡겼더랬다.
은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돈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로도 다른 사람들이 은하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아리엘은 가관이었다.
“이거 내 전재산이야. 술 안 먹고 차곡차곡 모아둔 돈이라고. 알았어? 나 힘 쓴 거다?”
“그래, 그래, 알았다. 잘했어.”
“말에 영혼이 없어! 잘했으면 날 칭찬해달란 말이야! 칭찬은 아리엘도 쑥쑥 크게 한다는 말 몰라!?”
“쪼그만 게 커봤자 얼마나 큰다고. 잘했어, 잘했다고. 간부는 못 해도, 창립 멤버로서 대우해줄게.”
아리엘이 전 재산을 긁어모았단다.
그녀가 동전을 가득 넣은 어항과 후원이 들어오는 통장을 가져왔다.
은하는 마음만이라도 고맙다면서 어항은 그녀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자 아리엘 왈─.
“─어허! 이거 내 마음이야! 이걸 돌려주는 게 어디 있어!?” “동전 한가득 마음 고맙다. 그런데 나는 동전은 안 받으니 다음부터는 지폐로 꾹꾹 담아가지고 와.”
“노은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내 마음 가져가라니까!?” “응, 네 마음 네가 가져.”
아리엘이 뭐라 하든 말든.
그녀를 다루는데 어느덧 익숙해진 은하는 고양이의 목을 잡아서 들 듯 그녀를 내다버렸다.
이외에도 진서나와 얽힌 일화 또한 있었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더랬다.
[얼마나 필요해? 누나 돈 많으니까 팍팍 꽂아줄게. 대신에 나 간부로 만들어주기야. 서브로드 자리는 음, 내 쪽에서 사양할게.]KK제약의 직계가 된 이후로.
진서나의 씀씀이가 커졌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은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간부 명단 맨 위에다가 네 이름 적어줄게. 댕댕이라고. 좋지?”
[@@$$%#!#%!#$!#%!!]이에 여우는 알 수 없는 소리로 은하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연히 은하는 귓등으로 듣지 않고 흘려 넘겼다.
☆
창립 멤버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10원 한 장이라도 투자하라.
은하를 통해 퍼진 한서현의 전언은 유도준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리게 만들었다.
간부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막상 돈이 부족한 사람도 많을 거 아니야? 그런 애들한테 저금리로 빌려주면 나도 좋고, 걔네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어?
유도준은 돈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았다.
당연히 노은하가 창설하는 클랜이 현재는 저평가되고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천정을 뚫고 올라갈 만큼 고평가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는 돈을 투자하는데 있어서 100%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노은하에 관한 일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은하가 실패할 리 없지.
걔가 아무 계획이 없는 것 같아도 머릿속에는 다 계획이 있다니까?
그래서 그는 클랜에 후원을 하라는 은하의 제안을 받자마자 즉각 수락해버렸더랬다.
안타깝게도 영원그룹이 최대한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전체 지분의 10%가량이었다.
이에 그는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잔머리를 굴렸다.
바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들이 가지게 될 지분 중 일정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지, 진짜 처음 5년 동안은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냥 원금만 갚아도 된다고?”
“그러엄. 내가 설마 은하 친구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대략적인 방향은 정해졌다.
유도준은 즉시 은하의 친구들 중, 돈이 부족해 간부 자리를 얻지 못할 친구들을 분석했다.
그러고는 다시 그들 중에서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친구들에게 접근한 것이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럭셔리하게 한껏 커피를 마시던 그의 앞에 조아라가 나타난 이유도 그러했다.
“진짜지? 너 사기 치는 거 아니지? 내가 계약서 글자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볼 거야?”
“계약서 갖고 장난쳤다가 나중에 은하한테 목이 날아가는 수가 있게?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장난을 쳐?”
“암튼 나 꼼꼼히 읽는다?”
“그래, 읽어라.”
계약서는 집에 가지고가서 찬찬히 읽어도 좋을 것을.
조아라는 그것도 모르고 유도준의 맞은편에 앉아 계약서를 읽었다.
그녀는 정말 눈을 부라리며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갔다.
“끙…. 글자가 뭐 이렇게 많아?”
“영원그룹의 이름으로 보장하는, 정당한 금융상품이니 조약이 많지. 참, 그거 은하 친구들한테만 발행하는 거다.”
“우이씨…. 금리 조건은 왜 이리 복잡하게 써놨어?”
“계산 필요하면 말하고. 내가 일단 계산한 게….”
메멘토 마기아
손가락으로 곱슬머리를 베베 꼬며 계약서를 노려보던 조아라.
이내 그녀는 아티펙트를 발동하여 연산 능력을 2배로 만들었다.
“그러라고 은하가 준 아티펙트가 아닐 텐데….”
“정신 사나우니까 좀 조용히 있어 줄래?”
유도준은 황당해했고.
조아라는 이제 빠른 속도로 휘리릭 계약서를 넘겼다.
“다 읽었어?”
“후…. 나한테 불리한 조항은 별로 없는 것 같네?”
“별로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다고 보더라도 무방하거든, 친구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회중시계 뚜껑을 닫았다.
유도준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조아라는 아무렴 어떻다는 듯이, 그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고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있잖아…. 앞으로 주거래 은행을 너희 은행으로 옮기면 혜택 같은 거 받을 수 없어?” “은하 말로는 앞으로 클랜 봉급은 영원은행을 통해 지급하겠다던데. 그룹 차원에서 은하 클랜에 입단한 사람들에 한해 특별취급을 해주자고 건의하기는 할 거야.” “진짜?”
조아라는 참 알뜰했다.
그녀는 유도준에게 확답을 받고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이후로 김민지나 최은혁이 찾아와 계약서에 서명하고 돌아갔다.
아리엘이 오기는 했지만….
미안하지만 걔는 못미더워서 내가 빌려주지 못하겠다.
강시형과 봉구래에게도 빌려줬다.
하지만 그는 이천서와 아리엘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전자는 실력이 못 미더웠고.
후자는 어째 불안했다.
그의 감이 고했더랬다.
아리엘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자칫 원금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겠다고.
여하튼 그 이후에 찾아온 사람은 호시미야 카에데였다.
“오, 잘 왔어. 호우 너도 돈 빌리러 온 거 맞지?” “…….”
호시미야 카에데.
그녀는 뚱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던 유도준을 내려다보았다.
이에 유도준이 사근사근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녀가 별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빌려줄까?”
“…….”
유도준은 가벼이 물었고.
그녀는 입을 뻐끔거리기만 했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유도준은 테이블 위로 몸을 내밀었다.
다시 그녀가 입을 열기를─.
“─돈 내놔, 얼른.” “…나한테 빌리러 온 게 아니라, 뺏으러 온 거였니?”
부탁하는 게 서투른 나머지.
호시미야 카에데는 입을 열자마자 본의 아니게 협박을 했다고 한다.
☆
클랜원들이 처음 만나는 날.
은하는 모임장소로 하양의 어머니 민수진이 운영하는 카페 해피니스로 잡았다.
“”””…….””””
카페에 모인 클랜원들.
한 명씩 음료를 갖고 자리에 앉은 클랜원들은 서로 통성명을 나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이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행정관 한서현이 등장하기 전까지.
“─서브로드는 은하랑 의논한 결과 3명을 선출하기로 했어요. 지금부터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서브로드를 맡을 건지 대답해줬으면 해요.”
클랜원들 대다수가 한서현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애초 그녀는 은하 이외에는 사람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행정관이 되었으니, 클랜원들이 당연히 어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차가운 인상도 한 몫을 했다.
여하튼 행정관으로 취임한 그녀는 창립 멤버들끼리 사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말을 놓자고 제의했다.
그리고 은하를 대신해 서브로드로 임명될 사람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정하양, 목민호, 그리고 새언니. 이상 클랜로드가 서브로드로 추천한 사람들입니다.”
클랜원들의 시선이 모두 은하에게 향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인원으로는 3명이 적당해.
사실 3명도 조금 많은 편이고.
누나가 걱정이기는 해도 잘하겠지.
지분 10%를 가지게 될 정하양은 필연적으로 서브로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목민호는 은하가 이끌지 않는 나머지 파티를 지휘하기 위해서라도 서브로드의 권한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은아는 업계의 생리에 클랜원들 중에서 제일 해박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보로 류연화, 한창진도 있었지만 클랜원들 간의 조화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누나만큼 적임이 없었다.
또한─.
‘─혹시 모르지. 지금이야 괜찮아도 나중에 너랑 서브로드랑 의견 차이를 보일 수도 있는 거 아니니?’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르지. 인원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면….’
‘그때를 대비해 네 의견에 무조건 손을 들어줄 사람들을 채워놔야지. 그런 의미에서 하양이랑 새언니는 결혼과 가족으로 묶여 있는 거니까 믿을 만하지 않겠니? 그리고 나도.’
‘서현이 너까지 더하고, 날 더하면 적어도 4표는 확보하겠네.’
사람이 모이면 싸우기 마련이다.
지금이야 서로 우애로 뭉쳤지만,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리라.
은하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응, 나 할게.”
“나도 할게.”
“나도!”
한편 정하양, 목민호, 노은아.
세 사람은 서브로드의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대하는 클랜원들은 없었다.
그들이 박수를 하며 환호했다.
“그럼 이제 간부들을 발표할게요. 호명하는 사람은 대답해주세요.”
박수소리가 잦아들고.
이내 한서현은 간부가 되는 사람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자 클랜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열망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주목했다.
“”””…….””””
간부는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김민지, 최은혁, 강시형, 진파랑, 호시미야 카에데, 배수빈, 진서나, 벽해수, 류연화, 브루노, 한창진, 조아라, 차은우, 봉구래.
이상 간부들은 유남훈과 여우비, 아리엘, 이천서를 제외한 14명이었다.
하지만 간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추후 실적 평가에서 나중에 입단할 클랜원들에 비해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그제야 클랜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하여 논제는 다른 것으로 옮겨갔다.
“선후관계가 바뀌게 되었지만 그럼 이제부터 클랜의 이름을 공모하도록 하겠습니다.” “”””…….””””
“의견이 있는 사람들은 기탄없이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클랜 명명.
사실상 클랜원들이 이 자리에 모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클랜원들이 일제히 눈을 빛냈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에 기대가 어렸다.
바로 그때─.
“─나.” “노은하 클랜로드. 클랜로드로서 먼저 말해보세요.”
노은하가 번쩍 손을 들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한서현이 피식 미소를 짓고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클랜을 만들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이름이야.”
한없이 진지하게.
노은하가 클랜원들의 눈을 살피며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클랜원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이 이름만큼 클랜 이름으로 어울리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
“”””…….””””
“그건─.”
클랜원들의 얼굴을 한 바퀴 돌아본 그가 이내 말을 이었다.
“─안개꽃클랜.” “”””…….””””
노은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클랜원들은 그를 쳐다보았으며.
앞에 나와 있던 한서현은 즉각─.
“─기각.” “…어?”
은하의 의견을 단칼에 잘라냈다.
설마 기각당할 줄은 몰랐는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은하가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안개꽃이 사랑과 관련된 꽃말을 가지고 있다지만 동시에 죽음하고도 관련된 꽃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하는 소리니? 너는 꺼림칙하게 죽음과 관련된 꽃을 클랜 이름으로 사용하고 싶니?”
“…….”
어휴, 하고.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는 한서현.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클랜원들은─.
“”””암, 그렇고말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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