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37
아버지, 언니, 오빠.
노은애는 그들의 후광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노은애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삶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가정사가 주변에 곧잘 알려지게 되면서 친구들이 어렵게 대하는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
가끔 자신에게 너무 잘 대해주는 친구가 부담스럽게 여기지기도 했고 말이다.
‘집에서 머얼리 떨어져 있는 데로 가고 싶어! 그래서 나를 순수하게 좋아해주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그래서 노은애는 굳이 멀리 떨어진 중학교를 선택했다.
부모님은 어쩔 수 없다면서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이 시작됐고.
1, 2학년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성격이 워낙 유별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다.
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기점으로, 그녀의 외형이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와, 은애야! 너 진짜 예쁘다. 나는 이렇게 예쁜 피부 처음 봐. 화장품 뭐 쓰는 거야?’
‘응? 나는 유정이 언…, 아, 이번에 루미너스 뷰티에서 나온….’
‘어? 거기 엄청 비싼 데 아니야? 거기 거를 쓰는구나. 어쩐지….’
‘아, 용돈 모아서 산 거야!’
‘그러고 보니 있지, 은애랑 누구랑 닮은 것 같지 않아?’
‘연예인?’
‘아니, 연예인은 아니고…. 그 뭐지, 플레이어 중에서 예쁜 사람 있잖아. 요새 간간이 TV에도 나오는….’
‘하하…. 그래?’
사춘기를 맞이한 그녀는 노은아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로 변해갔다.
이전에도 사람들에게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소리를 들었던 노은애는 한층 더 예쁘게 성장한 것이다.
그녀 나이 또래 학생들에게 외모란 곧 무기나 다름이 없었고.
노은애는 태생적인 무기를 가지고, 학교 내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하지만 높이 나는 새는 추락할 때 더 크게 추락하는 법이었고.
어느 날, 노은애의 영향력이 그만 바닥으로 처박히는 사건이 있었다.
‘─그만해. 싫다고 하잖아. 싫다는 애를 이렇게 괴롭히면 어떡해?’
‘내가 얘를 언제 괴롭혔다고 그래? 그냥 친하니까 장난 좀 친 거지…. 은애 너, 너무 예민한 것 같다?”
어느 곳이야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학생들에게 소외를 당하는 사람이 반마다 꼭 있기는 했다.
은애도 그런 일을 많이 봐왔다.
그때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단지 방관하는 것이었다.
그들과 엇갈리는 일도 없던 데다, 그녀가 무슨 정의감에 그 학생들을 챙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된 그녀가 마주한 풍경은 도를 지나쳤다.
‘아, 짜증나. 꼭 나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 그래, 노은애너 잘 났다.’
조용히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한 학생을 때리고, 욕하고, 장난치며, 때로는 금품을 갈취하거나 노예처럼 부리는 행각에.
노은애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방관에도 정도가 있었다.
그래서 노은애는 반에서 따돌림을 주도하는 남학생에게 대들었다.
남학생은 교사들도 함부로 못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학생의 아버지가 광진구에 있는 세종클랜의 클랜로드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남학생은 아버지로부터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면, 능히 유망주로 불렸을 거란 듯했다.
실제로 남학생은 틈만 나면 주변에 고등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를 거라 떠들어댔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남학생에게 함부로 대들지 못했다.
그들은 따돌림에 편승하거나, 혹은 모른 척 방관했다.
하지만 노은애는 달랐다.
‘─다음번에도 마나를 사용한다면 그때는 선생님한테 말할 거야.’
‘그래, 내가 미안하다. 그럼 됐지? 진짜 별거 가지고 트집이야….’
남자가 마나를 잘 사용하든 말든.
그녀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 그녀는 남학생에게 눈에 힘을 주며 대들었고─.
‘─야, 노은애. 네가 쟤 대신 가서 빵이나 사 와라.’
그 결과로 그녀는 남학생의 눈에 찍히고 말았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일이었다.
남학생과 패거리는 그녀의 뒤에서 괜히 그녀를 비웃었을 뿐이다.
노은애는 묵인했다.
때로는 항의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그녀가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한 것이라 했다.
그때마다 번번이 노은애의 체면은 꺾이기만 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곁에 남아 있던 학생들은 남학생의 위세가 무서워 하나둘 떠나갔다.
나아가 노은애를 시샘하고 있었던 몇몇 여학생들도 가세해 따돌림을 주도했다.
결국─.
‘─야, 너도 이제는 우리한테 그만 맞고 싶지?’
‘어, 어어….’
‘그럼 기회를 줄게. 쟤 밟아.’
””…….””
그녀의 주변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녀가 한때 도와준, 반에서 계속 따돌림을 받고 있던 학생도 그녀를 외면하고 말았다.
오히려 그 학생은 그동안 당해온 삶을 청산하고, 남학생들의 무리에 편승하기 위해 그녀를 괴롭혔다.
외면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구해낸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그런 거였다.
‘─오늘부터 노은애한테 말 거는 사람은 나한테 뒤진다.’
””…….””
그날 이후로 은애는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괴롭힘은 더욱 거세졌고.
그녀가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했던 짓들이 모두 그녀에게 쏟아졌다.
학교는 남학생의 배경을 생각해서 그들의 만행을 묵인했다.
그녀가 뭐라 말한다 한들, 학교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말해….
부모님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
그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딱 1년.
중학교를 졸업하는 1년만 참자.
노은애는 그렇게 꾹 참으려 했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장난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결국─.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노은애는 결국 폭발했다.
☆
어버이의 날을 맞아.
은하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이날은 일찍 퇴근을 하고 부모님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우리도 대가족이구나. 사람이 이렇게 많아서야 앞으로는 그냥 밖에서 먹는 게 좋겠다.”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하며 말한 게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 대가족이었다.
줄리에타 가족은 물론이고.
은아와 진파랑도 와 있었다.
심지어 은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아내들과 약혼자까지 데려왔다.
그러다 보니 주방과 거실이 가득 차버렸다.
“어머님, 접시 주세요. 제가 가지고 갈게요.”
“어머? 그러니? 그럼 부탁할게.”
“아, 어머님. 거의 다 만들었는데, 맛이 어떤지 좀 봐주실래요?”
“음, 괜찮은데? 하양이 네 솜씨는 정말 좋구나.”
“줄리에타 언니, 이것 좀 쓸게요!”
“오케이! 아, 냄비 좀 봐줄래?”
어머니, 줄리에타, 노은아, 정하양.
주방에서는 네 사람이 바삐 움직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은하와 한서현은 완성되는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갔다.
“아버님, 어떠세요? 시원하세요?”
“어우, 시원하다. 세상에 며느리가 어깨를 주물러주는 날이 올 거라곤 정말 몰랐다.”
거실에서는 이유정이 아버지에게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진파랑은 아주 간간이 상을 차리는 것을 도와주며, 꼬리를 흔들고 있기나 했다.
브루노와 어베니어는 가만히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브루노의 음식 솜씨가 좋긴 했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사람들로 가득 찬 주방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다.
“다음부터는 정말 밖에서 먹는 게 낫겠네. 정신이 하나도 없네….”
“삐삐….”
결국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세 사람이 부모님을 도와 일하는 모습이 정말 정겨웠다.
물론, 세 사람이 저렇게 하는 만큼 자신도 세 사람의 집안에도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할 것이다.
“…진짜 다음부터는 시켜 먹든가, 아니면 나가서 먹든가 해야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은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아내들이야 자신의 집에만 잘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내들의 집안에다 똑같이 잘해야 할 판이었다.
이 짓을 3번은 더 해야 한다.
그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를 치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엄마! 은애는 언제 온대?”
“은애는 조금 이따 올 거야! 아마 수업 끝나고 집까지 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한편 은하는 아직 집에 오지 않은 노은애를 찾았다.
집에서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는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여동생.
은하는 한서현하고 결혼한 이후로 집에서 나가 살게 되면서, 은애를 자주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은애가 보고 싶어 그녀를 찾고 있었다.
그때였다.
─부우우
어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한창 주방을 진두지휘하던 어머니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네, 제가 은애 엄마인데요.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주신 건가요?”
“”””…….””””
처음에는 그냥 전화라 생각했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받은 전화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의 입에서 노은애의 이름이 나오게 되면서.
가족들은 절로 귀를 쫑긋 세웠다.
더군다나 어머니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지기까지 했다.
“네? 은애가 마법으로 반 애들을 상처 입혔다고요? 선생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
“저희 애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저희 애는 반 애들을 병원에 보낼, 그럴 애가 아니에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은애는 어디에 있는 건가요? 같이 병원에 가 있는 건가요?”
“”””…….””””
“마법을 사용하고 사라졌다고요? 그런데 선생님, 왜 그 말씀을 지금 하는 거죠? 애가 없어졌을 때부터 먼저 연락을 해줬어야죠!”
이야기가 드문드문 들렸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이야기만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 어머니의 언성은 점점 전화가 길어질수록 높아졌다.
아무리 인자한 어머니라고 해도, 학교에서 걸려온 이야기가 워낙에 황당무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처가 어설프기도 했다.
“─네, 일단 저희 애가 집에 오면 한 번 물어볼게요. 그리고 다쳤다는 애들은 상태가 어떤지 알려주세요. 저희 애가 아무 이유 없이 애들을 공격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내 어머니가 숨을 가다듬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가 전화를 끊었다.
“엄마, 무슨 전화야? 학교에서…, 은애한테 무슨 일이 있었대?”
노은아가 주방에서 나왔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한 그녀가 가족들을 대표해 물었다.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왔어….”
“”””…….””””
은애가 집에 돌아왔다.
현관으로 달려나간 가족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은애야, 너….”
헝클어진 머리.
부어오른 뺨.
벌게진 눈시울.
김칫국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인지, 군데군데 붉게 번져 있는 교복.
아버지는 은애의 몰골을 확인하고 미처 말을 떼지 못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노은애는─.
“─나, 학교 가기 싫어….”
“”””…….””””
필시 집까지 오면서 펑펑 터뜨렸을 울음을 다시금 터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지고.
그녀가 그것을 시작으로 소리를 내 엉엉 울었다.
그녀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안녕? 오늘 날씨 정말 좋다. 너도 밖에 나가서 햇살을 맞아봐.’
식물, 동물, 어린아이들 등등.
나는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들 내게 친절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좋아했다.
그들과 있으면 마음이 놓였다.
‘선미야! 너희 아빠 엄청 크다!’
‘나는 아빠가 너무 커서 걱정이야. 어제도 욕실에서 나오다가 문머리에 쿵 하고 부딪쳤다니까.’
‘그렇구나.’ ‘은애 너,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
‘응!’
신비한 능력, 아마도 기프트.
어렸을 때, 나는 기프트를 사용해 내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예가 좋은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기프트는 그때까지 유효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의 마음은 어렴풋하게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었다.
물론, 예외는 존재했다.
‘오! 빠!’
‘왜 그래?’ ‘다리! 다! 리!’
나이와 관계없이.
가족들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의 심리 상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오빠는 엄청 어두운 사람이었다.
나한테는 따스한 소리를 전하지만, 종종 음침한 기운이 묻어나는 감정을 흘리고는 했다.
그때마다 오빠한테 얼른 달려가, 오빠의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간혹 오빠의 감정에 먹혀들고 마는 일이 있기도 했다.
아마도 아빠, 엄마 그리고 언니의 마음이 밝지 않았다면 나도 오빠를 닮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할머니도.
‘가족들한테는 말하지 않아도 돼? 우리하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걸.’
‘응, 말하고 싶지 않아.’
이런 내 능력을.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의 걱정을 끼칠 게 뻔하고, 무엇보다 오빠 때문이었다.
‘─오빠! 리엘이 언니가 끝말잇기 하재! 오빠도 같이 하자!’
오빠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빠는 많은 것을 감추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런데 내가 사실은 오빠의 감정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면.
오빠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무서워할 것이다.
나하고 거리를 두려 하겠지.
그래서 말할 수 없었다.
오빠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다.
그러는 한편, 내가 점점 자랄수록 또래 사람들의 감정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중학교에 오면서 특히 그랬다.
쟤네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사람은 착하다.
내가 겪어온 사람들은 다 그랬다.
그래서 나를 모르는 중학교에서도 사람들은 다 착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착했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만난 학생들은 그러지 않았다.
나쁜 애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애들이 나를 따돌림의 타깃으로 정했을 때─.
‘─뭐? 절 태어나게 해줘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은애야, 너희 부모님이 이걸 보면 좋아할 거라 생각하니?’
그때, 저들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너희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무섭다, 너무 무섭다.
동식물들은 나한테 이리 친절한데, 마음을 읽지 못하는 또래 사람들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으니, 그들의 품성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공포였다.
결국─.
‘─은애야, 말만 해. 저 나쁜 놈들, 우리가 혼내줄게!’
‘그래, 은애야! 이대로 참고 있으면 더 안 좋아질 뿐이야!’
‘누가 우리 은애 울리래!’
나는 그만 힘을 발현했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발동된 힘은, 반에 있던 학생들을 상처 입혔다.
“─모르겠어, 엄마….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그러는데!? 나는 그냥, 괴롭히지 말라고 했을 뿐인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해!?”
“그래…, 은애 너는 정말 잘했어. 따돌림을 당하는 애도 구해주고…, 엄마는 그런 네가 자랑스러워.”
“”””…….””””
“너무, 무서워…. 그 애들의 감정을 들을 수가 없으니까 너무 무서워…. 나, 학교 가기 싫어….”
학교 어디에도 내 편은 없었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상처입힌 나를 다그치기만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도망쳤다.
이대로 도망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이 어떻게 돼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집으로 뛰어와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엉엉 울고, 내 비밀을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
오빠한테는 너무 미안하다.
끝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그날, 나는 언니한테 꼭 껴안겨서 잠이 들었다.
☆
여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식사 자리는 즐겁지 않았다.
다들 대노하며 씩씩거렸다.
“─뭐 그딴 개새끼들이 다 있어! 그 새끼들, 내가 가서 죽여줄 테니 나한테 맡겨!”
진파랑도 격렬히 흥분했다.
파랑은 브루노가 말리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판이었다.
여하튼 식사는 금세 끝이 났고.
은아는 그녀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그리고 은하는 아내들을 데리고서 집을 나섰다.
“─미안, 잠시 혼자 있게 해줘.” “””…….”””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세 사람은 뭐라 말하지 않았다.
세 사람을 집으로 데려다준 그는 곧장 이십오를 만나러 떠났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을 수집했다.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이것들을 그냥….”
은애가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여동생이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을 거라 생각을 하니, 갈수록 화가 치솟았다.
“─그놈들이 단톡방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도 일부 해킹할 수 있었어요. 주인님 친구, 유도준이 도움을 줘서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 고마워.”
중3, 16세.
은하에게 놈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빠득
그리고 이십오가 건넨, 그놈들이 단톡방에서 주고받았다는 메시지를 읽게 되었을 때─.
「박성호」: 야, 밤에 놓은 애 걔도 술 마시자고 부르자. 안 나오면 가만 안 둘 거라고 하고.(오후 10:34)
「김수희」: 그럼 우리가 부를게. 살살 다뤄~(오후 10:34)
은하는 이를 빠득 악물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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