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296
제296화
8화
‘암살자는 그 이후로 끝인가?’
보통 귀족들이 암살자를 보낼 경우, 어떻게든 목표를 죽이기 위해서 사람을 계속 보내온다.
암살자가 얼마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로크였다.
보통 한 번 보내면 계속 보내올 터인데, 어제 그 한 놈을 죽이고 난 후 더는 암살자가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계속 감시한 건 아니었다.
피의 권속을 뒀다 어디에 쓴단 말인가.
여기에 써야지.
피의 권속에게 계속 감시를 시켰는데, 암살자가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애당초 그 암살자도 이상했지. 상당히 멀리서 감시만 하고 있었지?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더 다가왔어야 해.’
그러지 않았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인데.
‘정보 수집? 하긴,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그럴 수 있겠지. 정보 길드는 샤트룩스에게 말해서 막아 놨으니까.’
다크 파이어 드래곤.
일명 흑염룡 길드는 정보 길드로서 제법 우수했다.
거기에 샤트룩스가 들어간 후 정보력이 강화되었고, 로크는 그런 그녀에게 저쪽 세계의 지식 일부를 알려 주는 것으로 조직력을 강화했다.
‘이쪽 길드나 저쪽 길드나 관리하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저쪽 세계가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지.’
그 덕분에 흑염룡 길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 정도 영향력이라면 로크의 정보를 막는 것도 능히 가능했다.
‘정보가 새어 나갈 걱정은 할 필요는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놈의 머리를 뜯어볼 걸 그랬나?’
“아니, 의미 없지.”
로크를 찾아온 암살자는 아마 의뢰인이 누군지도 모를 것이다.
암살자 길드는 대체로 ‘머리’가 따로 존재하며, 그 밑에 있는 암살자는 머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손가락 같은 것이다.
손가락이 어찌 머리의 생각을 알겠는가.
그저 시키니까 따르는 거지.
‘더는 암살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건 임무가 끝났다든가, 아니면 일찌감치 포기했다든가인데…….’
“누군지 알아야 보답을 해 줄 텐데, 이거 참. 찾는 게 귀찮네.”
“로크 님.”
“응? 왜?”
“뭔가 이상합니다.”
잠시 밖에 나가서 식사를 들고 온 알프레도의 말에 로크가 물었다.
“뭐가?”
“분위기가 말입니다.”
“분위기가 왜? 뭔 일 있어?”
“아뇨, 뭐랄까…… 사용인들이 어제 저를 보는 눈빛과 오늘 저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달라졌다고?”
“네, 뭐랄까…… 뭔가 의심하고 경계하는 거 같다고 할까요?”
갑작스러운 사용인들의 태도 전환.
어제까지만 해도 살갑게 대화하던 이들이 오늘은 그를 보면 슬슬 피하고 있었다.
분위기도 미묘했다.
건조하다고 할까?
“지나가던 기사들도 저를 이상하게 보고, 수군거리던데요?”
“네가 착각한 건…… 아니겠구나.”
“제가 가문에서 먹은 눈칫밥이 얼만지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 이런 건 잘 알아차립니다.”
바르커 가문에서도 눈치를 보며 살았던 알프레도였다.
최근 대우가 굉장히 좋아지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버티고 살았던 그였다.
그런 그였기에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이쪽에 관해서는 감히 로크도 명함을 함부로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유일하게.
알프레도가 로크를 뛰어넘는 분야가 눈치였다.
“뭔가 있네.”
“그냥 저희 가면 안 되나요? 어차피 몸도 다 나으셨잖아요. 그런데 굳이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실 필요는 없잖아요.”
확실히 그랬다.
둘이 왕궁에 머문 이유는 그저 로크가 다쳤었기 때문이었다.
외상, 내상을 전부 회복했으니 여기에 체류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아니, 지금은 안 가.”
“왜죠? 더는 할 일도 없잖아요. 설마 더 뜯어내시려고요?”
“그건 아니야.”
“그럼요?”
“지금 이대로 떠나면 안 되지. 나에게 시비 건 놈을 두고 어떻게 가냐.”
로크는 걸어 온 시비는 피하지 않았다.
피할 이유가 없었다.
걸어 오면 똑같이 되갚아 줘야 성미가 풀린다.
이대로 떠나면 왠지 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로크 님께 피해가 온 건 아니잖아요.”
“나에게 피해는 없겠지. 하지만 말이야, 여기서 내가 떠나 버리면 저쪽 입장에서는 내가 무서워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너무 크게 생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나는 그냥 넘어갈 생각 없어. 도망치는 건 지긋지긋하니까.”
로크는 알프레도가 가져온 음식을 입에 넣으며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난 더는 도망치지 않아.”
* * *
왕궁에는 4개의 정원이 있다.
각 정원은 4개의 계절을 표방해서 만든 것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맞은 꽃과 나무 같은 것이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50명이 넘는 정원사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정원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영양제나 그런 것의 값을 생각하면 아마 평민들은 게거품을 물면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내가 내는 세금이 영양제로 다 나간다!’
‘저놈들이 우리보다 비싼 거 먹어!’
‘내 세금…… 아이고, 아까운 내 세금!!’
자신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벌어서 힘들게 낸 세금이 꽃의 영양제로 녹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봐라.
이쪽이나.
저쪽이나.
세금을 엉뚱하게 쓰는 건 알아 줘야 했다.
정작 중요한 곳에는 쓰지 않고 이상한 데,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세금을 녹이는 그들의 무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여길 우리가 들어와도 되는 건가?”
“괜찮아.”
그런 정원에 로아와 리베로 그리고 로크와 알프레도가 들어와 있었다.
사계절 정원.
그중에서도 가을의 정원에 들어와 있다.
“대단하네요.”
알프레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원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꾸며져 있었다.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적잖게 투자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완성도였다.
‘그만큼 쓸모없지. 빛 좋은 게살구라고 할까? 어차피 왕족만 들어올 수 있는 장소잖아.’
왕궁의 사계절 정원은 회귀 전에도 몇 번이나 들어와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오로지 허락을 받은 왕족만이 출입할 수 있는 왕궁 정원.
정오가 되어서 로아가 이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일단 여기 앉자.”
정원에는 가볍게 차를 마시면서 쉴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동그란 테이블.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으며, 나무 같은 갈색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가을 낙엽같이 노랗게 물든 파라솔이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로크야.”
“왜?”
“정말 미안해.”
“…….”
“지금 왕실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수해 탐사에서 방해되는 아벨 형님과 리엘 누님을 죽였다는 소문이야.”
“내가?”
“정확하게는 내가 사주했다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호오.”
로크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프레도도 말했었다.
사람들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고.
‘오는 동안 확실히 분위기가 이상했지.’
멀리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확실하게 들렸었다.
‘저놈인가?’
‘비열한 놈들…….’
‘그렇게 안 봤는데, 역시 바르커 가문인가.’
‘쯧…… 저런 놈 때문에…….’
뒷담화 한다고 조용히 말한 거 같지만, 로크의 청각은 초인에 근접해 있었다.
1km 밖에서 떨어지는 동전 소리도 조금만 집중하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했다.
“그런 소문이 지금 왕실 전체에 퍼졌어?”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그렇다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린 거겠네. 단 하루 만에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진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로크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아를 힐끗 했다.
“짐작 가는 인물은 있어?”
“……아니, 없어.”
로아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조사한다고 하고는 있지만…….”
“세력이 없어서 정보 수집이 늦어지고 있지?”
로아는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지만 이건 사실이고, 당면한 현실이었다.
수해 탐사 이후 평판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세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서 정보 수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시간의 문제였다.
로아에게 시간만 준다면 충분히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올라가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인 거 같아.”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리베로가 대신 대답했다.
로아는 원래 밑바닥에 있었다.
뭘 해도 일단 깔고 가는 발판이라고 할까.
평소처럼 깔고 가야 하는 로아가 점차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위에 서려고 한다고 생각을 해 봐라.
그것을 고깝게 보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지.’
“그럼 가장 유력한 건 왕족이겠네.”
“왕족?”
뒤에서 알프레도가 의문을 표했다.
그건 로아도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힌트를 줄게. 어제 나를 찾아온 암살자가 있었어.”
“아, 암살자!? 로, 로크야! 괜찮아?”
“당연하지, 그놈은 이미 죽었거든.”
“휴우…….”
로크의 대답에 로아는 안심한 듯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얼굴은 심각했다.
왕실 내부에서 소문을 조작하고, 하루 만에 퍼트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암살자까지 보냈다.
그 말은.
“설마…….”
리베로는 이미 정답을 어느 정도 유추한 듯 고개를 들어 로크를 응시했다.
그리고 정답 맞히기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어라? 이게 뭐야? 왕족만 들어올 수 있는 정원에 왜 이상한 놈들이 들어와 있는 거지?”
가을 정원으로 하벨이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느긋한 걸음걸이.
턱을 살짝 들며, 눈을 약간 아래로 깐 모습은 왕이 신하를 보는 듯했다.
오만하면서 거만한 것이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벨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은 무슨. 너 같은 거에게 형님이라는 말 듣기 싫으니까 하지 마.”
하벨은 구역질이 올라온다는 듯이 로아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다.
딱 봐도 그를 무시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하벨의 시선이 이번엔 앉아 있는 로크에게 향했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이놈이 있는 거지? 왕궁의 정원은 오로지 왕족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일 텐데?”
“로크는 저와 함께 들어온 겁니다.”
“너와 함께 왔다고 해서 그가 왕족이 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왕족의 허락이 있다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왕족? 네가?”
하벨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풉, 하고 웃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왕족? 네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너는 우리와 다르잖아.”
“저와……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네 몸속에 흐르는 피의 반은 우리랑 다르잖아. 천한 피.”
“…….”
“반쪽이 그렇게 천한 피가 흐르고 있는데, 너를 어떻게 왕족이라고 부를 수 있지? 너는 왕족의 수치이자 오명이야.”
하벨은 그렇게 말하며 로아의 머리를 툭툭, 쳤다.
명백히 그를 무시하고 있는 태도에, 리베로의 기세가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그만하시죠.”
“그 주군에 그 기사인가? 감히 왕족에게 함부로 기세를 드러내다니, 감정 조절 하나도 못 하고…… 쯧쯧, 주군이 미련하니 그 아래에 있는 기사도 미련할 수밖에 없지.”
순간, 리베로는 검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로아가 간신히 그것을 막았다.
여기서 검을 뽑으면 더 큰 소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고, 하벨의 성격상 그것도 노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흥분하면 진다.
‘안 뽑네?’
하벨은 아쉽다는 듯이 살짝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도발하면 넘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명분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예전이라면 넘어왔을 텐데, 뭐 상관은 없나?’
하벨은 이번엔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그의 시선이 은근히 로크에게 향했다.
친구를 제법 아낀다고 하는데.
그런 친구가 모욕당하는 상황에서 로아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로크 바르커, 검만 쓸 줄 아는 멍청한 놈들이지. 네놈도 내 머리에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지.’
“너도 참 힘들겠네.”
하벨은 로크를 보며,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런 미련한 놈과 친구라니. 아무리 왕족과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도 말이야, 좀 골라 사귀어야 하지 않을까?”
하벨은 가볍게 도발을 시작했다.
그의 눈은 가볍게 웃고 있었다.
과연 로크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바르커 가문의 사람은 다혈질이라고 하지? 적당히 건드려 주면 알아서 넘어오겠지.’
그렇게 시작한 도발이다.
이에 뒤에 서 있던 알프레도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로크 님께 선 도발을 걸다니…….’
이 얼마나 미련한 생각이란 말인가.
로크가 누군가?
말발 하나로 귀족들을 상대하며, 그저 말을 했을 뿐인데 상대의 억장을 무너트리고 복장을 뒤집어 놓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도발 대결을 신청하다니.
“……하아…….”
로크의 상태를 살피던 알프레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로크는.
“헤에,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