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31
제31화
7화
“크윽…….”
로크가 떠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기사는 드디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건 대체 뭐지?’
전신을 옥죄는 소름 돋는 그 감각.
뱀이 전신을 기어 다니면서 몸을 휘감는 그 감각은 두려우면서도 극한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눈빛…….’
로크의 눈빛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 왔다.
깊은 내면에 있는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것 같은 감각.
떨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로크잖아…… 무능한…….”
예전만 해도 쉽게 눈을 맞추지 못하던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눈빛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은 잠시.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기사는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기사들이 고개를 휙휙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저들이 비웃고 있다는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제길…….’
얼굴이 화끈했다.
기사는 황급히 저택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창피한 것도 창피한 것이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허크 님께 출발했다고 연락해야 한다.’
* * *
“어머니.”
“그래, 연락이 온 거니?”
“네.”
허크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로젠 카이틴 백작.
40대 초반의 외모를 가진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으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하고 있다.
조금 특이한 것이라면, 그녀는 입술에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으며 금발 머리카락도 양쪽으로 길게 웨이브를 아주 탄탄하게 말았는데, 그것이 마치 스프링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 드디어 출발했단 말이지.”
“네. 그런데 어머니, 정말 가능할까요? 놈은 정말 강해졌어요.”
그렇게 말하며 허크는 얼굴을 찡그렸다.
로크가 강해졌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힘이 확실히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건 확실했다.
가끔은 인정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었다.
그런 허크의 말에 로젠은 부채로 입 부근을 가리면서 말했다.
“호호호호. 허크, 너는 지금 이 어미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니?”
로젠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곤 부채를 한쪽으로 탁! 하고 접었다.
“천한 피를 이어받은 제까짓 것이 재능을 개화해 봤자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로크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로크가 싫었다.
허크가 계속 로크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것도 전부 어릴 때부터 그녀가 뒤에서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로크를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인 아이린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흥, 고작 그 정도의 녀석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고 나를 찾아온 꼴을 보니…….”
허크를 바라보는 로젠의 시선은 아들을 바라보는 애정은 담겨 있지 않고 냉소적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실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에 허크는 깜짝 놀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아, 아니…… 그, 그게…….”
“쯧, 됐다. 너에게 그렇게 큰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니니까.”
“…….”
냉정한 그녀의 말에 허크는 고개를 푸욱- 하고 숙였다.
차마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크게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 어,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렸어…….’
혹시 이번 일로 그녀가 자신에게 실망해서 다시 버려지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그날의 끔찍했던 일이 떠오른 그는 등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허크의 반응에 로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놈은 이 어미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는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 어떻게 하, 하시려는 겁니까?”
“호호호호, 이 어미가 잘 알고 있는 암살자가 있단다. 그놈들을 이용하면 된단다.”
“암살자를 말입니까?”
허크가 놀라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하, 하지만 어, 어머니. 아, 암살자를 고용해서 그 자식을 암살하면 아버지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호호호, 네가 네 아비를 아직 잘 모르나 보구나? 약육강식, 적자생존, 그이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지. 암살자 따위에게 죽는다면 그놈은 고작 그 정도라고 생각할 뿐, 신경도 쓰지 않을 거란다.”
“그게 과연 잘 될까요……?”
허크는 염려되는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라면 확실히 그럴 수 있었다.
암살자에게 죽으면, 약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그 후였다.
“아버지는 권위적이신 분입니다. 암살자에게 로크가 죽는다면, 로크는 신경 쓰지 않아도 감히 바르커 가문의 일원을 죽이도록 암살 의뢰한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바르커 가문의 일원을 죽이도록 암살자를 고용했다?
그 말은 즉, 바르커 가문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토르라면 죽은 로크는 신경 쓰지 않고 암살자를 고용한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사력을 다할 것이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
그 말에 로젠은 호호호호, 하며 콧소리를 섞은 웃음을 흘렸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단다.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내가 고용한 암살자는 아주 특별한 녀석들이니 그것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암살의 흔적은 전혀 남지 않을 테니.”
“하, 하지만…… 지, 지금 하이든 영지의 집정관으로 있는 놈은 제 파벌에 속합니다. 거기서 암살 사건이 일어나면…… 그, 그에게…….”
“왜? 그놈이 신경 쓰이니?”
로젠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때, 로젠의 손바닥이 쫘악! 하면서 허크의 뺨을 강하게 쳤다.
평소라면 마나를 이용해서 보호했을 허크였지만, 그럴 경우 로젠의 손이 다칠 수 있었기에 허크는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윽…….”
“그딴 놈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다. 그리고 네가 처신을 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내가 말했을 텐데? 확실하게 밟으라고.”
“죄, 죄송합니다.”
“됐다, 이제 나가 봐라.”
냉정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허크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 로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이지, 저 아이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무능한 건지. 내피를 이어받았다면 머리 회전이 빨라야 할 텐데…….”
로젠은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어떻게 당했기에 머리는 왜 또 저런 것인지…….
정말 한심했다.
그런 무능한 놈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원래대로라면 저놈이 가야만 했는데. 내가 이번 일에 얼마나 공을 들였었는데…….’
원래대로라면 허크가 갔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밑밥도 깔아 놨었고, 사전 작업도 완벽했다.
한데, 갑자기 그 자리를 로크가 대신하고 말았다.
허크가 일 처리를 똑바로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딴 무능한 놈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고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정말 내 아들이 맞는 거야?’
그녀는 일 처리 하나 제대로 못 하는 허크를 떠올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래도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저 아이는 토르의 피를 이었으니까…….’
“공작가를 내 손에 쥐기 위해서는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
그런 그녀의 두 눈은 야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공작가를 쥐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짓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인간의 눈이었다.
* * *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로크와 알프레도 그리고 에레나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하이든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마차를 타고 영지 중앙에 놓인 널찍한 대로를 타고 들어가, 길 끝에 있는 집정관의 저택에 도달했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그러게.”
마차 안에서 알프레도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차가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타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알프레도가 문을 열고 내렸고, 그다음 로크가 내렸다.
마차에서 내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사들이 좌우로 서서 로크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 사이에서 어딘가 푸짐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오셨군요, 로크 바르커 님. 저희 하이든 영지를 찾아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남자는 허겁지겁 달려와 로크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넌?”
“저는 이곳 하이든 영지의 집정관으로 임명받은 리트리버 하이든이라고 합니다.”
그는 가문을 대신해서 이 영지를 관리해 주고 있는 집정관이다.
바르커 가문에 속해 있는 영지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가문에서 그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집정관을 임명해서 영지를 각자 관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일단 이곳에 있지 말고 들어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요즘 저녁 공기가 차갑습니다.”
살짝 고개를 들면서 말하는 그의 말에 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짐은 저희 쪽에서 내린 후 방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리트리버가 눈짓을 하자, 네 명의 기사가 마차에 실린 짐을 내렸다.
“아! 저도 돕겠습니다.”
전속 집사인 알프레도도 그들을 도왔다.
옆에 있던 에레나도 말에서 내렸다.
그런 그녀를 본 기사가 다가왔다.
“에레나 님이시죠?”
“나를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저희 쪽에서 에레나 님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흠.”
얼굴에 있는 흉터.
거기에다 여자 기사라는 존재가 극히 소수였기 때문에 그녀를 모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에레나는 여자답지 않게 강인한 외모에 어딘가 야수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그녀를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렇군.”
“이 말은 제가 마구간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잠깐!”
쇄애애액!!!
기사가 치와와를 만지려고 손을 뻗는 순간, 치와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대뜸 기사를 향해서 뒷발길질을 시전했다.
“…….”
“후우, 위험했군.”
만약 에레나가 기사의 몸을 당기지 않았다면, 기사는 치와와의 강력한 뒷발길질에 맞아 죽었을 수도 있었다.
“조심해라. 이 말은 주인으로 인정한 자가 아니면 만지는 것도 싫어한다.”
“죄, 죄송합니다.”
“됐다, 이 말은 내가 옮기지.”
“아, 알겠습니다.”
가벼운 해프닝이 끝난 후.
로크와 알프레도 그리고 에레나는 가볍게 짐을 푼 후, 리트리버가 준비한 요리를 먹은 다음 각자의 방으로 돌아왔다.
리트리버가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로크는 거절했다.
‘음흉한 놈이야.’
리트리버의 눈빛이나 말하는 말투가 어딘가 천박하면서 비열하게 느껴졌다.
푸근한 인상과는 정반대의 느낌.
헌터로 오랫동안 일했던 로크는 그런 종류의 사람을 많이 만났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지. 하지만 뒤에서는 정작 더러운 짓을 주저 없이 일삼는 놈.’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놈.
로크는 저런 가면을 쓰고 있는 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놈은 로크를 은근히 이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거절한 것이다.
저런 놈일수록 뒤가 구린 법.
괜히 대화해 봤자, 불쾌감만 생길 뿐이었다.
‘나중에 저놈도 한번 털어 봐야겠구나.’
“일단은 조금 쉴까.”
시간이 이미 늦었다.
지금 당장 살인 사건 조사에 착수하기에는 시간이 늦었기에 다음 날 아침에 브리핑하기로 했다.
똑똑똑.
“로크 님~!”
“들어와.”
로크의 허락이 떨어지자, 알프레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어딘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크 님~!”
“왜?”
“후후훗, 제가 로크 님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로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뭔데?”
“바로 이거죠!!”
알프레도는 품속에 숨겨 놨던 서류 더미를 꺼내서 로크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야. 하이든 영지 살인 사건에 대한 상세 조사 내용?”
로크가 고개를 들며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알프레도를 쳐다봤다.
그 표정에 알프레도는 히죽- 웃었다.
“으하하하하! 이 잘생기고 유능한 전속 집사~ 알프레도가~ 로크 님을 돕기 위해서 거금을 들여서 정보 길드에서 정보를 샀죠!”
“정보를 샀다고?”
“네!”
“…….”
로크는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웃음을 좋아서 웃는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 알프레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가슴을 활짝 펴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엣헴, 어때요? 저 잘 했죠? 그거 제법 비쌌다고요. 그놈들이 정보료를 얼마나 부르는 건지, 어휴, 그거 사는 데 2만 골드나 들었다니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업적을 공치사하는 그를 보며, 로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얼굴을 봐라.
‘저 잘 했죠? 칭찬하셔도 되는데요?’
라면서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인 양,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걸 왜 샀냐. 너 혹시 흑우냐?”
“네?”
“이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야.”
“알고 있으시다고요?”
“어,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야.”
“…….”
이미 이 서류에 대한 것도 허크가 임무 기록에 올려 놨었다.
그렇기에 이 서류에 적힌 내용은 전부 루시드 드림을 통해서 봤기 때문에 전부 외우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오는 이틀 동안 임무 기록을 완벽하게 암기해서 머릿속에 집어넣어 놨다.
“어, 어떻게요?”
“설마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줄 알았어?”
“네! 로크 님 방에서 잠만 주무셨잖아요. 밥 먹고, 씻고,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계속 방에서 잠만 잤으면서……!”
“…….”
“외출도 전혀 안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너 모르는 사이에 했어.”
“아아아…….”
알프레도는 절망에 무릎을 꿇었다.
“그럼 제 돈은……?”
“날린 거지.”
무심하게 말하는 로크의 말은 그의 가슴을 철렁, 하고 내려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려 2만 골드다.
최근 월급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거…… 화, 환불해 줄까요……?”
알프레도는 혹시나 하고 희망을 품으며 물었다.
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로크는 알프레도가 품은 희망이 헛된 것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 주기로 했다.
“해 주겠니?”
그 말은 절망에 빠진 알프레도를 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