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35
135
66.컨츄리 메이커
쐐애애액ㅡ!
푸욱!
“윽······.”
이승재가 품속에서 기습적으로 꺼낸 사시미가 곧바로 진서윤의 가슴팍에 박혔다.
“흐흐흐흐······. 이 개같은 년! 첸니르 계집 주제에 그동안 뭐라도 된 줄 알았냐? 착각 하지마 이년아.”
꽈악!
이승재는 진서윤의 가슴팍에 박아 넣은 사시미를 더욱 깊게 밀어 넣으며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흑천회는 본래 내 거야. 순리대로 흘러갔으면 원래 그랬어야 됐다고. 근데······.”
이승재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진서윤의 표정을 찬찬히 관찰했다. 그녀는 기습적인 공격에 대처하지 못한 사람처럼 팔을 바둥거리며 이승재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승재는 더욱더 몸을 밀착시켜, 진서윤의 안쪽으로 사시미를 깊숙히 밀어 넣었다.
“결국 넌 계집일 뿐이야. 장 회장 때도 그랬고, 첸니르 때도··· 어?”
콰직!
“푸화화화학ㅡ!”
철푸덕.
진서윤의 가슴에 박아넣은 사시미를 더욱더 깊이 밀어 넣던 이승재. 그가 갑자기 무언가에 튕겨 나간 사람처럼 뒤로 퉁겨져 날아가 바닥에 벌러덩 나뒹굴었다.
“병신같은 새끼. 지랄을 하고 있네.”
진서윤은 자신의 가슴팍에 박힌 사시미를 손쉽게 빼내며, 그것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내가 아직도 호구로 보이니?”
“······.”
이승재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기절한 상태였다.
방금 전 진서윤이 기습적으로 펼친 당수에 이승재는 목젖을 얻어맞고 그만 홰까닥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서윤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서 자신의 상처를 확인했다.
“후······. 역시 싸부님이 가르쳐준 ‘강체(剛体)’는 정말 대단하단 말이지.”
그녀의 풍만한 왼쪽 가슴에는 커터칼에 살짝 베인 거 같은 미세한 상처가 1mm가량 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짜식. 나가 말이여, 옛날의 진서윤이 아니여. 알았어?”
“······.”
장천수가 죽은 후, 새롭게 흑천회의 주인이 된 진서윤. 그리고 그런 진서윤의 뒤에서 그녀를 서포터해주는 첸니르.
첸니르는 진서윤에게 최초 마력을 주입시켜준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진서윤에게 찾아와 마력 써킷과 그것을 신체에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각종 공격 스킬들을 가르쳤다.
-이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나중에 귀찮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네, 알고 있어요 싸부.
-싸부는 또 무슨 뜻이냐?
-스승님이란 뜻입니다.
진서윤은 그저 가식적으로 첸니르에게 충성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계획하고 원한 대로 조직을 일신하는데도, 첸니르는 전혀 간섭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서 묵묵히 지원사격을 해줬다.
그래서 진서윤은 오히려 첸니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기껏 조직을 온전하게 흡수해놨는데,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 조직을 축소해나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이준혁에 의해 마음이 정화된 첸니르는 예전의 살육마가 아니라 이제는 평화주의자가 됐다.
-모든 걸 네 뜻에 맞기도록 하겠다.
그렇게 첸니르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진서윤은 마약과 도박·유흥 관련 사업체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k-black란 이름으로 자선단체를 만들었다.
-조폭 그룹이 아닌, 나라를 위한 그룹이 되겠다.
대주주에 오르기 전에, 장천수로부터 CEO를 승계받은 진서윤은 K-BLACK의 차후 비전을 그렇게 선포한 후, 그대로 실천해나가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벌이는 작업이 바로 이승재 같은 흑천회 내 고인물들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어이, 승재.”
“크으윽······.”
“모가지 살짝 친 거 가지고 엄살 피우지 마라.”
“쿨럭······.”
사실 마력을 담아 쳐내긴 했지만, 그래도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진서윤은 힘 조절을 했다.
퍼억!
“크악ㅡ!”
진서윤은 자신의 말을 쌩까고 엎어져서 신음하는 이승재의 머리통을 축구공처럼 걷어차 강제로 일으켰다.
“감히 나에게 사시미를 들이대?”
“···미 미안하다······.”
그녀가 이승재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어대자, 결국 힘에 굴복한 이승재의 입에서 비굴한 말이 튀어나왔다.
“사내새끼가 말이야, 비겁하게 암습이나 하고 말이야. 그것도 연약한 여자한테.”
“······.”
연약하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던지 이승재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표정을 찌푸렸다.
하지만.
퍼억ㅡ!
“크악ㅡ!”
곧바로 주먹을 말아쥔 진서윤의 보복에, 이승재의 허리가 반으로 꺾였다.
“네가 왜 지금 이 모양 이꼴이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지?”
진서윤은 자신 앞에서 배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이승재를 내려다보며, 나직히 읊조렸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
살벌한 상황에서 튀어나올 드립은 아니었지만, 진서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녀석의 이마를 검지로 꾹 눌렀다.
“그러니, 이만 사라져줘야겠다.”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쾅!
이승재의 애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회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100KG가 넘어보이는 거구의 사내들.
“이 새끼 당장 끌어내!”
“예, 보스.”
“어어··· 서윤아! 나 이승재야! 이승재라고! 니가 이러고도···”
퍼억!
“크억!”
마구 시벌시벌거리던 이승재의 아가리를 주먹으로 뭉개버린 조폭들은 그대로 이승재의 양 겨드랑이를 손에 끼고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포스 건설의 지분 전부 나한테 넘기고, 이승재는 알아서 조용히 처리해.”
“네, 회장님.”
비서는 가지고 온 파일철에 회장의 지시 사항을 꼼꼼히 적어나가며 힘차게 대답했다.
*
“음. 남쪽의 상황은 얼추 정리가 된 셈인가······.”
나는 함경북도 청진의 상공에서 턱을 쓰다듬으며, 남쪽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역시나 마왕 둘을 보내 놓으니 일이 시원시원하게 해결이 되는군!”
괜히 내가 나서거나, 아니면 유진광에게 맡겨두는 것보다 이렇게 뉴페이스들을 출동시키니 무언가 신선하기도 하고 시원시원하기도 했다.
“근데 마왕들이 실프랑 잘 어울려 노는 건 진짜 웃기긴 했다.”
마(魔)의 정점에 올라섰던 마왕들이 선(善) 그 자체인 요정 실프와 아기자기하게 노는 모습이 왠지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원래 사람··· 아니,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는 법이니까.”
어차피 마왕들도 환경에 적응하는 피조물일 뿐이었다. 만약 환경에 거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 같은 ‘신(神)’적인 존재뿐이었다.
‘나는 지금도 순리를 많이 거스르고 있으니까······.’
지금 청진의 신(新) 혁명 정부는 페이즈 1단계를 넘어서 페이즈 2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백두정간의 무인지경에다 몬스터와 영약을 잔뜩 뿌려두었지.’
나는 인민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무조건 퍼주기식 정책에서 방향을 틀어 스스로 채취하고, 쟁취하게끔 유도해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북한 주민들에게 익숙한 배급 주의적 정책으로 식량과 몬스터들을 공급해줬지만,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땅을 개척해나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리한봉의 경지도 그동안 많이 올랐지.’
역시나 내가 북한으로 넘어온 후, 제일 먼저 눈독 들인 녀석답게 리한봉은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지금쯤 어뎁트(adept) 정도의 수준이라 보면 되겠지······.’
어뎁트면 청진 각성자들의 평균에서 2-3단계 이상 높은 차이였다. 경지 차이 외에, 다른 부수적인 것들까지 합하면 그 차이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이제 페이즈 2단계에서 무럭무럭 성장해서 3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슬슬 워밍업을 시작해도 되겠지.’
페이즈 2단계에서 성장을 몰아준 후에 바로 본게임으로 넘어가려다가, 도돌이표 한 개를 더 찍었다.
일단 재밌는 영화도 초반부에 기승전의 단계가 매우 중요했다. 너무 확 가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느려도 안 됐다.
나는 그 페이스 조절을 위해 매일매일 고심하면서, 마도 공화국의 발전 속도를 조절했다.
‘마치 스타크레프트의 젤나가가 된 느낌이야.’
스타크레프트 세계관에서도 젤나가가 정수를 찾아 우주를 떠돌면서 여러 행성들을 전전한다.
그렇게 해서 만난 종족들 중 성장 잠재력이 어느 정도 보이는 종족들을 찾게 되면, 젤나가들이 인위적으로 그 행성에 사는 종족들을 발전시켜 빠르게 진화하도록 한다.
‘그렇게 탄생한 종족이 바로 저그(Zerg)와 프로토스(Protoss)지.’
아무튼 예전에 학창시절 때 스타크레프트를 정말 미치도록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났다.
‘프로게이머 할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시끄럽게 마우스를 딸칵거리고 키보드를 두드렸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긴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참 무익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스타뿐만 아니라, 실제 수메르 역사에서도 초월적인 존재들이 우주에서 나타나 지구의 인간들을 변화시킨 것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실이지.’
금을 캐기 위해 지구에 온 외계인들이 금을 채취할 노예들을 만들기 위해 호모 사피언스들을 진화시켰다는 역사는 정말 유명한 수메르 신화였다.
그로 인해 파생된 신화가 바로 기독교 신화이기도 했고.
‘아무튼 나라고 그렇게 못하리란 법은 없지.’
나도 이제 신이었다. 충분히 이 세상을 내 뜻대로 바꾸고,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최대한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간접적인 방법으로 내 뜻을 실현해 나갈 뿐이었다.
‘만약 내 힘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뿜어낸다면··· 이 세상은 남아나지 않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내 지인들이 다치거나 불행하게 된다.
나는 그러한 상황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프······.’
나와 아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실프.
처음엔 그냥 당황스럽고 어이없을 뿐이었는데, 멀리서 관조하면 관조할수록 되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겼다.
‘정말 아리의 어린 시절과 똑같이 생겼단 말이지······.’
예전에 아리의 베이스북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봤던 나였기에, 지금 실프의 모습이 그때 봤던 아리의 모습과 똑같이 생겼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나는 실프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요정 여왕이 준 반지로 인해, 우연치 않게 아리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실프.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어찌 됐든 실프는 내 딸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프에 대해 약간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프에게 달려가, 녀석을 안고 마구 뽀뽀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쉽게 몸이 움직여 지지가 않았다.
‘실프를 만나게 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내가 니 아빠다?
굳이 아빠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빠인 걸 아려나?
그리고 나중에 찾아갔을 때 아리에게 혼나지는 않으려나?
‘너무 늦게 돌아왔다고 잔뜩 바가지를 긁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왠지 그런 아리의 모습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귀여울 거 같았다.
‘좋다. 하루라도 빨리 북한 문제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자. 지금까진 리한봉이 충분히 내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믿어볼 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