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202
202
91.공중파
“너 때문에?”
“예······.”
나는 진태희의 말에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심했다.
‘최근 인방에서 활동하던 BJ들이, 대거 우리 마탑방송으로 옮겨왔으니까······.’
게다가 컴퓨터나 모바일뿐만 아니라, TV에서도 생중계되다 보니 말이 더 많이 나오는 거 같았다.
‘선정성 같은 건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는데······.’
예전 파프리카TV 시절처럼, 억지로 후원 아이템을 유도하거나 자극적인 컨텐츠는 일체 금지하고 있었다.
만약 어길 시엔 3번의 경고와 함께 마탑방송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그냥 후원 아이템을 선물해주는 걸 고맙다고 할 뿐인데도 공중파에서 들고 일어나네······.’
아무래도 과거에 인방BJ들이 많이 안 좋은 방식으로 컨텐츠를 짜고, 진행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뇌리에 그러한 인식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BJ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지······.’
사람들의 그러한 인식을 한 번에 바꾸기는 무리였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츰차츰 사람들에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이다 보면, BJ들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었다.
‘어차피 예능MC나 BJ들이나 크게 다를 건 없으니까······.’
오히려 공중파 예능MC들의 옷차림이, 지금 마탑방송 여캠들 보다 더 야하고, 노출도가 심했다.
‘우리도 심의 규정을 지키면서, 아무리 생방송이라도 건전하게, 별 탈 없이 방송을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인터넷방송이라는 음지의 컨텐츠를, 양지로 끌어낼 수 있게 많은 고민을 했다.
‘우브나 에어씨엔비처럼 개개인이 각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1인 방송국이 되는 거지.’
두 기업은 현재 공유경제의 대표 케이스라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업들이었다.
‘우브는 개인 차랑을 택시처럼 사용하게 해서, 일과 후 빈 시간에 부업으로 사람들을 태워주는 플랫폼이고, 에어씨엔비는 개인 집을 일반 여행객이나 사람들에게 대여해주는 공유 플랫폼이지.’
말 그대로, 택시나 숙박업소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가 차량이나 자기 집만 있어도 부가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단 소리였다.
‘우리 마탑방송 또한 개개인이 모두 TV에 진출할 수 있는 공유 방송이나 마찬가지지.’
원리는 비슷했다.
우브나 에어씨엔비처럼, 굳이 대형 소속사나 연예기획사, 방송국에 소속되지 않아도 누구나 캠과 컴퓨터만 있으면 TV방송에 진출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현실로 만들 생각이지.’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쥬얼리 때도, 제약 때도, 전자·통신 때도 모두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모두 이루어냈어.’
원래 혁신이라는 건, 사람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혁신이 성공하면 사람들은 뒤늦게 ‘아, 그것이 옳았구나.’라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상하고, 불편하다고 생각돼도 결국 그것이 옳았다는 걸 깨달으면 선구안이었다고 뒷북치며 칭찬하는 것이다.
‘미래는 언제나 일반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니까.’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생각해서 지금 현재를 바꾸거나, 혁신을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늘 남들과는 다르게,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발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야 하지.’
그래야 사람이 발전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늘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다간 도태되고, 도태되면 결국 ‘나는 예전에 잘 나갔었는데······’하며 망상만 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곧바로 진태희를 바라보았다.
“태희야.”
“예, 형님.”
내 부름에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진태희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죄인이라도 된 것마냥 안색이 어두웠다.
“많이 걱정되냐?”
내 물음에 진태희가 잠시 뭐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 곧.
“아뇨. 매번 겪었던 일인데요, 뭐. 다 제 업보죠.”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파프리카TV부터 시작해서 힙콘TV, 베이스북, 린스타그램, 그리고 무튜브까지.
녀석도 참으로 다사다난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게 다 못 배워서 그런 거지······.’
녀석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있었다면, 이렇게 세상을 빙빙 돌아가진 않았을 거다.
‘안 좋은 집안 환경에서 자라났었으니까······.’
진태희는 일찍부터 이혼 가정이라는 불온한 집안 환경에서 자라났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옷도 제대로 못 사입고,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안 됐고.
‘만약 인터넷방송 같은 게 없었다면, 아마 식당 서빙이나 일용직 서비스 같은 일을 전전했을 팔자지······.’
생각해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람이 성인이 돼서 좋은 직장을 잡고 사람답게 살려면,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굳이 학교 공부가 아니더라도,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세상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한 법이니까······.’
돈 계산이라던지, 사람 관계라던지,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이라던지······.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대개 이런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현 체계는 극소수의, 말 그대로 ‘있는 집’ 자식들만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까······’
애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부모의 역할과 영향력이 지대했다.
결국 애들은 부모를 보고 자랐고, 커서도 대부분 부모의 전철을 밟았다.
그래서 자수성가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보면, 처음엔 부자였다가 나중에 가난해진 케이스가 많았다.
부자이던 시기에 신문도 보고, 부모로부터 세상에 대한 지식을 많이 교육받은 것이다.
‘그냥 혼자서 스스로 잘 되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래서 부모가 그런 역할을 못 한다면, 우리 사회라도 나서서 그렇게 해야 했다.
가령 학교라던가, 아니면 정부 차원의 교육 시스템이라던가.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대부분 의욕 없는 선생들과 낙후된 시스템이 고착되어 있지······.’
대부분 선생들은 자기에게 할당된 시간만 때우려고 했고, 특히나 공무원 특징답게 일을 더럽게 안 하려고 했다.
왜냐? 일을 열심히 하나 대충하나 월급이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열심히 할 필요도,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임창용 선생님처럼 본인 스스로 희생해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아무튼 진태희 또한, 우리 사회가 나은 하나의 피해자였다.
그러니, 나는 진태희가 우리 마탑에 편입된 이상, 최대한 보호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줘야 할 책임이 있었다.
“태희야.”
“예, 형님······.”
나는 결심을 굳히고 진지한 어조로 태희에게 얘기했다.
“너는 네 스스로 좋게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 방송 정지 먹을 일은 없을 거다. 그건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줄게.”
“정말이십니까?”
녀석은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태희에게.
“그래. 네 과거 때문에, 네가 평생 발목 잡힐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죠.”
진태희는 이제 변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좋은 컨텐츠로 진짜 ‘방송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녀석의 의지를 과거의 잣대로 꺾을 수는 없는 것이다.
“너는 지금처럼만 계속 하면 돼. 나머진 나에게 맡겨라.”
“고맙습니다, 형님!”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나에게 큰절을 했다.
*
“지금부터 제 178회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그것은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단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심의엔 이혜은 마탑방송 사장님과 공중파 3사인 TGS 조창국 사장님, NBH 민창욱 사장님 IBS 하승재 사장님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이준혁의 동생인 이혜은.
그녀는 마탑방송의 대표로, 당당히 방송통신위원회 심의에 참여했다.
그리고 마탑방송의 TV진출에 이의를 제기한 공중파 3사들도 모두 자리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방송통신위원장 박태구는, 그렇게 운을 떼며 먼저 TGS 사장 조창국을 바라보았다.
“조창국 사장님. 공중파 3사 대표로, 마탑방송에 대한 심의규정 위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셨는데요. 여기 이 자리에 계신 이혜은 사장님께 그러한 내용을 정리해서 한번 말씀해주시죠.”
위원장 박태구의 말에 조창국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커험.
조창국은 목이 근질근질한지, 기침을 한번 크게 하고선 입을 열었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에서만 진행되던, BJ들의 자극적인 개인방송이 현재 TV에서 버젓에 생중계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말을 끝내곤 눈을 부라리며, 좌중을 훑었다.
그러자.
“옳소!”
“조 사장님의 말이 아주 지당하외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 BJ들이 TV에 진출해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습니까?”
NBH 민창욱, IBS 하승재는 조창국의 말에 한팔 거들며 그렇게 부르짖었다.
“BJ들이 매직 풍선이라는 후원 아이템을 받으려고, 아주 환장하고 미친 짓거리를 대놓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NBH사장 민창욱은 조창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곧바로 이혜은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요즘 누가, 어느 TV 방송에서 그런 사행성을 조장하는 아이템을 거래하게 한단 말입니까? 예에?”
민창욱의 맹공에 이혜은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방송을 열심히 하는 ‘BJ’들이 고마워서 시청자들이 후원하는 게 뭐가 잘못된 일입니까?”
이혜은은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며 그렇게 되물었다.
그녀는 이미 무튜브에서 성공한 BJ로서, 그 누구보다 BJ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상 BJ들 입장에선 시청자들의 후원이나 광고 수입 외엔 기댈 수 있는 수익이 별로 없으니까······.’
BJ들에게 출연료나, 아니면 다른 부수적인 돈을 지급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오롯이 광고 지표나, 시청자들의 후원금으로만 BJ들의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도태되는 사람이 99%니까.’
솔직히 소수만 콕 찝어서, 돈으로 차트를 줄 세워놓으니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잘버는 1%를 제외한 나머지 99%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수익을 거두며, 대부분 중간에 방송을 접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러한 점을 보지 못하거나, 아니면 일부러 현실을 외면하며 부정하는 거지.’
이미 우브나 에어씨엔브처럼, 방송계도 개개인이 자유롭게 TV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야 했다.
그래야 창의적인 방송 생태계가 조성되고, 후원금으로 TV출연료를 대체하는 BJ들의 또 다른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연예인들도 방송국에 줄을 못 대면, 손가락 빠는 게 현실이니까······.’
방송국 PD들은 그것을 권력이라 여기고, 예쁜 여자 연예인들에게 신체적인 로비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막대한 리베이트를 요구했다.
연예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TV에 얼굴 한번 비치려고 안간힘이었다.
하지만.
‘마탑 방송이 대중화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
오롯이 실력대로.
공정한 집계 방식대로 차트가 줄세워지기 때문에, 늘 고인물이 아니라 새로운 신인들이 계속 등장해서 방송의 주류를 바꾸거나 아니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이다.
한데.
“이혜은 사장. BJ들의 후원 시스템이 뭐가 잘못됐냐고요? 방금 제가 다 설명 했는데, 귓구녕에 뭐 박아 뒀습니까? 방금까지 뭐 들었어요?”
조창국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막말을 했다.
그러자,
“뭐라고요?”
이혜은 또한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