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30
30
16.접수
“끄으응······.”
잠시 기절했던 최진우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허억······.”
그리고 놀란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살폈다.
“이게 대체······.”
깨고 보니, 자신을 둘러쌌던 조폭들이 모조리 머리를 감싸 쥐고 시멘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후······.”
그리고, 같이 왔던 이준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찐하게 빨아당기고 있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놀란 목소리로 이준혁에게 묻자.
“조폭 놈들이 너무 싸가지가 없어서 참교육 좀 해줬다.”
이준혁은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담뱃불을 껐다.
“어이, 사장! 그만 뒹굴고 이리 와서 좀 앉아 보지?”
“예··· 형님.”
“???”
“너는 놀라지만 말고 어서 빨리 가져온 자료 꺼내 놔.”
이준혁이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자, 최진우는 몸이 그대로 얼어 붙어버렸다.
*
“현재 나라에서 정한 최고 법정 금리는 24%입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선 이강수씨에게 몇 퍼센트를 적용했죠?”
“1000%입니다.”
“복리를 적용한다 해도 너무 과도한 금액이라 생각 안 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정정을 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낮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따지는 최진우.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탁자를 뒤엎고 일어났어도 열 번은 일어났을 치타 대부 사장.
헌데, 사장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최진우의 질문에 모범생처럼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흐흐흐······.”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혼자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이럴 작정이긴 했지만, 양아치 놈들이 먼저 선을 넘는 바람에 오히려 정당방위가 됐다.
일단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에게 선공을 날린 조폭에게 스턴 마법과 함께 패러사이트를 살포했다.
그 이후론 그냥 척하면 착이었다.
놈들은 결국 내 명령대로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공구리니 뭐니 설치더니만, 결국 조폭 놈들은 자신이 가지고 온 시멘트에 파묻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마법이 이럴 땐 참 편리하단 말이지······.’
말이 안 통하는 놈들에겐, 마법으로 딱 한 방 갈겨주면 바로 고분고분해지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평소 좆 같은 사람이 있어도, 법적으로 엮이기 싫어서 사람들은 참고 산다.
원시시대 같았으면 바로 사생 결단 냈을 일도, 일일이 법적 근거를 찾아가며 따져야 하고, 시간과 심력도 많이 소모되었다.
게다가 윗 대가리들이 좋아하는 법이란 것도, 결국 빈자들에겐 오히려 족쇄였다.
그러니 결국 마법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내겐 편했다.
최진우는 내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조폭들이 고분고분해지자 우디르급 태세전환으로 사납게 나갔다.
탕탕탕!
“그러니까, 이강수씨에 대한 채무는 앞으로 어찌할 생각입니까? 계속 1000%로 받을 거예요?”
“아니요. 그냥 원금만 받겠습니다.”
최진우가 탁자를 치며 따지자, 사장 놈이 얼른 변명했다.
나는 그런 사장에게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뭐? 원금만 받아?”
“······!”
내 고함에 녀석이 움찔했다. 곰 한 마리가 바짝 쫄아 몸을 둥글게 말은 형세였는데, 내가 고함을 지르자 더더욱 오므라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너네들한테 뜯긴 돈이 얼만데, 뭐? 원금?”
“아, 아닙니다. 이강수씨에 대한 채무는 이제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걸로 퉁 치겠다고?”
“···예?”
나는 깍지를 낀 채 탁자 앞에 몸을 납작 엎드리며 놈을 노려다 보았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한 마리 사자와 비슷했다.
“피해보상은?”
“···물론 해 드려야죠.”
“얼마나 해 줄 건데?”
“혹시 원하시는 금액이 있으십니까?”
“무궁무진해서 값어치로 따질 수가 없어.”
“······.”
내 대답에 사장은 울상이 되어 고개를 수그렸고, 최진우는 통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바로 제대로 된 응징이지. 그동안 돈 없고, 힘이 없어서 당하고만 살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내겐 마법이 있으니까.
“너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가 겪은 피해보상을 온전히 갚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
“일단 너네가 얼마만큼 지불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니까, 너네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랑 월수입, 그리고 기타 사업적 지출 등을 모조리 읊어봐.”
“······예.”
내 말에 녀석의 표정에서 언뜻 불만스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사라졌다.
머릿속에 잠식된 기생충이 녀석이 허튼 생각을 할 때마다 고통을 주었다.
턱.
녀석은 한 구석탱이에 있던 부하녀석에게 엑셀로 된 장부를 프린터하게 해서 내게 가져왔다.
“여기 장부 가져왔습니다.”
“니가 직접 읽어봐.”
“예.”
녀석은 장부를 몇 번 뒤적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곧이곧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회사에서 보유한 현금이 17억 정도 됩니다. 이 돈으로 급전이 필요한 소규모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부족한 돈은 저희와 연계된 은행에서 3~4%의 수수료로 빌려서 채무자들에게 다시 25%이자로 빌려주죠.”
“음, 그렇군.”
아무래도 동네에서 운영하는 작은 대부업체라 그런지, 현금 보유금액이 생각보다 적었다. 물론 17억이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돈을 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대신, 빌려줄 돈이 모자라면 다른 은행에서 싼 이자로 빌려서 비싼 이자로 서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식이었다.
“현금 외에 회사가 보유 자산은 50억 상당입니다. 저희 회사 이름으로 상가가 이곳 말고, 한 곳 더 있습니다. 월 이자는 8천만 원입니다.”
“오오, 8천.”
역시나 안정적인 캐쉬 카우가 있었다.
불법 사채라는 게, 아무리 이자를 세게 매겨도 채무자들이 그걸 갚았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지, 갚지 않고 나르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대부업체 또한 안정적인 고정 수입을 꾸준히 늘려나간 것 같았다.
“추가로 거두어들일 채무는 28억입니다. 이자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죠. 월 4천씩 이자가 들어옵니다.”
“계속 읊어봐.”
“그 밖에 저희가 따로 운영하는 도박장이 있습니다. 수익은 대략 월 5천만 원 정도입니다. 모두 자릿세, 중개수수료입니다.”
“음, 괜찮군.”
녀석은 패러사이트 때문에 내가 묻는 대로, 모든 것을 아주 술술 솔직하게 실토했다.
곰곰이 따져보니, 이놈들 수익이 총 월 수익 1억8천에 +@ 정도 되어 보였다.
부하들 월급 2000만 원을 빼도 순수익 1억 6천이상.
“탐 나는군.”
“······.”
나는 눈을 반짝이며 사장을 노려보았다.
“피해보상으로 이 회사를 내놔라.”
“······!?”
“물론 우리 아버지가 20년 동안 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지.”
“······.”
“대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에게로 걸어갔다. 녀석은 내가 다가오자 몸을 움찔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척.
나는 사장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놈의 귀에다 얼굴을 가까이 댔다.
“나는 너희처럼 양아치같이 돈 벌 생각 없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대출해준 채무는 원금만 받고 끝내. 가난한 사람들은 원금도 받지 말고.”
“아니, 그건······!”
“내 말 아직 안 끝났다.”
“···예.”
“불법으로 운영하는 도박장도 당장 폐쇄해. 너희는 그걸로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결국 도박의 유혹에 걸려든 사람들은 뭔 죄냐?”
“알겠습니다.”
“추가로, 앞으로 그렇게 하면 우리 치타 대부의 수익이 너무 줄어들잖아. 그럼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적자가 나면 안 되니까, 그동안 서민들 피 빨아먹은 너희가 발 벗고 좀 나서야겠다.”
“무슨······?”
나는 생각만 해도 통쾌해서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든, 노가다를 뛰든 월 200만 원 이상 고정적으로 회사에 상납해라. 치타 대부를 넘겨받는 거로는 우리 아버지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부족해.”
“······.”
“너희들도 채무자들의 기분을 한 번 느껴봐야지. 그동안 야비하게 뜯어먹기만 했잖아? 그러니 이렇게 살만 뒤룩뒤룩 찌지.”
삼겹으로 접힌 녀석의 턱을 톡톡 치자 놈이 몸을 움찔움찔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다이어트도 할 겸, 보상금도 갚을 겸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회사를 위해 애사심을 가지고 월 200만 원씩 꼬박꼬박 상납을 해. 내가 접수한 회사가 금방 망해버리면 내가 마음이 아프잖아?”
“······.”
“싫냐?”
“아닙니다.”
“그래, 열심히 해. 믿는다.”
“···예.”
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치고선, 최진우를 돌아보았다.
“지금 당장 계약서 써. 방금 말한 거 다 들었지?”
“형님. 이거 실화입니까?”
녀석은 주변에 몰래 카메라가 숨겨진 데 없나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어디 tv프로그램에서 리얼버라이어티라도 하는 줄 알고 있었다.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가져온 노트북으로 즉석에서 계약서 작성해라. 여기 사무실에 프린터도 있으니까 바로 뽑으면 돼.”
“···일단 알겠어요.”
최진우는 미심쩍어하면서, 내 명령에 고분고분 따랐다.
결국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척척 돌아가자, 녀석의 얼굴엔 일종의 의문과 함께 희열이 스쳐 지나갔다.
대한민국에서 감히 조폭들을 참교육시키고, 피해보상으로 놈들의 회사를 접수하다니?
무슨 쌍팔년도 조폭 드라마도 아니고, 누가 와도 이리 쉽게 사업체를 접수하진 못할 것이다.
타닥탁탁.
최진우가 열심히 타이핑해서 30분만에 법적인 서류가 완비되었다. 앞으로 치타 대부의 지분은 100% 나 이준혁이 소유하고, 사장으로 본래 치타 대부를 운영하던 석창익이 그대로 받아서 운영하게 했다. 물론 바지사장으로.
“자, 여기 서류에다 싸인해.”
“···예.”
사실 이 서류는 형식적인 서류일 뿐, 법적으로 그닥 효력을 발휘하진 못할 것이다.
지분이라는 것도 최진우가 방금 생각해낸 아이디어고, 나도 아직 신분을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루뭉술한 서류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놈들은 내 명령을 거부하지 못할 테니까.’
서류가 법적인 근거에 있든, 없든 그건 내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저 녀석들이 내게 마법이 걸렸느냐, 안 걸렸느냐?
그게 중요할 뿐이지.
나와 최진우는 조폭들에게 어깨를 두드려준 후, 사무실을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메뉴얼을 짜놨으니, 녀석들은 항거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할 것이었다.
*
“살펴 가십시오, 형님!”
“그래. 너희들도 앞으로 열심히 일해라. 상납금 200만 원씩 까먹지 말고 꼬박꼬박 채우고.”
“···알겠습니다, 형님.”
조폭들 11명은 내가 타고 온 최진우의 차 앞까지 와서 17억 원어치 돈 가방 3개를 실어주고, 집까지 잘 가라고 전송도 해줬다.
부우웅.
차가 출발하자,
“와, 진짜 십 년 감수했네요.”
최진우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뭐가?”
내가 담배를 입에 물며 묻자, 최진우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잠깐 기절한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걍 몇 대 쥐어박아 주니까 고분고분해지던데?”
“허허 참. 저는 쇠파이프 맞고 기절한 줄 알았어요. 시멘트로 공구리친다던 놈들이라, 지금쯤 서해 앞바다에 물고기 밥이 된 줄 알았죠.”
“하하하. 녀석들 허풍이 좀 심하더라고. 싸움도 못 하면서.”
나는 최진우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
게다가.
‘앞으로 최소 월 1억 이상은 고정적으로 꽁돈이 들어오겠네.’
치타 대부가 가지고 있던 건물이 사실상 내 소유가 됐으니 월세도 내 거였다. 명의만 석창익으로 되어있지, 그놈은 내게 명의만 대주는 바지사장일 뿐이었다.
게다가, 석창익과 10명의 부하들이 무슨 짓을 해서든 월 200만원씩 사납금을 내기로 했으니, 월세와 사납금을 합치면 월1억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셈이었다.
‘녀석들, 어디 한 번 지옥맛을 봐라. 우리 아버지가 겪었던 것에 10배로 되돌려주마.’
나는 통쾌하게 웃으며 최진우의 차를 얻어타고 아리네 주얼리샵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