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6
76
42.마탑제약(3)
제목 : 마탑제약에서 출시한 신약 먹어본 사람?
글쓴이 : 알쓸신좝
내용 : [나 졸라 키 커져 영양제] 먹고 진짜 한달 만에 키 1cm 자랐다. 이거 실화냐?
나 아토피도 있는데, [아토피 학살 영양제]먹으면 이제 고민 끝이겠네.
키 10센치만 더크면 175까진 갈 수 있다.
가즈아!
댓글
ㅇㅇ : 응 알바.
ㅇ : 응, 10센치 더 커도 165.
홀리 : 유동들 돈없나? 못 믿으면 사 먹어보면 되지, 왤케 저돌적임?
마야 : 맞아. 사 먹어보고 알바라고 지랄해. 나도 관절 튼튼 먹고 발목 수술 좆된거, 인대 다시 다붙었음. 마탑제약 찬양해.
f5 : 알바들 좀 꺼지라고. 난 처먹고 아무 효능도 못봤음.
** : 응 기분탓. 안 그럼 성장판 안 닫힌 상태였겠지.
마탑 영양제 시리즈를 출시한 후, 1달 후.
물밑에서 일어나던 호기심이, 서서히 구매의욕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초기 출시부터 고가 명품브랜드 전략을 썼는지라, 영양제 한 통이 다른 제품들보다 2~3배 이상 더 비쌌다.
가령 다른 회사에서 내던 비슷한 성분의 1만 원짜리 영양제를 3만 원에 받아먹거나, 10만 원 가까이 하는 영양제도 있었다.
영양제치고는 꽤나 고가의 금액.
하지만, 한 번 써본 사람들의 재구매율이 엄청나게 높았다.
게다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구분돼서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그냥 과자처럼 전시되고, 팔렸다.
“실장님. 이거 반응이 장난 아닌데요?”
비서 이지연이 내 책상으로 두툼한 a4용지를 가져오며, 방긋 미소지었다.
“당연히 그래야죠. 병원 백날 가는 거보다 이거 한 통 먹는 게 100배 더 나으니까요.”
“호호호. 저도 하나 사 먹어 봐야겠어요. ‘나 졸라 키 커져 영양제’ 너무 땡기네요.”
사실 그녀는 성장기가 지나긴 했지만, 자신의 키가 10센치만 더 커져서, 하이힐을 안 신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연이 정말 몸매 좋고 귀여운 여자이긴 했지만 키가 살짝 작은 게 흠이었다.
많이 작은 건 아니고, 155? 아무튼 160이하로 보였다.
그래에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 있었다.
“지연 씨는 우리 회사 직원이니까, 공짜로 제공해드릴게요. 이따가 유진광한테 말해서 매달 나오는 제품군들을 종류별로 1통씩 이 사무실로 보내라고 하세요.”
“호호호, 고마워요. 실장님.”
나는, 가까이 다가와서 살갑게 내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 가는 이지연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확실히, 저 여자는 고양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누가 서열이 위인지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다. 내가 부회장인 유진광이나, 회장인 유필준의 이름을 함부러 불러대도 별로 당황하거나 놀라워하는 기색이 없다.
애초에 내가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쥐고, 배후에서 조종하니 대동그룹보다 더 대단한 빽이 있는 거라고 짐작하는 거 같았다.
‘내 존재 자체가 대단한 빽이지.’
나는 그렇게 상념을 멈추고, 이지연이 건네준 보고서를 읽었다.
이지연은 사실 비서로 뽑혔지만, 경리 업무도 할 줄 아는 똑똑한 여자였다.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건 기본적으로 다뤘고, 포토샵 같은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 자격증도 있었다.
무언가 주도적으로 일을 이끄는 성향은 아니지만, 시키는 것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게 잘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절대 부담 갈 만한 어려운 일을 맡기지 않았다.
-각 커뮤니티별 마탑제약 신약 반응
-마탑제약에서 출시한 제품별 판매 순위
-최근 대동그룹의 사업 진행 상황
-자신의 추가적인 피드백
.
.
.
이지연은 아주 다양하고 프리스타일 적인 업무도, 자신의 능력껏 재치 있게 소화했다.
아무튼 이지연은 내 간단한 지시에도 열심히 표와 차트를 만들고, 그래프도 이쁘게 만들어서 가져왔다.
특히 본인이 생각하기에 미비한 점은 따로 피드백을 추가해서,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의견도 서슴없이 피력했다.
그래서 나는 이지연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다.
‘음, 신약 공모전이라······.’
이지연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식으로 추가적인 피드백을 해왔다.
-지금 마탑제약에서 사람들이 필요한 신약들을 더 쏟아내면, 제약업계 1위에 등극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자면,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신약 공모전을 내서···.
실장님의 능력이라면······.
아무튼, 박태진에게 환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놓으라고 했는데 그건 그거대로 하고, 이지연의 말처럼 대중들에게도 새로 만들었으면 하는 신약 공모전을 한 번 개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거 같아.”
“······.”
내 중얼거림에, 이지연이 본인의 책상에 놓인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대다가 내쪽을 힐끔거렸다.
내가 이지연을 스윽 쳐다보니, 금세 창가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신약 공모전.’
*
마탑제약 대국민 신약공모전 개최
총 상금 4억 원으로 개최되는 이번 마탑제약의 신약 공모전은 대상 1억원 1명, 우수상 5천만 원 3명, 장려상 2천만 원 5명으로 총 9명의 정식 수상자를 뽑습니다.
대신 자사가 뽑는 대상 말고도, 인기투표를 통해 제일 높은 득표율을 얻는 인기상에게도 5천만 원의 상금을 드립니다!
마법의 신약, 기적의 신약을 만드는 일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동참 바라립니다.
타닥, 탁, 탁!
나는 나름대로 머리를 쥐어 짜내어, 최대한 통 크게 신약 공모전을 적어내어 이지연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하면, 이지연이 문맥상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고 포토샵으로 이쁘장하게 포장해서 마탑제약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다.
그럼, 사람들이 그걸 보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다 나르면 대성공이었다.
‘잘 될까······?’
잘 돼야지.
누가 하는 건데.
나는 이지연의 공모전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의약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겠지만 그래도 급류에 휩쓸려가기보다는 이지연의 말처럼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젓고 싶었다.
‘박태진은 잘하고 있으려나?’
에트로 병원에서 1억 5천만 원의 연봉을 받던 박태진을 3억에 스카웃했다.
그 후, 제약 공장 매입에 일단 한 번 써먹고, 영양제 물질 배합에 한 번 써먹고, 그 후엔 대동그룹 2층에 개인 병원을 차려줬다.
그리고 박태진과 같이 퇴사한 이유민이란 약사에게도 1층에 약국을 차려줬다.
그녀에게도 기본연봉 3억을 맞춰줬다.
박태진은 전공이 의사들 사이에서 만능으로 통하는 가정의학과를 전공했다.
깊이는 얇지만, 스펙트럼은 넓은 그런 의사였다. 그래서 정형외과나 내과 등도 박태진이 진료 볼 수 있었다.
나는 박태진과 약사 이유민에게 우리가 만든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해보라고 지시했다.
박태진이 영양제를 처방하면, 이유민이 팔기로.
그들은 연봉 따로, 병원에서 버는 돈 따로 벌어서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었다.
대동그룹 자체가 내 그룹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월세도 면제해줬다.
그들은 에트로 병원에서 아주 잘 나왔다며, 나만 보면 반갑게 인사했다.
*
“후···. 김 간호사, 뒤에 환자분 몇 명이나 밀렸어?”
“네, 100명 정도······.”
“뭐가 이렇게나 많아? 나 좀 쉬고 싶은데······. 다른 원장들은 뭐해?”
“그쪽도 풀방입니다.”
박태진은 퇴사할 때 동료 의사 몇 명과, 이유민 약사를 꼬셔서 마탑제약에 합류했다.
그때 자신과 합을 맞추던 김 간호사도 데려왔다.
김 간호사는 5년 차 배테랑 경력의 간호사였다. 에트로 병원에서도 연봉 6천만 원을 받았는데, 이곳에 올 때 그 2배인 1억2천에 맞춰준다 하니 당장 뛰쳐나왔다.
그녀는 이준혁이 다녀간 후, 확 바뀌어버린 박태진을 평소 예의주시하며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마치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처럼, 진료보다 갑자기 뛰쳐나가기 일쑤였다. 게다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으면 그 날은 바로 휴가 쓰는 날이었다.
그래서 박태진이 얼마 안 있어 병원 쫓겨나겠구나 싶었다. 저 꼬라지로 일하면, 에트로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박태진이 그녀에게 이상한 제의를 해왔다.
-김 간호사. 나랑 같이 동업해보지 않을래?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고 거절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민들에게 유명해진 대동그룹에서 직접 김 간호사에게 접촉을 해왔다.
-주5일 근무에, 연봉은 지금의 2배. 추가 수당과, 특별 상여금도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평소 마당발이었던 김 간호사는 자신의 몇몇 따까리들과 함께 단체로 마탑 병원으로 옮겼다.
그 후, 정말 오후 6시 칼퇴근에, 종합병원보다 널럴한 스케쥴 덕분에 김 간호사는 살맛이 났다.
입원 병실 관리 때문에, 밤새 당직 근무를 할 필요도 없어졌고, 육체와 정신이 모두 피로해지는 응급실 근무도 없었다.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게다가, 마탑 병원은 장사가 아주 잘 됐다.
박태진과 약사 이유민이 함께 마탑제약의 영양제를 개발했단 언론 인터뷰가 나가면서, 마탑병원도 함께 떡상을 했다.
고가의 새 장비만 놓고, 덩그러니 의사진만 구축해놓고 있던 한산한 개원 초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사실 박태진을 포함해 같이 옮겨온 의사들이 그렇게 유능한 의사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매일매일 미어터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마 약의 효능 때문이겠지······.’
마탑제약에서 만드는 약의 효능이 엄청났다. 게다가, 의사의 실력이 아무리 개판이이어도 수술적 처방이나, 잘못된 약을 처방할 경우의 수가 없어졌으니 환자들이 효과를 볼 수밖에 없었다.
‘효과가 정해진, 효능을 100% 볼 수밖에 없는 영양제들이 구비되어 있으니, 퍼즐 맞추듯 환자에게 맞는 영양제만 추천해주거나 주사 놔주면 되니 얼마나 편해~?’
사실상 의사 딱지 떼고, 그녀가 진단하고 처방해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냥 마탑 영양제 중 환자에게 필요한 것만 몇 개 사 먹으라고 권하거나, 그 자리에서 주사만 몇 방 놓아주면 땡이었으니까.
게다가 시중에 씨가 마른 마탑 영양제 시리즈가 마탑 병원에선 거의 무한대로 공급되고 있었다.
“조금 따끔하실 거에요.”
박태진은 dna주사라고 환자를 안심시킨 후, [관절 튼튼 실화냐?] 성분을 녹인 액체를 환자의 무릎에 투여했다.
“우어~ 선생 고마워. 내가 이거 두 번째인데, 맞을 때마다 무릎이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야.”
흰머리가 성성한 70대 할머니가, 허공에다 무릎을 들고 붕붕, 차대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녀는 최근 무릎 연골과 인대, 관절이 모두 아작나서 거의 지팡이 없이는 걸어 다닐 수 없는 몸이었다.
하지만, 최근 마탑 병원에 와서 ‘마탑 튼튼 관절 dna 영양주사’를 맞고 거짓말처럼 무릎이 나아가고 있었다.
저번에 1번 맞고, 이번엔 지팡이도 내다 버리고 온 것이다.
“일주일 정도만 더 오시면 무릎은 완전히 다 낫겠네요.”
“다행이야. 정말······.”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할머니, 무릎 다 낫고 다른 곳도 놔드릴게요. 어디 다른 데 아픈 곳은요?”
“···내가 돈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지금도 거의 공짜로 맞고 있잖아. 미안하게 시리···.”
할머니가 고개를 푹 수이고선, 염치없다는 듯 말하자 박태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당연히 더 놔드려야죠. 우리 병원은 가난해서 아파도 치료 못받는 사람들에겐 돈 안 받습니다.”
“······.”
“김 간호사, 이분 다음 예약 잡아드리고 오늘 진료비도 받지 말고 그냥 보내드려.”
“네, 선생님.”
“아이구, 고마워라.”
할머니는 박태진의 호의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김 간호사에게 반강제적으로 밖으로 끌려나갔다.
김 간호사는 사실 안 나가려는 할머니를 질질 끌고 나가면서, 박태진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워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인걸?’
예전의 박태진이라면, 저런 가난한 환자가 오면 눈살을 찌푸리며 냄새난다고 코를 잡고 최대한 빨리 내쫓으려고 했을 거다.
하지만, 갑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도 만났던지 진짜 신실한 의사처럼 변해버렸다.
돈 욕심도 그닥 없어 보이고, 가난해 보이는 환자라면 웬만하면 무료로 진료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