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78
78
43.견제(2)
유진광은 이준혁이 소개해준 의사인 박태진과 함께 대통령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사실 처음 박태진을 소개받았을 땐, 그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처럼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준혁에게 끌려온 거 같았다.
자신은 이제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으로 변해 이준혁에게 충성했지만 박태진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시켜도 의욕이 없었고, 억지로 하는 척만 했다.
하지만, 이준혁이 박태진에게 개인 병원도 무료로 차려주고, 의약 개발에 대한 공도 모두 박태진에게 돌리자 최근엔 그의 귀가 입에 걸렸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보다 더 이준혁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유진광 또한 거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충성배틀을 벌이고 있었다.
마탑 팬시의 공은 거의 자신에게 돌아왔기 때문에, 마탑 시리즈로 무언가 한 건 더하고 싶었다.
마탑 제약이 워낙 파급효과가 커서, 어떤 식으로 저놈을 이겨야 하나 고심이었다.
하지만, 이준혁은 자신에게 대동그룹과 새로 출범할 마탑 계열사들 또한 그에게 맡긴다고 했기에 안심했다.
대신, 대동그룹에서 출자한 마탑 계열사의 모든 지분은 해외 투자 법인인 마탑이 100% 소유했다.
유진광은 마탑이라는 투자회사가, 이준혁이 가진 비밀스러운 계좌의 돈으로 이루어진 자금 도피 컴퍼니로 예상했다.
‘아무튼, 그런 건 내가 신경 쓸 게 아니지···.’
어차피 이준혁이 뒤로 돈을 얼마나 꿍쳐놨던, 그건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헌신하듯 이준혁의 뒤에서 열심히 시다바리를 하다가 거기에서 떨어지는 콩고물만 주워먹으면 됐다.
그것만 주워먹어도 진짜 개이득이었다.
‘내 평생 대통령과 독대 자리를 가지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독대는 아니고 박태진이 꼽사리를 낀 상태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유진광은 박태진 또한 자신의 부하쯤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출범할 마탑 계열사는 어차피 자신의 손 아래에서 이루어 질 테니까.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는 껍데기만 남은 대동그룹을 케어하느라 요즘 정신이 없었다.
최근 대동그룹의 매출액이나 순이익이 개판이 나서, 실장실로 끌려가 이준혁에게 한소리 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거의 대동그룹의 컨트롤 타워로 통하는 실장실은 그룹의 사장단, 임원단들에게 공포의 이름이었다.
거기에 회장 또한 실장실의 공포를 피해가진 못했다.
‘아버지도 억지로 시늉만 하지 말고, 그분께 진심으로 충성해야 될 텐데.’
그럼 자신처럼 이렇게 멋있고, 가치 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대통령과의 오찬이라니.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던 기회였다.
“유 부회장님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신 겁니까? 정말 마법이라도 쓸 줄 아시는 건가요?”
대통령의 물음에 상념에서 깨어난 유진광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게 다 정성이지요, 정성. 악세사리든, 의약이든 그게 다 사람의 정성이 깃들면 좋은 물건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 정성이라······.”
최종환 또한 수석비서를 통해 유진광이 만든 제품의 성분들에 대해 빠삭히 보고받았다.
유진광의 말대로 특별한 원재료나, 제조 비법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소방시설을 설치하면서, 제조 공정을 몰래 염탐한 적도 있었는데 기계 또한 모두 평범했다.
오히려, 망한 공장에서 싸게 들여와서 재탕으로 쓰고 있었다. 그러니 정말 그의 말대로 아무런 특별할 게 없는 것이다.
“아무튼 대동그룹에서 만든 제품들이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으니,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야, 장사꾼으로서 당연히 좋은 물건을 팔 뿐입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팔고 있으니, 이득을 추구해도 욕할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습니까? 하하하하.”
유진광은 지금 반쯤 취해있었다.
다 뒤에서 이준혁이 설계한 일이었지만, 마치 자신이 정말 세상을 위해 그런 위대한 일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이 한량없이 기꺼웠다.
“그래서 저 최 모도 나라를 이끄는 입장에서 부회장의 일에 한 팔 거들고 싶소이다.”
“거들고 싶다니요?”
“대동그룹, 그리고 마탑 계열사에서 만드는 제품들이 모두 우리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나 마탑 제약에서 만든 영양제는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약들보다 효과가 좋지요. 영양제인데도 불구하고.”
“그렇죠. 그게 다 정성이······.”
“그래서, 저는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앞으로 마탑 제약에서 생산하는 영양제들에 대해, 의료보험 공단에서 환자들에게 약값을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오······.”
의료보험공단에서 마탑 영양제에 대한 의료비 지원.
그건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마탑 영양제를 효능 좋은 약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너무 통과되기 힘든 법안이 아닐까요?”
”대통령 특별정책권을 사용해서 무조건 통과시키겠습니다.“
”······.“
박태진의 조언에 최종환이 결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국회가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현재 다른 제약회사들의 견제로, 마탑 제약의 영양제들은 아직 전국 병원이나 약국에서 잘 처방되지 않는 약이었다.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사 먹는데도, 이미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하지만, 한국 제약업계의 공고한 카르텔은 그리 쉽게 무너지는 곳이 아니었다.
-마탑 제약에서 출시한 영양제들, 식약처에서 대충 검사받아?
-마탑 영양제에서 부작용 나타날수도?
-의심스러운 회사에서 만든 의심스러운 영양제?
.
.
.
그동안 저들끼리 공고한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던 제약업계는, 새로운 업체의 부상을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그 새로 떠오르는 업체가 현존하는 제약업계를 전부 먹어치우려는 괴물이라면?
택시 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싸운 적이 오늘은 동료가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온갖 형식적인 법을 들먹이며, 마탑 제약의 신제품 출시를 막고 있었다.
어차피 마탑 제약을 옹호하는 개돼지들이야, 몇 번 짖고 말겠지 란 심정으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심정으로.
그들은 이미 많은 언론사에 돈을 뿌렸고, 매수한 식약처 직원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 마탑 제약이 확 뜨기 전에는, 전혀 그런 조짐이 없었다. 단순히 어그로성 이름으로 영양제 몇 개 만든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효능이 그동안 나온 그 어떤 약보다 월등히 우수하니까 제약업체들의 견제질이 시작된 것이다.
최종환 대통령 또한 그러한 사항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서라도 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싶어했다.
사실, 그동안 의료개혁이다 뭐다 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많은 정책들을 쏟아 내었지만 실효성 있는 법안은 별로 없었다.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병원비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고, 허울뿐인 보장이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의사들의 질도 수도권과 지방간의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서 많은 지방 국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의료사고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동그룹은 마탑 팬시로 수험생들의 공부 능률을 끌어올려 준 고마운 기업이었다.
이번 수능이 매우 고난도로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면 학생들의 평균 수준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이니, 아주 좋은 현상이었다.
최종환 대통령은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유진광와 박태진을 격려해준 후 오찬 자리를 파했다.
*
”흐흥~“
아리는 혼자 집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점심 도시락을 쌌다.
이준혁이 좋아 하는 유부초밥, 새우튀김, 제육볶음, 참치 샐러드, 떡갈비 그리고 김치볶음밥까지.
이준혁이 좋아하는 거 위주로 모두 쌌다.
그리고 국통에는 이준혁이 저번에 좋아한다고 했던 김치찌개도 끓여서 담았다.
아리는 이준혁을 위해 요리학원도 새로 등록해서 김치 담그는 법도 제대로 배우고, 한식과 중식, 일식까지 새롭게 배웠다.
‘내가 그동안 준혁 씨 때문에 많이 변했구나···.’
아리는,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그녀가 운영하던 주얼리샵은, 명품 소매점에서 벗어나 이제 악세사리 디자인업체로 변모하고 있었다.
과거의 수동적인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아리는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세계기능올림픽 주얼리 부문에서 금메달까지 수상한 그녀의 디자인 실력이었다.
그동안 세계명품브랜드가 꽉 쥐고 있는 그곳에, 발 디딜 틈이 없어서 그냥 명품브랜드를 대신 팔아주는 소매점으로만 남았다.
하지만, 이준혁이 론칭한 마탑 팬시가 한국 내에서 확고한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그녀의 위치도 변모했다.
아리는 자신이 디자인한 팔찌, 목걸이, 반지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걸 보고 정말 감탄했다.
물론 대동그룹의 자원 지금과 홍보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뒤에서 다 처리해주는 이준혁 덕분에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준혁 씨는 정말 마법사일까···?’
아리는 문득 이준혁의 정체에 대해 궁금함을 느꼈다. 그에게는 분명 비범한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is와의 전투 때도 그렇고, 대동그룹이 고용한 조폭들을 가볍게 제압한 것도 그렇고.
이 알 수 없는 또 사업 수완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분명 준혁 씨가 공장에다 무슨 수를 쓴 게 틀림없어······.’
디자인은 자신이 했지만, 생산하고 조립하는 건 다 공장에서 했다. 그러니, 공정라인에서 이준혁이 무슨 특별한 수를 쓴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는 이상, 자신이 만든 악세사리들이 그렇게 엄청난 효능을 낼 리는 없으니까.
아리는, 물증은 없었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그러한 것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흠, 그건 그렇고. 이 정도면 둘이서 딱 맞으려나? 아니, 셋이지.“
아리는 이준혁의 비서인 이지연의 도시락까지 추가로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지연이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옆에서 이준혁에게 꼬리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지연이 먼저 언니, 언니 하면서 살갑게 다가오고, 또 자신은 이준혁에게 관심없다고 해서 안심했다.
아무튼, 아리는 차곡차곡 쌓인 5단 도시락을 만족스럽게 쳐다본 후, 옷을 갈아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 11시 40분쯤 도착해야 이준혁이 가장 좋아했다.
부릉~
도시락을 옆좌석에 놓고, 아리는 조심조심 운전을 시작했다. 차는 이준혁이 사준 람보르기니였다.
대동그룹 법인카드로 긁어서 사준 차. 그래서 국세청에게 들켜서 한 번 난리가 날 뻔했지만 다행히 잘 넘어갔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달려 대동그룹에 도착했다.
아리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5단 도시락통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29층인 실장실로 버튼을 눌렀다.
띵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아리. 그녀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깜짝 놀래시키려는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어!?“
그런데, 그녀를 반겨주는 목소리가 없었다. 실장식 한쪽 구석엔 이지연이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준혁은 핸드폰을 들고 열을 내며 누구와 통화 중이었다. 그의 화난 목소리가 아리의 귀에 꽂혔다.
”뭐라고요? 마탑 제약 생산 공장이 불타고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