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5
94화
미로의 숲 어딘가.
“젠장!”
홀로 서 있는 고드는 바닥을 내려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가 분노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첫 번째 퀘스트를 2위로 마감했기 때문.
“이번 일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데!”
오직 1위만을 목표로 했다.
사전에 얻은 정보에 따르면, 첫 번째 퀘스트에서 1위를 했을 시 신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고드는 그 신물이 반드시 필요한 입장이었으니까.
그런데.
“현석?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게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고드의 원래 계획은 간단했다.
먼저 자신의 수하들이 카르마를 모으고.
퀘스트가 끝날 때쯤 전부 자신에게 죽어 카르마를 넘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석이 죽인 두 사람은 자신의 수하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뛰어난 만큼 가장 많은 카르마를 보유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둘이 죽을 줄이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의 실책이었기에 괴로움이 배가 되었다.
일선이 현석의 손에 죽으려는 순간.
일선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가진 카르마를 포기할 수 없던 고드는 또다른 수하에게 지시해 대신 일선을 죽이라 명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과는….
‘완전한 오판이었지….’
가히 최악이라 말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카르마를 모은 두 수하가 현석의 손에 죽어버렸으니.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서둘러 남은 수하들을 죽이는 것은 물론.
다른 도전자들까지 찾아 죽였지만.
현석과의 격차는 줄일 수 없었다.
“….”
고드는 미간을 좁힌 채 제 손에 있는 반지를 노려봤다.
남들이 봤다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뛰어난 고급 아티팩트이나.
1위가 받았을 신물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물건이었다.
그러니 만족할 수가 있나.
다행인 점은, 아직 신물을 뺏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두 번째 퀘스트가 끝났을 때.”
1위의 신물을 뺏을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고드는 그때를 노릴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때 말고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이 숲부터 탈출해야 해야 한다.’
이름이 미로의 숲인 만큼 결코 쉽지는 않을 터였으나.
두 번째 퀘스트로 미로의 숲이 나올 것이란 정보 또한 알고 있었기에, 고드에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아직… 아버지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고드가 눈을 번뜩이며 미로의 숲에서의 첫발을 뗐다.
* * *
“….”
시스템 창이 나타나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현석과 그의 일행은 한 숲에 도착해 있었다.
주변이 온통 어둡고 나무가 무성한 숲.
분명 무언가 특별할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미로의 숲은 정말 아무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하나 있나?”
바로 숲 전체가 마나로 가득하다는 사실.
“그럼 숲이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냐?”
“뭐, 그렇지. 지금 당장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르비스의 말에 현석은 바로 옆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며 답했다.
그래도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숲의 이름이 ‘미로의 숲’이라는 사실.
“이름대로 자칫하면 모두 흩어지거나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
“….”
“….”
“….”
그런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봐도 마찬가지.
“왜 대답들을….”
결국 참다 못한 현석이 나무를 살피다 말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현석은 알 수 있었다.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래도 나는 있다.
에단 빼고.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현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
몇 번을 봐도 똑같았다.
주변에선 아무런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글쎄 나도 모른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거든.
“아무래도 숲 효과인 거 같네?”
-내 생각도 그렇다.
문제는 효과가 정확히 뭐냐는 것이었다.
그걸 알아야 해답을 찾든가 말든가 하는데.
“그런데… 이 나무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그러다 문득 조금 전에 자신이 살폈던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현석은 미간을 좁힌 채 앞에 있는 나무를 빤히 바라봤다.
분명 아까 봤을 땐 가지가 무성했던 거 같은데.
어째 지금 보니 너무 깔끔해 보였다. 이파리도 얼마 없는 거 같고.
“…이거 설마 그건가?”
잠시 생각하던 현석이 입을 뗐다.
그리곤 한 발자국을 내딛자.
후욱!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변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물론 숲인 건 똑같았지만.
“알겠다.”
그리고 그 한 발자국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숲의 능력이 무엇인지.
“이거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네.”
달리 말해 숲이 현석의 위치를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걸을 때마다 계속해서 숲 어딘가로 이동됐다.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첫걸음에 이동하는 경우도 있고 10미터, 100미터를 움직였을 때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그럼 결국 일행들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군.
“그런 셈이지.”
그런 와중에도 에단과 떨어지지 않는 건 분명 혼이 연결돼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런데 이제 어쩌지? 게속해서 장소가 바뀌면 중심으로 갈 수 없는 거 아닌가?
퀘스트에 따르면 목적지는 숲의 중앙.
에단의 말대로 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으면 움직이는 의미가 없었다.
“상관없어.”
하지만 현석의 목적지는 중앙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탈출하면 뭘 준다는데 그건 별로 관심 없었고.
“모로 가도 고드란 녀석만 찾으면 그만이니까.”
녀석도 두 번째 퀘스트를 받은 이상 이 숲에 들어와 있을 터.
현석은 다른 것보다 그부터 찾을 생각이었다.
-어떻게?
“방법이야 찾으면 그만이지.”
말을 마친 현석은 마나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의 손에 끼워진 신물이 반응했다.
“에단 내 위에 앉아.”
-알았다.
에단은 대답과 함께 현석의 머리 위에 앉았다.
“…보통 어깨에 앉지 않나?”
-난 괜찮다.
“?”
현석은 뭐라 말을 하려다 말았다.
대체 언제 이렇게 뻔뻔해진 건지.
아무리 혼이 연결되었다고 해도 성격이 변하진 않을 텐데….
됐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스으으으으-
현석이 입을 살짝 열자 응축된 냉기가 흘러나왔다.
-뭘 하려는 건가 현석?
“일단. 이 숲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부터 알아봐야지.”
에단을 올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숲의 마나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당장 현석을 전혀 다른 장소로 보낼 정도인데.
위로 올라간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숲 전체를 얼려버린다면?”
정확히는 바닥만을 얼린 뒤, 얼음이 퍼지는 느낌을 통해 숲의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릴 생각이었다.
본래라면 최대한 숨겨야 할 힘.
하지만 지금처럼 보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상관없었다.
‘겸사겸사 신물의 힘도 사용해보고.’
아카르덴에선 딱히 신물에 관심은 두지 않았었다.
당장 자신이 신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데 알 필요가 없던 것이었다.
때문에 서리여왕의 눈꽃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사용해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봉인된 상태라도 영향은 준다니 한 번 볼까?”
그 말을 끝으로.
현석은 루아라의 힘을 발동했다.
바닥에 닿은 현석의 팔이 단숨에 얼어붙더니.
그곳을 중심으로 냉기가 숲 전체로 뻗어나갔다.
쩌저저저저적!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
눈 깜빡할 사이에 현석의 주변 전체가 얼어붙었다.
냉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실제로 보니 대단하군.
에단 또한 주변을 둘러보곤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그는 제 입에서 냉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흠칫하고 놀랐다.
-과연 신의 힘인가. 나조차 추위를 느낄 정도군.
“이게 봉인된 거라니.”
현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신격을 되찾으며 강해진 것도 있지만, 그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신물이 주는 힘을.
후에 봉인이 제대로 풀렸을 땐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만일 신물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배신자들의 허를 충분히 찌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냉기는 계속해서 뻗어가는 중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우우웅-!
현석의 몸에서 뿜어지던 냉기가 멈췄다.
-숲의 끝에 닿은 건가?
“그래.”
현석이 바닥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팔과 바닥에 연결됐던 얼음이 부서져 내렸다.
동시에.
퍼엉-!
바닥 전체를 덮고 있던 얼음이 폭발하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작은 얼음 조각들이 눈처럼 내리며 자못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때? 숲의 지도는 그려졌나?
“물론이지.”
현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단순히 숲의 지도와 면적을 알아낸 것뿐만 아니라 어디가 높고 낮은지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미로의 숲에 대한 3D 지도를 머릿속에 구현한 느낌.
다만.
-역시 문제는 원하는 곳으로 어떻게 가냐는 것 아닌가?
더불어 어디서 고드를 찾는지도.
녀석 또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기에 쉽게 찾을 순 없을 것이었다.
가까이 붙으면 모를까, 숲의 마나 때문인지 다른 사람의 기운은 느껴지지도 않았고.
“….”
현석은 혹여 숲의 힘을 역으로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마나를 일으켰지만.
파직!
곧바로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탑에 소속된 숲이라 이건가.”
현석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였다.
-어떤…?
“될 때까지 하는 거.”
씨익.
현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
쿵!
미노타우로스가 목이 잘린 채 쓰러졌다.
고드는 바로 그 앞에서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엔 피가 덕지덕지 붙은 양손 검이 들려 있었다.
“미치겠군.”
대체 숲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시간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
얼추 일주일 정도가 지난 거 같은데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미로의 숲에 들어가면 정신병 걸린다는 얘기가 있던데….”
왜 그런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가뜩이나 길도 모르겠는데 강한 몬스터들까지 즐비하니.
어지간한 정신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면 금방 패닉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나부터도 버겁군.”
더군다나 고드에겐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사용될 신물.
그것을 얻기 위해선 서둘러 출구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만약 신물을 받은 놈이 먼저 위로 올라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수하들의 죽음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의 복수 또한 물 건너가는 셈.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이런 빌어먹을 숲에서 아직 나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일 누군가가 1위로 나가 보상을 받았다면 진작에 시스템 창이 나왔을 테니까.
“어떻게든 신물을 받은 놈보다 먼저 출구로 가야 해.”
그래. 일단은 움직이자.
그래야 녀석을 기다리지.
고드는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자리를 옮기려 했다.
하지만 막상 걸음을 떼려는 순간.
“….”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수만은 의문이 고드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대로 움직인다고 한들 과연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여기서 버티고 있는 거지?
숲을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나?
아니, 애초에… 여길 나갈 수는 있는 건가?
의문이 쌓이고 쌓여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이 흔들렸다.
차라리 숲을 오고 가며 현석이란 작자를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막연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게 가능할 리 없지.”
당장 자신조차도 제대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만난다고 한들 숲의 능력 때문에 다시 떨어질 걸 생각하면 만나나 마나였다.
고드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렀다.
새삼 자신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야, 드디어 찾았네.”
“…!”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고드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돌아봤다.
그곳엔….
“넌 뭐지?”
거지꼴을 한 사내가 있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