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
제7장 고대의 유적 Ⅰ (1)
스아아아아!
한성 일행은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이나 깊은 구덩이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주변의 전경이 변하였다.
하늘은 칙칙한 회색이었고 희미하게 구름이 낀 듯 사방이 잿빛이다. 하지만 그 아래 드러나고 있는 광경은 꽤 발달해 있는 도시였다.
지구로 치자면 고대 로마와 비슷해 보였는데 부서지고 부식이 된 것을 제외하면 대도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애애애애앵!
지면에 닿기도 전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창을 든 병사들이 달려와 일행을 포위하였다.
척척!
선두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너희는 누구인가?!”
“인간이다.”
“인간? 인간이 무엇이지? 마왕이 보낸 마물들이렷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한성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지금 보니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귀가 뾰족하고 대다수가 아름다운 것을 보면 엘프가 맞았는데 피부색이 검었다.
아델리아가 놀랍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다크 엘프인가.”
“다크 엘프라……. 어둠의 자식들인가?”
“그냥 인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호.”
그러니까 한성은 지금 눈앞에서 오래전 사라졌던 다크 엘프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백 명이나 되는 다크 엘프들이 창을 들고 달려왔다.
한성은 허공에 검을 띄웠다.
두 자루의 검은 종횡무진하며 그들의 창대를 베어 내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쨍그랑!
“허어억!”
“이럴 수가!”
그것은 검과 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 명이나 되는 다크 엘프들은 모조리 무기를 잃어 버렸다.
“아직 항복하지 않나?”
한성은 다시 검을 날렸다.
그의 검은 살짝 다크 엘프들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눈에 보이지도 않았으며 잡을 수도 없었다.
주르르륵!
일백에 이르는 다크 엘프들의 목에서는 모두 피가 흘러내렸다.
선두의 남자가 갑자기 넙죽 절을 한다.
“대천사께서 강림하셨다!”
“와아아아아!”
“이건 또 무슨 헛소리지?”
황당함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었다.
고대의 유적지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여기에 다크 엘프가 있고 한성을 신격화시키는 것도 황당한 일이었다.
엎드려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킨다.
“어서 오십시오, 대천사님! 수천 년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군.”
“예언에 나오는 분이 맞습니다. 일단 마을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든지.”
다크 엘프들은 경계를 풀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크 엘프의 마을에 가면 뭔가 정보를 더 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행은 고대의 도시를 거쳐 가고 있었다.
도시 자체는 부식되고 있었지만, 기반시설 자체는 현 카렌 대륙을 뛰어넘었다.
도로가 정갈하게 깔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로등이 있었다. 수도와 폐수처리장까지 갖추고 있는 도시다.
하지만 이곳 도시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 다크 엘프들도 거주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도시를 지나 숲에 이르고 있었다.
거대한 성채가 숲 한가운데 지어져 있었고 그 안에 다크 엘프의 도시가 있었다.
다크 엘프의 도시는 고대의 도시와는 또 달랐다.
하나의 영지처럼 성채가 있었으나 그 안쪽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었던 것이다. 다크 엘프들의 거주지는 대부분 나무 위에 지어져 있었다.
“대단하군.”
“마을의 발전 판이네요.”
아델리아는 엘프 왕국의 진화 버전을 보고 있었다.
이곳은 다크 엘프 거주지로, 많은 시설들이 들어와 있었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심어져 있다는 것이 고대 도시와 다른 점이었다.
웅성웅성.
그들이 들어오자 수많은 다크 엘프들이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구원자가 나타났다!”
“대천사께서 오셨어!”
“와아아아!”
“대천사라니…….”
“갑옷 때문이 아닐까요?”
한성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경장 차림이었으나 전투를 할 당시에 갑옷과 검을 소환하였다. 그 때문에 순백의 페너플리를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에서도 이 갑옷 때문에 천상의 기사라는 호칭이 붙었을 정도였다.
그들은 영주 성과 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곳이 최후의 보루인 듯, 아까 보았던 성채보다 더 높았다.
그들은 마법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놀랄 일이로군.”
“그러게요. 이 시대에 엘리베이터라니요.”
위이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 꼭대기 층에 이르렀다.
꼭대기에는 늙은 노인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
“지상에서 오신 분들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마을의 다크 엘프들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노인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웬이라고 합니다. 이곳 아도스 영지를 맡고 있지요.”
“다크 엘프의 국가입니까?”
“국가라……. 그런 개념은 신마대전 전에나 썼던 것입니다. 이곳에는 저희와 마왕군밖에 없습니다.”
“마왕이라……. 실존하는 겁니까?”
“신마대전에서 최후에 살아남은 악마를 그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그들과 싸워 왔습니다.”
“수천 년이라……. 지상으로 나갈 생각은 못했습니까?”
“나갈 수 없었습니다.”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꽤 곤란한 일이었다.
만약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 없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후우. 그건 그렇고 제가 대천사라고 불리는 근거는요?”
“저희의 성서입니다.”
그웬은 성서를 펼쳤다.
계시록에는 분명히 대천사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순백의 갑옷을 입은 천사가 강림하여 마왕을 제압할 것이다. 모든 전쟁은 끝나고 하늘로 승천한다.
“승천이라는 것은 지상으로의 탈출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한성의 얼굴이 구겨졌다.
도대체 이 영감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마왕 성을 치고 나면 큰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
한성은 더 이상의 말을 아끼기로 하였다.
도대체 뭐가 뭔지 적응을 해야 하기도 하였고 상의를 하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였다.
“일단 쉬겠습니다.”
“허허허! 그리하십시오. 여봐라!”
“예!”
근위병이 달려 들어온다.
밖을 보아도 온통 잿빛인 하늘은 밤낮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웬이 사족을 붙인다.
“지금이 낮입니다.”
“이게 낮이라니…….”
“근위 기사가 숙소로 안내를 할 것입니다. 편히 쉬시기를.”
한성을 비롯한 사람들은 한곳에 모였다.
유적 탐사를 하러 왔다가 뜻밖에 다른 문명을 만나게 되었다. 지하에 이런 거대한 세계가 있을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성은 안파스 공작을 바라본다.
“아는 것 없나?”
“황공하옵니다. 이는 고고학을 넘어 신학을 전공해야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신학이라는 것도 정확하게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뭐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로군.”
“단편적인 지식은 알고 있지만 설마 다크 엘프와 마족이 세력의 균형을 이루며 싸우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요.”
“그건 그렇겠군.”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하 세계의 다른 문명.
단순히 지하에 숨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던 것이다.
성서에서는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천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곳의 여왕을 만나보고 마왕인지 하는 놈을 때려잡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엘프와 마찬가지로 다크 엘프도 귀중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한성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카렌 대륙으로 넘어오고 난 뒤로 초심(?)을 잃은 것 같았다. 원래 막 나갔던 한성이었다. 걱정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 * *
깊은 어둠이 내렸다.
그야말로 한 치도 볼 수 없는 칠흑이다.
밤하늘에는 별이 떠 있는 것도, 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방에 불이 켜켜이 밝혀져 있을 뿐이었다.
한성은 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다.
짙은 어둠은 그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방해를 받지 않고 푹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애애애앵!
한참 잠에 빠져 있을 때,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근위 기사 하나가 달려온다.
“대천사님! 악마의 하수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도와주십시오!”
“지금까지도 잘 막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좀 더 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쿠구구구구궁!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정도 충격이라면 최소한 7서클 마법이 터졌다고 보아야 했다.
한성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아직 이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지구와 연결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다크 엘프들은 한성에게 우호적이었으니 일단 살리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갑옷을 갖춰 입는다.
“귀찮은 일이 연속이로군.”
샤렐이 한성을 바라보며 웃는다.
“당신이 이곳 카렌 대륙에 왔을 때부터 고생길은 열린 것이었지요.”
“그렇겠지?”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친우만 아니었다면 그가 이렇게 올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한 번 오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다.
“빨리 쓸어버리도록 하지.”
팟!
한성은 창문을 열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