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79
제9장 해결책 (2)
저녁 무렵이 되었다.
설명해 놓았으니 이 정도라면 수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설화의 집으로 찾아가려 하였다. 하지만 거리에 나오자 그것이 아니었다.
거리를 꽉 채운 인파는 시위대가 되었고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카렌대륙으로!”
“지구를 탈피하자!”
“생존권을 쟁취하자!”
샤렐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 정도면 반란이라고 여겨지는데, 다 쓸어버리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럴 수는 없는 거다. 이곳은 현대거든.”
“왜요?”
“그러니까…….”
한성은 생각에 잠긴다.
카렌대륙에서 이 정도의 시위가 일어나면 반란으로 간주하고 싹 쓸어버린다. 물론 우민정책을 채용하는 덕분에 이 정도의 반란은 일어나지도 않는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곳의 일이 해결되지 않았으니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창진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다. 지금 문제가 심각하다. 보고 있냐?
“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어떤 방법을?”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알겠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설화의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은 얼마나 걸릴지 기약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모든 일들을 처리하고 난 후에 가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한성은 몸을 돌린다.
오창진과는 회사에서 만나기로 한다.
놈은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협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크 엘프 용병을 보낸다면 생명을 보장하는 것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가를 최대한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한성은 오창진과 마주했다.
놈은 한성을 만나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사실적으로는 어찌 되지 않을 것 같다.”
“사실적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조작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지.”
한성은 오창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네가 말한 것들을 전부 촬영해서 방영하되, 실제보다 더욱 심각하게 말이다.”
한성은 회견에서 분명히 촬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방영하고 난 후에 사태를 보자고 말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고집을 꺾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몬스터를 잡아 실험을 하면서 최대한 심각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오창진이 한성에게 묻는다.
“그런데 그곳은 사람들이 정말 못 오가는 거냐?”
“설마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으려고.”
“사람들이 이탈할까 우려하는 것이로군.”
“그렇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일반인도 통로를 지나갈 수 있다고 하면 통제력을 잃을 것이다. 한국은 엄청난 압박에 살아갈 수도 없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구인들을 카렌대륙으로 이주시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방안을 마련해야겠군.”
“그렇게 해야겠지.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여기서 더 방치한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었다.
“전문 촬영 장비를 동원해야겠군.”
“하지만 문제가 있다.”
“어떤?”
“촬영은 네가 직접 해야 한다.”
“음…….”
만약 한성이 그 안의 피폭을 조작하고 열기까지 더한다면 다른 사람은 절대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니 한성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일이로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가능하면 생방송으로 나가면 더 좋고.”
“그렇게 해야 하나?”
“그리고 카렌대륙으로 넘어가 그곳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다. 카렌대륙도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말이다.”
“알겠다.”
이것으로 대책안이 마련되었다.
시위가 이어지자 한성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궁여지책을 마련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이계로 넘어가는 길이 얼마나 지옥이며,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카렌대륙으로 넘어가 보았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것도 보여주기로 하였다.
한성은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오빠, 괜찮겠어?”
“문제없다.”
“아무래도 위험해 보이는데…….”
“위험하기는.”
원래 사소한 일이라도 걱정하는 것이 바로 가족들이었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딩동!
방송국에서 사람들이 도착한다.
한성도 익히 알고 있는 강소라 기자와 카메라맨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강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천상의 기사 가족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기사가 나가는 것은 아니지요?”
“비밀은 절대 보장해요.”
한성은 자신의 평화와 가족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하여 절대적인 비밀을 보장받았다. 애초에 국가나 언론에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면 당장 인류를 보호하는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었다. 그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성은 그들과 함께 북한산으로 향한다.
쿠구구구!
눈앞에는 거대한 게이트가 펼쳐져 있었다.
게이트 앞에는 많은 기자들이 나와 있었는데, 그들은 단순히 지금의 광경을 촬영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지금 한성이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강소라가 사인을 보낸다.
“들어갑니다. 스탠바이! 큐!”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영방송의 강소라 기자입니다. 지금 저는 천상의 기사와 함께 게이트에 나와 있습니다. 천상의 기사께서는 현재의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하셨는데요,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천상의 기사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일반인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면 공개를 했겠습니까? 이것은 다크 엘프들을 데려오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지구의 안전을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만약 아무나 그곳에 갈 수 있었다면 진즉에 그리했겠지요.”
“만약 일반인이 오갈 수 있었다면 공개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대혼란이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체 안쪽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백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낫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인류를 위하여 헌신해 왔으나 이런 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상당한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시간 이후로 인류 보호에서 손을 뗄까도 생각 중입니다.”
“……!”
한성은 아예 대놓고 협박을 했다.
이렇게 협박을 해야 한성의 말이라면 거짓이라도 사실로 둔갑될 것이다. 그래야 한성이 살아가기가 편했다.
“카메라 주시죠.”
한성은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그는 대충 이 자리에서 조작법을 교육받는다. 물론 이런 장면들도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었다.
“이 버튼이 줌이고 반대가 줌 아웃입니다. 전원 버튼이 이렇게 있고요.”
“간단하게만 설명해 주십시오.”
“일단 알아야 할 것은 이뿐입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금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기 위하여 제가 오크 한 마리를 잡아 왔습니다.”
“취이이이익!”
오크는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었다.
한성은 오크를 막으로 둘러싼다.
“그리고 강화실드를 몇 겹으로 쳤습니다.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제 마법 경지가 9서클이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팟!
한성은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렸다.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방에 화염이 몰아쳤다.
한성은 게이트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한쪽만 부실하게 만들었으나 그것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강철로 몇 겹이나 덧대어 있는 이곳은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쿠구구구구구!
화염은 물론이고 피폭 수치가 수백 배를 가리켰다. 여기에 알 수 없는 공간의 뒤틀림으로 인하여 실드가 깨지고 있었다.
한성은 오크의 실드를 벗긴다.
화르르르륵!
오크는 그대로 불에 타 버렸고 징그럽게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공간의 뒤틀림이 작렬했다.
콰아앙!
스아아아아!
오크는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인간이 공간의 뒤틀림을 견디기는 힘들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였다고 하여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막아야 했기에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이 정도면 차원의 틈에서는 설명이 충분할 것이다.
한성은 차원의 틈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오자 드문드문 돌아다니던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한성은 그대로 검을 들었다.
쿠아아앙!
단번에 쓸어버렸으나 한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도착했다면 곧바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한성은 셀프 카메라로 전환한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카렌대륙은 지구보다 마법이 훨씬 발달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벽을 쌓고 살아갑니다. 주기적으로 몬스터 떼가 습격하는 것은 지구보다 훨씬 심하지요. 몬스터는 지구의 약 열 배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한성은 이곳저곳을 종횡무진 하였다.
실제로, 영지를 벗어난 구역은 지구보다 훨씬 위험했다. 지구인들이 넘어오게 된다면 그런 곳에 터전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한성은 일부러 몬스터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만 이동했다.
“크르르르르.”
산맥의 중턱이었다.
이곳에는 미노타우르스 무리가 모여 있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압권이라 할 만하였다.
한 열 곳 정도를 돌아다녔을 때, 시청자들은 어디라도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보셨습니까? 카렌대륙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구와 같다고 하면 큰 오산입니다. 카렌대륙의 몬스터는 조절도 할 수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성벽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지요.”
한성은 천천히 통로를 다시 걸어 나온다.
지금의 장면은 전 세계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기자들이 한성에게 몰려왔다.
“천상의 기사님! 저 안은 과학으로도 극복할 수 없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가능했다면 공개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카렌대륙의 위험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직접 보셨을 텐데요.”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더 이상 저를 귀찮게 하시면 그 시간부로 인류 보호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리고 다크 엘프를 회수하고 이곳 게이트를 강제로 파괴시킨 후에 잠적하겠습니다.”
“……!”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만약 정말 그리된다면 이 세상은 멸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현 지구는 한성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한성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이제 일반인의 복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성은 편안하게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어땠냐?”
“연기가 꽤 괜찮더군.”
오창진은 방금 방송된 화면을 보고 있었다.
한성이 찍은 화면만 보자면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은 그냥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렌대륙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인이 그곳에 정착하려면 바깥에 영지를 건설해야 하는데, 몬스터가 워낙에 빈번하게 출현하여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실제로 몬스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한성이 내민 화면을 보았을 때에는 그러했다.
“내일은 잠잠해져야 할 텐데.”
“아마 그럴 거다.”
오창진은 내일 무렵이면 오늘 이렇게 격렬하게 시위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