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9
제10장 이계의 조각 (1)
리치의 저택은 수십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으며 벽돌로 이루어져 있는 벽면에는 횃불이 3미터 간격으로 걸려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짙은 어둠의 마나가 모이는 동시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필시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음이 틀림없었다.
바깥에서는 늑대의 울음소리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괴물의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어 긴장감을 더하고 있었다.
헌터란 기본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존재였다. 그 때문에 이런 두려움과 긴장에는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방금 전에 죽을 뻔한 위기들을 넘겼으니 전진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을 경계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헌터들의 숫자는 총 열 명이다. 한성이 전방에서 탐사대장과 함께하고 있었으며 마법사인 이소희와 힐러인 유설화는 중간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한성은 첫 번째 방을 발로 차서 날려 버린다.
쾅!
문짝이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문이 날아감과 동시에 검은 망토를 두른 몬스터 두 마리가 달려들었다.
카앙!
당연히 공격은 무효가 되었다.
그의 앞에는 홀리실드가 펼쳐져 있었다. 물론 굳이 실드를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몬스터를 막을 수 있었지만, 한성이 직접 마력을 사용하는 귀찮음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유설화의 역할은 충분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몬스터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커어어어억!”
“크으으으윽!”
“뱀파이어들이었군.”
뱀파이어 두 마리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한성은 그대로 목을 부러뜨려 버렸다.
우드드득!
“…….”
헌터들은 뱀파이어가 축 늘어져 사망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고 하여도 뱀파이어를 그렇게 죽이려면 목에 마력을 주입하여 단번에 생명력을 꺼뜨려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헌터인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털썩.
한성은 뱀파이어를 바닥에 버렸다.
“뱀파이어들은 헌터들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럼 세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도록 합시다. 이래서야 언제 다 수색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도록 하십시오.”
자연스럽게 헌터들은 한성의 명령을 따랐다.
강자지존의 법칙은 이곳에서도 적용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헌터들은 한성에게 구함을 받았으므로 반박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원정대의 대장인 제임스 리는 한성과 동행하기로 하였다.
저벅저벅.
복도에는 발소리만 가득하였다.
한성의 실력을 충분히 눈으로 보았기 때문인지 제임스 리의 긴장은 꽤나 풀어져 있었다. 그와 함께라면 죽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성과 제임스 리가 선두에, 이소희와 유설화가 뒤쪽에서 쫓아온다.
“도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습니까?”
“리치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거기에 좀비와 뱀파이어까지 부릴 줄은 몰랐지요.”
“그렇군요.”
좀비는 인간이 변형되어 생긴 결과물이었고 그것은 뱀파이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놈들의 시신은 쓸모가 없었고 심장에는 마나코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빈껍데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강하였고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은 모조리 사망하고 말았다.
“당신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대체 어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야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그리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사람 도리가 그렇지 않지요.”
“그건 그렇고, 이곳에 보물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고요?”
“이곳에 왔다가 탈출한 헌터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리는 이번 원정에 얽힌 이야기를 하였다.
헌터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영국에서는 유독 고급 헌터들이 많았다. 영국 영토 내의 금역은 헌터들이 점령을 하고 있어 각 헌터 길드의 자유 헌터들은 타국으로 원정을 많이 다녔다.
영국의 헌터길드 퀸 오브 나이트는 한국에 존재하는 AAA급 의뢰를 수행하기 위하여 열 명으로 구성된 헌터가 원정대를 구성하여 인천에 도착하였다.
월미도 남쪽 입구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암흑의 리치 때문에 한국의 수많은 헌터들이 실종된다는 것.
AAA급 의뢰를 수행하려면 A급 헌터 열 명이 필요하였고 한국에는 그럴 여력이 없어 타국에 도움을 청하였던 것이다. 당연히 의뢰금도 높았다.
퀸 오브 나이트의 헌터들은 이곳에 도전을 하였다가 전멸을 당하였는데, 그중 마법사였던 로얀 스미스가 살아남아 귀환했다.
그 후로 이곳이 헌터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하였으나 솔깃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곳 어딘가에 대규모 보물 창고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보물이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목숨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물 창고에는 수많은 서적들이 존재했고 그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마법 서적이라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제임스 리는 곧바로 원정대를 구성했다.
열 명의 원정대가 전멸하였기에 A급부터 C급으로 구성된 30명의 원정대를 꾸려 인천에 도착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략이 쉽지 않았다. 수많은 좀비는 물론이고 뱀파이어들의 파상공세에 의하여 숫자가 줄어들었고 결국 모든 마력을 소진하고 포위되었다.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살았으니 된 것이지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인사는 한 번이면 족합니다.”
콰앙!
한성은 끝 방에 도착하여 문짝을 날려 버렸다.
펄럭! 슈가가각!
뱀파이어들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문짝이 날아가자마자 날아들었다. 총 세 마리였으나 한 마리는 아쿠아에로우에 맞아 죽었고 또 한 마리는 홀리워터에 샤워를 한 채로 녹아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제임스 리가 검으로 베어 버려 한성이 굳이 손을 쓸 필요는 없었다.
“여기도 아닌 모양입니다.”
“방이 수십 개나 되니 천천히 뒤져보는 수밖에요.”
“후우.”
한성은 한숨을 내쉰다.
지금 시각이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일단 여동생에게 문자를 보내 조금 늦는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늦어서 부모님께 다소 혼이 나더라도 도대체 보물 창고에 무엇이 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했다.
저벅저벅.
콰아아앙!
한성은 12개째 방문을 날려 버렸다.
이곳은 좀비 몇 마리가 튀어나왔는데, 놈들은 간단하게 처리가 된다.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으며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런 영양가도 없는 괴물들을 잘도 배치해 두었군.”
“아직 수색이 끝나지 않았으니 천천히 기다려 보도록 해요.”
그래도 유설화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시계가 11시 15분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찾았습니다!”
“오호.”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한성과 일행들은 수색을 멈추고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 2층의 끝부분에는 거대한 철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헌터들은 간신히 철문을 열어 놓았는데, 그 안쪽에는 몇 권의 서적들이 꽂혀 있었으며 철 궤짝 하나가 있었다. 헌터들은 꽤 실망한 표정들이었다.
“수많은 서적들이라고 하더니.”
“이것을 위해 수십 명의 전우들이 죽어 나갔던가.”
허탈하기는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촤르르르륵!
헌터들은 서적들을 살피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들입니다.”
“그렇다면 쓸모가 없는 것들 아닌가.”
“그렇지요.”
암호문이라면 해독이라도 하겠지만, 아예 체계가 다른 이계의 언어로 구성이 되어 있다면 당연히 번역이 불가능하였다.
한성도 서적을 들어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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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책들이군.”
한성은 몇 권의 책들을 버리다가 정확하게 ‘흑마법의 이해’라고 적힌 서적에 눈길을 돌렸다.
‘흑마법이라.’
누구도 글자를 해독할 수 없을 테지만, 한성은 아니었다. 흑마법서에는 카렌 대륙의 문자가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머지 서적들은 고대 마족들의 언어로 뒤덮여 있었지만, 몇 권의 서적들은 아니었다. 일단 흑마법서는 9서클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었으므로 한성으로서는 횡재를 했다고 보아도 되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웃긴 놈이군. 리치 주제에 일기까지 쓰고 있었다니.’
한성이 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원정대는 철 궤짝을 열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안에 뭔가 귀한 것이 있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대륙원력 2456년 7월.
나는 마왕군 마법전대 소속 리치다.
마왕께서는 카렌 대륙은 물론이고 타계의 침공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이에 사천왕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였고 운석의 형태로 마물들을 실어 보내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운석에는 마계의 원천들도 함께 농축을 할 것이었으니 이것이 생명의 원천이 넘치는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알아서 마물들이 형성되어 공격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 임무는 이곳의 물질들이나 문명의 증거들을 수집하여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중략……
문명의 증거들은 충분히 수집을 했다.
그러나 이곳으로 운석이 쏘아져 떨어질 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계로 물건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계의 기운이 필요하다. 한데 이계의 기운이 다섯 조각으로 갈라져 각기 다른 곳에 떨어져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충분한 조사와 각 구역의 구역장들과 연계를 하게 된다면 충분히 조각들을 모아 발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