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08
제12장 대악마 유그드람 (2)
달칵달칵.
유환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척추가 부러졌고 다리뼈도 박살이 났었다. 인대는 절단이 났고 한쪽 팔도 움직이기 불편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보법을 사용해도 어설펐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도 힘이 많이 소모되었다. 오늘 사용한 힘은 생각보다 더 체력 소모가 컸다.
“같이 가요!”
“어째 장애인보다도 걸음이 느리오?”
“아까 하던 말이나 계속해요. 언제 올라가시려고요?”
“가능하면 빠른 것이 좋지.”
“그러니까 언제요?”
“내일 가도록 합시다.”
“좋아요. 내일 아침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해요.”
그들이 헤어지려 할 때, 누군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이거 보기 좋은 연인이로군.”
“누가 연인이에요!”
깡패가 시비를 거는 것이었지만, 강윤희는 버럭 화를 냈다. 유환이 싸움을 잘하는 것은 맞았지만 얼굴이 매우 흉측하고 성격도 괴팍하였기 때문이다.
도리어 깡패가 인상을 썼다.
“애인이 아니라고?”
“그렇다니까요!”
“험험. 어쨌거나 김유환! 네놈은 오늘 이곳에서 죽어 주어야겠다.”
“잠깐만. 이 좀 마저 쑤시고.”
“…….”
“쩝쩝쩝.”
전국구 칼잡이로 통하는 박상식은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린놈에게 무시를 받으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퉤! 이제 덤벼라.”
“이놈이?!”
“그렇지 않아도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유환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용역깡패들을 작살냈으니 언제라도 복수를 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중원에서는 복수가 당연시되었기 때문이다.
팟!
박상식은 칼을 두 자루나 꺼내 들고 몸을 날렸다.
“살려주세요!”
이런 상황에 처음 처해 보는 강윤희는 비명을 질렀으나 이곳은 워낙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쉬쉬쉬쉭!
박상식의 칼날은 빠르게 교차되며 들어오고 있었는데, 유환이 보기에는 애들 장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 삼류 건달패들이나 이런 식으로 싸웠지 무인에게는 이런 마구잡이 전법이 통하지 않았다.
유환은 빈틈을 노려 지팡이를 휘둘렀다. 놈은 머리를 얻어맞았다.
퍼억!
“케엑!”
그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뭐야, 이놈은?”
유환이 산신령에게 당했던 것은 놈이 워낙에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라면 그리 쉽게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장애인이었지만, 무공을 극의로 수련하여 신선의 반열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비록 신선계에서 누락되어 반선이 되었지만 이런 조무래기에게 당하지는 않는다.
박상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놈……. 대체 어디 출신이냐?”
“나? 북한산 출신이다.”
“아니, 어디 건달이냐고!”
“그런 것 없다.”
팟!
박상식은 다시 몸을 날렸고 이번에는 필살기를 사용하고자 하였다. 유환의 눈을 칼 하나로 가리고 찔러 들어오는데, 유환은 다시 빈틈을 노려 턱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퍼어어억!
“아아아악!”
털썩.
놈은 대자로 뻗어 버렸다.
“쿨럭! 쿨럭!”
뇌가 흔들렸기에 박상식은 일어나지 못했다.
유환은 놈의 손목을 꽉 밟아 비틀었다.
우두두둑!
“으아아아악!”
“손모가지가 분질러져야 다시 칼을 잡지 않겠지.”
유환은 가볍게 칼을 들어 놈의 엄지 혈맥을 절단했다.
서걱서걱.
“도, 도대체 무슨 짓이냐?!”
“앞으로는 착하게 살아라. 칼잡이 인생으로 살지 말고. 밥 먹고 똥 닦는 데는 지장 없을 게다.”
“이런 잔인한 놈!”
“껄껄껄! 그러게 덤비지를 말았어야지.”
퍼어억!
유환은 웃으며 놈의 얼굴을 걷어찼다.
박상식은 그대로 기절을 해 버리고 말았다.
부우우웅!
치이이익!
버스가 도착하였다.
유환은 버스에 승차했는데, 공교롭게도 강윤희도 같은 버스였다.
밤 10시라 그런지 버스는 텅텅 비어 있었고 그는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유환의 옆자리에 앉는다.
“아가씨는 도대체 이곳에 왜 앉는 것이오?”
“제 마음이지요.”
“허허허. 그야 그렇겠지. 마음대로 하시오.”
흉측하기는 해도 서른이 넘어 보이지 않는 청년. 요즘 세상에 서른 정도라면 결혼도 하지 않은 남자들이 즐비했다. 한데 말투는 인생을 다 산 노인과 비슷하였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 그냥 약초꾼이오. 북한산 아래에 살고 있지.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거시기 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반대를 하는 것이고.”
“약초꾼이 왜 그렇게 싸움을 잘해요?”
“그냥 호신술로 몇 가락 익혔다니까.”
“정체불명이네요.”
“분명히 정체를 밝혔거늘. 정말 희한한 아가씨로군.”
유환은 혀를 찼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믿지 못하는 것도 마음의 병이 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유환의 집은 산골이었고 그녀의 집은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삐익!
강윤희가 먼저 벨을 누른다.
“내일 약속 잊지 말아요! 9시까지 오세요!”
“늦으면 기다리시오.”
“정말 남자가 그러기에요? 매너도 없어요? 숙녀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죠.”
“내 마음이지.”
“정말 대책이 없는 사람이네.”
한숨을 내쉬는 강윤희.
하지만 그녀는 유환이 정말로 시멘트 회사 사장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묘하게 그런 믿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유환은 눈을 감았다.
여기서 집까지는 30분 이상이 걸릴 것이었다. 게다가 종점이었으니 잠이나 자자고 여겼던 것이다.
두멧골 버스 정류장.
막차가 방금 도착하였다.
“이봐요!”
“으으음…….”
“종점입니다. 일어나세요.”
“으하하하함!”
유환은 기지개를 켰다.
눈을 떠보니 종점이었다. 오늘 하루가 워낙에 피곤하여 깜빡 잠이 들어 버렸던 것이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었다.
치이이익!
차에서 내리자 수정이가 달려온다.
“삼촌!!”
“수정아! 왜 나와 있어?”
“삼촌이 걱정되어 그렇지.”
유환은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고독진임과 동시에 김유환이었다. 조카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류장 의자에는 유미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죽고 싶어?!”
“너도 나와 있었냐?”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다 이제 기어 들어오는 거야!”
“거참 시끄럽군. 일단 진정해라.”
“진정이라니!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다니까!”
“허허, 그것 참.”
유환은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싸웠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시위현장에 참석을 했다가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고 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 보았자 좋을 게 없지. 시멘트 가루 맞은 약초를 누가 사겠어?”
“연락이라도 하지 그랬어.”
“경황이 없었구나.”
“앞으로는 꼭 연락해야 해?”
“알겠다니까.”
김유미는 유환을 부축하였다.
무림지존이었으나 항상 고독하게 살아왔던 그였다. 하지만 유환은 정말 오랜만에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김유미에게 진정한 가족의 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 * *
김유환은 짧게 이야기를 마쳤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집으로 돌아간 강윤희도 네놈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 모른다.”
“그 당시 제 몰골을 생각하면 답도 없습니다.”
“그러니 더 연인으로서의 의미가 깊은 거지. 최소한 네 배경이나 돈, 외모를 보고 만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험험. 그건 그렇지요.”
지금이야 말끔하게 나았지만, 그 당시의 외모를 생각하면 끔찍할 지경이었다.
한성은 시계를 바라본다.
카렌 대륙으로 현대의 문명도구들이 들어와 편리한 것은 바로 이런 상황들이었다.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으니 여러모로 편리했다.
한성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 서신이 도착하겠군.”
“아마 거절하지 않을까요?”
“그럼 더 좋고.”
이렇게 된 김에 불온한 세력들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앞으로 30분 정도가 남았으니 병력들을 이끌고 압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각.
그라운 왕국의 국왕인 카폰 그라운 국왕은 얀트 성채 지하에서 소환의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환의 의식을 완성하기 위하여 마족의 심장 열 개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왕국은 물론이고 대륙 전체를 이 잡듯이 뒤져 마족의 심장을 얻으려 한 것도 바로 대악마 유그드람을 소환하기 위해서였다.
대악마 유그드람은 신마대전 당시 유일하게 마계로 돌아간 악마로 손꼽혔다. 그리하여 마계를 통합, 마왕으로 성장하였다는 설이 유력했다.
실제로 유그드람을 소환하기 위한 희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웅우웅!
흑마법진에서는 강렬한 음기가 방출되고 있었다.
사방에는 피비린내가 넘쳐흘렀다.
인신공양의 재물이 수십에 달했다. 이렇게 해도 소환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나, 소환만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전하, 적진에서 서신입니다.”
“필요 없다.”
“대공이 직접 왔다고 합니다.”
“놈이 직접?”
카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아론 대공이 거슬렸다. 아니, 놈이 존재하는 이상 국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은 대악마 유그드람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서신은 매우 오만했다.
@당장 기어와 목을 내놓으면 목숨만큼은 살려 주겠다. 하나, 항복하지 않는다면 네가 생각할 수도 없는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죽을 뿐만 아니라 반역에 가담한 모든 영주들을 잔인하게 죽여 버릴 것이다. -아론 대공.
“크윽. 여전하군.”
“어떻게 할까요?”
쫙! 쫘좌좌좍!
카폰은 서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쿠구구구구!
그사이에 음기는 더욱 경렬해져 땅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검붉은 안개가 바닥에 깔렸고 음부의 음산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츠르르르르륵!
안개가 갈라지며 암흑의 빛이 사방을 잠식한다.
천천히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야말로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족히 5미터에 달하는 몸체를 가진 대악마 유그드람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인간이여, 영혼을 바칠 준비가 되었는가?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저와 계약을 해 주십시오.”
-계약은 성립되었다.
스스스슷!
카폰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
유그드람과 복종의 인이 맺어졌고 그의 생이 다하는 순간, 영혼은 악마에게 귀속될 것이었다.
“큭큭큭.”
그러나 카폰은 매우 음산하게 웃었다.
이로써 아론 대공을 이 세상에서 소멸시켜 버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성채 앞에 20만 대군이 몰려 있었다.
한성은 시계를 바라본다. 이제 슬슬 서신이 도착할 때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끼이이익! 쿵!
해자가 내려오고 전령이 달려온다.
전령은 한성에게 서신을 전달하는 즉시 뒤돌아 사라졌다. 아예 답신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한성은 서신을 펼쳤다.
@엿이나 처먹어라.
으드드득!
한성의 이가 절로 갈렸다.
엿이나 먹으라는 표현은 한성이 대륙정벌전쟁을 진행할 당시에 종종 썼던 문장이었다. 한데 놈이 그대로 한성의 표현을 답습하고 있던 것이다.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휘이이이잉!
그때, 사방에 검은 먹구름이 깔렸다.
음기가 퍼져 나갔는데, 거대한 덩치를 가진 악마가 성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라골 후작이 악마를 알아보았다.
“서, 설마 대악마 유그드람?!”
“그게 뭔가?”
“최후의 악마라고 전해지는 놈입니다. 지금쯤이면 마계의 수장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리라고는…….”
세 개의 뿔은 유그드람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5미터에 달하는 키와 거대한 덩치에 뿔이라면 유그드람이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성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겨우 악마 졸개나 믿고 설치는 것이었군. 유그드람인지 뭔지와 함께 박살을 내 주마.”
한성은 거대한 본 드래곤 블레이드를 소환하였다.
비록 놈이 숨겨둔 한 수가 있었으나 한성은 성벽과 함께 통째로 날려 버리고자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