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64
제3장. 마검 아포피스 (2)
철통같이 통치되고 있는 마계.
마왕 테미스는 철혈의 황제와 같은 위엄을 가지고 있었으며 압도적인 힘으로 전 마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상태에서 취미가 없었고 그것은 권태로움으로 다가왔다.
테미스는 자살을 택하려 하였으나 뜻밖에 자신보다 바둑 실력이 뛰어난 인간을 만나게 되었다. 이것은 삶의 의욕으로 이어졌다.
그는 철저하게 수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연구에 매진했던 적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마족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뭔가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간과 닮아 있었다.
스스슷!
시종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폐하, 그가 왔습니다.”
“누구 말이냐?”
“그라이언 자작이 찾아왔습니다.”
“오호, 그러하냐? 어서 불러라.”
“옛!”
그녀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테미스는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검 아포피스를 걸고 대결을 벌였을 때, 놈이 검에 욕심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그리하여 일부러 주지 않는 것이다.
놈이 승리하였을 때 가져가는 것이 있어야 의지를 불태울 것이었으며 실력도 일취월장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놈은 검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테미스는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지지 않기 위하여 최선의 연구를 병행하였던 것이다. 오직 지금의 순간만을 기다린 것이었다.
곧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각오는 하고 왔나?”
“오늘은 마검을 가져가겠습니다.”
“자네의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
“아마 오늘 이후로 자괴감에 빠지게 되실 겁니다.”
“하하하하하! 여봐라!”
“옛, 폐하!”
“바둑판을 준비하라!”
“존명!”
한성은 바둑판 앞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잠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마왕이야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한성이 최선을 다해 주면 좋은 일이었다.
테미스는 마검을 바로 근처에 가져다 놓았다. 그래야 더욱 재미있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성은 정중히 마검을 치워 달라고 부탁하였다. 지금이야말로 무념무상이 필요할 때였다. 어디로도 정신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
물론 마왕은 흡족해하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제가 일전에 패하였으니 흑돌을 집겠습니다.”
“그리하게.”
탁!
탁탁!
곧 빠른 전투가 벌어졌다.
마왕은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며 중앙을 키워 나간다.
한성은 한 치도 밀리지 않는 테미스를 바라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유창호보다 더 상대하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유창호가 방어에 치중하며 공수를 교환하였다면 마왕은 아예 처음부터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또 자세히 보면 파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한성은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았다. 유창호보다 뛰어난 실력이라면 지금 패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마왕이 불계승할 수도 있었다.
한성은 잠시 돌을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마왕도 꽤나 긴장한 표정이다.
지금까지 전투를 벌였으나 누가 이긴다고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왕 역시 숨을 한 번 몰아쉰다.
한성은 정신을 가다듬고 더욱 빠르고 집중력 있게 몰아친다.
마왕 역시 엄청난 속도로 몰아쳤는데, 그야말로 이곳에는 숨이 막힐 듯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탁! 탁탁!
중앙 전투에서는 무승부, 북쪽과 동쪽, 서쪽에서도 무승부다.
한성은 남쪽에서 승부를 보려 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육박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 먼저 두었던 한 수에서 끌어 올린 틈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한성이 앞서 나갔으며 결국 마왕은 한성에게 패하고 말았다.
“허어!”
대국이 끝나자 그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럴 수가.”
“후욱, 후욱!”
한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난 대전투였지만 결국 한성은 승리하고 말았다.
“제가 이겼습니다.”
“허허허허허!”
마왕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살아오면서 하지 못한 일은 없었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패한 기억은 전혀 없었던 테미스였다. 한데 이번에 한성에게 패하고 만 것이다. 이것은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머리까지 짚으며 웃었다.
어떻게 보면 그에게는 목표가 생긴 것이었다.
“대단하구나.”
“험험. 연구를 좀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치다니…….”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이긴다고 말입니다.”
“네 말이 맞다.”
“그럼 잘 받겠습니다.”
테미스는 서큐버스에게 지시하여 마검을 가져오게 하였다.
고오오오!
마검이 한성의 손에 쥐어진다.
한성은 흡족하게 웃었다.
검을 잡자마자 전해지는 엄청난 마기는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바로 이 느낌이었다. 마검이 손에 들어왔으니 일취월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국의 선물도 준비해야겠군.”
“험험. 다음 대국이요?”
“당연하지.”
테미스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분명 한성이 혹할 만한 물건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한성으로서는 여기서 더 강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테미스는 무릎을 친다.
“전대 마왕의 인장은 어떠한가?”
“……!”
한성은 놀람을 드러냈다.
물론 테미스는 역대 마왕 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마족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전대 마왕이 허접할 리는 없었다.
유그드람은 현 마왕의 인장을 1할 흡수하고 몇 배나 강해졌다. 그렇다면 한성이 전대 마왕의 인장을 갖게 되면 비약적인 실력의 발전이 있을 수 있었다.
“좋은 상품이로군요.”
“다음 대국을 기대하기로 하지. 하하하하!”
마왕은 유쾌한 듯이 돌아갔다.
한성 역시 목표가 생겼으니 좋았다. 이렇게 된 김에 유창호에게 한 번 더 도전하고 배울 것이 있다면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수련에 집중해야 했다.
신마대전 제3 격전지.
유그드람은 다시 한 번 유적에 방문하여 목숨을 걸려 하였다.
그의 주변에는 몇몇 호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유그드람은 이미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전의 세 배에 가까운 마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마계 전체를 압도하였다. 하지만 이한성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유그드람이 생각한 것은 신마대전 직전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신마대전 직전에는 힘의 비축이 엄청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그드람이 노리는 것이기도 하였다.
만약 유그드람이 그곳에서 힘을 취할 수만 있다면 현재를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아아아아!
그는 시공의 구슬을 쥐고 있었다.
“조심하십시오.”
유그드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시공의 구슬로는 딱 한 번 시공을 넘나들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무용지물의 구슬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유그드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강해져야 했다.
“그럼 갔다 오겠다.”
“걱정 마십시오.”
쿨렁!
유그드람은 시간의 문을 넘었다.
스아아아아!
고대 마계의 연공실.
한성의 연공실은 96층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마기를 한 곳에 모으는 마법진을 설치해 두었고 상시적으로 엄청난 마나가 휘몰아치는 곳이었다.
한성은 이곳에서 수련에 들어가 있었다.
그의 목표는 마검에 포함되어 있는 마왕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마검은 마왕의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 안의 기운만 흡수하여도 몇 배는 발전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 안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시간과 바깥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으므로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마검의 힘을 3할 정도 흡수하였을 때, 한성은 이전의 두 배가량 강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워낙에 실력이 쌓이다 보니 강해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어쨌거나 한성은 한 단계 발전한 것이었다.
그는 눈을 뜬다.
번쩍!
스스스슷!
엄청난 마기가 폭사되어 주변을 휘감다가 한성의 눈으로 흡수되었다.
한성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더 이상은 힘들겠군.”
마검에는 분명 더 많은 힘이 잠재되어 있었지만, 직접 흡수하기보다는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때문에 한성은 수련을 멈추고 공간의 방을 나왔다.
입구에는 시종장 이루디아를 비롯하여 기사단장 그레이엄 등이 모여 있었다.
한성이 수련을 마치고 나오자 그들은 부복했다.
“연공의 완성을 감축 드립니다!”
“감축 드려요!”
“별일 아니다.”
한성은 손을 내저었다.
한눈에 보아도 한성은 한 단계 발전했다. 그는 자작이었지만 백작급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마왕의 피를 이어받은 자란 호칭도 있었다. 아직 대귀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곧 그리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말이야.”
한성은 생각에 잠긴다.
그가 강해지는 만큼이나 유그드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었다.
놈 역시 목숨을 걸고 강해질 방법을 강구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한성은 놈보다 더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나?”
“공을 세운다고요?”
“그렇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휘하 마족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인이 강해진다는데 기쁘지 않을 마족이 없었던 것이다.
마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
한성의 직위가 올라가면 그들의 영향력도 강해진다.
이루디아가 조심스럽게 직언하였다.
“그렇다면 전투에 나가는 수밖에요.”
“전투에 나간다고?”
“지금도 분쟁 지역에서는 천족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까요. 그 전투에 참여하여 공을 세우면 작위가 올라가고 뭔가 또 선물을 주실지 모르죠.”
“오호.”
한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천족과의 전투라면 한성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을 통하여 강해질 수 있다면 당연히 참여해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