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06
제2장 오크 수난시대 (1)
야밤에 대규모 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선두에는 한성이, 그 뒤에는 독수리 부족의 부족원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고블린들은 혹시나 오크들에게 맞을까 싶어 멀리 떨어져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코타인은 부족장 우타와 함께 걷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어리고 있었다.
“취익. 부족장님, 마족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있다, 취익.”
“어떤 것입니까?”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마족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때는 매우 평화로웠지. 오우거나 트롤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취이이익.”
부족장은 강한 마족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족에게 귀속되면 영지에서 살아갈 수 있었고, 가끔 부역이나 다니면 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었고 오크들은 마음껏 번성할 수 있다.
지구로 넘어오며 외딴 처지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평성대인 겁니까, 취익?”
퍼어어억!
“꾸에에엑!”
“어려운 말 쓰지 마라, 취익.”
코타인은 머리를 문질렀다.
부족장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능이 다소 모자라는 것이 단점이었다.
코타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의지처가 생긴 셈이었다.
‘잘되었군.’
그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드디어 마족의 영지에 도착하였다.
“취익?”
코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곳은 번성해 있어야 한다.
젖과 꿀이 흐르지는 않아도 성채 정도는 있어야 하며, 성벽이 강력한 몬스터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물론 이 정도 마족이라면 야생 오우거들 정도야 가볍게 노예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다.
퍼억! 퍼억!
“으음?”
마을의 고블린들은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키헥! 키헥!”
고블린들은 매우 힘겨워 보였다.
그야말로 피죽조차 먹이지 못한 채로 노동을 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코타인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오크들은 이렇게 노동을 시키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닐 거야.’
그들은 마을 광장에 멈춰 선다.
털썩.
고블린 한 마리가 쓰러졌다.
“키헥! 죽었습니다!”
“버려라!”
“네!”
그들은 죽은 고블린을 질질 끌고 어딘가에 내다 버렸다.
그곳에서는 죽은 고블린이 분쇄되고 있었고, 거름으로 뿌려졌다.
“취이이익. 불안한데.”
광장 중심에서 마족이 떠올랐다.
그는 가공할 만한 살기를 지니고 있는 마족이었다. 이 정도 피어라면 대악마급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 허름한 영지에서 살아가는 걸까.
그가 상황을 설명했다.
“위대하신 마왕 폐하께서는 지구를 점령하셨다. 하지만 이제야 인간 도시들을 쓸어버린 후에 영지들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땅 위에 새로운 영지를 세울 것이니 너희는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취이익?”
오크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영지에 오면 살아갈 땅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데 이곳에 집 따위는 없었다.
“지금부터 노역을 시작한다.”
“취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퍼어어어억!
“꾸에에에에엑!”
질문과 함께 주먹이 날아왔다.
코타인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으며 오크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놈을 매우 쳐라!”
“키엑!”
“취이익! 긍지 높은 오크를!”
퍼어어어억!
우타가 소리치자 역시 마족의 주먹이 날아왔다.
“감이 토를 달다니!”
“…….”
“처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는 살기 어린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야말로 피투성이인 몽둥이에는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저걸로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때려죽였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퍽퍽퍽퍽!
“취이이이익! 나 죽네!”
“뭘 그리 보고 있나? 가서 일해라! 너희는 이 시간부로 고블린보다 못한 노예다. 그들의 지시에 따라라!”
웅성웅성.
오크들의 진영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코타인이 벌떡 일어나 반박한다.
“취이이익! 우리는 못 한다!”
“오호, 그래? 한꺼번에 덤벼라.”
“……!”
“전부 반병신을 만들어 주마.”
팟팟!
퍼버버버벅!
마족은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움직임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일반적인 마족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코타인은 오크 부족 전체와 맞짱을 뜨는 마족을 바라보며 기가 질렸다. 아까 보았던 마족의 힘이 진정이었던 것이다.
오크들은 전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는 몽둥이를 들고 코타인에게 다가온다.
“으으으으!”
“내가 뭐라고 했지?”
“일해라, 취익! 무조건 일해라!”
고블린들이 조악한 곡괭이들을 가져왔다.
“광석을 발견하면 승급한다. 모든 것은 운에 따른다!”
“취이이이익!”
오크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농장으로 내몰렸다.
오크들은 그곳에서 경작을 빙자한 광석 캐기에 나섰다.
퍼억! 퍼억!
오크들은 빠르게 땅을 뒤집어엎고 있었다.
한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빠르군.”
그는 매우 흡족하였다.
이 정도라면 되었다. 지금까지 고블린들을 동원하여 노동을 시키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던 것이다.
고블린들은 아무리 잘 쳐 주어도 고블린이다.
그들의 힘은 오크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크 전사들의 힘이 상상을 초월하였던 것이다.
띠링!
!b!힘의 씨앗이 발견되었습니다!!/b!
띠링!
!b!속도의 씨앗이 발견되었습니다!!/b!
마법 경보가 연달아 울리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한성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의 미친 웃음에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오직 일!
그 밖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퍼억! 퍼억!
코타인은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독수리 부리 부족의 최고 연장자였다.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었으며 1서클 마법까지 흉내 낼 수 있었다. 보기가 극히 드물다는 오크 메이지가 될 가능성이 있었을 만큼이나 그의 머리는 좋았다.
코타인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노동이라니!’
벌써부터 허리가 부러질 듯이 아파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는 곡괭이를 놓았다.
짜아아아악!
“취이이이익!”
그는 비명을 질렀다.
어디선가 채찍이 날아와 그를 후려쳤던 것이다.
코타인은 분노했다.
“취이이익! 감히 고블린 따위가!”
짜악! 짜악!
“꾸엑! 꾸에에엑!”
대장 고블린은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놈 역시 연로하였는데, 죽자 살자 채찍으로 쳤던 것이다.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맞아 죽는다! 키헥!”
“설마!”
짜악! 짜악!
“일해! 죽기 싫으면 일해!”
이것은 차라리 광기였다.
고블린들은 미친 듯이 일하고 있었다. 이것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았다.
“이이이익!”
퍼어어억!
그러고는 몽둥이가 날아왔다.
“늙은이, 불만 있나?”
“아닙니다, 취이익!”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드득!
허리가 삔 것 같았지만, 그것은 마족에게 맞아 죽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족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불만 있는 놈들은 언제든 오두막으로 찾아와라! 갈가리 찢어 거름으로 만들어 주마!”
“크헝헝!”
오크들은 울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코타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한성은 팔짱을 낀 채로 감시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작업은 이어진다.
오늘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였으므로 잠자는 시간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노동을 하며 날밤을 새야 하는 것이다.
띠링! 띠링!
그 와중에도 기분 좋은 알람음이 울려 퍼졌다.
“으하하하함!”
한성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그는 대장 고블린을 호출했다.
“키헥! 나 왔다.”
“오늘 밤 안에 천 개를 캐지 못하면 내일 밥은 없다.”
“키헥! 무리다!”
“그럼 네놈을 죽여 거름으로 쓰고 대장을 교체하는 수밖에!”
“키헤엑! 한다! 무조건 한다!”
“그래, 좋은 자세다.”
한성은 통나무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자기 전에 내일 계획을 세운다.
바둑 선생과의 약속은 알고 있었다. 바둑을 배우고 대국을 한 뒤에는 근처에 다른 부족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