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07
제2장 오크 수난시대 (2)
이른 아침이었다.
어젯밤에 한성은 작업을 지시해 두었다. 광석 천 개를 캐지 못한다면 잠조차 자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와 보니 핼쑥해진 고블린과 오크들이 죽을 둥 살 둥 광석을 캐고 있었다. 물론 밭을 간다는 미명이었지만, 벌써 상당한 땅을 갈아엎었던 것이다.
한성은 한쪽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광석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특하군.”
한성이 일어나 나오자 작업이 멈추었다.
띠링!
힘의 씨앗이 발견되었습니다!
요란한 경보가 울린다.
대장 고블린이 만세를 부른다.
“다 캤다!”
놈들은 기뻐 날뛰었다.
“큭큭.”
한성이 웃으며 나오자 대장 고블린이 달려왔다.
“다 캤다, 케엑!”
“세 시간 후에 작업을 시작한다!”
“취이이익!”
“케에에엑!”
몬스터들은 지쳐 쓰러졌다.
“드르렁!”
놈들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지금까지 놈들이 버틴 것은 오직 광석을 천 개나 캐야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잠조차 부족한 실정에 밥까지 먹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 버릴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죽을 듯이 일을 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놈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다.
“시간이 아깝기는 해도 어쩔 수 없지. 더 이상 굴리면 모두 죽을 테니까.”
물론 한성은 놈들이 정말로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 몬스터들은 쉽게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한성은 오직 안정적으로 광석을 캘 수 있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었다.
오늘따라 공기가 유난히 상쾌했다.
“뭐, 문명이 무너지고 좋은 점도 있군.”
하늘은 맑았다.
이곳은 원래 시골이었지만 전 세계의 매연이 한 방에 정리되었으니 공기가 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가볼까?”
팟!
한성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제 돌아가 강의를 받아야 했다.
인간 거주 구역 A.
A구역은 서울을 지칭하는 약어였다. 중요한 순서대로 알파벳이 매겨지며 부산이 B구역, 대구가 C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 중 21구역은 옛 강북 지역을 가리키는 번호였다.
한성이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천상의 기사다!”
“와아아아!”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한성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러분!”
“반드시 우리를 구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한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역시 과거의 평화로운 생활이 그리웠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역시 지긋지긋하였던 것이다.
그는 조운진 선생을 찾는다.
“조 선생님, 계십니까?”
“일찍 왔군.”
“시간 약속을 하고 가지 않으셔서요.”
“그럼 조용한 곳으로 가도록 하지.”
“관리소로 가시죠.”
“그러지.”
한성과 조운진은 관리소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제21 구역 관리소.
이곳은 일종의 구청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각 구마다 벙커를 짓기는 했어도 인구가 많은 곳은 몇 개씩 짓기도 하였다. 서울에는 구역이 50개에 달하였고 세분화되어 관리소를 지었다.
관리소는 벙커와는 달리 깔끔하였다. 오히려 과거의 커피숍보다 인테리어가 나았으며 한성은 조운진과 마주하고 있었다.
툭.
조운진은 한 권의 책자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전략서일세.”
“전략서요?”
“자네는 지금까지 틀에 박혀 있는 전략서만 읽어 왔겠지. 그래서는 발전할 수 없어.”
촤르르륵!
그는 전략서를 읽어 내려간다.
이것은 조운진이 직접 집필한 것이었다.
“바둑의 기본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언뜻 들으니 엘파고의 수까지 모두 알고 있다고?”
“예.”
“기계와 인간은 달라. 생명체와 기계가 같다면 어찌 인간과 무생물을 구분할 수 있겠나? 표정에 따라서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네. 그 때문에 전략이 바뀌는 것이지.”
“감정에 대한 전략서인가요?”
“그렇다네.”
그는 긴 수염을 쓰다듬었다.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여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심리학 연구 서적과 비슷하였다.
“별들의 전쟁에 필요한 것이지.”
“공감합니다.”
“어차피 누구나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경지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 하지만 별들의 전쟁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문제란 말이야.”
“바둑도 마찬가지입니까?”
“당연하지.”
그는 우아하게 차를 머금었다.
이렇게 보면 신선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인류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풍모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1 장을 펴도록 하게.”
“예, 어르신.”
1장에서는 상대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할 때,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실수들을 집대성한 것이었다.
조운진은 바둑판을 꺼내었다.
“1번 사례로 들어가도록 하지,”
“예, 어르신.”
한성은 조운진의 강의를 들었다.
일단 집중하기로 한다.
그의 실력은 곧 있을 대국에서 드러날 것이었다.
또옥!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한성은 그야말로 외통수를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마치 한성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생각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었다.
“어떻게…….”
한성은 100수 만에 불계패를 당하고 말았다.
“졌습니다.”
“허허허! 그래도 실력이 꽤나 뛰어나군.”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 멀었지. 다듬어야 할 부분이 확실하게 보이는군.”
그는 식은 차를 머금었다.
확실히 조운진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은퇴를 한 뒤에도 계속해서 연구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도대체 어떻게 아셨나요?”
“자네의 함정?”
“그렇습니다.”
“첫 번째 강의에서 거론한 이야기인데 벌써 잊었나?”
“아아!”
그는 분명히 70수 정도에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였다.
일단 조심하면서 휘몰아쳤는데, 스스로 승부를 망친 것이었다. 조운진이 쳐 놓은 죽음의 덫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바둑이란 희로애락이라네.”
조운진은 처음 했던 말을 하였다.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필패하는 것이지.”
조운진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에 가십니까?”
“약속한 시간이 지났으니 가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이거 대체 어떻게 사례를 해야 할지.”
“사례를 한다고? 그럴 필요 없네.”
“그래도 말입니다.”
“늙은이가 말년에 무슨 욕심이 있겠나? 그저 인류를 잘 보전해 주기를 바라네.”
한성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는 대단한 거장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대성을 하다 못하여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보다 몇 수는 앞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의 가르침을 잊지 말기를 바라네.”
“물론입니다, 스승님.”
“뭐라고 했나?”
“스승님이라고 했습니다.”
“스승이라고? 허허허허허!”
그는 호쾌하게 웃었다.
조운진은 그야말로 호인이었다.
‘그가 테미스와 바둑을 둔다면 필승할 것이다.’
테미스의 실력도 대단했다.
하지만 테미스는 어디까지나 우물 안 개구리였다. 조운진에 비한다면 몇 수나 아래였던 것이다.
‘오의를 모두 깨우칠 수 있다면…….’
한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암흑의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는데 드디어 빛이 보였던 것이다.
한성은 오전에 바둑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는 어떤 사람들의 출입도 금하였다.
세상은 한성이 없어도 경영이 되었다. 그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는 경영을 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한성이 없어져도 세상이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둑은 아니었다.
바둑은 희망이었다. 한성이 강해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유그드람을 죽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둑을 연마해야 하는 것이다.
한성은 오전 시간을 보낸 후에 영지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벌써 가시나요?”
“어쩔 수가 없네.”
샤렐과 유설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들도 한성이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가져온 천 개의 광석들은 과학자들이 가지고 돌아갔다. 연구소에서 씨앗을 만들어 이능력자들이 강해지는 데 사용될 것이었다.
한성은 그녀들을 꽉 끌어안는다.
“조금만 참아.”
“기다릴게요.”
한성은 집을 나서기로 한다.
쿨렁!
한성은 영지에 도착하였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후였다.
몬스터들은 정확하게 세 시간을 잔 뒤에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나 식사를 한 후에 다시 일하고 있었다.
오늘의 할당량은 1500개였다.
짜악! 짜악!
이제는 대장이 바뀌어 있었다.
힘의 씨앗을 세 개 이상 캐는 몬스터가 대장으로 등극하였으며 채찍을 휘두르는 대장은 수도 없이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자 오크들의 우세였다.
오크들은 선천적으로 힘이 강하였고, 그 때문에 빠르게 광석을 채집할 수 있었다.
“취익! 게으른 고블린들아! 어서 일해라!”
“으으으!”
한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고블린들에게 조금 불리한 것 같군. 방식을 바꿔 볼까?”
한성은 몬스터들을 본격적으로 수탈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