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17
제7장 차기 마왕 (2)
현재의 마왕 유그드람은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파장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꽝꽝 얼어붙어 있는 대지 위.
이곳은 이미 엄청난 숫자의 마족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언뜻 봤을 때 동원된 마물의 숫자만 수백만. 여기에 마족들은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귀족들도 대거 몰려나와 있어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스스슷!
그는 몸을 감추고 이동하였다.
만약 발각된다면 아무리 유그드람이라고 하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론! 이 지독한 놈!’
유그드람 역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시간과 공간의 방에서 수련을 쌓았다. 하지만 아론 역시 그에 필적하는 수련을 쌓아 강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작을 넘어 대공으로 승작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마계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침내 그는 숲의 잔해에 도착하였다.
스르륵.
그는 잔해 안으로 스며든다.
이곳은 신마대전의 격전지 중 하나로, 척 보아도 마족의 은신처로 생각되었다.
“유그드람!”
그는 과거의 유그드람을 부른다.
파장을 따라가 보니 그는 마법진 안에서 수련을 쌓고 있었다.
과거의 유그드람이 눈을 뜬다.
스아아아아!
사방의 마기들이 스며들었다.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무슨 뜻이지?”
“미래의 내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이렇게 수련을 쌓음으로 미래의 내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아마 복수를 하려는 것이겠지?”
“네 인성은 바로 내 인성이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크윽!”
미래의 유그드람은 신음하였다.
놈의 말이 맞았다.
그들의 인성은 같았으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정말로 그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했을 뿐이다.
미래의 유그드람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쩔 거지?”
“내 입장에서는 네놈이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말이지. 위험한 것은 내가 아니니까.”
“이런 멍청한, 미래의 너도 사라지는 거다!”
“지금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수만 년을 더 살 수 있거든.”
“이런 이기적인 놈!”
“몰랐냐?”
그는 과거의 유그드람의 멱살을 쥐었다.
놈은 축 처진 채로 바라본다.
“죽이든지.”
“크윽.”
“자! 해봐라!”
촤악!
그는 심장 부분을 찢었다.
미래의 유그드람은 점점 몸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털썩.
미래의 유그드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막 나가는 것이로군.”
“그게 뭐 잘못되었나?”
“놈들은 이곳을 찾을 거다. 그러니 나가야 한다. 최소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싫다.”
“왜 그렇게 꽉 막힌 것이냐?”
“더 이상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지.”
쿠르르르르릉!
그때, 천장이 흔들거렸다.
미래의 유그드람은 아론이 무언가를 찾아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생뚱맞게 자신들이 서 있는 천장이 흔들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가자니까!”
“됐다니까!”
콰과과광!
천장이 박살 나며 누군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곳에는 아론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유그드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팟!
한성은 곧장 몸을 날렸다.
이번이 기회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여기서 둘 중 하나라도 죽으면 끝난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는 뜻이었다.
가능하다면 과거의 유그드람을 죽이는 편이 좋았다. 놈은 약했고 아직 강해지기 전이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죽여 버려야 한다.
쿠아아앙!
한성이 일장을 날리자 미래의 유그드람으로 보이는 놈이 막아 내었다.
‘역시 대단하군.’
유그드람을 뛰어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성이었다. 하지만 놈의 실력도 만만치가 않았다. 단 한 번 공수를 교환하였을 뿐임에도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유그드람은 강력한 일격을 쏟아부었다.
쿠아아아아앙!
화려한 폭발이 일어난다.
마기가 사방을 잠식하였으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먼지가 사방으로 날리고 있을 때, 놈은 도주를 택하였다.
사실, 일대일로 붙으면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한성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 다 이길 수 있다고 여긴다면 제대로 붙어 보아야 했지만 지금은 유그드람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한성은 마족들을 이끌고 왔다.
미래의 유그드람이 이 모든 마족들을 물리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쿨렁!
“유그드람!”
한성은 놈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결계를 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스륵 스르르륵!
그의 곁으로 마족들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마계의 귀족들로, 이제 대공이 된 한성을 수행하기 위하여 함께 온 자들이었다.
“전하! 놈들이 사라졌습니다!”
“후우, 이곳에 은신하고 있던 것이로군.”
“이곳은 대체?”
“고대의 은신처로 보인다.”
강한 마기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한성은 강력한 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놈들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한성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에 유그드람을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소한 유그드람과 용호상박의 결투를 벌일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였다.
이것만 하여도 상당한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유그드람은 마계의 끝으로 이동해 있었다.
마계 남부로 워프하였고 그곳에서 빠르게 이동하여 더위가 내려앉은 땅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그드람은 아론이 상당히 강해져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내가 이길 수 있다.’
물론 직접 검을 맞대 보니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계 대공이라고 하더니 썩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유그드람은 축 처져 기절해 있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론이 나타나는 바람에 완전히 꼬여 버렸지만 놈이 사라지면 미래의 자신도 없었다.
시공간을 격하여 과거가 사라지면 미래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유그드람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생각해 봤자 한숨만 새어 나온다.
하지만 놈을 이대로 두면 분명 사고를 칠 것이다. 미래의 자신은 사라질 것이 확실하였던 것이다.
지구에 있을 때만 하여도 몸이 깜빡거렸는데 이제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 최소한 지금 이대로 놈을 봉인해 버린다면 미래의 자신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배신한다는 것.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놈과 대화해 보기로 하였다.
툭툭.
“으으으으!”
과거의 유그드람은 기절에서 깨어난다.
“이곳은?”
“마계 남부다.”
“그렇군. 이제는 어쩔 거냐? 나를 죽일 거냐?”
“그럴 수는 없지. 죽여 버리면 미래의 나도 죽을 것이 아니냐. 그보다는 네놈을 봉인하겠다.”
“뭣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깐만!”
과거의 유그드람은 다급해졌다.
놈이 말하는 봉인이란, 12차 신마대전이 끝나는 순간까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론이 차기 마왕으로 결정되었다면 놈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되면 자신은 언제까지 봉인되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를 굴렸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쩔 거냐? 네놈은 사라질 거다.”
“아론을 죽이면 된다.”
“쉽지 않을걸?”
“가능하다.”
미래의 유그드람은 봉인 마법진을 준비하였다.
과거의 유그드람은 아예 사정했다.
“나는 네 과거이다. 부디 이렇게 하지 마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자신에게 이러고 싶냐?”
“먼저 나를 협박한 것은 네놈이다.”
“안 돼!”
“잘 가라.”
화아아아악!
봉인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마법진은 과거의 유그드람을 삼켜 버렸고 그대로 땅속에 매장되었다.
놈은 신마대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후우!”
그는 찝찝한 마음으로 돌아선다.
과거의 자신을 묻어 버렸다는 것은 미래의 자신이 똑같이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성은 북쪽에서 병력을 빼기로 하였다.
다만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던 은신처에 대해서는 마왕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폐하, 북쪽을 조사하다가 이상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한 곳이라고?”
바둑을 두고 있던 그는 한성을 바라본다.
“무엇을 하는 곳인가?”
“기록을 살펴보았는데 1차 신마대전의 끝 무렵의 마족들의 은신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꽤 넓은 것이, 하나의 영지라고 보아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아마 그곳에서 힘을 길러 반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둑 이외에는 무엇도 마왕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오죽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그곳을 찾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에는 찾을 수 없었지.”
“그리 대단한 곳입니까?”
“살아 있는 유적임과 동시에 마계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실된 마법들이 상당히 남아 있을 것이다.”
“서적이 많기는 했습니다.”
“어디냐? 안내하라!”
“예, 폐하.”
의외의 일이었다.
마왕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그곳에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