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78
제12장 연회 (2)
한성은 이 난리를 치고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는 한몫 두둑하게 챙겨 황궁으로 갈 생각이었다.
산을 내려와 한성은 라이안과 헤어지려 했다.
“잘 가라.”
“이대로 헤어지는 건가요?”
“내가 마왕이라는 사실은 알았을 테고, 정부가 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함께할 이유가 없을 텐데?”
“그냥 좀 아쉽네요.”
“후후. 이걸로 여비나 해라.”
한성은 가죽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라이안은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받았다. 주머니 안에는 그녀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보석이 들어 있었다.
한성은 던전을 털며 아주 약간의 보석을 그녀에게 주었을 뿐이었지만, 라이안의 입장에서는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정도의 돈이었다.
그 돈이라면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지금 땅과 살아갈 집을 구입해라. 내일이라도 당장 물가가 폭등할 것이니까.”
“알겠어요.”
라이안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한성을 경외하는 것이었다.
샤드란이 기지개를 켰다.
“아주 약간(?)의 소란이 있었네요.”
“그러게요. 폐하의 인내심에 탄복했습니다. 그대로 제도를 날려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 정도면 알아먹었겠지. 그리고 놈들을 수탈하려면 머리가 있어야 한다. 즉, 황제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러려면 제도를 날려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
“호호호! 역시나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세요.”
“내가 자비 빼면 시체 아니겠느냐?”
“저희가 폐하의 휘하에 있는 것이 다행이에요.”
그녀들은 정말로 한성이 자비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마왕 같았으면 그냥 양쪽 다 쓸어버리겠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 * *
아젠 제국의 황궁.
황제 아투스는 회의가 잠시 중단되자 산책을 나왔다.
차원의 마왕에 대해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놈이 어떤 사고를 어떻게 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놈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1만의 군대를 파견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 정도 손실로 마왕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고오오오!
제도 외곽 쪽에서 강력한 마나가 퍼져 나갔다.
아투스 황제 역시 오러 유저였기에 기감에 민감한 편이었다. 한데 이것은 꼭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마기였다.
“이건 대체?”
콰르르르릉!
사방이 어두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뇌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서, 설마!”
황제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는 차원의 마왕이었다. 황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아예 인류를 청소해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었다.
“아아!”
아투스는 아연실색했다.
‘짐 때문에 인류가 끝장이 나는 건가.’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마력탄은 제도로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제도를 병풍처럼 막고 있는 레이너 산맥에서 폭발했다.
휘이이이잉!
마침내 산맥이 분해되어 버렸다.
분해된 재는 하늘로 치솟았고 곧 하늘을 엎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내렸다. 이것은 레이너 산맥이 분해되면서 생긴 가루였다. 그야말로 시원하게 뚫려 버렸다.
“말도 안 돼!”
이 광경을 본 것은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국왕들이 정원으로 뛰쳐나왔다.
“폐하! 보셨습니까?”
“보았소.”
“이것이 무엇일까요?”
“마왕의 경고겠지.”
“그렇다면 그가 폐하의 의도를 간파했다는 뜻입니까?”
황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장난질을 쳤으니 십중팔구 마왕은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인류가 끝장날 수도 있었다.
‘내가 미쳤지.’
그는 마왕이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야말로 마왕은 괴물이었다.
지금까지 마국이 없어져야 평화가 생긴다고 장담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보다 심각한 적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한성은 멀쩡한 모습으로 제도에 들어왔다. 이미 전갈을 받은 황제근위대가 예의를 갖춰 마중을 나와 있었다.
척척!
그들은 절도 있게 움직였다.
“마왕 폐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웅성웅성.
그들의 사열식에 시민들이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레이너 산맥이 사라지고 난 후에 마왕이 등장하였다. 그가 요란하게 등장하는 바람에 황궁에서도 더 이상 소문을 억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한성의 귀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차원의 마왕이라고 불리는 마족이래.”
“동맹을 맺으러 왔다고?”
“그렇다고는 하던데…….”
“저 남자가 산맥을 사라지게 한 거야?”
“그렇다고 하던데?”
이미 시민들은 그렇게 짐작을 하고 있었다. 썩 나쁘지는 않은 반응이었다. 이들이 한성을 두려워한다면 더 가혹하게 수탈할 수 있었다.
물론 한성은 이곳의 인간들만 수탈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마국으로 불리는 곳도 조만간 쳐들어가 식민지로 만들 예정이었다.
아마 그때는 조금 더 깽판을 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한성은 말없이 마차에 올라탔다.
두두두두!
마차는 황궁을 향해 출발했다.
시종장이 마차 안에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줄리아라고 해요.”
“사후약방문이로군.”
“예?”
“이미 너희 황제는 나를 시험했다. 가능하면 너희들이 살아갈 수는 있도록 수탈을 하려 했는데 안 되겠군.”
“그, 그건!”
시종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녀 역시 한성이 산맥을 날려 버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충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성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여기서 목이 날아가 버릴 것이 분명했다.
한성은 연회장에 도착하였다.
저벅저벅.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그를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역시나 산맥을 날려 버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연회장에 들어가자 저 멀리 황제가 보였다.
황제는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건방지군.”
“…….”
한성은 마력을 가해 황제를 저 멀리 집어 던졌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황제는 기둥 아래에 처박혀 버렸다.
퍼억!
“크으으윽!”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모두들 크나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저벅저벅.
한성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황제까지 저렇게 된 마당에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랬다가는 십중팔구 그들의 머리가 붙어 있지 못할 것이었다.
한성은 태사의에 몸을 파묻었다.
그가 비스듬하게 앉자 황제를 비롯한 각국의 국왕들, 제국 관료들이 입을 열었다.
“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이제야 그들은 한성의 실체를 알아보았다.
황제조차 가볍게 집어 던지는 남자.
그가 이 땅 위에 강림한 것이다.
한성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공물은 얼마나 내놓을 텐가?”
그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기분이 매우 나쁘니 알아서 책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협박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황제는 고개를 숙인 채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