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93
제7장 난리법석 (3)
한성은 천천히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띠링! 띠리링!
마국 특유의 악기에서 소리가 퍼져 나온다.
하프보다 몇 배는 큰 대형 악기와 여러 가지 현악기가 어우러지며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을 내었다.
상당히 이국적이었고 사람의 마음을 풀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음공이 섞여 있는 건가.’
최대한 긴장을 풀게 만들고 방심을 유도한다.
연회장은 언뜻 보기에 대단히 화려하였고 한성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내부를 살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마법진이 깔려 있었고 자연을 비틀어 내는 진법도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진법은 역시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놈들이 누구를 바보로 아는 것이로군.’
그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진법과 마법진이 함께 반응하면 꽤나 복잡한 형식의 미로진이 열릴 것이지만 그것은 다른 마족들에게 통하는 것이었다.
한성은 진법에 통달한 전문가였다.
마교의 절진인 환영미로진도 간단하게 격파하는 그였는데 이런 조잡한 진법에 빠져 허우적거릴 이유는 없었다.
놈들은 힘으로 밀릴 것 같아 이런 꼼수를 마련한 것이었다.
아르디우스가 앞으로 나와 잔을 올렸다.
“폐하! 한 잔 받으십시오!”
“이번에도 독을 탔으면 좋겠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겠지? 어떤 꼼수를 부릴지 참으로 기대되는구나.”
“그건 말도 안 되는 누명이십니다. 저희는 오직 폐하의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까 나에게 충성을 다 바치겠다?”
“그렇습니다.”
“영혼의 맹약을 할 수는 있고?”
“그것은…….”
황제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성은 끝까지 이곳의 황제를 모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가랑이 사이를 기어갈 수 있나?”
“…….”
이번에는 군주들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갑자기 차원의 마족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여도 그들은 이 세상의 지배자였다. 그리고 앞으로 10만 년 이상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한데 갑자기 차원의 마왕이 나타나 가랑이를 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회가 끝난 후에 충성의 서약을 하겠사옵니다. 그 후에는 가랑이를 기라면 기고, 엎드려 재롱을 부리라면 부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은 자세다.”
‘그 전에 끝내겠다는 의미로군.’
이곳의 군주들은 은근히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것은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일격에 한성을 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님을 한성은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한성이 술을 마시고 긴장이 풀어질 때를 노릴 것이다.
“그럼 한번 놀아 볼까?”
“무희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이곳의 무희들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기대하도록 하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곧 연회가 시작되었다.
마국의 황제 아르디우스는 군주들에게 최대한 내기를 다스리라고 당부했다.
-속마음을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된다.
-폐하. 이미 놈은 우리가 함정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기다려야 합니까?
-때를 기다려라. 저 술도 보통 술은 아니니까.
독을 섞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아르디우스의 말일 뿐이었다.
차원의 마왕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반드시 죽일 것이니.
띠링! 띠리리링!
연회가 깊게 무르익어 간다.
차원의 마왕은 이곳의 시종들을 희롱하며 웃고 있었다. 그야말로 철면피에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으며 자신감이 과도했다.
그것은 화가 될 것이었다.
어느 정도 연회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아르디우스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발동!”
스스스스슷!
자연을 비트는 진법과 마법이 한꺼번에 발동되었다.
그들은 마왕을 중심으로 밀어 넣고는 물러난다.
츄아아아악!
“발동되었습니다!”
“성공이다! 이제 놈을 추격하여 죽인다!”
“예!”
쿨렁!
그들은 발동된 마법진 안으로 몸을 날렸다.
스스슷!
주변의 전경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한성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절진을 펼쳤다는 것은 나름대로 한 수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절벽 끝에 서 있었다.
서큐버스들 중 다섯이 한성의 곁에 있었고 나머지 다섯은 다른 곳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허접한 진법과 마법진은 무력으로 충분히 때려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깟 허접한 진법으로 나를 어쩔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성은 공력을 끌어 올렸다.
마력으로 단번에 부숴 버린 후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황제를 납치하여 실컷 두들겨 팬 후에 노예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퍼석.
“으음?”
한데 문제가 발생했다.
분명히 몸 내부에서 막대한 내공이 끌어 올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대체?”
“저희도 마력이 끌어 올려지지 않아요!”
“전혀?”
“네!”
“이런 수였군. 도대체 어떤 이유이지?”
“이것은 마계의 절진인 것 같아요.”
“마계의 절진이다?”
샬롯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성은 현세대에 마왕이 되었기에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다. 고대 마왕의 지식은 흡수하였지만 유그드람의 지식은 흡수할 수 없었다.
마계가 약해졌고 그만큼 무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강구했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바로 서바이벌 마법진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마계의 정수가 수도 없이 들어가죠. 마계의 정수까지 사용했다는 것은 놈들도 아예 작정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수천 년을 모아야 하는 정수를 여기에 썼으니까요. 이곳으로는 이제 아무도 나가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놈들도 마력을 쓸 수 없다는 뜻이로군.”
“맞아요. 신체적인 능력이 전부죠.”
“그래?”
한성은 턱을 쓰다듬는다.
분명히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신체도 극한으로 단련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했다.
기본적인 무공의 초식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고 완력도 엄청나다. 하지만 마력을 제외하면 마족도 만만치는 않다는 것이다.
“곤란하게 되었군.”
“저곳을 보세요!”
절벽 아래 해안가에 놈들이 상륙했다.
그 숫자는 대략 50명가량이다.
“다섯 배의 숫자인가.”
“그보다 많겠어요!”
샬롯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킨다.
그곳에서는 한 서큐버스가 홀로 떨어져 있었다.
적들은 순식간에 그녀를 둘러싼다.
퍽퍽퍽!
“꺄아아아악!”
“…….”
한성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사실 서큐버스 따위야 어찌 되도 상관없었지만, 여기에서는 매우 중요한 재원이었다. 만약 샬롯의 말이 맞는다면 한 마리의 서큐버스도 소중했다.
놈들은 서큐버스의 목을 따 버렸다.
“하하하! 차원의 마왕이여, 보이는가!? 너는 함정에 빠졌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마력을 제외하면 한낱 인간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렇겠지만, 숫자에 앞서 있다. 지금이라도 목을 내놓는다면 고통 없이 죽여 주겠다!”
샬롯의 말이 맞았다.
그들 역시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숫자에서 다섯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한성은 방심이 화를 불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곤란하게 되었군.”
“저희는 폐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서큐버스들은 비장하게 각오를 다졌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들은 전우들이었다.
“실망시키지 않으마.”
“먼저 남아 있는 서큐버스들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인원이 있어야 버틸 수 있으니까요.”
한성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섬의 크기는 대략 10킬로미터 정도 된다. 꽤나 넓으니 어딘가에 은신처를 마련할 수 있다면 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의 상황에 바로 적응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한성은 최대한 상황에 적응하려 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다.’
이제 한성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이곳을 식민지로 삼고 고대 마계만 청소해 버린다면 걱정거리는 사라진다.
이전과 같은 삶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었다.
“진법을 없애려면 어찌해야 하나?”
“시전자를 죽이거나 기절시켜야죠.”
“가자!”
한성은 섬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