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26
제11장 7대 신기 (2)
스아아아아!
한성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설명을 하기 힘들었다. 그저 살기 위해 몸을 날렸고 일단은 피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괴현상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마치 차원을 통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와는 달랐다. 차원의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이런 기나긴 통로를 통과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검은 일렁거림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한성은 엄청난 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속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성은 마치 우주를 주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무렵, 한성은 무형의 공간에 진입하였다.
“이곳은 대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스륵 스르르륵!
“……!”
한성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공간 안에서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형의 기운이 모여 하나의 검은 기운을 형성하였다.
이것은 육체가 아닌 사념체였다.
“네가 선택을 받은 자인가.”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태고의 마신이다.”
“마신이라고요!?”
한성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검은 기운은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마치 한성을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이미 창조신 오딘을 만났다. 한데 내가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지.”
“하기야.”
한성은 어쩐 일인지 쉽게 납득했다.
평소였다면 아마 눈앞의 존재를 의심하고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은 정말로 창조신 오딘을 만났다.
오딘은 천군을 지상으로 내려보냈고 한성을 죽이려 하였다. 한데 마신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너는 절대 악을 이끌고 있구나. 타 차원에서 온 마신의 흔적이라.”
검은 존재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어쨌거나 한성은 놈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시군요.”
“당연하지. 오딘이 금기를 깼으니 나 역시 깨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금기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태초에 오딘과 나, 카오스가 있었다. 오딘은 세상을 창조하는 역할이었고 나는 파괴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곳 아칸 대륙만큼은 서로가 관여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인간들이 오딘을 믿으며 그의 힘을 일부 쓰는 것은 나도 눈감았다. 나를 숭배하는 단체 역시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
한성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야말로 마신의 이야기는 신화경이었다.
창조와 멸망의 원리를 담은 이야기로서, 오딘과 카오스가 애초에 합의하여 대륙을 창조해 내었음은 한성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타 차원의 존재가 흘러들어 왔지만 오딘이 나서면 안 되는 것이었다. 오딘 역시 알고 있었겠지. 자신이 힘을 발현하면 나 역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너를 기다렸다.”
마신은 한성을 기다렸다고 한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딘이 천군을 내렸으니 나 역시 마군을 내려야 할 터이다.”
“마군이라면?”
“나는 파괴만 일삼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창조를 하지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무엇입니까?”
“창조는 처음 하는 것이라 강력한 힘까지는 줄 수 있지만 그 존재들을 통솔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 역량에 달려 있다.”
“자신 없습니다.”
“그 때문에 신기를 내리려 하는 것이다.”
“신기라면…….”
스스스슷!
어둠이 모이더니 검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한성의 눈앞에 검 한 자루가 모습들 드러냈다.
화려한 느낌은 없었지만, 온전한 어둠을 담고 있었다. 검신은 2미터가량으로 다소 컸지만 그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한성은 마신의 검을 잡았다.
“허억!”
스아아아아!
마신의 검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성은 온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가닥가닥 끊겨 있던 혈맥들이 복원되었으며 힘은 몇 배로 증진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가지고 돌아가 노력한다면 한성은 어마어마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마군은 언제 내려오는 것입니까?”
“그 검으로 호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스아아아아!
한성이 서 있던 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한성은 찰나의 순간에 어디론가 내던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신의 검을 쥐어 보호막을 두르지 않았다면 한성의 몸은 갈가리 찢겨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쿠르르르르!
한성은 물속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성은 지상으로 빠르게 올라가려 하였다.
‘이곳은 무저갱인가.’
얼마나 깊은 물에 빠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성은 안간힘을 써서 오르고 있었다.
마뇌를 비롯한 마군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일단 남하를 멈추고 올라왔다.
성채를 쌓고 오히려 인간의 군대를 막기 위하여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론이 사라졌으니 마뇌가 군 통수권자였다.
“주인님께서 당하셨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저희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들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이 죽었다면 그들 역시 살아 있을 수 없었다. 주인이 죽는 순간 모두 죽었을 것이다. 이것은 진리였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다.
그 말은 아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방침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엘런의 말이었다.
마뇌는 직접적으로 아론의 명령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 그들의 진군을 막는다.”
마군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론이 남긴 말은 간단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 내라는 것. 그리하면 곧 복귀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쾅!
“전하!”
상급 마족 하나가 대전으로 들어왔다.
“왜 그러지?”
“인간들의 북진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작인가. 그들은 어디쯤에 있나?”
“이미 가일스 성채를 되찾고 그곳에서 정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가 보도록 하지.”
팟팟!
마군주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이동하였다.
아투스는 폐허가 된 가일스 영지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숨과 후회까지 들어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었구나.”
하지만 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곳의 백성들은 마국에 의해 끌려 간 것이었다.
라제우스가 목책 위로 올라왔다.
목책은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지금은 사실 성채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라제우스는 북진하여 적들을 토벌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북진한다.”
“휴식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입장은 바뀌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서로 평대를 하였지만, 라제우스가 마족들을 모조리 소멸시키는 바람에 위치가 뒤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아투스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천군은 하늘로 다시 올라갈 것이다. 애초에 인간들이 아니었으니 존대를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라제우스는 반신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그 괴물을 빈사상태로 만들어 어디론가 날려 버렸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침에 출병할 것이다.”
“준비하겠습니다.”
타닥타닥!
아투스는 불가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엘프 여왕 카이샤도 함께였다.
“뭔가 불안하기는 한데…….”
“불안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놈이 살아 돌아올 것 같다는 말이지.”
“그런 타격을 입었으니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라제우스에게는 안 되겠죠.”
“그렇기는 할 것이지만.”
뭔가 이런 느낌을 콱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아투스는 재위 기간 동안 수도 없는 정치암투를 벌여왔다. 직감 덕분에 화를 피한 적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 아투스였으니 이런 느낌이 불안한 것은 당연했다.
다만 카이샤는 다르게 해석했다.
“놈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괴물이었죠. 그래서 그 괴물과 싸우면서 주눅이 들었던 거죠. 그렇지 않나요?”
“그럴까?”
“그럼요.”
아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만을 말하는 엘프들이었고 그녀는 그런 엘프의 여왕이었다. 거기에 엘프의 직감은 인간보다 뛰어났다.
카이샤가 말하는 대로 지금의 걱정은 기우일 수도 있었다.
“오늘은 술이나 마시죠. 저도 한잔하겠어요.”
“그러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고요한 수면 위.
이곳은 바다 한복판이었다.
천문의 발달로 대륙인들은 행성이 둥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세상의 끝에는 벽이 있었다.
중간을 콱 틀어막고 있는 벽이었기에 나아가지 못하였다.
지구라면 배를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돌 수도 있었지만 아칸 대륙은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렁거리는 공간을 넘어 뭔가가 튀어나왔다.
“푸하!”
한성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그야말로 무저갱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성은 숨을 조금 고르고는 빠르게 달려 꽤 커다란 무인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한성은 근처에서 동물을 잡아다 구워 먹고는 마신의 검을 꺼내었다.
이것은 단순한 마검이 아니었다. 마검은 마왕의 검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성이 가지고 있는 마검은 마왕의 뼈로 만든 것이었고 어마어마한 마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검도 마신의 검 앞에서는 몇 수 접고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일단 마검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몇 배의 마기를 증폭시켜 주었다. 거기에 수도 없이 많은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기능들 중 하나가 바로 소환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소환을 한다는 거지?”
문제는 그것이었다.
한성은 검을 휘둘러보았다.
마기를 집어넣어 보았고 두드려도 보았다.
“시동어가 필요한가?”
한성은 아무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소환!”
“…….”
하지만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마신이 한성을 엿 먹이려고 이런 검을 쥐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아!”
한성은 그대로 검을 바닥에 꽂고는 벌렁 누워 버렸다.
“다들 걱정하고 있겠군.”
가족들이 생각났다.
그래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쯤은 가족들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대륙을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아예 넘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고 최소한 라제우스를 죽이기 전까지는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소환은 어떻게 하는 거지?”
한성은 인상을 썼다.
라제우스와 다시 싸우면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놈이야 한성이 전담 마크할 수 있었지만 10만에 달하는 천군을 막으려면 마군이 필요했다.
만약 이대로 부딪친다면 마국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성은 마검을 이리저리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득 검신이 매우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 대보자 상처가 났다.
또옥!
피가 검심으로 떨어지자 마신의 검이 미친 듯이 떨기 시작하였다.
그그그그그그!
“이거였나!”
한성은 탄성을 내질렀다.
마신의 검이 덜덜 떨더니 엄청난 마기를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