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156)
고양이들은 무척 영리해서 자신들의 피해가 커진다 싶으면 몸을 피하는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음으로 인해 주변에 몰려올 몬스터들을 생각해서 맞설 수가 없었다.
‘고양이들이 똑똑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생각 이상이야. 우리가 자신들한테 맞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 거야. 분명.’
그녀는 그리 생각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했다.
길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이제 곧 밤인 데다가 인적이 드문 야산이었다.
‘인적이 드문?’
순간 그녀는 인공적인 느낌의 흔적을 발견했다.
수풀이 날카로운 것에 잘리고 밟혀서 작은 길을 만들어 낸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인간의 흔적이 있지?’
인적이 드문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기에 이렇게 뚜렷한 흔적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이 흔적이 인간의 것이 아닐 수도 있긴 했다.
이런 위험한 곳에 인간이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흔적을 따라가 본다.’
그녀는 그리 판단하고 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끝에서 동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누군가 인위적으로 파 놓은 굴이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동굴.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플래시를 켰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른 채…….
* * *
그 시각, 상혁은 하루 종일 방한 대책만 세우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규모가 커졌어. 이제는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이 없네.”
그는 기분 좋게 툴툴거렸다.
지금이야 힘들지만 지금의 것들이 그의 재산이자 힘이었으니까 말이다.
“고생하셨어요.”
집에 도착하니 지수가 저녁을 준비하면서 상혁을 맞이해 주었다.
그녀도 지난 시간 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그중에 가장 특이할 만한 것은 이제 요리를 할 때 따로 불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력 컨트롤이 뛰어나져서 웬만한 것은 전부 마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진정한 불 맛을 낼 수 있는 실력자가 되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 가서도 당당하게 요릿집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너도 오늘 고생 많았다. 밥은 다 됐어?”
“이제 이것만 해 놓으면 돼요.”
“그래? 지석준이랑, 유재한이는?”
“석준이는 씻고 있고 재한 오빠는 아직이요.”
상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창수는?”
“창수도 아직이요.”
“그래? 알았다. 나도 좀 씻으러 갔다 올게.”
“네. 밥 다 됐으니까 빨리 오세요.”
상혁은 은근히 기분 좋아지는 지수의 말을 들으면서 씻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면서 요즘 부쩍 드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대화가 무슨 오래된 부부 같네.’
전혀 위화감 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만큼 서로가 편해진 거겠지?’
상혁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사이에 상혁은 석준과 마주쳤다.
물기 하나 없는 것이 뽀송뽀송했다.
그 모습이 깔끔하지 않았다면 방금 막 샤워를 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상혁은 방금 막 씻은 그가 이렇게 깔끔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나를 이용해서 말린 것이다.
“이제 마나 컨트롤이 좀 되네?”
“그럼요. 벌써 몇 개월째인데요.”
석준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그에 상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런데 너, 뒷머리 덜 말랐다.”
“엑? 설마요? 많이 신경 썼는데…….”
석준이 뒷머리를 재빨리 만져 보았다.
확실히 덜 말라 있었다.
“아, 진짜네요.”
“그래. 아무튼 가서 밥 먹을 준비 하고 있어. 씻고 갈 테니까.”
상혁의 말에 석준이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석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실력 많이 좋아졌네.’
사실 석준이 이곳에 남은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과 같은 마나 이용자인 상혁의 실력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혁과 같이 뛰어난 마나 이용자가 되고 싶어 했고 당당히 가르침을 청했다.
물론 상혁의 입장에서는 그를 가르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가 상혁을 잡아끌었다.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상혁은 그 한마디에 석준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군사부일체. 스승과 부모와 나라님은 하나다. 내 제자가 되면 내 말에 절대복종해야 한다.’
그렇다.
그는 석준을 제자라는 이름의 합법적 노예 2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 준 거라고는 마나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뿐인데……. 뭐,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거겠지.’
조금 양심에 걸리긴 하지만, 뭔가의 가치라는 것은 파는 사람이 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었다.
석준이 만족하고 있다면 상혁의 가르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빨리 씻고 가자.”
상혁이 그렇게 목욕탕으로 향하려던 순간, 재한이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째 표정이 심각했다.
뭔가 싶어서 잘 보니 그의 뒤로 고양이 한 무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가 상혁을 발견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이상혁! 괭이 새끼들이 일냈다! 빨리 와 봐!”
그 말에 상혁이 목욕탕에 들어가다 말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뭔 일이야? 한동안 조용하더니…….”
상혁은 그리 중얼거리면서 재한에게 가까이 갔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놀란 얼굴을 했다.
“사, 사람?”
고양이들이 사람을 5명이나 이고 있었던 것이다.
* * *
고양이들의 우두머리인 호랑이 무늬 고양이는 정신 못 차리고 자신의 무리들과 신나게 놀았다.
포식자와 같은 동족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것 자체가 녀석들에겐 쾌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괜히 사냥해 버렸다가는 포식자의 미움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장난만 계속 쳤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정신없이 놀다 보니, 여섯 중에 하나는 놓치고 다섯은 탈진해서 기절을 해 버린 것이었다.
툭. 툭.
호랑이 무늬 고양이가 기절해 있는 다섯을 앞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안 움직인다.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사실 아주 조금만 술래잡기를 하고 풀어 줄 생각이었으니까 말이다.
순간의 기분을 너무 주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호랑이 무늬 고양이의 고민에 다른 고양이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먹자!
-묻자!
당연히 이런 의견은 기각이었다.
포식자에게 들키면 무슨 벌을 받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동족을 꽤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놀 만큼 놀았다. 그냥 가자.
-귀찮다. 집에 가자.
-더 놀자.
조금 끌리기는 했지만 이런 의견도 기각하기로 했다.
수습 안 하고 가자니 들킬 것 같았다.
그때, 한 녀석이 별생각 없이 의견을 제시했다.
-포식자에게 제물로 바치자!
호랑이 무늬 고양이는 그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어쩌면 칭찬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 *
무리의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이동하던 호랑이 무늬 고양이가 상혁을 알아보고 가볍게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상혁의 앞섶에 착 달라붙었다.
웬만하면 받아서 안아 줄 만도 하건만 그는 그대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냐아아~.
그 상태 그대로 올려다보는 녀석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 잘했지?
상혁은 인상을 팍 찡그리고 녀석을 가볍게 쳐 내서 떨어뜨렸다.
녀석이 가볍게 착지하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놈의 새끼들은 왜 자꾸 일만 물어 오는 거야?”
고양이는 상혁의 예상 못 한 반응에 순식간에 반응했다.
슬쩍 꼬리를 말면서 재한의 다리 뒤로 몸을 숨긴 것이다.
눈치 하나는 장군이보다 빨랐다.
“아무튼 시체는 아니겠지?”
상혁은 기절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죽거나 크게 다친 건 없었다.
단지 탈진해서 기절한 것뿐이었다.
그냥 쉬게 두면 다시 정신을 차릴 터였다.
“전부 외국인이네.”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디서 한번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재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러게. 그런데 이 사람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나도 마침 낯이 좀 익다고 생각했다.”
둘이 그렇게 고민할 때, 5명 중 한 사내가 움찔거렸다.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깨어나는데?”
“그러네. 그런데 너, 영어 할 줄 알아?”
상혁의 질문에 재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영어 울렁증 있는데…….”
“나는 영어 공포증 있다.”
결국 둘 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 하는 영어 포기자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통역 마법이 걸린 물품도 사 오는 건데.’
물론 아직 지구상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공간 확장 마법이나, 무게 감소 마법이 걸린 물품도 있었으니, 충분히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흠, 그냥 다시 기절시킬까?”
상혁의 말에 재한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대답했다.
“그럴까?”
둘은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깨어나려는 외국인을 바라보았다.
* * *
기절한 다섯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서 눕혔다.
처음에 무슨 일이냐며 지수와 석준이 호들갑을 조금 떨었다.
특히 석준은 이들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보았다.
“저, 이 사람들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애슐리 리스테런과 팀을 짠 사람들이네요. 애슐리 리스테런 때문에 가려진 인물들이지만 엄청난 실력의 헌터들이에요.”
“아! 맞다, 맞아.”
재한은 그 말에 곧바로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지난번 원주에서 본 인물들이었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 그 외국인 여자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잊고 있었네.”
그 말에 지수가 살짝 눈을 흘겼다.
“애슐리 리스테런. 예뻤어요?”
“좀 되더라.”
지수가 그에 콧방귀를 뀌었다.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상혁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실력자라는 인간들이 왜 고양이들한테 업혀서 오냐?”
그 말에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진실은 고양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녀석들에게 물어봤자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고양이가 아무리 똑똑해도 말까지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때, 한 사내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상혁이 그 모습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빠른데? 조금 약했나?”
그 말의 의미를 아는 건 재한밖에 없었다.
외국인은 천천히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
“Who are you……?”
영어다.
물론 아주 간단한 영어이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지만 상혁은 괜히 나서지 않기로 했다.
대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짜증만 날 테니까 말이다.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그 말에 석준이 손을 들었다.
“제가 좀 할 줄 알아요.”
“그래? 말 좀 해 봐.”
“네.”
석준은 그렇게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면서 석준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게 변했다.
상혁이 물었다.
“왜 그래? 뭐 잘못 됐어?”
“아무래도 애슐리 리스테런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재한이 펄쩍 뛰었다.
마치 자기가 잘 아는 지인한테 문제라도 생긴 것처럼 행동했다.
“무슨 문제라는데?”
“고양이들의 습격 때문에 찢어졌다고 하네요.”
그 말에 상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물어 온 게 아니라 사냥해서 물어 온 거네. 무슨 고양이의 보은도 아니고. 사냥감을 왜 물어다 주는 거야? 일만 커지게.”
물론 녀석들이 사냥해서 눈앞에 5명을 먹었다면 그것도 문제였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럼 애슐리 리스테런은 어떻게 된 거야?”
재한이 다급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