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58
◈ 258화
그 시각.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중심으로 생성된 플레이어 거점 ‘아틀리에’.
그곳의 대표이자, 유니온의 프랑스 지부장인 ‘카밀리’는 나지막이 탄식을 흘려야만 했다.
“이게 다 무슨……!”
파리는 전반적으로 ‘마력 제한 구역’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리카온 제국의 침공도 덜했던 도시였다.
정규 업데이트로 인해 던전이 늘어나고, 마력 제한 구역도 넓어져서 조금 더 곤란해졌을 뿐.
서울을 제외하고, 지구 어느 나라보다 평화로운 곳이라고 자부하던 땅이기도 했다.
근데…….
쿠구구구궁!
지진이라도 날 것처럼 흔들리는 땅 위로 달려드는 수많은 몬스터 떼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마력 제한 구역 특징 때문이라도 물리적인 공격력에 특화된 녀석들.
그놈들이 무자비하게 건물들을 부숴 대며 이쪽으로 몰려오는 장면이었다.
“대체 몬스터들이 갑자기 왜!”
“오를리 공항에서도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뭐야?”
“외곽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다!”
도통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카밀리는 일단 부하들을 시켜 아틀리에의 방비를 단단하게 했다.
최근에 유니온의 인력과 기술력이 더해졌으니, 몬스터 웨이브 정도는 무리 없이 막을 터였다.
쿠구구구구!
한데 밀려든 몬스터들이 아틀리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다수의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난입하긴 해도, 그 흐름은 마치 플레이어를 공격하려는 낌새는 아닌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한쪽에 자리한 첨탑에서 사방을 둘러보던 카밀리는 그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이거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야.”
“네?”
“오를리 공항 쪽 몬스터들은 지금 어쩌고 있지?”
“아직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전부 경계 태세로 들어갔…… 어? 몬스터들이 이동한답니다! 전부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놈들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다.
“……도망치는 거야.”
“무, 무엇으로부터요?”
“몰라!”
카밀리는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몬스터들이 도망쳐 온 방향을 살펴봤다. 어두운 낮이 구현된 파리의 풍경엔 대단히 특별한 건 보이진 않았다.
“으음?”
그때였다.
카밀리는 시야에 들어온 붉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빠르고, 거대한…… 무언가가 건물을 부수며 이쪽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잠시 땅을 뚫고 들어갔던 무언가가 빠르게 솟구쳐 올라,
가까운 건물을 무너뜨리며 고개를 뻣뻣이 들었다.
기분 나쁜 소음을 끄집어낸 녀석의 입가엔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용?”
터무니없는 감상 뒤로 녀석의 아가리에서 쏘아진 불꽃이 파리의 시내를 작정하고 불태우기 시작했다.
“미친!”
쏟아지는 화염을 내려다보며 카밀리는 잠시 비현실적이란 생각만을 떠올렸다.
막말로 이게 가당키나 할까.
느닷없이 S급 몬스터라는 ‘용’이 튀어나와 파리를 불태우는 것이다. 제아무리 세계가 망할 징조를 보인다 해도 이건 좀 과하질 않은가.
당황을 차마 이겨 내기도 전에 용의 불꽃이 아틀리에를 직격했다.
뜨거운 화염이 아틀리에를 보호하던 방어벽을 강력하게 두드렸고, 그 열기를 못 이겨 녹아내리는 광경은 더더욱 현실 밖의 일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카밀리 지부장님!”
정신을 차린 건 그의 몸을 거세게 흔든 비서의 손길 덕이었다.
“다, 당장 유니온에 연락해!”
빠르게 냉정을 찾은 카밀리는 인근에서 포효하며 날뛰는 용을 가만히 주시했다.
잠시 그 웅장한 모습에 놀랐을 뿐이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건 확실했다.
‘용일 리가 없다.’
그가 알기론 해츨링이라 해도 A급 던전에 있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근데 정규 업데이트가 된 지 얼마 안 된 세계관에, 느닷없이 필드에 툭 튀어나올 수나 있을까.
카밀리는 드림 사이드가 그 정도로 망겜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여태 그가 살아 있는 게 그 증거다.
‘드림 사이드는 더럽게 어려운 게임이지만 선을 넘는 밸붕은 만들진 않아.’
카밀리는 전제를 바꾸기로 했다.
현시점에서 용이 지구에 등장한다는 게 불가능한 얘기라면?
저놈은 포탈 던전에서 나타났던 ‘쉐도우 드래곤’과 비슷한 페이크용이라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승산은 있다.”
아틀리에를 한 번에 불태우질 못한 것만으로도 녀석의 수준이 덩칫값을 제대로 하질 못한다는 방증이었다.
분명 여태 만난 그 어떤 생명체보단 강하겠지만…… 결코 이겨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저…… 지부장님?”
한편 유니온에 연락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고 있었다.
그 불안한 표정만 봐도 그가 할 대답을 훤히 들은 듯했다.
“……통신이 차단된 것 같아요.”
상황은 최악으로.
고립된 그들의 눈앞으로 페이크용이 슬슬 다가오고 있었다.
카밀리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럴 때…… 켈이라도 있었다면.’
부질없는 희망이었다.
켈은 돌연 사라져 돌아오질 못하고 있었으니까.
***
켈은 빠르게 이동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협곡에 있던 처리반 일당이 이미 반마력을 빼돌려 도망친 상황이라면, 미적거릴 틈은 없었다.
“용의 소환은 아무래도 지구에서 벌어질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어요.”
녀석들의 목적이 ‘섭종’이라면, 응당 그럴 것이다.
던전 안에서 용을 소환해 봤자, 던전에 묶여 밖으로 나가질 못하게 될 뿐이니까.
“하지만 재료가 다 모였다고 해도 바로 소환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마족의 알도 재료가 다 모였다고 바로 부화가 진행됐던 건 아니었던 것처럼.
용의 소환도 재료가 다 모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화시킬 시간은 필요했다.
‘문제는 뒷배가 관리자란 거야.’
과연 녀석이 가만히 있을까?
강서준은 차분하게 호흡을 정돈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관리자가 개입하는 일인 이상 속단은 금물이었다.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할지 알 수 없는 적을 상대할 때는,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판단하는 임기응변이 중요했다.
강서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일단 우리 목적은 소환을 저지하는 겁니다. 켈의 말대로라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공허의 저편을 가로질러 던전을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링링은 어느 순간에도 현재 그녀가 선 위치가 어딘지 그 좌표를 기억했고, 던전의 입구도 이미 알고 있었다.
반마력까지 운용할 수 있는 그녀에게 방해가 되는 건 이제 더는 없었다.
그녀는 포탈을 열었다.
“으웨에에에엑!”
도착과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일삼는 켈을 보며 강서준은 쓰게 웃었다.
강서준은 링링에게 말했다.
“전직까지 했으면서 왜 멀미는 개선이 안 되는 건데?”
“……성공했으면 된 거지.”
대충 둘러대는 그녀를 일별한 강서준은 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분명 던전을 빠져나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던전으로 진입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건……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
키에에에엑!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거대한 괴성!
강서준은 가까운 위치에서 포효하는 한 마리의 용을 마주할 수 있었다.
던전의 입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건물 위로 녀석은 연신 불꽃을 뿜어 대는 것이다.
그 덕에 어둡기만 하던 파리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뒤따라 던전을 빠져나온 켈이 용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이무기?”
용이 되지 못해 날개마저 잃어버린, 그저 고여 버린 고렙의 뱀.
드림 사이드 1에서는 용아병과 마찬가지로 용의 던전을 지키는 하수인 중 하나였다.
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파리의 저변에 흐르는 강대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용을 소환하려나 보네.”
파리엔 에펠탑을 중심으로 터무니없이 강력한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세 마리의 이무기가 화염을 뿜어 대며 시가지를 파괴했다.
마치 이 도시를 제물로 바치려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 곳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한 플레이어가 있었다.
“지금 거기서 뭐 하는 겁니까? 피해요!”
그는 근방을 서성이던 오우거의 머리를 주먹으로 찍어 누른 뒤,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여긴 위험합니다. 몬스터가……!”
말을 잇던 와중엔 그의 발목을 휘어잡는 손이 있었다. 땅속에 숨어 다니는 좀비들이 기회다 싶어 공격을 가해 온 것이다.
“이익! 좀비 새끼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땅을 향해 발길질을 해 댔지만, 좀비들의 손은 더욱 늘어 갔다.
‘마력 제한 구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답게 나름 근력이나 민첩에 투자해 근거리 전투는 자신 있는 모양인데.
이렇듯 땅속에 숨어 기습을 가하는 ‘땅굴좀비’는 상대하기 버거워 보였다.
아무래도 그들을 죽이려면 땅속 깊숙이 숨은 놈들의 심장을 파괴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윈드 스피어!”
바닥을 박차고 그 자리에 도착한 켈이 남자의 주변으로 무형의 창을 꽂은 건 그때였다.
링링이 반마력을 충돌시켜 마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준 보람이 있었을까.
순식간에 파고든 창이 여지없이 땅굴좀비의 심장을 터뜨렸고, 일대에 울리던 좀비의 괴성이 끊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켈은 그를 향해 말했다.
“로니. 내가 항상 주변을 살피라고 했어, 안 했어.”
“……켈 님?”
“너 그러다 비명횡사한다니까.”
황망한 눈으로 켈을 바라보던 로니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울먹이고 있었다.
“사, 살아 계셨군요!”
대번에 켈을 확 끌어안으니 당황하는 건 오히려 켈이었다. 그는 연신 달라붙는 로니를 힘껏 밀어내며 투정을 부렸다.
“떨어져! 뭐 하는 짓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에 걸린 미소가 보였다. 이처럼 다소 서툰 감정 표현이 되레 인간미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확실히 변하긴 변했어.’
잠시 그런 켈을 바라보던 강서준은 짧게 혀를 차며 핀잔을 던졌다.
“재회의 기쁨은 나중에 누리고…… 일단 일부터 하자.”
“누, 누가 기뻐했다고요.”
“빨리 따라와.”
쭈뼛대는 켈과 그 뒤를 쫓는 로니.
강서준은 두 사람을 일별하고 빠르게 파리의 시가지를 가로질렀다. 불타 버린 도시 곳곳엔 아직 수많은 몬스터가 포효하는 중이었다.
종류도 각양각색이었고, 이성까지 잃어 마구잡이로 주변을 공격하는 게 특징이었다.
켈이 말했다.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반드시 소환하는 놈을 찾아야 해요.”
하지만 곧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한 마리의 이무기가 나타났다.
종전에 켈이 발현한 마법에 반응했을까.
뒤편으로도 한 마리의 이무기가 슬슬 나타나더니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앞뒤로 포위된 꼴이었다.
“꺄아아아악!”
가까운 곳에서 비명이 터진 건 그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 내에 다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미처 피하지 못한 건가.’
한편 이를 본 로니는 굳게 다짐하는 얼굴로 켈에게 말했다.
“제가 잠시 막고 있겠습니다! 부디 저들을 데리고 대피해 주십시오!”
“……뭔 개소리야?”
“켈 님은 희망입니다. 부디 저들을 구해 주세요!”
막무가내로 외친 로니는 공포를 딛고 땅을 박찼다. 이무기가 고개를 젖혀 불꽃을 입에 담고 있는데도 겁도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이이이익!”
하지만 필사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이무기는 로니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인근에 숨어 있던 피난민들이 목표였다.
“이 무, 무슨……!”
황망한 시선으로 건물을 돌아본 로니의 곁으로 이무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저 정도나 되는 몬스터는 지능이 있다. 인간의 약점이 뭔지는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피곤한 녀석.
로니는 절망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안 돼……!”
그리고 연기가 걷히자 그을린 흔적조차 없는 멀쩡한 건물 외관이 드러났다.
이무기가 황당하다는 듯 외쳤다.
-어, 어떻게!
이무기가 성난 얼굴로 다시 불꽃을 끌어모을 즈음이었다. 그 옆에 도달한 강서준은 콧등에 검을 꽂아 넣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야. 이렇게다 새끼야.”
[장비 ‘재앙의 유성검’의 전용 스킬, ‘블러드 석션’을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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